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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기자의 스포츠 테마 Pot] 필리스 ws 우승 뒷얘기

Los Angeles

2008.10.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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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릭 '필리스에 진 빚 이제야 갚았다'
또 이번 필리스 승리는 필라델피아 프랜차이즈 사상 4대 프로스포츠 중 1983년 NBA 76ers의 파이널 우승 후 25년 만이기도 했다.

환희에 찬 팬들은 5차전 후 길거리를 휩쓸며 밤새도록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필라델피아시는 31일 대규모 퍼레이드도 펼치기로 했다.

▶팻 길릭 단장의 '결자해지'

71살의 고령인 길릭 단장에게 필리스 우승은 스스로 꼰 실타래를 풀어내는 작업이었다. 길릭은 필리스가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한 1993년 상대팀 토론토의 단장으로 있으면서 4승2패로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이후 필리스는 플레이오프조차 밟지 못하는 팀으로 전락했다.

우승에 목마른 필리스는 적장이던 길릭을 영입해 재건을 노렸다. 첫 해인 2006년 내셔널리그 동부조 2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길릭은 지난해엔 조 1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길릭은 토론토 시절 자신이 방해했던 필리스의 우승을 프런트 인생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빅리그 단장직은 힘들기도 하거니와 고령인 탓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길릭은 시즌 초반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배수의 진을 치고 선수단과 동고동락한 끝에 대망의 우승을 일궈냈다. 이제 길릭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됐다.

길릭은 USC를 졸업하고 볼티모어에 입단해 메이저리그 투수의 꿈을 키웠으나 마이너리그 생활 5년 만에 꿈을 접었다. 63년 휴스턴의 마이너리그 구단 직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74년부터는 뉴욕 양키스에서 스카우트 디렉터로 일했고 76년 토론토로 옮겨 78년 마침내 단장이 됐다. 80년대 중반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85년 처음으로 토론토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92 9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95년에는 볼티모어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96 97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올렸다. 2000년에는 시애틀을 아메리칸리그 최강자로 키워냈다. 2001년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인 116승을 거두기도 했다.

길릭은 컴퓨터를 이용한 복잡한 기록보다는 사람의 눈을 더 신뢰하는 스타일이다. 대다수 단장들이 하루 종일 핸드폰을 들고 사는데 비해 그는 핸드폰을 이용하지 않는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있는 동안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들은 그가 팀을 떠난 뒤 어떤 팀도 아직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토론토 볼티모어 시애틀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필리스가 길릭의 이별을 손 놓고 바라만 볼 지 궁금하다.

▶76명 체포 광란의 팬들

필리스의 응원과 함께 시티즌스뱅크파크를 벗어난 수만의 팬들은 길거리를 휩쓸고 다녔다. 자동차 경적을 울려댔고 맥주를 뿌리며 폭죽을 연신 쏘아 올렸다. 하지만 흥분이 과한 팬들은 신호등을 부수고 상점의 유리창까지 깨면서 경찰에 연행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무려 76명이 체포됐다.

필라델피아의 2개 메인 신문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필라델피아 데일리뉴스는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초판 35만부씩을 모두 팔았고 35만부를 추가로 찍기까지 했다. 필리스팬들은 하루가 지난 30일에도 월드시리즈 우승 티셔츠를 입고 다녔으며 상점엔 주문행렬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마이클 너트 시장은 "필라델피아 시민에겐 25년 만의 경사다. 당연히 퍼레이드를 펼쳐 기쁨을 함께 하겠다"고 밝히면서 과격한 행동만은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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