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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나의 해'-1] 필라델피아 박찬호···다시 선발 훨훨 '희망 꽂는다'

Los Angeles

2009.01.0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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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IMF 시절 강속구 살아나…새 둥지에서 '코리안 특급투' 예고
기축년 새해에도 그들은 도전과 승부를 통해 한인사회에 희망을 던져 줄 것이다. '2009년은 나의 해'란 기획을 통해 한인 스포츠인들의 도전과 각오를 담아본다.

스포츠부는 새해시리즈를 시작하며 첫 번째 인물로 박찬호(35)를 꼽았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한인 스포츠 스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박찬호'를 새해 첫 주자로 내세우는 게 신선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남자 골프의 떠오르는 샛별 앤서니 김이나 여자 골프의 신지애 미셸 위 등이 새해 분위기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상토론 끝에 박찬호로 결정한 것은 박찬호가 다시 한 번 이 어려운 시기에 한인들에게 '희망'이란 스트라이크를 던져주길 기대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우리는 IMF라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힘겨운 살림을 살았다.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으며 가족이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그 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주축투수로 100마일의 강속구를 뿌리며 등판 때마다 승전보를 전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박찬호의 '씽씽투'를 보며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박찬호의 승리를 보면서 한국인이란 자랑스러움과 자긍심에 재기를 다짐했고 그렇게 힘겨운 경제난을 헤쳐 나왔다.

그렇게 훌쩍 지나 온 세월 속에 박찬호의 빅리그 생활에 굴곡도 있었다. 너무도 어려운 시절 한인들에게 꿈과 희망이었던 박찬호는 2002년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후로는 내리막 길을 걸었다.

부상이 겹치면서 '먹튀'라는 오명도 뒤집어 썼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시절엔 반짝 재기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2007년엔 단 1경기를 제외하곤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무는 최악의 시련기를 보냈다.

2008년 다저스에서 빅리그 초임수준인 연봉 50만 달러를 받으며 와신상담한 박찬호는 확실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당쇠'처럼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54경기(5번 선발)에 출전해 4승4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박찬호는 지난 12월1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선발 경쟁을 보장받으며' 1년 250만 달러에 사인했다.

새해에 박찬호는 필리스에서 5선발 경쟁에 나서게 된다. 그 동안의 부진을 확실히 털어내고 메이저리그 100승 선발투수로 복귀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서는 것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실물경제 위축으로까지 이어지며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더욱 움추러 들게 하고 있다.

이 위기의 순간에 자포자기하면 결코 밝은 날을 볼 수 없게 된다. 좌절이 큰 만큼 더욱 땀을 내고 달려야 한다. 그 뜀박질엔 10년 전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박찬호가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 입고 함께 달린다.

박찬호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한 신년인사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간의 힘겨움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힘들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운 한해가 되고 인내와 노력의 결실이 2009년 마지막 날엔 온통 감사함으로 넘치게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10년 전 희망의 전도사였던 박찬호가 2009년엔 우리와 함께 땀을 흘리며 뛴다. '2009년은 나의 우리의 한인의 해가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와 함께.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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