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와 외가댁에 갔다올 때에는 같은 서울에서도 끝과 끝이어서인지 늘 막차를 타고 돌아오곤 했다. 창밖이 궁금해서 잠이 들지 못했던 필자와 큰동생은 세상 구경 하느라 즐거웠고 막내는 어머니 품에서 잠이 들곤 했었다. 애들 셋을 데리고 꾸림 꾸림 짐에 힘에 겨우셨을 어머니가 가엽다는 생각을 철이 일찍 들었던 탓에 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도 숙모님이 싸주신 먹거리 등으로 한보따리였는데 잡아주는 택시를 마다하시고 우리 형제들과 돌아오신 씩씩한 어머니. 40여년이 지난 요즘 세상에야 애 하나 데리고 가는 나들이에도 남편이 기저귀 가방들고 나서는데…. 세월 탓일까! 종점에서 출발한 막차는 다시 시가 한복판을 지나고 많은 사람을 이리 저리로 옮겨준 후에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온다.
요즘 많은 사람이 서로 묻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는 부동산 물건의 거래가 '막차'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업체 매매에서도 거품이 너무 하다 하면서도 매상 확인 후 필요에 의해 구입하고 커머셜도 인컴을 확인해 보고 에스크로에 들어간다.
주택의 경우도 학교 때문에 혹은 직장 거리상 늘 필요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단기 투자면에서 너무 많은 것을 따져 보아야 하고 주위의 훈수에 늘 우리가 귀가 얇아 지는 것이 문제이다.
지난 90년대 초 모두 막차라고 미친 짓이라고 하면서도 남들 늘어나는 재산에 배아파 했던 타운의 빌딩과 상가의 에스크로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기만 하다. 몇번 에스크로가 취소되면서 바이어가 바뀌기도 하고 가격도 들쑥 날쑥을 거듭하면서 어렵게 에스크로를 끝내면서 그 때도 바이어들은 그렇게 물었었다.
"내가 지금 막차를 타는 건 아닙니까?" 십여년 만에 부동산 갑부가 된 셀러로 다시 만났을 때 그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웃었지만 사실 그 때에는 목숨을 건 도박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이상하게도 잠잠하던 매물에 바이어가 에스크로를 오픈하면 진짜 임자같은 새 바이어가 나타나 셀러를 유혹하는 가격으로 시끄럽고 반대로 바이어를 시험에 들게하는 훈수가 여기 저기에서 등장하기 마련이다. 몇 년전 가격이 얼마였다는 둥 주위에 팔린 비슷한 매물에 대한 발빠른 정보가 너무 고마운 바이어는 빠져나올 구멍을 브로커에게 타진하기도 한다.
가끔 어쩌다 너무 헐값에 팔렸다고 후회 중이던 셀러에게 희소식이었음을 알고 다시 오픈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어들로 인해 웃을 때가 있다.
도전을 해보지 않으면 성공의 단 맛을 볼 수 없다고 했던가. 남다른 선택이 남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은 시기에 상관없이 사고 늘 1031 익스첸지를 하며 재산을 바위처럼 굴려가는 유태인같은 타인종에 반해 시대에 재빠르게 적응하며 기회를 포기해 버리는 우리 타운의 민첩한 셀러들이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막차는 늘 기대와 포부를 가지고 출발할 수 있는 종점이 있어서 다이나믹하다. 다만 잠시 쉬어갈 뿐 그 행보에는 변함이 없다. 중간 중간에 타고 내리는 많은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기가막히게 좋은 정거장에 내렸다고 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