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선생님 오늘 사인하면 언제 에스크로 클로징 입니까?" "그냥 공고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셀러와 바이어끼리 합의만으로 먼저 인수할 수 있을까요"…..
사업체 매매 에스크로 오픈 때마다 셀러와 바이어들로부터 받는 지극히 보편적인 질문들이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우리네 급한 습성때문도 있지만 이왕 팔기로 한 사업체에서 빨리 손을 떼고 싶어하는 셀러와 조건만 맞는다면 하루라도 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바이어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는 유일한 정점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첫째 주 월요일에 똑같이 주류 라이선스가 있는 두 식당의 에스크로가 오픈됐다. A식당은 바이어가 E-2비자 수속을 밟는 부부이었는데 법인체까지 설립해야 한다고 해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어 아슬아슬하게 오픈이 되었다.
법인체의 설립은 예상치 못한 과정이고 약 1주에서 열흘가까운 시간이 걸린다고 사정하는 바이어에게 못마땅한 셀러와 중간에서 절충하는 에이전트와 많은 진통끝에 어렵게 오픈이 된 것이다.
주류 통제국(ABC)의 약속을 잡고 그 사이에 에스크로는 모든 서류를 진행시키면서 손님과 긴밀한 연락을 통해 정확하게 10여일 후 인터뷰를 하고 40여일 후에 에스크로는 무사히 종료되었다.
시작부터 바이어의 약점(?)에 몹시 불만이던 셀러와 많은 것을 양보하며 애를 태웠던 바이어의 모습은 그야말로 반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신속하게 처리해줘서 고맙다고 몇 번을 인사하는 바이어를 보면서 수고한 에이전트와 함께 보람을 느낀 하루였다.
한편 B식당은 모두 현지 교포들로 몇 번의 매매 경험을 가진 셀러와 거의 선수가 되어 에이전트를 애태운 바이어때문에 준비된 에스크로의 오픈 서류의 사인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매상을 의심하는 바이어와 융자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셀러의 신경전에 공고일과 사업체의 빚조사도 시작을 못하고 ABC의 인터뷰 날짜는 계속 미뤄지게 된 것이다.
처음 사업체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바이어를 만난 셀러는 너무 지쳐버렸고 계약서에는 사인을 했으니 물릴 수도 없고 마음에 드는 다른 바이어에게 몰래 계약을 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을 겪는 신세가 되었다. 서로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약 30여일 후에 간신히 클로징이 되었다.
같은 날 시작된 에스크로가 첨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먼저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고 하였던가. 서로 좋은 면을 크게 보지 못하고 흠잡기를 작정한다면 모든 것이 그저 어렵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서로 감정에 앙금만 쌓인 채 복수의 날을 세우고 에스크로가 끝나는 날 보겠다고 그 때까지 참는다고 독설을 하는 셀러와 바이어를 많이 본다.
대부분의 한인 셀러와 바이어는 서로 마주치기를 원치 않는다. 약속 시간을 잡는데 몹시 조심스럽기를 요구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은 데 후에 인벤토리는 어떻게 할건지 트레이닝은 어찌 받을 건지 걱정부터 앞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