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가 죽었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 엇갈린 소문이 떠돌았다. 친정 식구들은 시부모 구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시집 식구들은 미국에 초청한 친정 식구들이 자리 잡는데 도와달라는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며 쑥덕거렸다. 소하는 가난한 집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가난은 그녀가 중학교 시험에 떨어지자 2차 시험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엄마, 나 2차 시험 볼래요. 한 번만 기회를 줘요. 이번엔 꼭 붙을 자신 있어요.” “2차가 뉘 집 개 이름이냐. 공부할 머리는 안되는가 보다. 집어치우고 따라나서라.” 소하는 엄마가 미리 말해 둔 바느질 공장으로 끌려갔다. 평화 시장 5번 미싱사의 5번 시다가 되었다. 온 중일 어깨를 옹크리고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한 체 완제품 옷의 실밥 뜯는 일을 했다. 퇴근길에서도 제 몸에 엉겨 붙은 천연색 실밥을 떼면서 무거운 다리를 옮겨 집으로 향했다. 레벨도 달고 단추도 꿰맸다. 바늘에 찔린 손가락엔 피멍 든 바늘구멍이 어린 소하를 눈물짓게 했다. 다행히 손재주가 남다른 그녀는 박음질하기 직전 과정을 다른 시다들보다 빨리 끝내고 미싱을 타게 됐다. 언니의 등록금을 동생의 학원비를 대며 가족을 부양했다. 1970년대 초, 미군과 결혼해 시카고 근교에 자리 잡은 누나를 둔 사나이가 있었다. 누나는 남동생을 미국으로 초청했다. “미국에서 재봉질 잘하면 떼돈 벌 수 있다. 바느질 잘하는 신붓감을 데려와라. 너는 용접 기술을 배워 오고.” 남자는 인물 없는 소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 작고 반반하진 못해도 심성이 곱고 성실하고 손재주가 뛰어나니 잘 다독여 살면 돈 걱정 없이 편히 살 수 있지 않겠나.” 누나 명령이라면 거역 못 하는 남자는 중매쟁이 바느질 공장장 말만 믿고 눈 꾹 감고 두 번 만난 소하에게 청혼했다. 소하의 바느질삯에 의존하며 생계를 연명하던 소하 엄마는 미국에 가서 생활비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서둘러 결혼식 없는 혼인신고를 했다. 소하는 짐짝처럼 시카고로 보내졌고 미국 도착 일주일 만에 바느질 공장 미싱을 밟았다. 평화 시장과 시카고라는 무대만 바뀌었을 뿐 돈 버는 노예 생활의 연속이었다. 시부모님은 죽어가는 사람 살렸다는 듯 소하에게 유세를 떨었다. “우리 아들 만나지 못했으면 공장 떼기가 감히 미국 구경이라도 해 볼 수 있었겠냐. 너 2,000불 친정에 보냈다며? 누구 맘대로 돈을 보내. 네가 번 돈이라고 네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거야. 미국에 와서 영주권 받아 이렇게 잘 살게 해준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돈을 친정으로 빼돌려.” 오버타임으로 근근이 모은 돈을 시댁 식구 몰래 보낸 것을 들켜 시누이에게 머리채까지 잡혔다. “너 미국에 갔다고 미국 사람이 다 됐나 보다. 이 어미는 나 몰라라 하고. 너만 잘 먹고 잘살면 다냐. 왜 제때 돈을 안 보내는 거야. 너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다. 정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다. 돈 보내기 싫으면 우리 식구 모두 초청해라. 초청만 해주면 정부에서 매달 꼬박꼬박 준다는 돈으로 살아갈 수 있다더라.” 천국에라도 가는 듯 희망에 부풀어 소하를 보낸 엄마는 소하 혼자 부귀와 영화를 누린다며 닦달했다. 불러들인 친정 식구와 구박하는 시댁 사이에서 누구도 자기를 감싸주는 이 없는 삶의 틈 바위에 끼어 소하는 54세의 나이에 암으로 죽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친정 식구들 바느질 공장 시댁 식구
2023.09.08. 22:10
사이에 끼어 보이질 않네 그 젊음과 그대의 사이 서러운 눈물 바람과 소리 사이에 누운 미미한 생각에도 기억 없이 패인 기억들이 멀지 않아 머리카락 날리며 달리던 그쯤으로도 어림잡아 맺히는 그리움이네 밀어내지 않아도 가는 시절 덥고 짜고 매운바람의 혀 나뭇가지 태연히 흔들리네 살아내야 할 뿌리 두꺼워진 만큼 얇아져 가는 날들 어쩔 수 없는 것들만 쌓이는 것이 나이 먹는 일인가 보네 그대의 생 언어 안으로 접고 억지로 웃으며 단련된 만큼만 잊어보려고 이것이 걸어 온 길과 내려가는 사이 살아가는 연민이 아니겠는가 그림자도 없는 것들을 여태 안고 가시 박힌 풀꽃들을 부지런히 비집고 가다가 만나고 헤어지고를 얼마인가 헤아릴 수 없어 가늠키 어려운 한 생의 그사이 그때의 그 코스모스도 피었고 그대의 언어 없는 가을도 다시 시작되었네 영원할 것 같은 어느 날 그쯤의 사이 어쩔 수 없는 것들만 남겨두고 누군가의 계절이 진다 해도 철쭉이 기다려지는 남은 날을 위하여 지금 막 피어난 도라지꽃을 또 심어 푸른 별을 보려 하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여름 지우 소리 사이
2023.09.08. 22:08
배우를 꿈꾸는 사람 언제 어디서도 천의 얼굴로 변하는 사람 슬프지도 않지만 눈물 연기를 잘하는 배우 지망생 눈물 연기는 항상 자신 있다고 말하는 연기 지망생 아무리 연기라도 울고 있는사람 앞에 나도 어쩔줄 모른다 눈물 연기 달인은 한번 흘린 눈물은 좀처럼 그치지 못한다 거짓으로 울 수 있지만 거짓으로 그칠 수 없다고 눈물 연기 달인은 고백했습니다 박도준 / 플러싱글마당 눈물 연기 눈물 연기 연기 지망생 배우 지망생
2023.09.08. 22:08
미국 현대 도예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그룹전이 풀러턴 머켄탈러 문화센터(1201 W. Malvern Ave)에서 열리고 있다. ‘제너레이션 오브 클레이(Generations of Clay)’란 주제로 마련된 전시회는 지난달 3일 개막했으며,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전시회에선 ‘흙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피터 볼커스(1924~2002)를 비롯, 작고한 4명을 포함한 남가주 작가 18명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 중엔 김영신씨(작은 사진)가 한인으로선 유일하게 포함됐다. 볼커스는 1950년대 서부 해안 지역 흙의 혁명(West Coast Clay Movement)을 주도한 인물로 미국 현대 도예의 대부로 통하는 세계적 거장이다. 많은 미 서부 지역 현대 도예가가 흙의 혁명 영향을 받아 실용 기물 도자기에서 벗어나 흙을 순수 예술의 매개체로 삼게 됐다. 흙의 혁명으로 인해 추상표현주의가 대세를 이룬 1980, 1990년대에 4개 대학교에서 도자기 수업을 받았다는 김 작가는 “당시 은사 제리 로스먼, 빈센트 수에즈, 패트릭 크랩도 전시회에 참여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오는 15일(금) 오후 6~8시 문화센터에서 ‘관람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김 작가는 “한국 전통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게 된 과정, 특히 분청사기에서 받은 영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회 출품작들은 내년 열릴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와 연계, 한국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 시간은 주중 오전 10시~오후 5시다. 입장료는 5달러다. 문의는 전화(714-738-6595)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현대 도예 현대 도예 이번 전시회 혁명 영향
2023.09.08. 7:00
남편의 마지막을 보살피던 친구는 생전에 네 것, 내 것 가리면서 까칠하게 굴었던 남편이 모든 것을 그녀에게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떠나갔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친구는 금생(今生) 보다 전생(前生)과 보이지 않는 끈이 삼라만상 안에 우리를 묶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친구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 삼라만상이라…. 사전을 찾아보니 수풀 삼(森), 그물 라(羅), 일만 만(万), 코끼리 상(象), 네 글자로 만들어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심오한 뜻이 있어 보였다. 나무 목(木)자 세 개가 함께 하는 것으로 보아, 울창한 나무숲을 뜻하는 것 같다. ‘빽빽한 나무숲에, 만 마리의 코끼리가 망에 갇혀 있다?’ 무척 답답한 형상이다. 그것이 우리 생이란다. 친구는 한 줌의 재로 남은 남편을 흰 항아리에 넣어서 비둘기 한 마리가 겨우 들락거릴 수 있을 만한 작은 공간에 놓아두고, 자리를 뜨면서 허무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녀가 남편과 함께했던 긴 시간 동안 사랑이라는 방정식을 잘 풀었는지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구는 남편과의 이별을 그렇게 했다. 지난 일 년 동안, 많은 부고(訃告)가 도착했다. 어느 때보다도 죽음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함께 가족으로 살았던 길고양이 두 마리도 우리 곁을 떠났다. 세상을 뜬 친지들은 코비드19 때문에, 코비드 백신 부작용으로, 암 때문에, 또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이생을 떠나서 가야만 하는 다음 세상이 어디인지 모른다. 모르니까 흔히 이터니티(eternity)라 하고, 이를 영겁의 곳, 영원한 시간이 있는 곳 정도로 얼버무린다. 그런 테마를 갖고 쓰인 자서전적 책, 소설, 영화, 드라마도 심심치 않게 부상한다. 요즘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이 천당이나 지옥에 안착하기 전에 거쳐야 한다는 중간 지점, 연옥에 있다가 다시 깨어난 후에, 이생과 그 중간 지점을 넘나들고 살면서, 악귀들을 잡아 영원히 가둔다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허상인 것을 알면서도 시청률이 높은 것은 단순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되돌아보면,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은 집단적인 이별을 많이 겪었어야 하는 팔자였던 것 같다. 일제 강점기에 4개의 전쟁을 겪었고 그 이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까지….이별의 괴로움으로 늘 가슴이 아팠던 엄마는 아픔을 삭여 보시려고 그랬는지, 평생 우울을 되씹으며 사셨다. 우울은 괴로움을 그리움으로 덮었고, 죄 없는 엄마는 그리움이 죄인 양, 이에 대한 보속(補贖)을 연일(連日) 하셨다. 하루 중에 엄마가 가장 괴로워했던 시간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이었다. 손위 형제들이 집을 떠난 후라, 거의 혼자 자라다시피 했던 나는 우울한 엄마에게 싸이코테라피스트 역할도 했다. 그런 시간이면 엄마가 좋아하는 신청곡을 받고, 독창을 하곤 하였다. 많은 레퍼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엄마는 ‘동심초(同心草)’라는 가곡을 자주 듣고 싶어 하셨다. ‘동심초’는 ‘산유화’, ‘이별의 노래’, 동요 ‘잘 자라 우리 아가’로 우리에게 친근한 김성태 작곡가가 만든 가곡으로 6·25 전쟁 이후 소개된 곡이다. 가사는 순수 한국 시가 아니고 7세기 중국 당나라 시를 김안서 시인이 번안(원작의 줄거리나 사건은 그대로 두고 풍소, 인명, 지명등을 작기 나라에 맞게 바꾸어 고치는 것)했던 것이라고 한다. 김안서 시인은 1950년 납북된 언론인이며 작가이다. 오산학교 교사를 지냈고, 김소월의 스승이었으며, 타고르의 ‘키탄잘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1950년 납북된 후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없다.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한국민족의 슬프고 어두운 역사의 한 부분이다. 참고로 신사임당이 작사자라는 것은 낭설이다. ‘꽃 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同心草)’란 같은 마음을 나누는 종이(草)라는 뜻으로 현대말로 표현하자면 ‘러브레터’이다. ‘풀 초(草)’가 들어간 것은 종이는 풀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 가사가 여류시인인 설도(薛濤)가 쓴 춘망사(春望詞, 봄날의 바램)‘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명이 2017년 1월 5일자, 새만금일보 ’동심초는 과연 풀이름인가‘라는 정복규 기자의 글에 자세히 발표된 바 있다.) 정기자는 김억(김안서)가 했던 말, ’시의 번역은 번역이 아니라 창작‘이라는 내용도 곁들였다. 내가 보기에도 ’동심초‘ 가사는 원문의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 창작 같아 보인다. 나도 이 분석을 읽을 때까지, 동심초는 꽃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나는 엄마에게 ’동심초‘ 노래를 불러 드릴 때, 엄마의 그리움을 잘 표현하려고, 꽃이 바람에 지는 것을 상상하면서 멋을 부려가며 노래하곤 했다. 번역이 아닌 번안한 말들이었기에 오히려 다행이었던 것 같다. 애절하고 충분한 위로의 말들로 이어졌던 노래이었다. 다시는 이생에서의 만남이 없을 이별이었건만, 떠난 이와 같은 마음을 보이지 않는 종이에 써서, 바람에 날려 보내곤 하셨을 것이다. 친구도 그가 남편과 함께 이루었던 사랑을 방정식으로 써서 지금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지 않을까.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수필 이별 동심 김안서 시인 코비드 백신 친일반민족행위 명단
2023.09.07. 18:41
창 밖 쏟아지는 비를 보며 “엄마, 비는 생머리네?” 볼이 탱글탱글한 6살 소녀 꽃망울 터트리듯 말한다 그녀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 빗속에 서 있다 두 눈을 살짝살짝 곁눈질 해가며 머리끝에 떨어지는 빗줄기에 입술은 보랏빛 입을 열어 말하지만 소리는 굳어 쏟아지는 비 그녀가 살아야 할 인생을 소리나는 대로 바닥에 적어 놓는다 그녀의 생머리 바닥에 흔들리고 눈썹에 매달린 방울방울 발자국 남기며 떠났다 어느새 웃음이 하늘에 걸려있다 이경희 / 시인시 곱슬머리 손녀 곱슬머리 손녀 발자국 남기
2023.09.07. 18:34
뭐라고들 해도, 원시적인 계절은 좋은 것 같습니다 땅 위에 공중에 먹거리들이 주렁주렁 보기만 해도 든든하고 넉넉해집니다 지금은 원초적 욕구를 다스릴 때 맛깔스러운 것들을 탐하며 맘껏 여름을 살려고 합니다 영혼에 관한 문제는 잠시 미루어 두려고 합니다 곧, 나뭇잎 하나, 둘 떨어질 테고 마음은 심란해질 터… 지금, 맘껏 여름을 살려고 합니다 여름이 다하기 전에 후회도 미련도 없게스리 정화성 / 시인시 여름 나뭇잎 하나 원초적 욕구
2023.09.07. 18:33
매년 연말 밴쿠버에서 공연을 펼쳐오는 세계적인 서커스 기업인 태양의 서커스가 올해는 쿠자(KOOZA)라는 작품을 갖고 돌아왔다. 쿠자는 태양의 서커스 본사가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2007년 초연된 서커스로 2010년 밴쿠버에서 초연을 했으며, 2015년에도 밴쿠버에서 공연을 펼쳐 이번이 3번째가 된다. 한국에서도 2018년 잠실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쿠자(KOOZA)는 산스크리트어로 상자, 궤, 또는 보물상자라는 뜻인 KOZA에서 왔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스토리를 보면, KOOZA라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는 사랑스럽고 순진한 이노센트(The Innocent)라는 광대의 관점을 통해 바라본 획기적인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연을 날리던 이노센트에게 수수께끼의 물건이 배달된다. 기괴하지만 이국적인 세계로 신비하게 이동한 이노센트의 자기 발견 여정은 놀라운 능력을 가진 수수께끼의 사기꾼의 감시 아래 KOOZA에서 펼쳐진다. 티켓은 https://www.cirquedusoleil.com/kooza에서 판매 중에 있다. 가격은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른데 일반적으로 평일 입장료는 55달러부터, 주말에는 6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가족 단위 티켓도 판매하고 있다. 전반과 후반 50분씩 총 100분의 쇼 타임으로 중간에 25분의 휴식 시간이 있다. 어린 자녀도 함께 구경을 할 수 있다. 표영태 기자밴쿠버 서커스 공연 작품 서커스 본사 서커스 올해
2023.09.07. 13:34
밴쿠버국제영화제가 올해도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영화가 출품됐는데, 한국 영화도 6편이 선보일 예정이다. 밴쿠버국제영화제(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VIFF) 주최측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3년도 VIFF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제한적으로 진행되던 영화제가 올해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영화관에서 직접 진행하게 된다. 올해 약 240편의 장편과 단편 영화가 영화제 기간에 10개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한국 영화는 총 6편이 출품됐다. 우선 올해 첫 상영을 한 신작은 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들(A Tour Guide),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최우진 감독의 단편영화 정동(Jeong-Dong), 김주연 감독의 단편영화 가장 보통의 하루(An Ordinary Day) 등이다. 1999년에 개봉했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Peppermint Candy), 2000년에 개봉했던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도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의 상영시간과 극장을 보면, A Tour Guide는 10월 2일 오후 6시 30분, 4일 오후 4시 15분에 인터내셔날 빌리지 10관(International Village 10)에서, A Normal Family은 10월 2일 오후 9시 밴쿠버플레이하우스(Vancouver Playhouse), 4일 오후 3시 30분에 파크 극장(Park Theatre)에서, Jeong-Dong은 10월 4일 오후 6시, 6일 오후 12시 15분에 인터내셔날 빌리지 8관(International Village 8)에서 국제단편(International Shorts)들과, An Ordinary Day는 10월 2일 오후 6시, 4일 오후 12시 45분에 인터내셔날 빌리지 8관(International Village 8)에서 다른 단편 영화들과 함께 상영된다. Peppermint Candy은 10월 3일 오후 8시 45분 7일 오후 1시 15분에 시네마테크(The Cinematheque), Joint Security Area는 9월 30일 오후 9시 15분 시네마테크(The Cinematheque), 10월 8일 오전 11시에 밴시티 극장(Vancity Theatre)에서 각각 상영된다. 7일 오후 12시부터 판매가 시작된 영화제 티켓은 성인 1회는 18달러, 시니어는 16달러, 그리고 학생/청소년은 14달러 등이다. 6개 묶음이나, 학생 묶음, 시니어 묶음 티켓도 판매한다. 티켓 정보는 https://viff.org/ticket-inf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영화상영일정과 내용, 해당 영화 티켓 구매 등은 VIFF 웹사이트의 What's On 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표영태 기자밴쿠버국제영화제 한국 한국 영화 단편영화 정동 영화제 기간
2023.09.07. 13:33
OC예술고 극단이 자살과 교내 폭력 등 청소년들의 문제와 고민을 다룬 연극을 상연한다. 극단은 오는 15일과 16일 오후 7시 샌타애나의 마이클 F. 해라 심포니 홀(920 N. Main St)에서 ‘에라부스와 참새의 추락(Erabus and The Fall of Sparrows)’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극작가 윌리엄 미틀러가 극본을 쓰고 존 월컷 전 셰익스피어 OC극단 대표가 연출, 한인 케이틀린 김씨가 조연출을 각각 맡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월컷 전 대표는 “그 누구도 고교생 배우를 위해 좋은 작품을 쓰려 들지 않는다. 우린 미래의 배우들을 위한 연극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장권 가격은 20달러다. 온라인(Boxoffice.ocsarts.net)에서 예매하거나 공연 당일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청소년 문제 청소년 문제 연극 상연 셰익스피어 oc극단
2023.09.07. 7:00
비영리 한인 미술 지원 단체 알재단이 장홍선 작가 개인전 ‘Predicament Room (곤란한 상황의 방·포스터)’을 개최한다. 9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맨해튼 알재단(2605 Frederick Douglass Blvd, New York, NY 10030)에서 오프닝 리셉션 및 아티스트 토크가 열릴 예정이며, 전시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에서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해당 전시는 작가가 군사정권 시대 한국에서의 성장기와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며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이 억눌러야 하는 모욕과 분개, 감정의 교차 등 정체성의 갈등을 다룬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미국 사회의 인종적 위계질서 속 아시아계 미국인이 소수민족이라는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진다. 장홍선은 뉴욕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에서 이미징 아트 석사 과정을 밟은 후 뉴욕에서 현대 미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년 동안 한국, 미국, 일본, 체코 등에서 다수의 개인 및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최근에는 알재단 등에서 다수의 기금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알재단 장홍선 알재단 장홍선 맨해튼 알재단 장홍선 작가
2023.09.06. 17:20
하태임 추상화가가 오는 9일부터 10월 5일까지 뉴욕시 첼시에 있는 ‘Gallery AP Space’(555 W 25th Street)에서는 ‘Color Beyond Space’를 주제로 32회째 개인전을 연다.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하태임은 한국 KIAF와 ‘Frieze Seoul(9.6-10)’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뉴욕 아모리 쇼 기간에 맞춰 25점의 신작으로 뉴욕 미술시장을 두드린다. 최근 한국시장을 위한 10대 한정판 ‘Bentley Mulliner Korean Edition’의 뮤즈로 선정된 하태임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보여준 한국 대표 작가다. 작가의 컬러밴드는 통로라는 뜻의 ‘Un Passage’를 주제로 내용이나 형상이 없어도 아름다울 수 있는 만곡(彎曲)의 컬러로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소통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태임 작가는 1994년 프랑스 디종 국립미술학교, 1998년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파리 보자르)를 졸업한 뒤 한국으로 귀국해 2012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가나부산, 서울옥션, 파리 시떼 데 자르, 아트사이드 등 국내외에서 총 32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단체전을 가졌다. 전시 문의 e메일 [email protected](임일호).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하태임 하태임 뉴욕 개인전 Color Beyond Space 하태임 추상화가
2023.09.06. 17:15
10월 7일, 판타지 스프링스 리조트 카지노 올가을, 판타지 스프링스(Fantasy Springs) 리조트 카지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품 발라더, 테이와 린의 환상적인 합동 콘서트가 펼쳐진다. 오는 10월 7일(토), 테이와 린은 공동 무대를 통해 섬세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과 감성적인 퍼포먼스를 다채롭게 선보이며 가을 저녁을 촉촉한 감성으로 물들일 전망이다. 특별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닮은 사람’ ‘모놀로그’ ‘사랑은…향기를 남기고’ ‘…사랑했잖아…’ ‘My Destiny’ 등 대중의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지고 있는 두 아티스트의 히트곡들은 물론,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무대와 서프라이즈 이벤트까지 준비돼 있어 감성과 즐거움이 풍성한 셋리스트로 무대가 채워질 전망이다. 두 아티스트가 한데 모이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도 큰 기대와 반가움으로 다가오는 소식이다. 콘서트 티켓은 곧 공식 홈페이지와 제휴된 티켓 판매 사이트, 핫딜(https://hotdeal.koreadaily.com)을 통해 예매 가능하며, 티켓 가격은 39달러부터 시작된다. 한편,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선보여 온 판타지 스프링스 리조트 카지노는 이번 테이와 린의 콘서트를 통해 그 행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역대급 콘서트 역대급 콘서트 콘서트 티켓 합동 콘서트 판타지스프링스
2023.09.05. 14:14
조찬동 한의사(플러싱 뉴욕제세한의원 원장)가 지난달 31일 대한시문학협회 2023년 시인마을 제10호 '세종대왕 문학상' 시부문 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 뉴욕한인탁구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조찬동 한의사는 “이민생활 40년, 무궁화만 보아도 가슴 뭉클해지는, 항상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기에… 어릴적 보았던 동산 솔향기 마저도 잊을 수 없어 틈틈이 낙서처럼 썼던 글들이 오늘의 영광스런 세종문학상 시부문에 당선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4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린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조찬동 조찬동 한의사 조찬동 신인문학상 당선 세종대왕 문학상
2023.09.04. 16:35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이무럽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정오 그늘이라고는 없는 길가에서 함박웃음은 힘든 넝마 속의 잡화들 넝마 속일망정 화사하고 정 스러워야 한다 얼굴을 활짝 펴서환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 더 넓은 곳으로 도로변이 아닌곳에서 안락한 가정의 삶을 생각하며 세파에 무너진 희생자는 너무강한 의지를 가졌었는가 아니면 폐자였을까 수줍은 미소는 마르고 먼지 묻은 얼굴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그린다 넝마를 소중히 지키며 번화가 한쪽에 몇 년을 버티며 몸을 숨기고 있다 뒷짐을 쥔 손에 셀폰을 쥐고 기웃거리며 세상구경을 하는 남자 춤과 멋진 걸음으로 모든이의 눈길을 끄는 여자에 무관심한 그녀 반대편 보도블록에 눈길이 간다 시멘트 블록의 물 홈에 자라는 질경이 밟아도 밟아도 개의치 않는 푸르름의 낮은 속삭임 건장한 나뭇잎들 아직 기다리는 곳이 없다 어디를 향하여 어디쯤 걷고 있는가 바람은 질경이의 끊임없는 태양의 축복을 붙들고 노파의 얼굴에 웃음을 안기기를 희망한다 잡화 속에 파묻힌 그녀의 눈은 오뚝이를 닮았다 정숙자 시인 / 아스토리아글마당 넝마도 그늘 넝마도 그늘 반대편 보도블록 여름날 정오
2023.09.01. 22:00
상쾌한 아침 선선한 바람이 고국의 하늘을 몰고 왔다 이 맛을 우린 보았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길 낙엽은 어디론가 가려고 거리에, 산에, 뜰에서, 두리번 거리고 단단한 열매의 속은 보름달의 눈빛처럼 색깔 고운 별들이 되어 가고 진한 배롱나무 곱슬머리 태양이 계절을 태우고 있는 뒷마당에 가을 손님 오고 떠나갈 강남 손님 파란 구름에 점 하나둘 점점 멀어지며 눈에 찬다 오광운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뒷마당 진한 배롱나무 가을 손님 강남 손님
2023.09.01. 21:55
잿빛 하늘로 덮친 팬데믹 혀끝 잃어버린 태양의 탄식만 얼어붙어 붉은 와인 한 잔의 맛도 빼앗긴 날들이었다 먼 길 돌아 다시 돌아온 발길 암울했던 거리에 되살아난 명멸하는 환락의 불빛에 서로의 살 냄새에 취한 욕망의 심장은 뛰어 수많은 언어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어제를 잊은 하루의 삶이 물결로 흐르고 있다 양기석 / 시인·퀸즈글마당 명동거리 잿빛 하늘
2023.09.01. 21:51
내일(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 코스타메사에서 홋카이도 라멘 페스티벌이 열린다. 홋카이도는 미소 라멘의 발상지다. 세이와 마켓(3151 Harbor Blvd)에서 진행될 이 행사엔 로컬 식당 사쿠라지마, 아라타, 간테쓰 등이 참가한다. 삿포로 미소 라멘은 13달러, 스페셜 미소 라멘은 20달러에 맛볼 수 있다. 간테쓰 측은 돈코츠 솔트를 13달러, 돈코츠 차슈 솔트를 20달러에 선보인다. 이 밖에 홋카이도 스타일 닭 튀김, 해산물 덮밥, 성게, 연어 알, 스캘롭 등도 판매된다. 행사는 당일 준비된 재료가 소진되면 조기 종료될 수 있다. 홋카이도 라멘 페스티벌은 코스타메사 행사가 끝난 뒤인 오는 8~10일 토런스 델아모 패션센터 내 미쓰와 마켓 플레이스(3525 W. Carson St, #164)에서도 열린다.페스티벌 코스 라멘 페스티벌 홋카이도 라멘 미소 라멘
2023.09.01. 7:00
캄캄한 밤하늘 쏘아 올린 불씨 하나 용트림하며 솟구쳐 올라 환상의 꽃으로 피어난다 환호와 갈채 속에 현란하게 피어나는 황홀한 축제의 꽃 단 한 번의 피움을 위해 밤하늘을 향하여 뜨거운 불길로 날아올라 화려한 찰나의 꽃 하늘에 새기고 흔적 없이 연기로 지고 마는 찬란한 허무의 꽃 타오르지 못한 불발탄 뉘 탓하리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인생 뉘 기억하리 황망한 가슴에 불씨 하나 심어 놓고 총총한 별이 된 그대 뜨겁게 뜨겁게 삶을 달구어 화사한 불의 꽃 한 송이 피워보라 하시네 어둠 지우는 꽃 등불 되라 하시네 라진숙 / 시인시 불꽃놀이 어둠 지우 불씨 하나
2023.08.31. 18:47
세계가 시공간적으로 매우 가깝게 다가오는 시대를 살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지구촌이다. 미국 이민 붐이 불었던 70년대 말 히트한 ‘나성에 가면’ 이란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듬뿍 담은 편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 주세요 /…. /안녕 안녕 내사랑’. 한번 가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를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흠뻑 묻어난다. 그땐 사랑하는 사람이 펜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읽으며 울고 웃으며 그리움을 달랬던 시절이었다. 이 시기 대한민국 국민 소득은 세계 하위권이었다. 매년 수만 명이 자녀 교육을 위해, 또는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금은 지구촌 어디에 있든 원하는 시간에 영상통화나 메신저로 대화가 가능한 시대다. 요즘 세대가 들으면 ‘나성은 무엇이고, 편지는 또 뭐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민 간 친지나 친구들이 그리웠지만,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국제전화 요금은 웬만한 이는 감당하기 힘들었고, 8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엔 유선전화 한 대 없는 집이 많았다. 국제우편으로 편지나 엽서를 보내 소식을 주고받았다. 봄이 끝난다는 지난 5월의 마지막 날, 호암미술관에 ‘김환기 회고전’을 보러 갔다. 김 화백은 한국 미술사에 ‘추상 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선구자이다. 일본서 공부한 후 서울대, 홍익대의 미술대학 교수가 됐고, 파리에서 3년 활동하다 귀국해 다시 홍대 교수로 임직했다. 그 후 뉴욕에 정착해서 11년간 활동하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떴다. 초대 예술원 회원, 한국 미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 유명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라는 작품은 뉴욕에서 탄생했다. 호암미술관은 경기도 용인의 깊은 산속에 있다. 차가 없으면 방문이 불가한 곳인 줄 알면서도 김 화백의 모든 작품을 거의 다 볼 수 있기에 꼭 보고 싶은 마음에 에버랜드에서 무조건 택시를 잡아타고 갔다. 그런데 올 때가 문제였다. 인적이 드문 산속에 택시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마침 그때 미술관에서 나와 차를 타려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차를 탈 수 있는데 까지만 같이 갈 수 있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타라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LA 한인타운 근처에 산다고 했다. 부인이 김환기 화백의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 있는 ‘환기미술관’에도 갔었고 이번 회고전에도 왔다고 했다. LA 집에 김환기 화백의 복제품 그림이 있는데 이번에도 하나 샀다며 뒷좌석에 있는 그림이 들어 있는 원통을 가리켰다. 지난 7월 1일 토요일 아침, 한 신문에 눈에 번쩍 띄는 글이 있었다. 여배우 윤소정의 6주기 추모 글이었다. 윤씨는 한국 영화계 원로인 윤봉춘 영화감독의 딸이고 남편은 유명한 배우이자 탤런트 오현경씨다. 그 글을 읽으며 윤씨와의 짧은 인연을 돌아봤다. 남편이 서울에 있을 때 윤씨와 또 다른 방송인과 셋이서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 중에 윤씨가 LA에 집이 있다고 했단다. 남편이 우리도 거기 집이 있는데 LA 어느 곳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 타운하우스다, 우리도 그곳에 산다. 몇 번지냐?” 이야기가 그렇게 흐르다 보니 세상에나! 작은 공터를 사이에 둔 우리 집 바로 다음 번지였다고 한다. 그때 윤씨는 LA에 있는 식당을 남에게 맡겨 운영하고 있었다. 얼마 후 윤씨 부부와 우리 부부가 함께 LA에서 만나 밤새도록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던 적이 있다. 그 후 그녀를 만난 적이 없는데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올봄에 큰아들이 한국에 다녀갔다. 가을에 동생과 함께 또 오겠다고 해서 내가 갈 테니 내년에 오라고 했다. 전에는 부모인 우리가 애들 보러 LA로 가곤 했는데 요즘은 거꾸로 됐다. 한국에 사는 주위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미국에 사는 자녀들이 전에 없이 한국에 자주 온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미국에 처음 갔던 30여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반면 LA는 휴가철이면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로 몸살을 앓았다. 요즈음은 한국이 미국에서 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며칠 전, LA의 같은 교회 다니는 이 권사와 통화를 했다. 나도 잘 아는 권사 가족이 한국으로 아주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이제는 말도 잘 통하는 고국에 가서 편히 쉬고 싶다고 했단다. 이 권사는 최근 한국으로의 역이민이 늘고 있다며 한국의 급격한 발전으로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되었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 코리안 드림을 찾아 세계 곳곳에서 한국으로 모여든다. 이번 한국방문서 놀란 것은 외국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거다. 특히 TV 예능프로 등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한국어가 너무 유창해 감탄했다. 거기에는 아마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킨 BTS의 인기도 한몫 한 것 같다. 그들의 엄청난 영향력 덕분에 한국을 향한 관심과 호감도가 높아졌다. 지난 6월 열렸던 BTS 10주년 행사에는 전 세계의 ‘아미’ 수만 명이 서울에 몰려들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로 종래의 거리 개념이 없어졌다. 국가 간의 경계도 무너졌다. 서울에 앉아서 세계 도처의 뉴스를 보고 들으며, 지구 반대편 나라 거리의 골목까지 나온 세계지도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세계화라는 말 그대로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단위가 되었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보내세요’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지구촌 한국 미술협회 한국 미술사 한국 영화계
2023.08.31.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