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자주국방 발언에 우려를 나타내는 한인들이 많다. 이 대통령은 “외국 군대 없이는 자체 방위가 안 된다는 생각은 굴종적 사고”라며, 대한민국이 세계 5위권의 군사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미군 없이도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의 자주성과 자강 능력을 강화하자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어느 나라든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그러나 안보는 이상이나 구호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현실을 외면한 자주국방론은 국가 안보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고 미사일 능력 또한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래식 군사력의 우위만으로 안보를 낙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이 북한보다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더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무기 앞에서 재래식 전력 우위는 제한적인 의미밖에 갖지 못한다. 대한민국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 협력 관계가 아니라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안전장치다. 미국의 확장 억제 체제는 한반도 평화를 지탱해 온 핵심 기반이며, 이를 약화하는 듯한 발언은 국내외에 불필요한 불안 신호를 줄 수 있다. 주한미군 역시 단순한 병력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자 한반도 안보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축이다. 미군의 존재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강력한 경고로 작용해 왔다. 이를 단순히 외세 의존의 문제로 보는 것은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해석이다. 미주 한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탱해 온 핵심 기반임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안보 안정은 곧 국가 신뢰와 직결되고, 이는 해외 동포사회의 자긍심과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한미동맹이 약화한다면 그 여파는 안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 신인도 하락과 외국 자본 이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경제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유지해 온 데에는 안정된 안보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안보 불안은 곧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과 해외 동포사회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욱이 미국 내 고립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지도자의 자주국방 발언은 미국 내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동맹은 신뢰 위에 세워진다. 신뢰가 흔들리면 안보 구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자주국방 역량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동맹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동맹을 기반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과제다. 동맹 없는 자주국방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안보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보는 정치적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동맹국에 메시지를 주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다. 그렇기에 안보에 관한 발언일수록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자주라는 이름의 구호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책임 있는 전략이다. 미주 한인 사회가 바라는 것도 이념적 구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정과 한미동맹의 지속이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안보만큼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한미동맹 안보 국가 안보 한반도 안보 안보 안정
2026.05.05. 20:23
며칠 전 한국의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평화가 곧 안보다”라는 말은 듣기에 온화하지만, 국가 안보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하는 선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에 앞서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자주국방은 구호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 속에서 검증되어야 할 과제다. 말로는 자주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안보 태세를 흔들거나 피로 맺은 한미동맹의 기반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은 자주가 아니라 공백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 자리에 있던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의 절규는 이 논쟁의 핵심을 꿰뚫는다.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지키려 하겠나.” 이 한마디는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국가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희생이 정책의 방향에 따라 가볍게 취급된다면, 그 어떤 젊은이도 기꺼이 나라를 위해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는 대북 방송 중단, 9·19 군사합의 복원 등 유화적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북한은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한미 간 연합훈련을 둘러싼 균열까지 노출되고 있다.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은 선의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힘의 균형과 분명한 억제력이 있을 때 비로소 대화도 의미를 갖는다. 더욱이 오늘의 서해는 복합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뿐 아니라 중국의 불법 구조물 설치와 같은 새로운 도전까지 겹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기반을 약화할 수 있는 메시지는 오판을 부를 위험이 크다. “평화가 안보다”보다 “안보가 평화다”가 맞다. 평화라는 목적의 조건은 안보다. 스스로 지킬 힘이 있을 때만 평화는 유지되고, 그 힘이 흔들릴 때 평화는 무너진다. 역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했다. 그런데도 종종 듣기 좋은 말에 기대어 현실을 외면하려 한다. ‘자주국방’은 주권 국가로서 당연한 지향점이다. 그러나 한반도처럼 지정학적 긴장이 높은 지역에서 ‘완전한 자주’라는 개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첨단 무기 체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맹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국방을 ‘동맹의 배제’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한 단순화다. 오히려 자주국방은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우리의 선택권과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국가의 안보 정책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원칙과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전장에서 산화한 장병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피로 지켜낸 바다는 결코 말로 지킬 수 없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 희생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더 단단한 안보로 답해야 한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발언대 피로 국가 안보 안보 기반 안보 정책
2026.04.07. 20:06
최근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 일부를 중동 지역으로 옮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반도 방어를 위한 자산이 일부라도 이동한다면 안보 태세를 다시 점검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자주국방’을 강조해 왔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 됐고, 방위산업 또한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현실도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북한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핵무력을 체제 생존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그 야심을 결코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래식 전력의 규모나 방산 수출 성과만으로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면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핵무력 앞에서 필요한 것은 군사 장비의 확충만이 아니다. 어떤 각오로 나라를 지킬 것인가 하는 정신적 무장이 더욱 중요하다. 강한 무기보다 더 강한 것은 국가를 지키겠다는 국민의 의지와 지도자의 결단이기 때문이다. 3월 26일은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151회 탄신일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돌아볼 때 그가 남긴 역사적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건국 초기 혼란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틀을 세우고,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지켜낸 그의 결단은 국가의 뿌리가 되었다. 특히 6·25전쟁 전후의 시기를 돌이켜보면 그의 지도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그는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흔들리지 않는 결단을 내렸다. 예비역은 물론 친일파 논란이 있던 인물들까지 불러 모아 나라를 지키는 전선에 세웠다. 그 기준은 단 하나, 조국에 대한 충성이었다. 그는 외교 무대에서도 탁월한 전략을 보여 주었다. 자유 진영과의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생존 기반을 확보하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가의 정통성을 지켜낸 그의 외교력은 현대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에는 좌와 우가 있지만 국가 안보에는 하나의 기준만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충성이다. 현재의 한국 안보 환경 역시 가볍지 않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 질서 또한 급변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군사력의 수치나 성과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겠다는 정신적 각오와 국민적 결속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한다. 역사는 늘 묻는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보 앞에서 우리의 대답은 분명해야 한다. 정치적 진영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서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 조국에 대한 충성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발언대 충성 시기 국가 안보 대한민국 건국 자유민주주의 국가
2026.03.17. 20:00
라구나우즈 한인회(회장 김일홍)가 오는 28일(수) 오전 11시 라구나우즈 빌리지 내 5번 클럽하우스에서 안보 강연회를 연다. 강사는 송대성(사진) 예비역 공군 준장이 맡는다. 공사 17기인 송 장군은 미시간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정치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무사 참모장을 지냈고 1996년 전역한 후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다루는 민간 공익연구소인 세종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김일홍 한인회장은 “송 장군이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국가 안보에 관해 유익한 강연을 할 것”이라며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강연 참석자에겐 식사가 제공된다. 강연회 관련 문의는 전화(253-583-6588)로 하면 된다.강연회 안보 안보 강연회 강연회 관련 국가 안보
2023.09.22. 7:00
얼마 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6년 만에 국방백서에서 부활한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2016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에 대한 적성 용어나 구호는 사라진 바 있다.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명기돼 2000년까지 유지됐다. 특히 전 정부 5년간 북한의 핵·미사일이 고도화하는 와중에도 평화 지상주의가 판치며 국민의 안보 의식을 혼란스럽게 했던 사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2년마다 발간되는 국방백서는 그동안 보수와 진보 진영의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인 주적 또는 적 개념은 분명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마땅하지만 정권의 색깔에 따라 주적 개념은 오락가락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건 사실이다. 정부 소식통은 “핵과 미사일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이 우리의 최대 위협이라는 사실을 장병들이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2022년 국방백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적’이라는 표현 말고 ‘적’이란 표현으로 사용될 모양이다. 현재 휴전상태인 남과 북은 적대관계로 대치하고 있다. 적과 주적 개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구별해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주적은 군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이념, 그리고 주권에 대해서 위협을 가할 의도와 능력을 갖춘 개인 또는 단체를 의미한다. 지난 정부는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했다. 대상이 누구라는 말도 없이 말이다. 평화에 몰두하는 와중에 안보 의식은 실종되었고 정부가 평화 지상주의에 취한 나머지 한·미 군사훈련마저 중단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역량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날 우리 군은 물론 국민까지 안보 의식이 통째로 흔들리는 혼란기를 경험했다.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마친 북한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위장 평화 공세에 나섰다. 그때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맹신하고 남북 정상 및 북·미 정상회담에 치중했고 심지어 종전선언까지 부르짖었다. 몇 년 전 한국 청소년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만약 한국전쟁이 또 일어나면 30%가 도망가거나 피하겠다는 통계가 있었다. 또 육군사관학교는 필수 과목에서 ‘6·25전쟁사’를 빼기도 했다. 급기야 민주노총은 전면 파업을 독려하면서 공공연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정치 투쟁을 벌이며 이를 노조운동이라 했다. 안보 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이제 적의 개념을 분명히 한 국방백서 발간을 계기로 정부는 안보 전략을 가다듬어 정상화하고, 국민에게 안보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 군의 정신교육엔 전투를 목적으로 하고 전투는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망각하고 통상적인 군사훈련도 중단 아니면 폐쇄하고. 싸우기 싫어하는 착한 군대를 만들었다. 평화 무드에 젖어 있을 때 북한은 수없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은 핵실험마저 마친 후 김정은의 가공할 민족적 실수를 우리는 결코 맥놓고 바라만 봐선 안 될 일이다. 지난날 대북한 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가속화 시켰고 우리 국방력을 약화시켰다. 모름지기 국토에 군사분계선이 있는 한 우리의 적은 북한 정권이고 북한군이다. 이게 바로 당면한 현실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북한 안보 안보 의식 국가 안보 평화 지상주의가
2022.12.20. 19:27
지난 11월 말, 2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감염병 관련 각종 검사과정도 감동스러울 만큼 매우 전문적이고 효율적이었다. 한국의 공중보건 제도와 관료적 역량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말고도 고민거리를 많이 안고 있었다. 흥미롭지 못한 대통령선거, 청년층의 경제적 기회 박탈, 세대격차,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미국의 미래 향방에 대한 의구심, 고립된 북한의 다음 행보, 미·중 경쟁, 주한미국대사 지명 지연 등 다양하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든 생각은 무엇보다 한·미 양국이 중국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중국에 대한 이해와 관계 설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세계 지형의 큰 전략적 변화인 만큼 양국 간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모든 수준에서 허심탄회하고 지속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도 미국도 일관된 ‘중국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중국 정책은 상대적으로 간단했다. 중국은 한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이자 남·북한 관계 발전의 필수 요소였고 미국은 안보 파트너이자 동맹국이었다. ‘경제를 위해서는 중국,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외교 공식은 진부해졌다. 경제 영역은 이미 안보 영역화되었다.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과 민감한 기술 및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거나 중국이 싫어하는 안보정책을 추진한 한국과 호주에 대해 중국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취하는 모습에서 보듯이 경제활동과 안보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심지어 사라져버렸다. 한국은 북·중 관계, 지리적 근접성, 중국과의 길고 복잡한 역사적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쿼드(QUAD)부터 대만, 남중국해 의제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잘 정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이 ‘대테러 대응(테러와의 전쟁)’에서 강대국 간 경쟁으로 전환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기 특히 아시아 동맹과 파트너십 강화, 쿼드·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을 통한 다자간 협력 구축에 중점을 뒀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에서 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란 제목의 연설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중국보다 파트너로서 더 낫다는 ‘소프트파워’를 내세우면서 미·중간의 직접적인 대립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묘사했다. 지난달 15일에 열렸던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온라인 정상회담에서 보인 부드러운 담론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환영할 만한 접근 방식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이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는 기존 관점을 바꾸지 못한 것처럼 블링컨 장관의 ‘포괄적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발언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후 무역협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공급망 복원력·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민주주의·백신 등 동맹국들과 더 많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광범위한 정책 의제들의 윤곽은 드러났다. 이런 협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며 지역적·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다양한 민·관 접근법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의 연설이나 정상회담보다는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중국에 대해, 자국과 중국간의 역사와 상호 관계에 대해, 그리고 공유된 미래에 대해 지속적이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드 아르네 베스타(Odd Arne Westad) 예일대 교수의 ‘제국과 정의로운 국가: 600년 한·중 관계’를 다시 꺼내 읽었다. 베스타 교수는 저서에 “통일되고 평화로운 미래의 한국을 위하여”라는 헌정 문구를 넣었다. 그 미래를 달성하려면 우리가 처한 위기의 순간을 이해하고 더 잘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캐슬린 스티븐스 / 전 주한 미국대사 한미경제연구소장시론 중국 정책 경제활동과 안보 한국 방문 국가 안보
2021.12.22.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