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에 집에서 만든 김밥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등장했다. 가주는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는 소상인들을 돕는 차원에서 지난해 7월 '홈키친 운영 프로그램 규정(AB 1325)'을 제정해 집에서 만든 음식을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이 규정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다. LA한인타운 윌셔 블러바드와 노먼디애비뉴 코너의 인도에서 '허그 김밥'의 강 대표가 보온용 박스에 담겨 있는 김밥과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김밥 보온용 박스 홈키친 운영 이후 어려움
2025.02.06. 22:03
어바인 세종학당(학당장 태미 김)이 지난 3일 하버드 커뮤니티 센터에서 가을학기 종강식을 가졌다. 수강생들은 ‘어바인 두드림 사물놀이패(지도 김동석 전 UCLA 교수) 단원 30여 명을 초청해 사물놀이 공연을 감상했다. 두드림 사물놀이패는 화려한 상모 놀이로 수강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 종강식의 하이라이트인 김밥 경연 대회가 열렸다. 여러 모둠으로 나뉜 학생들은 모둠의 주제와 이름을 정하고, 원하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김밥을 선보였다. 심사위원들은 각 모둠별 발표를 듣고 시식하며 김밥의 맛과 모양, 창의성을 평가했다. 학당 측은 종강식 참가자 모두에게 김밥 조리 세트와 한국 문화 관련 서적, 문화 상품을 선물로 나눠줬다. 또 용띠 해를 맞아 신혜정 민화 강사가 준비한 민화 도안으로 송년, 새해 카드를 만들며 종강식을 마무리했다. 어바인 세종학당은 겨울 특강으로 ’문법이랑 놀자‘와 ’자연스러운 한글 읽기‘, ’토픽 준비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겨울학기는 내년 1월 8일 개강한다. 학당 측은 한글 기초반부터 회화반까지 단계별 한국어 수업 등록을 받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koreanamericancenter.org)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는 전화(949-535-3338)로 하면 된다.사물놀이 김밥 사물놀이 김밥 사물놀이 공연 가을학기 종강식
2023.12.10. 21:00
올여름, 선탠하지 못한 내 머릿속에서는 무언가가 터질 것 같았다. 대신 남미 음악에 맞춰 살사, 차차, 룸바, 삼바, 쿰비아, 자이브를 추며 보냈다. 배가 쏙 들어갔다. 깃털 떠돌듯 가벼운 걸음걸이로 걷는다. 노동절 때는 항상 그랬던가? 80도 밑을 기웃거리던 날씨가 갑자기 90도를 웃도는 날이 닷새나 계속되었다. 하나님이 일광욕하고 싶은 내 심정을 알아차리셨나 보다. 트레이더 조(Trader Joe‘s) 신상품인 김밥을 챙겨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로 달렸다. 지난 8월 7일에 처음 ’조가네 김밥‘이 트레이드 조에 등장했다. 8월 8일에 트레이드 조에 갔다. 잡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그 옆에 김밥(Kimbap)이라고 쓰인 글자를 보고 놀랐다. 가격 또한 한인 마켓의 반으로 3불 99센트다. 횡재를 맞은 듯 기뻤다. 딱 두 개 남아 있었다. 맛이 좋다. 양도 많다. 가격도 좋다. 조금만 덜 달면 더 맛있겠지만, 가격에 비해 월등하다.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거의 일주일간 매일 맨해튼 93가와 콜럼버스 애비뉴에 있는 트레이드 조에 출근했다. 갈 때마다 ’조가네 김밥‘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겨우 건진 것이 12개다. 10월 25일에 다시 입고할 예정이란다. 먹고 싶은 것을 꾹 누르고 냉동고 문을 열고 김밥이 잘 있나 들여다보며 미소 짓고를 반복하다가 파이어 아일랜드에 가지고 간 것이다. 꽁꽁 언 것을 점심때쯤 먹었다. 데워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 갑자기 더워진 노동절 닷새를 내리 선탠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김밥도 날짜에 맞춰 5개가 남아 있었다. 그 먼 파이어 아일랜드를 매일 갈 수 없었다. 집 앞 리버사이드 공원에 누워 일광욕했다. 천국이 따로 없다. 날씨는 좋지요. 김밥은 꿀맛이지요. 이런 좋은 날은 마음껏 즐겨야 한다. 즐기지 못하는 것은 죄다. 지난 4월 적도에서 태운 몸이 점점 하얘지다가 다시 검게 그을렸다. 김밥 반 만 먹고 리버사이드 공원으로 5일 동안 출근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남은 반을 먹는 즐거움이란! 찬란했던 여름이 서서히 막을 내리며 멀어져 간다. 올여름이 가져다준 소소한 행복에 감사한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트레이더 김밥 김밥도 날짜 파이어 아일랜드 리버사이드 공원
2023.09.22. 17:36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주셨는데 반 친구들이 제게 '왜 그렇게 역겨운(disgusting and gross) 음식을 먹느냐'고 물었어요. 그때 너무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김밥이 이렇게 인기를 끌다니 감격스럽습니다." 미국에서 냉동 김밥 제품을 데워 시식하는 영상으로 틱톡 조회수 1100만여회를 기록한 한인 세라 안(Sarah Ahn.27) 씨는 1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NBC 방송은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냉동 김밥 열풍'을 소개하면서 이 김밥이 입소문을 타는 데에 안씨의 틱톡 영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유명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 조가 한국에서 수입해 판매한 냉동 김밥은 안씨가 이 김밥을 먹어보는 영상을 올린 뒤 날개 돋친 듯 판매돼 약 2주 만에 전 매장에서 동났다. 이 영상은 김밥을 좋아하는 한인들뿐 아니라 현지에 사는 다양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영상에는 안씨의 어머니 남순 안(62) 씨가 함께 출연하는데 딸이 내미는 생소한 김밥 제품에 보이는 솔직한 반응이 재미를 더해 온라인상에서 널리 전파되는 데 한몫을 했다. 어머니는 집 앞 텃밭으로 보이는 곳에서 일을 하다가 딸이 내미는 김밥을 보고 한국말로 "응? 김밥이 이렇게 나와?" "(메이드 인) 코리아?"라며 놀란다. 이어 집에 들어와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어보고는 다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쁘지 않은데?" "이게 더 맛있는 것 같아"라고 평하고 안씨가 "한국 마켓(시장)보다?"라고 묻자 "응"이라고 답한다. 사실상 영상 속 주인공은 한국말을 쓰는 순박한 어머니인데 안씨가 세련된 말투와 또렷한 자막으로 어머니의 말을 영어로 옮겨주면서 세계적으로 통하는 영상이 됐다. 이 영상에 달린 댓글 4000여개를 보면 대부분 한인 외 미국인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김밥에 호기심을 표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마트에서 이 제품을 봤을 때 사기가 약간 두려웠는데 이 영상을 보니 큰 도움이 된다. 이제 한번 사 먹어봐야겠다" "어머니가 맛있다고 하니 믿음이 간다 내일 먹어봐야겠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오렌지카운티에서 사는 안씨는 어린 시절 김밥을 싸갔다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때와 비교하면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안씨는 "내가 어릴 때는 친한 한인 친구들만 빅뱅이나 동방신기에 대해 알고 있었고 우리끼리 있을 때만 한국 음식을 먹다가 공공장소에 나가면 다시 '허용되는 음식'으로 바꾸는 식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국 영화 음악 등이 모두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네 체육관에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음악이 나오는 것을 들었을 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며 "이 모든 것이 정말 신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K팝 밴드와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한식을 노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한식은 기본적으로 맛있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한식의 매력을 어필하기는 쉽다"고 했다. 안씨의 영상이 인기를 끈 것이 뜨거운 한류의 영향만은 아니다. 그는 2018년부터 한식을 소개하는 블로그 '아니스트 키친(Ahnest Kitchen)'을 운영하며 한식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지금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으로도 다양한 한식 요리법을 소개하며 소셜미디어계의 인플루언서로 자리잡았다. 두 곳의 팔로워가 각각 30만명이 넘고 틱톡에서는 게시 영상 대부분의 조회수가 100만회가 넘는다. 김밥 영상 이전에도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된장찌개를 끓여 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178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씨가 한식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한때 식당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던 요리사 어머니의 한식 레시피를 혼자만 알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어머니가 만드신 맛있는 음식들의 레시피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특히 전통 한식 레시피가 한국계 미국인들과 그다음 세대 사이에서 사라지거나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게는 아주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자식들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신 열심히 일하는 한국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한국인의 뿌리를 기리는 것으로 그분들의 희생에 보답하고 싶다"며 "한인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이 있으며 앞으로도 내 경험을 팔로워들과 계속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김밥 한인 냉동 김밥 김밥 제품 시절 김밥
2023.09.12. 20:45
한국에서 마약 범죄가 심각한 가운데 김밥과 떡볶이 등에 ‘마약’ 표현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추진되고 있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 관계자는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법 개정 이후 고시·시행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 8월 발의했고 현재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현행법은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표현’을 사용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유해약물·유해물건과 관련한 표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의 당시 권 의원 등은 “현행 (금지) 규정이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표현에만 한정돼 있어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등 마약 같은 약물 중독을 일으키고 사회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는 명칭까지 식품 표시·광고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떡볶이 김밥 마약 김밥 떡볶이 김밥 마약 표현
2022.10.17. 18:58
캘리포니아롤이나 스시(초밥)로 오해받던 김밥이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 LA한인타운 김밥 전문점 매출도 오르는 추세다. 우영우 덕이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LA한인타운 김밥 전문점, 마켓, 떡 전문점에 타인종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김밥 업계 관계자는 “스시나 롤에 밀렸던 김밥의 인기가 타인종들 사이에서 상승 중”이라며 “우영우 변호사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신규 고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에 위치한 김밥천국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되면서 타인종 손님이 20~30% 정도 늘었다고 한다. 이우진 김밥천국 대표는 “주말 저녁에는 타인종 고객이 70~80% 차지한다”며 “소고기 김밥, 새우튀김 김밥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를 보고 김밥을 먹으러 왔다는 한 타인종 고객은 “김밥이 엄청나게 긴 접시에 담겨있어서 먹는 재미와 환상적인 플레이팅이 맛을 더한다”며 “스시나 롤과 다른 맛에 가격도 좋아서 친구들과 저녁에 종종 방문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LA한인타운에서 20년 동안 영업한 더 김밥은 타인종 고객이 50% 이상이다. 투고 위주로 인기 메뉴는 새우 김밥과 매운 김밥(돼지고기·치킨·오징어)이다. 최근에는 채식주의 열풍으로 채소 김밥을 찾는 타인종도 많아지면서 아보카도, 버섯, 깻잎, 김치 김밥 판매도 점차 증가 추세라고 한다. 드라마 인기와 더불어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현상이 심화하면서 자체 반찬부 김밥, 입점한 김밥 전문점은 물론 떡집 김밥을 판매하는 한인 마켓들의 김밥 매출도 상승 중이다. 시온마켓 버몬점 제이 방 점장은 “지난 한 달 동안 반찬부 김밥 매출이 10~15% 증가했다”며 “소비자 식품 지출이 위축된 가운데 매출이 증가한 식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마켓 내 바로김밥은 스시와 김밥 판매가 30대 70 정도로 김밥 매출이 월등히 높고 최근 타인종 고객도 20%까지 늘었다. 업소측은 “계란말이, 불고기, 투나 김밥이 인기”라며 “타인종 고객이 결혼식 캐더링으로 4가지 파티 트레이 주문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밥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 트레이더조 등 주류마켓에서 스낵으로 익숙해진 김이 ‘우영우 변호사’를 통해 김밥으로 타인종에게 메인 한식으로 각인됐다”며 “인플레이션으로 점심 물가를 상쇄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간편한 식사류라는 인식도 일조했다”고 말했다. 한편, LA타운에서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김밥을 판매하는 마켓과 떡집까지 추가하면 40여 곳이다. 김밥 가격은 김밥 전문점은 5~10달러, 떡집은 6.99~7.99달러, 마켓 반찬부 김밥은 7.99~8.99달러 선이다. 이은영 기자김밥 타인종 김밥 김밥 전문점 김밥 인기
2022.08.28. 19:01
코로나로 교회 식당이 문을 닫은 후 친교가 사라졌다. 음식 냄새와 왁작거리는 소리가 끊어진 친교실의 적막함이라니, 밥을 함께 먹는 것은 그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 것 같았다. 밥상 친교의 맥을 이으려는 듯 우리 교회에서는 예배가 끝난 후 은박지로 예쁘게 싼 김밥을 나눠 준다. 극심한 코로나로 인해 음식이 일절 허용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먹기 간편하고 영양 만점인 우리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는데도 집에 오는 동안 차 안에서 야금야금 김밥을 다 먹어 치운다. 속 재료가 정갈스럽기도 해라. 간도 어쩜 이렇게 심심하니 입에 딱 맞을까. 찬양대 단골 간식이었던 김밥, 또 김밥이야 질렸어, 했던 내가 김밥 애호가가 된 듯하다. 찬양의 밝은 기운이 고스란히 이어지던 찬양대 간식 시간. 난 원래 먹는 양이 작아 하며 김밥 몇 개를 다른 대원의 접시에 무작정 올려주는 분, 얼떨결에 받아 놓고 어머머 나만 살찌라고요? 하며 깔깔대는 웃음소리. 따끈하게 끓인 보리차와 커피를 컵에 따라 일일이 나눠주는 따뜻한 손길. 여자 대원들은 문 안쪽에서 맛난 수다를 떨고 남자 대원들은 문밖에서 덤덤히 대화를 주고받던 광경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오른다. 머지않아 마스크 벗은 시원한 입으로 마음껏 소리 높이는 찬양대의 찬양 소리 울려 퍼질 것이고, 즐거운 김밥 시간은 다시 올 것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사연으로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 돌고 도는 인연이라 다시 돌아온다 해도 또 다른 김밥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 땅에서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하늘나라로 떠난 대원도 있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시인의 시구절을 떠올려보며 노래하고 웃고 떠들던 매 순간이 꽃봉오리였음을 깨닫는다. 김밥은 소풍으로 이어지는 추억의 우리 맛이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여럿이 먹으면 더 맛있다. 차 안에서 김밥을 먹을 때면 소풍의 들뜬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일본식 초밥 혹은 스시롤도 나름 맛있지만 한국식 김밥에서 느끼는 고향의 맛과는 다르다. 김을 살짝 구워 적당하게 고슬고슬한 밥을 올리고 각각 따로 볶거나 무친 속 재료를 나란히 눕혀 옆구리가 터지지 않게 잘 누르면서 만다. 간단한 듯하지만 둘이 먹자고 일을 벌이는 것이 번거로워 만들 엄두를 못 낸 지 꽤 되었다. 하루 지난 김밥은 밥알의 촉촉함과 속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져 한꺼번에 만들어 놓을 수도 없다. 교인들이 싱싱한 김밥을 먹게 하려면 김밥가게 사람들은 당일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김밥을 쌌을 것이다. 요즘은 김밥 만드는 과정이 많이 기계화되어 편해졌을 것 같다. 궁금증이 발동해 서치를 해 보았더니 김밥 밥 펴주는 기계, 김밥 말아주는 기계, 김밥 자르는 기계가 있는데 가정용부터 사업용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기계를 사용하면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계가 닿으면 맛이 감할 것 같은 부분인, 속 재료를 장만하고 볶고 무치고 밥 위에 색깔이 어울리게 올려놓는 것은 사람 손으로 해야 한다. 하얀 밥 위에 속 재료를 가지런하게 올리는 영상 속의 손이 왜 그리 아름답던지, 내 어린 시절의 엄마 손 같다. 우리 김밥, 삶은 달걀과 칠성사이다 없이도 소풍 기분 낼 수 있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이야기 김밥 김밥 이야기 기계 김밥 김밥 시간
2022.04.22.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