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LA 110번 프리웨이 인근 노숙자촌이 철거되고 40명 전원이 임시 거처를 지원 받았다. 주정부와 LA시·카운티 직원들이 쓰레기와 유해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가주 주지사 사무실 제공]프리웨이 노숙자촌 프리웨이 노숙자촌 프리웨이 인근 주지사 사무실
2025.09.24. 20:18
“자전거만 꺼내게 해 주세요.” 18일 오전 8시 30분, 한인타운 7가와 8가 사이 맨해튼 플레이스. 공터를 가득 메운 텐트와 짐 사이에서 한 노숙자가 경찰에게 울분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다니엘 차베즈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 순찰반장은 자전거를 꺼내 준 후 “오전 6시부터 충분히 시간을 줬다. 다시 들어가면 체포될 수 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유지인 이곳은 오랫동안 방치됐다. 몇 달 새 노숙자 10명이 모여들더니 작은 ‘노숙자촌’을 만들었다. 이들에겐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됐지만 인근 주민들에게는 불안과 불편의 장소가 됐다. 이날 경관 6명이 현장에 출동한 가운데, 노숙자들은 침낭과 비닐가방 등 본인의 짐을 챙겨 공터 밖으로 나갔다. 이날 철거 작업은 땅 소유주의 ‘사유지 무단 침입’ 신고가 있어 가능했다. 소유주는 엘크 디벨롭먼트(ELK Development)라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이곳에 60유닛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조 올림픽서 순찰반장은 “몇 달 전부터 주민 민원이 이어졌으나 뚜렷한 해법이 없었다”며 “최근 5지구 시의원실이 소유주와 협의해 신고가 공식 접수되면서 퇴거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시정부 관계자들도 보였다. LA홈리스서비스국(LAHSA), LA시장실, 케이티 야로슬라브스키(5지구) 시의원실 관계자들이 노숙자들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했다. 노숙자 10명 중 7명은 시가 제공하는 임시 주거 시설로 이동했고, 3명은 입주를 거부한 채 다시 거리로 떠났다. 3개월간 이곳에 살았다는 사퀴타 오웬스는 “이번 기회에 정부 시설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고, 또 다른 여성 노숙자는 “친구 따라 왔다가 살았는데 이제는 안정된 시설에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지역 노숙자 3명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중 한인 전명오씨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가 운영하는 노숙자 지원주택에 거주 중이었지만, “언제 쫓겨날지 몰라 다른 시설을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상담 과정에서 그는 갱단 공격을 받은 적이 있고 고령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노숙자 개개인의 사연은 절박했지만, 공터가 비워지자 곧장 다시 ‘자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셈이다. 퇴거 후 오전 10시부터는 청소가 시작됐다. 개발업체가 고용한 청소 인력이 텐트와 쓰레기를 치우며 최소 이틀간 정리 작업을 예고했다. LA시장실 관계자는 “사유지이므로 청소 책임은 소유주 측에 있다”고 덧붙였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성명을 내고 “노숙자 텐트촌이 어디에 있든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에도 대상자들에게 주거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는 ‘인사이드 세이프(Inside Safe)’ 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자들을 실내 공간으로 옮기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숙자촌이 다시 생겨나는 걸 막지 못하면,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는 ‘방치된 공터’가 곧 노숙자촌의 발판이 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개발이 지연되거나 소유주 관리가 미흡한 땅에는 어김없이 텐트가 들어서고, 불법 전기 연결, 쓰레기 투기, 심지어 범죄 위험까지 번진다. 인근 주민 김찬오씨는 “진작 철거했어야 한다”며 “밤마다 폭언이 들리고, 길거리에서 불을 지피는 등 치안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색은 단순히 ‘불편 해소’ 차원이 아니라 생존과 안전의 문제였다. LA 한인타운 내 작은 노숙자촌 철거는 일단락됐지만, 근본적 질문은 남는다. 시와 소유주가 협력해 공터 관리와 활용을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또 다른 텐트촌은 언제든 다시 생겨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숙자 문제 해결은 지원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건은 방치된 땅이 어떻게 도시의 취약 지점이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주거 지원과 더불어 사유지·공터 관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함께 가동될 때, 노숙자촌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김경준 기자무단점유 노숙자촌 노숙자 지원주택 지역 노숙자 여성 노숙자
2025.09.18. 20:47
LA한인타운의 한 공터가 노숙자들의 정착촌으로 변하면서 한인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맨해튼 플레이스 선상 7~8가 사이에 있는 이 공터는 개발 예정지로 비워져 있던 상태였다. 최근 LA시 곳곳에서 텐트촌 철거가 이뤄지면서 밀려난 노숙자들 10여명이 이곳에서 ‘미니 마을’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주류 방송들이 촬영한 현장은 텐트와 쓰레기, 불법으로 설치한 전선들이 뒤엉켜 있다. 노숙자들에 의한 화재, 절도, 소란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을 위한 공포로까지 다가오고 있다. 시 당국은 해당 공터가 사유지라는 이유로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인근 주민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시의원 역시 “시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며 행정 절차의 복잡성을 지적했다. 주민들의 불만에 시 정부는 뒤늦게나마 나섰지만 소유주에게 쓰레기 처리나 펜스 설치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노숙자촌은 도시 전체의 기능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다. 시 정부는 사유지라는 해명만 할 것이 아니라, 공공 안전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사설 노숙자촌 공터 공터 노숙자촌 해당 공터 지역 주민들
2025.09.17. 19:24
추석(10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4시, LA다운타운의 홈리스 거리인 스키드로에 특별한 차례상이 차려졌다. 지난해와 올해 거리에서 사망한 노숙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다. 차례상에는 풍성한 가을을 알리는 대추와 호박 외에 여름과 가을철에 즐기는 과일과 한국 전통음식인 송편·절편도 보였다. 흑인과 히스패닉, 백인 주민 등 50여명이 참여한 이 날 추석 행사에는 노숙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가족의 사진을 앞에 두고 명복을 비는 이들도 있었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한 이는 스키드로에서 ‘피플스 마켓(Skid Row People’s Market)’을 운영하는 한인 대니 박(38) 사장이다. 박 사장은 UC샌디에이고를 졸업한 한인 2세다. 졸업 후 꿈에 그리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디자이너로 취업했지만 쉼 없이 일하는 일상에 지친 그는 부모(메이·밥 김)가 1995년부터 운영하던 마켓을 2015년 인수했다. 이후 그는 노숙자 거리에서 흑인과 한인 시니어 종업원들과 팀을 이뤄 마켓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노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젊은 한인 업주로 LA타임스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본지 7월 27일자 A-1, 2면〉 2년 전 부터 차례를 지냈다는 박 사장은 “지금 우리 곁에는 없지만, 한때 이웃이었던 이들을 추억하고 또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조상들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마련했다”며 “무엇보다 한국 전통문화인 추석을 이웃들에게 알리고 이 시간을 통해 모두가 한마음, 한 커뮤니티가 되자는 생각에 올해도 준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박 사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 록시 포스터와 그녀의 딸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통해 마음을 보탰다. 행사가 끝난 후 이웃들이 함께 나눌 수 있게 프라이드치킨과 볶음밥, 바비큐, 야채 구이에 디저트로는 바나나 푸딩까지 푸짐하게 식탁을 차렸다. 차례를 마친 후 박 사장과 마켓 직원, 지역 주민들은 음식을 나누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는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 북, 소고 등을 들고 박자에 맞춰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박 사장은 “올 한해 힘들었던 이웃들의 마음이 치유되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스키드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노숙자촌 인종화합 추석 차례상 인종화합 추석 추석 행사
2022.09.09. 20:11
LA 한인타운 내 100년의 역사를 지닌 제일침례교회(The First Baptist Church of Los Angeles)가 늘어나는 노숙자들 때문에 예배 중단 위기에 놓였다. 19일 NBC4 뉴스는 8가와 웨스트모어랜드 애비뉴 주변의 노숙자 촌이 이 교회의 예배당 입구와 보도를 막아 교인들의 교회 출입이 제한될 뿐 아니라 보행자들에게까지 불편을 끼친다고 보도했다. 스콧 아놀드 목사는 “노숙자 촌이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며 “아이들과 노인 그리고 이웃의 안전이 제일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건물 사용을 두려워해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위한 예약 문의도 안 들어온다”고 전했다. 시의원 사무실에도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에 대해 길 세디요 시의원 측은 “이전에 교회와 협력을 해왔으며 우편물 배달이 되지 않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며 “지역구의 노숙자 봉사팀과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놀드 목사는 노숙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항상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한다”며 “선을 지키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벌써 그 선을 넘어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예진 기자노숙자촌 노숙자촌 기사관련 김상진 기자
2022.07.20.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