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교육계는 지난 5년간의 '팬데믹 특례'를 완전히 걷어내고, 어느 때보다 차갑고 정교한 '검증의 시대'에 진입했다. 대학은 더 이상 학생의 잠재력을 추측하지 않고 대신 숫자로 증명된 실력과 환경적 맥락을 요구하고 있다. 2025년 한 해를 이끌었던 10대 이슈를 정리했다. 2025년 대입을 통해 미국 교육계가 깨달은 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요행은 더 이상 없고, 준비는 빨리 해야 한다.' 이제 대학은 더욱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며,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작점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첫째, '선택제'의 역설: 합격자 10명 중 7명은 점수를 제출했다. 대학들의 표준시험 선택제(Test-Optional) 선언은 이제 형식적인 것에 가까워졌다. 2025학년도 상위 50개 대학 합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AT.ACT 점수 제출 비율은 70%에 달했다. 점수를 제출하지 않은 합격자는 상당수 예체능 특기자이거나 극도로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사례에 국한됐다. 일반적인 지원자에게 SAT같은 표준 시험은 다시 '필수'가 됐다. 둘째, FAFSA 대란이 낳은 '중산층의 몰락': 정부의 4~6주간의 시스템 개편 지연은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입시 지형을 바꿨다. 중산층 가정의 예상 지원금(SAI)이 8~15% 감소하며, 합격하고도 학비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는 '멜트(Melt)' 현상이 최근 수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제 대입 전략은 '합격'이 아닌 '지불 가능성'에서 시작된다. 셋째, AP의 양적 팽창과 '질적 차별화': 학생 1인당 평균 AP 수강 과목은 4.1과목으로 증가했지만, 대학은 개수에 속지 않는다. 상위권 대학들은 'AP 6개 이상 수강자'와 '4~5개 수강자'의 합격률 차이가 없음을 공식화했다. 대신, 지망 전공과 직결된 과목에서의 '5점(만점)' 여부가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실질적 잣대가 됐다. 넷째, 에세이의 영향력 약화와 '현장 검증'의 부상: AI로 쓴 에세이가 범람하자 대학들은 평가의 무게 중심을 옮겼다. 약 65%의 대학이 입시 에세이 비중을 낮추고, 대신 고교 성적표에 나온 '현장 쓰기(In-class writing)' 점수나 교사 추천서 속의 구체적 묘사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 일부 명문대는 에세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실시간 화상 인터뷰를 강화했다. 다섯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거품과 '전공별 합격률'의 양극화: CS(컴퓨터공학) 지원자가 5년 전 대비 60% 폭증하면서, 명문대 CS 합격률은 5~8%라는 바늘구멍이 됐다. 무분별한 STEM 지원 대신,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인문학이나 사회 과학 전공으로 진입한 뒤 복수 전공을 노리는 '우회 전략'이 대입 컨설팅의 확산을 불러왔다. 여섯째, '7학년'이 결정하는 대입 로드맵: 수학 교육의 격차는 이제 고교가 아닌 중학교에서 갈리고 있다. 7학년 때 알제브라1(Algebra 1) 트랙에 진입하지 못한 학생이 12학년 때 AP 캘큘러스BC(Calculus BC)에 도달할 확률은 약 30%p 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문대 입시가 구조적으로 13세에 시작된다"는 '수학 트랙 잔혹사'가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일곱번째, 공립학교 내 '사교육 격차'의 공식화: 여러 연구와 현장 분석에 따르면, 공립학교 정규 수업만으로 AP 과학 과목에서 고득점을 받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선행 학습이나 외부 보충 학습을 경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AP 합격률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공립학교 교육 과정이 입시에서 요구하는 높은 학업 수준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덟째, '인종' 대신 '우편번호'와 '소득':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의 변화 이후, 대학들은 인종 대신 사회경제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다양성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대학과 입시 분석 보고서에서는 소득 수준, 부모 학력, 거주 지역 등 사회적 맥락을 입학 평가에 반영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제 학생은 자신의 인종보다, 어떤 교육 환경에서 출발해 어떤 제약을 극복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아홉째, 대형 학원의 영향력 약화, 'AI+개인 컨설팅'의 득세: 과거의 대규모 강의식 학원 모델은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반면,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개인 맞춤형 컨설팅을 결합한 소규모 부티크형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별 학생의 활동 기록과 학업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전략을 설계하고, 정서적 케어까지 결합한 고가형 컨설팅이 상위권 입시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열번째, 입시 피로도: 성공의 대가는 정신 건강: 여러 설문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 입시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고교 내 카운슬러 배치 예산은 늘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데이터로 평가받는 시스템 속에서 인간적인 성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토로한다. 2025년 미국 교육계는 과연 효율적인 입시 시스템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 직면해 있다. 장병희 객원기자미국 교육계 대학 합격자 상위권 대학들 학생 1인당
2025.12.28. 18:00
고등교육이 근본적인 재편기를 맞고 있다. 기술 혁신, 인구구조 변화, 정치적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며 고교 졸업 후 진로 설계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정책 입안자와 교육기관 모두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명문 공립인 버지니아대는 대부분의 신입생에게 요구하던 추가 에세이를 폐지했다. 복잡한 에세이 제출 절차가 저소득층과 퍼스트 제네레이션(FG) 대학생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AI 도구 활용이 확대되며 에세이의 실효성이 낮아진 점도 한몫했다. 상위권 대학들마저 ‘간소화’에 나서는 것은 더는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학생을 선택받아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방증한다. 대학 내부에서도 변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뉴저지의 몽클레어 주립대, 네브래스카대 등 공립대학들은 재정 압박과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단과대 통합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수요가 낮은 전공을 과감히 정리하고, 취업 시장에서 인기 있는 실용 전공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됐다. ‘무한 확장’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전략적이고 슬림한 대학’으로 변신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더는 학문의 상아탑을 지키기보다는, 실질적인 취업 경쟁력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한편 일부 주에서는 정치적 개입이 대학의 자율성을 위협하고 있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과 같은 용어를 교과에서 삭제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학의 교육 문화에 깊은 균열을 만들고, 학생과 교수들의 진학 및 근무지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이 정치적 전쟁터가 되면서 교육의 본질보다 이념적 논쟁이 우선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AI는 이미 대학 입학 사정 전 과정에 깊숙이 침투했다. 대학들은 에세이 평가 보조, 등록률 예측, 24시간 운영되는 챗봇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에세이 초안 작성부터 지원 전략 수립까지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칸 아카데미 설립자 살 칸은 AI가 창의성이나 회복력처럼 기존 방식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웠던 능력까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기존 데이터의 편향 문제,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의존 심화 등의 위험도 만만치 않다. 효율성과 인간적 평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향후 핵심 과제다. 가장 파괴적인 변화는 대학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홈디포의 ‘패트투프로(Path to Pro)’로 대표되는 무료·단기 커리어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하며, 4년제 학위 없이도 괜찮은 일자리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 뉴저지의 ‘스킬업(SkillUp) NJ’는 무료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고, 뉴욕주는 코스이러(Coursera)와 연계한 견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군인을 대상으로 한 ‘헬메츠투하드헤츠(Helmets to Hardhats), 청년 대상의 잡코프(Job Corps) 같은 전통적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여전히 활발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빠르고, 저렴하며, 실질적인 직업 진입 경로를 제공한다. 흥미롭게도 엘리트 대학들은 여전히 초고난도 학생 선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명문대 입학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들 학교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건재하다. 반면 다수의 대학은 직접 입학, 간소화된 원서 등으로 문턱을 낮추며 학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고등교육은 두 갈래 길을 걷고 있다. 소수를 위한 명성의 길과 다수를 위한 접근성의 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무료 기술훈련 프로그램들이 ’대학 없는 성공‘이라는 제3의 길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위기로 볼 것인가, 기회로 볼 것인가. 학생과 학부모는 더는 대학 진학을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목표와 상황에 맞는 최적의 경로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대학들은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해야 하고, 정책 입안자들은 다원화된 교육 생태계를 지원할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교육은 지금 큰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기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문의:(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생존전략 취업시장 대학 진학 상위권 대학들 대학 내부
2025.12.2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