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수록 성직자의 권위도 예전 같지 않다. 오늘날 성직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첫째, 진리를 전달한다. 무술 오디션을 보면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상 독공을 한 사람들이 간혹 출연한다. 밥만 먹고 수련했다고는 하지만, 단기간이라도 체육관에서 정식 지도 받은 사람을 이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올바른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어느 분야나 다르지 않다. 지식으로야 불교 학자들에 비할 수 없겠지만, 수행과 삶을 통해 실천 가능한 형태로 진리를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겠다. 둘째,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준다. 현대 사회는 정보는 넘치지만, ‘의미’는 부족하다. 성직자는 단순한 교리 전달자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들을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해설자 역할을 한다. 인공 지능의 등장 등으로 가치관의 혼란과 정신적 공백이 극에 달한 현대에 이 역할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셋째, 심리적, 정서적 지지자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국적, 인종, 재산, 학력을 불문하고 현대인들은 갈수록 심각한 불안, 우울, 상실,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전문 상담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의 근본적 물음에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로서 성직자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넷째, 윤리적 감수성을 촉진한다. 갈수록 윤리적 회색지대가 많아진다. 학교에서 옳지 않다고 배운 일들이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시대다. 무엇이 진실이고 정의인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성직자는 공동체 윤리 기준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단, 이러한 긍정적인 역할을 성직자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성직자도 ‘인간’이다. 완벽을 지향하고 완벽에 가까질 수는 있겠으나, 모든 생각과 판단, 실천이 완전무결한 성직자가 실존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믿음이 부족해서, 수행이 부족해서, 심지어 마귀가 들어서 스승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주장은 이성보다 맹신을 앞세우는 집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전통 교리나 정서로 볼 때 이해가 가는 면이 없지 않지만, 현대인들에게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불가에서 깨달음은 착심이 없는 상태이다. 내 국가, 내 종단, 내 가족도 그렇지만, 평생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 왔던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공산주의가 인간의 선함을 과신한 끝에 현실의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역사도, 인간을 완전한 존재로 전제하는 기대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준다. 성직자에게 절대적 권위가 부여될 때의 폐해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인과 해당 조직은 물론 국가사회에 미치는 상징적 해악이 적지 않다. 성직자는 절대자여서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행으로 이를 극복하는 세상의 등불, 세상의 안내자이기 때문에 존경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반고에서 근무할 때보다 명문고에서 근무할 때 수업준비를 열심히 했다던 고등학교 은사님 말씀이 떠오른다. 훌륭한 선생님은 훌륭한 학생이 만드는 것처럼, 훌륭한 성직자, 타락한 성직자도 주로는 신도들의 태도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교무 / 원 명상 센터삶의 향기 현대사회 성직자 오늘날 성직자 윤리적 회색지대 권위도 예전
2025.11.24. 17:50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 김기리 신부를 따라 미국에 입국해 퍼듀대에 재학 중이던 20세 한국인 대학생 고연수(사진) 씨가 비자 문제로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했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붙잡혀 구금됐다. 고 씨는 지난달 31일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해 심리 기일을 오는 10월로 연기받고 법정을 나서던 중 ICE 요원들에게 기습적으로 체포됐다. 체포 직후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로 구금됐던 고 씨는 3일 루이지애나주 ICE 구금 시설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 씨는 성공회 사제인 모친을 따라 2021년 3월 종교비자와 동반가족비자(R-2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으며, 뉴욕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퍼듀대에 재학 중이다. 고 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2023년 5월 신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후 승인을 받아 올해 12월 12일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신부가 소속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이민 당국이 잘못된 법률 해석을 적용해 체류 신분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고 씨 측은 주장했다. 고 씨의 모친 김 신부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여성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인사로, 종교비자를 정상적으로 발급받고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이에 미국 성공회와 이민자 권리보호단체, 각종 한인 단체들은 2일 맨해튼 ICE 연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당국이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합법적 체류 신분이 있는 사제 자녀를 부당하게 억류했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매슈 헤이드 성공회 뉴욕 교구 주교는 이날 “현재 정부의 이민자 정책은 잔혹하고 혼돈에 빠져있다”며 “오늘 우리는 고 씨의 석방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마리사 시폰테스 성공회 뉴욕 교구 신부는 “이민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헌법에 따라 모든 사람은 적법절차 원칙을 적용받을 자격이 있음에도 권리가 박탈당한 채 구금돼 있다”고 지적했다. ICE는 최근 단속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이민 법원 심리에 출석했다가 법정을 나서는 이민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해 추방하는 단속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에 대해 “이민 법원 청사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ICE 요원이 이민자를 체포할 때 영장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고 씨의 어머니는 “이민자보호 교회 네트워크에서 한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해왔는데, 내 가족이 이민 당국의 단속 표적이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성직자 성공회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성공회 뉴욕 이민자 권리보호단체
2025.08.03. 17:33
미국 가톨릭 교단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교구 중 하나인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대교구가 성직자들의 성추문과 관련,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는 청구인이 375명에 달하는 이번 소송에서 샌타페이 대교구가 17일 1억2150만 달러에 피해자들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뉴멕시코주에서는 샌타페이 대교구가 각 교구나 학교에 파견한 신부 74명가량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가톨릭 교단이 지구촌 곳곳에서 과거 성직자들이 아동이나 신도들을 상대로 성적으로 학대하고,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번 소송에 포함된 일부 성 학대의 경우 수 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편에 서서 합의를 이끌어낸 찰스 파에스 채권단 대표는 성직자에 의한 성 학대 관련 문서를 보관하는 공공 기록보관소의 창설도 이번 합의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존 C. 웨스터 샌타페이 대주교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공정하게 보상받을 책임을 교회는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합의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성직자 성추문 성직자 성추문 과거 성직자들 샌타페이 대교구
2022.05.18.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