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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왜 소리를 지르는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전 병원에 ‘Code Green’이 확성기로 울린다. 환자도 병동직원도 코드그린이 자기네 병동이 아니기를 바라며 귀를 쫑긋 세운다.   코드그린은 정신과적 위기상황을 알리는 응급 시그널이다. 인근 직원들이 급히 서둘러 해당 병동으로 운집한다. 환자가 직원을 때린 경우에도 화급하게 터지는 코드그린.     교통신호등 ‘green’은 직진 또는 우회전을 해도 좋다는 마음 편해지는 신호인 반면에 ‘red’는 차를 정지하라는 위험신호다. 나는 가끔 위기상황을 ‘Code Red’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한심한 생각을 하며 현장으로 뛰어간다.   관료적인 단어선택은 늘 부드러움을 우선으로 삼지만, 사실 코드그린에 반응하는 모든 직원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확성기가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것만으로 모자라는 듯 아나운서 자신 또한 힘껏 소리를 칠 때가 많다.   어릴 적 아버지와 새벽녘 뒷산 약수터에 가면 어김없이 야호! 하며 소리치던 어르신네가 떠오른다. 귀청이 떠나가라 울리는 코드그린만큼 우렁찬 소리! 왜 저 사람은 소리를 지르냐고 아버지에게 물어본다. 약수를 마신 후 기분이 좋아서라는 것. 대중탕 냉탕에 들어가 엄숙하게 앉아서 “동창이 밝았느냐~~♪” 하며 판소리 치듯 노래하던 동네 시니어 시티즌과 마찬가지 이유다.   우리가 공포영화의 무서운 장면을 보며 저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지르는 것도 강한 감정을 우아하게 컨트롤하지 못해서 얼떨결에 나오는 소리다. 나도 당신도 평생을 떨치지 못하는 동물 왕국에 성행하는 감성(感性)의 약점이다.   ‘Bonding, 유대감 형성’에도 큰 소리가 도움이 된다. 더 자세하게는, ‘re-bonding, 유대감 재형성’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장면, 아파트에 강아지를 오래 혼자 있게 한 후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재회하는 순간의 감격이 떠오른다. 강아지가 항의를 제출하듯 큰 소리로 컹컹 짖어대고 끙끙 신음하며 주인에게 덤벼드는 모습이 애절하다.   아야! 하며 소리치는 순간은 본능적 현상이다. 예견된 고통이 아닌 부지부식간 나오는 소리. 좌절감에서 저절로 끙, 하며 터지는 신음도 마찬가지다.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 또한 감성 혹은 감각에 휘둘리는 강아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말에 소리치다, 외치다, 고함치다, 부르짖다, 아우성치다, 비명을 지르다, 환호성을 올리다 같이 큰 소리를 잘게 분류하듯이 영어에도 ‘yell, shout, clamor, exclaim, scream, roar’ 등등이 있다. 이들은 뉘앙스가 조금씩 다른 말로서, 표현 속에 숨어있는 감정 상태가 잘 구별되지 않고 같게 느껴지기 일쑤다.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와 기뻐서 내지르는 탄성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아이들도 강아지도 얼른 알아차린다. 그중 미국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소리는 ‘scream’인데, 북구와 고대영어에서 기원한 날카롭고 새된 목소리를 의미했다. 우리 토박이말 ‘새되다’는 ‘목소리가 높고 날카롭다’는 뜻. 앙칼진 음성을 연상시키는 ‘scream’이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쓰인다.   우리 속어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지. 서부영화에서 동네 사람들이 한밤중에 보안관실 앞에 횃불을 들고 몰려들어 범인을 당장 (불법으로) 교수형에 처하라고 소리치며 떠들어댈 때 용감하고 머리 좋은 보안관이 하늘을 향해 땅! 총을 쏘면 세상이 조용해지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보통 크기, 고운 말로 통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군중심리의 단면을.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소리 사실 코드그린 bonding 유대감 직원 마음

2024.07.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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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개 짖는 소리

몇 년 전 이사 온 옆집은 셰퍼드를 키운다. TV에서 마약 탐지견으로 일하는 저먼 셰퍼드를 떠올리며 좋은 품종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옆집에 이런 맹견이 있으니, 도둑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기분도 좋았다. 순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와 쫑긋 선 귀와 억센 근육을 가진 녀석은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겼고 주인 말에 잘 복종했다.     이런 첫인상은 이사 온 지 이틀 만에 부서졌다. 개는 모르는 사람이나 다른 개에 대한 방어 본능으로 짖는다고 들었다. 아직도 우리에게 털을 곤두세우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짖는 것을 보면, 단순한 경고나 방어 본능이 아닌 경계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닐지 싶다. 시끄럽고 소란한 개 짖는 소리를 옆집에 항의를 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하긴 어떻게 시도 때도 없이 컹컹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랴.     목줄 없이 뒷마당을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지만, 산책하러 나가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이름은 있으나 50파운드가 넘는 대형견을 주인은 ‘도그’라고 부른다. 사이렌 소리가 나면 짙은 하울링을 하고, 가끔 하늘을 보고 짖는다. 날아가는 새가 심기를 건드렸는지, 아니면 울타리 너머의 세상을 배회하고 싶어선지도 모른다.     몇 사람이 훈련 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 후로 더 심하게 사람을 경계하는 녀석을 보면 ‘인빅터스(Invictus)’가 연상된다. 정복되지 않는 자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이라는 윌리엄 E. 헨리의 시 ‘인빅터스’처럼 개는 좀처럼 길드는 것을 싫어했다. 오직 주인에게만 순종한다.     우리가 수영장 청소하는 날에 이웃집에서는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양쪽 집에서 인기척과 물건 옮기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리자, 흥분한 개가 두 집을 향해 짖다가 쉬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상한 울부짖음이 들렸다. 담장 철망 사이로 보니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한 녀석이 공중제비를 돌면서 내는 소리였다. 셰퍼드가 그렇게 높이 뛰는 것을 처음 봤다.   하루는 강아지 한 마리가 그 집 사이드 게이트 쪽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우리 집까지 자기 영토라고 생각하는 녀석이 그걸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작은 철문을 사이에 두고 하나는 안에서 하나는 밖에서 으르렁댔다. 놀란 강아지 주인이 얼른 댕댕이를 안고 갔다. 분이 풀리지 않은 개는 주인이 나와 케이지에 가둬둘 때까지 계속 짖어댔다. 녀석은 케이지 안에서만 짖지 않았다.   친구와 전화하는데 녀석이 또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펜스 위에 앉아서 세수하는 고양이를 봤는지 정신없이 짖어댔다. ‘도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걸까?’라고 물었다. 친구 왈. ‘뭘 신경 쓰니, 개소리에’.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소리 사이렌 소리 저먼 셰퍼드 방어 본능

2024.03.0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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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소리를 내다

우리말 소리라는 단어는 참 재미있습니다. 소리는 자연의 소리부터 마음의 소리까지 다양합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위로가 됩니다. 물론 심한 소리는 소음이 되기도 하죠. 우리는 때로 소리를 듣기 위해서 바다에 가고, 산에 가고, 숲길을 걷습니다. 소리 없는 자연은 무척 어색하고 답답할 겁니다. 제가 대학 때 썼던 시의 제목이 ‘소리하는 바다’였음이 문득 떠올라 미소 짓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바닷소리가 듣고 싶다고 1박 2일 가출을 했을 때 쓴 글이었습니다. 젊은 낭만입니다.   소리는 말과도 통합니다. 소리에 뜻이 더해지면 말이 됩니다. 말소리는 소리이면서 말인 셈입니다. 그런데 소리가 말이 되는 것은 좋지만, 말이 소리가 될 때는 문제가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주로 말이 아닌 말을 소리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헛소리입니다. 헛소리는 분명히 말이지만 말로 생각하지 않기에 소리라고 하였습니다. 잔소리, 큰소리, 흰소리도 거기에 속합니다. 우리말의 ‘말 같지 않은 소리’라는 표현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말 같은 소리,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소리는 말에서 노래가 되기도 합니다. 노랫소리라는 말은 노래가 곧 소리임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제일 듣고 싶은 소리가 노랫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옛 노래에 아예 판소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소리가 노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소리꾼이라고 하였고, 노래를 부른다는 말 대신 소리를 한자리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사실 노래는 ‘놀다’에서 온 말로 유희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는 내 몸통을 악기로 하여 나오기에 가장 솔직하고, 맑은 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내 몸통과 성대, 입과 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 머리끝에서까지 소리가 나옵니다. 소리에 우리는 내 감정을 담고, 내 떨림을 담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소리꾼이라고 하는 게 훨씬 정겹고,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말을 하는 사람은 좋은 소리를 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 몸통이 내는 소리를 종종 죽여 놓고 삽니다. 소리를 죽인다고 하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소리는 곧 사람이기도 합니다. 말하고, 노래하는 소리의 사람입니다. 그런 소리를 죽이면 사람의 기운도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물론 소리 죽여 걸어야 하거나,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부드럽고 다정한 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기운 없는 소리가 아니라 따뜻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소리를 크게 내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때조차 소리를 죽여서는 안 됩니다. 소리를 통한 기운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백번 되풀이하여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표현이 참 좋습니다. 모르면 되풀이하여 읽기를 권합니다. 여러 번 읽다 보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뜻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표현에서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바로 소리 내어 읽는다는 점입니다. 소리를 내어 읽어야 새로운 기운이 생겨나는 겁니다. 큰소리로 읽어야 뜻이 저절로 나타나는 겁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대학교 1학년 글쓰기 수업을 합니다. 글쓰기 수업은 필연적으로 글 읽기와 연계가 됩니다. 대학생 수업이기에 눈으로 읽기를 예상하겠지만, 제 수업에서는 소리 내어 읽기를 같이 합니다. 학생들도 오랜만에 해보는 경험이랍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합니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뜻도 저 잘 알게 되고, 부수적으로는 기분도 좋아집니다. 이런 것을 언어화라고 합니다. 언어화는 내 속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내보이는 것입니다. 내 사고를 뚜렷이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나 불안에서 빠져나오게 하기도 합니다. 소리를 내어 글을 읽어 보세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잔소리 큰소리 대신 소리

2024.03.03. 17:41

[글마당] 따그락 소리

부어있는 엄지손가락 눌러 쥐고   하나둘 하나둘 허공을 휘젓는다       소리 없이 밀려드는 햇빛   눈부심이 싫다고 등지고 앉았던 일상   담장 밑으로 올망졸망 화분들 심어 놓고   긴긴해 부자처럼 그렇게 지냈는데   언제부터인가   몸, 곳곳에서 소리가 난다   돌배나무 마른 낙엽들까지   발밑으로 날아들어   굴곡진 삶의 이야기들 노래를 하지   담백한 물빛 사연도 아닌 것들을   동장군 설쳐대면 더욱더 소리 높인다   시름에 겹도록 들려오는   소프라노. 엄경춘 / 시인글마당 소리 이야기들 노래 긴긴해 부자 물빛 사연

2024.02.09. 18:14

[문예마당] 사막에서, 튜바 소리

모래 산은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날이 서 있다     한나절 그득한 하늘이 에워싸고 있는   꼭대기를 향해 걷는 힘든 걸음은   거친 숨을 잠시 멈추기 위해   불쑥불쑥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견고하리라 싶어 모서리를 밟고 서면   허망하게 푹 꺼져버린다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인 것 같이     왜 이곳이, 죽음의 계곡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을까,   인생은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외길인데   왜 살인적 더위의 이곳을 지름길이라 선택했을까,     바람 부는 날   가쌍까상 메마른 모래 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면     *튜바는 아.파.라, 아.파.라, 무명의 탈을 쓰고 소리를 지른다   제 아픔 서러움의 진물인지 아직도 아.파.라, 불어댈까,     한 움큼 모래알갱이를 쥐었다가 손을 편다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는, 바람 따라   미라의 긴 머리채처럼 황금색 낙타 쌍봉을 향해   수시로 무늬와 형태를 바꾸며   이사 오고 이사 가고 흩어졌다가   시골 장터 무동을 어깨 위에 세우곤   덩더꿍 덩더꿍 풍물놀이 장단 맞추는   너, 나 그런 개념 없이 어울려 땅따먹기한다   그 속에 무슨 정이 있다고…아직까지 정이 있다며   공동체를 만들며 살아가는지     무한 허공   목이 마르다,     천근만근 무거운 두 다리   함부로 신발 속과 온몸에 박혀 있는 모래를   툭툭 털어내면서   자동차 안에 있는 페트병 생수를 찾아   꿀꺽꿀꺽 마신다       서녘 하늘에서 가슴 더운 노을이 하강하여   먼 산은 눈시울 붉어지도록 내려앉는다   너덜거리는,   기억 속의 잔여울이 여울지어   붉은 황금빛 모래 산은   어느새   검은 긴 천을 두르고 하나씩 잠자리에 든다   *금관악기 중 최저음역을 내는 악기 강양욱 / 시인시 사막 소리 서녘 하늘 풍물놀이 장단 황금색 낙타

2024.02.08. 19:55

[시] 따그락 소리

부어있는 엄지손가락 눌러 쥐고   하나둘 하나둘 허공을 휘젓는다       소리 없이 밀려드는 햇빛   눈부심이 싫다고 등지고 앉았던 일상   담장 밑으로 올망졸망 화분들 심어 놓고   긴긴해 부자처럼 그렇게 지냈는데   언제부터인가   몸,곳곳에서 소리가 난다   돌배나무 마른 낙엽들까지   발밑으로 날아들어   굴곡진 삶의 이야기들 노래를 하지   담백한 물빛 사연도 아닌 것들을   동장군 설쳐대면 더욱더 소리 높인다   시름에 겹도록 들려오는   소프라노. 엄경춘 / 시인시 소리 이야기들 노래 긴긴해 부자 물빛 사연

2024.02.01. 19:16

'소리없는 뼈도둑'…칼슘 챙기세요

골다공증은 간단히 말해 뼈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다. 뼈의 양이 줄어들면서 뼈가 얇아지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게 된다. 그러나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고도 하며, 특히 폐경기를 겪은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평소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는 가정이 많다. 그런데 일반적인 칼슘 보충제들은 칼슘 컴파운드 형태를 가진다. 즉, 이를 분리해 이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세포로 흡수되지 못하고 화장실로 배출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칼슘 보충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이온화'다. 가장 쉽게 이온화를 확인하는 방법은 제품 1회분을 가루로 만들어 250cc 정도의 물에 녹여보는 것이다. 완전하게 용해되지 않는다면 이온화가 용이한 제품이라 할 수 없다.     '나노웰'의 '이온 칼맥(Dr.G's Amazing Ionized Cal Mag)'은 현존하는 제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생체이용률을 보장하는 제품이다. 물에 완벽히 녹아 섭취 전 이 제품이 얼마나 잘 이온화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칼슘 이온이 안전하게 세포로 흡수될 수 있도록 칼슘과 마그네슘을 2:1로 배합한 것도 장점이다.     이온 칼맥은 최상의 흡수율을 바탕으로 골밀도를 상승시키고 하지불안증을 완화해 준다. 심장을 비롯한 각종 근육의 수축, 인체 내 정보 전달 시스템, 상처 치유를 위한 면역 시스템의 작동에 관여하는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이온 칼맥은 스틱(2.4g)을 250cc 이상의 따뜻하거나 뜨거운 물에 넣고 투명하게 녹을 때까지 저어서 마시면 된다. 성장 발육을 위한 어린이 복용 시에는 체중 15kg마다 600mg를 기준으로 조절하면 된다.     현재 '핫딜'은 미주 한인들의 뼈 건강을 응원하며 이온 칼맥을 9% 세일하고 있다. 행사 기간 동안 108달러 상당의 이온 칼맥 2개월분(60스틱 x 1박스)을 98달러에 특별 할인 판매하며, 구입 시 물병을 추가 선물로 증정한다.     ▶문의: (213)368-2611 ▶상품 알아보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뼈도둑 소리

2023.10.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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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흐르는 소리

음운론이라고 하면 이름만으로도 머리가 아픕니다. 최소대립쌍이나 상보적 분포, 변별적 자질이라는 용어도 언어학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게 합니다. 저는 언어학이 쉽고 재미있기 바랍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늘 만나는 것이 언어인데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언어학도, 음운론도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소리의 예를 생각해 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특히 자음 중에는 어떤 소리를 좋아할까요? 기역부터 히읗까지, 쌍기역부터 쌍지읒까지 생각해 봅니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어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네요. 문득 예전에 황순원 선생님께 어떤 작품이 가장 애정이 가냐고 여쭈었을 때, 한 작품을 이야기하면 다른 작품에게 미안하다고 답하시던 장면이 생각이 납니다.     자음이라고 하면 첫소리만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음은 첫소리에서만 나는 게 아닙니다. 끝소리에도 나오고, 모음 사이에서도 나옵니다. 첫소리에 나오는 자음과 끝소리에 나오는 자음은 엄밀하게 말해서 같은 소리가 아닙니다. 또한 ‘바다’라고 할 때의 비읍과 ‘울보’라고 할 때의 비읍은 같은 소리가 아닙니다. ‘보배’, ‘바보’에는 비읍이 두 개 들어있지만 둘은 서로 다른 음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표시하거나 발음 기호로 표시할 때는 달리 표시합니다. 모음 사이의 비읍은 울림소리이고 첫소리의 비읍은 울림소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영어 사용자에게 한국어의 첫소리 비읍은 ‘p’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밥’의 비읍 소리도 서로 다른 소리입니다. 그저 우리가 같은 소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한 음운으로 취급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말에서 리을 음은 유음(流音), 즉 흐르는 소리라고 합니다. 첫소리에서는 니은이나 소리 없는 이응으로 탈락합니다. 두음법칙이죠. 첫소리 법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첫소리에서 발음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말은 주로 외래어입니다. 리본이나 라디오가 그런 말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리을의 끝소리와 어중에 나는 소리는 차이가 분명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보배의 비읍도 어중에 나는 소리가 울림소리지만 큰 차이를 못 느끼는데, 리을 음의 경우는 가만히 발음해 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달이라고 발음하면 혀끝은 입천장에 닿고, 소리는 혀의 양족으로 빠져나갑니다. 이것을 설측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랑을 발음해 보면 리을 음이 바르르 떨리는 느낌이 납니다. 혀끝이 입천장 쪽을 몇 차례 퉁기며 소리가 나는 겁니다. 만약 리을 음이 입천장을 퉁기지 않으면 혀 짧은소리(?)가 난다고 말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디귿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리을 음이 몇 차례 튕기면서 나는 소리라는 것이 재미있어서였을까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단어에는 유독 리을 음이 중간에 들어가는 말이 많습니다. 제 직관으로는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몇 단어를 떠올려 볼까요? 우선 사랑이 떠오르네요. 예쁜 말이죠. 보람은 어떤가요?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나 소리도 있습니다. 노래나 바람, 서로라는 말도 중간에 리을이 들어갑니다. 그뿐 아니라 ‘-르-’가 어간으로 들어가는 말은 전부 리을 음이 떨리게 됩니다. 오르다, 부르다, 고르다, 따르다 등이 그렇습니다.   리을 음이 중간에 들어가는 말을 만나게 되면 작은 떨림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세상 살면서 우리에게 떨림을 주는 순간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순간이 아닌가요? 우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떨림 그 자체이죠. 노래의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보람 있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소리 사이에서 리을 음의 떨림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소리 비읍 소리 디귿 소리 소리 사이

2023.10.15. 16:42

세상 가장 낮은 존재의 신명 나는 소리

극단 어울림(단장 손영혜)의 ‘품바’ 공연이 오는 28일(목) 오후 7시30분 풀러턴의 머켄탈러 문화센터(1201 W. Malvern Ave)에서 열린다.   손 단장은 “품바는 1979년 초연 이후 전세계에서 6000회 이상 공연돼 한국 기네스북에 오른 작품”이라며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존재인 각설이가 토해내는 신명 나는 소리를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해 유난히 더웠던 여름 내내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강운식씨가 연출, 백진주씨가 조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품바 역을 맡은 홍정민 배우는 관객의 반응에 따라 재치 있는 입담과 타령으로 100분 동안 극을 이끌어간다.   고수를 담당, 장구와 타령을 새로운 연기 영역을 보여줄 강나윤 배우, 산받이로 노래와 춤, 연기를 보여줄 김소연 배우도 관객을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손 단장은 “시대를 초월한 해학과 삶의 아픔을 담은 품바 공연을 즐기다 보면 웃음의 회오리 바람에 시름을 모두 날려 보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OC 공연 이틀 뒤인 오는 30일(토) 오후 6시 LA의 동양선교교회에서도 품바 공연이 열린다. 티켓 가격은 이틀 모두 일반 30달러, 시니어와 10명 이상 단체 20달러다. 문의는 전화(909-610-0889)로 하면 된다.신명 소리 품바 공연 주인공 품바 김소연 배우

2023.09.22.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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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유의 소리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인신매매로 악당들에게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Operation Underground Railroad)의 작전’을 다룬  ‘자유의 소리’ 라는 영화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말은 원래 미국 남북전쟁 (1861-1865)을 전후해서 남부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헤리엇 터브맨 이 갖은 학대를 받는 노예들을 남부에서 탈출시키는 작전 이름인데 실제 땅을 파서 지하철로를 만들어서 피신시킨 것이 아니고 미국의 비밀통로와 은신처의 네트워크를 일컬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 불렀다.   헤리엇 터브맨은 남북전쟁 전부터 노예들을 탈출시켜 거의 700여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자유의 소리’ 에서도 성노예로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라고 부르게 된다.   이 영화는 전 국토안보부 요원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처음부터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언약서와 같다. 감독 알렉한드로 몬테버드는 스크린에서 가슴을 휘어잡는 엄청난 연기력과 세심한 주의력을 집중시켜 관람객의 심금을 사로잡는다. 인신매매의 쇠사슬에 얽매 함정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는 팀 발라드가 카비젤의 역활을 하면서 구출 작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정의와 깊은 연민의 정으로 역활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그가 맡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조연 배우로 활약하는 미라 소비노는 리타라는 인물로 활약하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감성의 중심부에 예외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영화의 깊이와 진정성을 고조시킨다.   이 영화는 죄 없는 아이들의 생명을 단순히 구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신매매의 어두운 비밀 조직을 탐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구 위의 무서운 현실을 파헤치고 용감한 팀 발라드가 주동이 되어 오퍼레이션 언드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앞장서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촬영과 제작 디자인은 흠 잡을 데가 없고 한 세팅에서 다른 세팅으로 옮길 때도 완벽한 경험을 창조해 낸다.   ‘자유의 소리’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것은 가장 암흑의 세계에서 희망감을 주입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개인이 비범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찬사를 받을 만한 이 영화 ‘자유의 소리’ 는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함께 하게 만드는 불꽃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 어린 자녀들을 정말 잘 보호해야 하고 인신매매와 싸우고 있는 단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매매로 악당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약 2,700만 명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600 만 명이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영화 처음 장면에 허술한 집에서 어린 소녀가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먼저 큰 집이 나오고 차차 클로즈업 되어 어린 소녀가 손으로 북 치는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북 치는 아이가 먼저 나오고 집 전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구출 받은 어린 여자아이가 ‘자유의 소리’를 손으로 북을 치며 부르는 장면은 노랫소리와 함께 깊은 감명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근 글자자막이 나온다. “God's Children are not for sale”  이라고 나온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구호이다.   성경에도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존귀한 존재란 것이다. 이 지구 위에서 어린이 인신매매의 악덕을 뿌리 뽑기 위해 우리도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자유 소리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어린이 인신매매 구출 작전

2023.08.24. 19:3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이 오는 소리

행복은 느낌으로 온다. 속삭이듯 다가온다. 떠벌리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다정한 벗의 편지를 읽을 때처럼 작은 울림으로 온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 오는 그 황홀한 떨림으로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 놓는다. 행복은 형체가 없어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지만 때가 되면 꽃이 피는 것처럼 향기로 다가온다. 행복은 수채화다. 유화나 아크릭처럼 덧칠하지 않는다. 물안개 피어오르듯 가슴 깊은 곳에서 번지는 청명하고 부드러운 감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물질적 풍요나 외부적 성취에 몰두하지 않고 내적인 균형과 삶의 가치를 중시한다. 극단을 피하고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찿는 개념이다. 과도한 열정과 냉정함, 소비와 절약의 부재, 과도한 업무를 피하고 휴식을 갖는 균형과 조화를 찿는 것을 중용으로 간주한다. 인간이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자기 개발과 윤리적 행위인 공동체 참여 등을 소중한 가치로 제시한다.   어떤 위대한 철학자도 행복을 설명하기 힘들다. 행복은 나 홀로 느끼는 진솔한 감정의 유희다. ‘재미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일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재미는 잠시 느끼는 행복이다. 영속성이 없다. 재미는 순간적인 유혹이다. 재미는 또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게임이나 도박을 할 때의 재미는 흥분되고 순간적이며 게임이 끝나면 놓쳐버린 허무의 신발을 뒤지듯 비참해 진다.       반 고흐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꼽힌다. 불행해 보이지만 행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최상의 삶을 산 사람이다. ‘신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서신처럼 반 고흐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한 화가였다’(반 고흐 평전 제목). 예술이던 사랑이던 무엇이든 간에 목숨 바쳐 추구할 목표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신의 영혼을 바친 ’별이 빛나는 밤’은 ‘낮의 위선’을 가리고 신비로운 ‘밤의 진실’을 보게 한다.     행복은 타인의 눈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남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불행의 수레바퀴에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사는 자가 있다.     간극은 틈새다. 추구하는 삶과 지금 당면한 삶, 원하는 것과 가진 것의 간극을 줄이면 행복해진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 하루 아침에 몽땅 바꿀 수는 없다.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것들, 추구하는 삶과 갈망하는 것들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언덕 너머 불어오는 고향 마을의 봄바람처럼 가슴 뿌듯해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나와 나 사이, 타인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바라는 것과 의미 없는 것들, 사랑과 사랑이 떠나간 추억의 간극을 줄이고 그 차이를 극복하면 행복해진다. 행복은 뜬구름 잡는 몽상이 아니라 숨쉬고 만지는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행위로 가능한 심리작용이다.     100세 철학자는 젊었을 땐 즐거움이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더 높은 것을 추구하는 성실한 가치 판단이 삶을 행복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나의 참모습은 내가 제일 잘 안다. 타인은 속여도 나를 속이기는 힘들다. 눈치 보며 경쟁과 물욕으로 불행의 늪에 빠져 허덕이지 말고 원하는 모습대로 살면 행복이 다가온다. 비교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살면 행복이 다가오는 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행복 소리 발자욱 소리 것들 사랑 고흐 평전

2023.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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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오르간, 그 화려한 소리의 이면

서양의 오래된 교회에 가면 어디에나 오르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회 안에 들어가 지축을 울리는 듯 웅장한 오르간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신자가 아닌 사람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곤 한다. 그러나 지금 오르간 소리를 듣고 감동을 받는 사람 중에 옛날에 이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르간은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다. 파이프의 크기는 짧게는 7㎜에서부터 길게는 15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한데, 이런 파이프들이 오르간에 따라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까지 있다.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 넣을 때 공기의 압력이 부족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기는 누가 불어 넣었을까? 바로 일꾼들이 풀무질해서 파이프에 공기를 불어 넣었다고 한다. 오르가니스트가 정장을 차려입고 엄숙하게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오르간 뒤에서는 수십 명의 일꾼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무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는 대형 오르간의 경우에는 아주 많은 수의 일꾼이 필요했다.   영국 윈체스터에 있는 오르간에는 26개의 풀무가 있는데, 이것을 70명의 일꾼이 동원되어 돌렸다고 한다. 그런데 풀무질은 엄청난 중노동이다. 그래서 일이 너무 힘들어 일꾼들이 연주 도중에 도망을 가기도 하고, 높은 일당을 주지 않으면 일을 안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전기를 이용해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 넣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르간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 노동집약적인 악기에 소리를 불어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수많은 ‘졸’들의 숨은 노고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어디 오르간뿐이랴. 이 세상에 화려함으로 윤색된 노동의 힘겨움이 또 얼마나 많은가!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오르간 소리 오르간 소리 순간 오르간 대형 오르간

2023.03.15. 21:38

[문화산책] 소리가 없기에 소리를 포용하는…

 지난 겨울 방학에 콘퍼런스 참석하기 위해 알래스카주에서 플로리다주로 날아갔다. 콘퍼런스가 끝난 후 플로리다주와 가까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사는 옛 친구를 만났다. 마침 마르디 그라(Mardi Gras)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뉴올리언스를 감싼 아프리카계·카리브계·프랑스계·스페인계 문화의 열기에 휩싸이면서 내 모국의 경계 밖에서 떠돌았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언어·예술·악기 등 문화적 요소는 (마치 미세먼지처럼) 지도상의 국경을 넘나들며 부유하고, 출신 국가의 정서와 미학을 공유한다. 그러나 일단 외국에 정착하면 그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존재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뉴올리언스에서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프랑스어 안내방송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공자가 연주했다는 중국 전통 현악기 금(琴) 연주자인 어느 교수와의 대담에 초청받았다. 우리의 임무는 중국 악기 금과 내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연주해 온 가야금 간의 철학적·음악적 연계를 논의·시연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금과 관련된 중국 정서와 미학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떤 식으로 한국 국경을 넘어 새로운 전통을 심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캐나다에서 행사가 있기 몇 주 전 소셜미디어에 프로그램 공지를 했더니, 어느 중국 음악학자가 마치 내가 보리죽과 궁중요리를 비교하기라도 한 듯 “어떻게 가야금과 금을 비교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금에 내포된 문화·음악·철학적 가치는 중국의 정체성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금도’(琴道)에서 금은 연주 레퍼토리 이상으로, 그것과 관련된 본질을 구현하는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중국 죽림칠현(竹林七賢) 고사에서 금 연주자 혜강(223~262)은 ‘금의 미덕’을 관통·고요·불가측(不可測)이라고 봤다. 그는 “금이라는 조화는 고요하여, 완벽하고 심오하다”고 선언했다. 로위예층 교수는 『도의 동반자:도교 철학』 ‘칠현’ 장에서 “소리가 없기 때문에 모든 소리를 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로 교수에 따르면 이 ‘소리 없는 소리’는 “악기나 인위적인 박자에 얽매이지 않는다.” 혜강과 로 교수의 말은 오른손으로 현을 뜯는 순간 아무리 왼손으로 조절을 해도 점차 사라져가는 소리를 내포한다. 금과 가야금을 비교하는 것은 이 고요한 상상 속 공간(우리의 귀가 아닌 생각 속에서 떨림이 머무르는 곳) 안에 있는 소리다.   서양 언어로 금을 탐구했던 동양학자 로베르트 한스 반 훌릭(Robert Hans Van Gulik)은 1938년 『금도』(琴道, Lore of the Lute)에서 금의 소리 없는 아름다움이 “각각의 음에도, 심지어 음의 연속에도 있지 않다. (…) 같은 음이 서로 다른 현에서 발생하면 다른 색채를 띠고, 같은 현을 검지로 뜯을 때와 중지로 뜯을 때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토록 다양한 음색이 발생하는 금 연주법은 극히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 구절에서 저자는 가야금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가야금 연주자는 금 연주자와 상당히 유사한 방법으로 현을 뜯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거문고가 양반의 악기로 여겨졌다. 거문고는 금과 달리 술대로 연주했다. 유교 윤리와 도가 철학과 같은 맥락에서 남성적이고 심오한 금도를 구현하며, 남성 학자들의 사색을 돕는 도구로 여겨졌다. 조선시대에는 한시를 번역할 때 이런 맥락을 담아 금을 거문고로 대체해 번역하곤 했다.   그러나 가야금과 금을 비교해 보면 뜯고 퉁기는 기법이 매우 비슷하고, 악기 모양이나 세부 명칭(안족 雁足, 봉지 鳳池 등)에도 유사한 점이 많다. 현을 뜯으며 나는 소리를 꾸미는 왼손이 야생에서 자란 학 날개 같은 모양을 하는 점도 그렇다. 두 악기의 소리판이 상징하는 ‘하늘’과 ‘땅’ 위에 쭉 뻗은 현들을 연주할 때, 금 연주자와 가야금 연주자 모두 온 우주를 바라보고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과 가야금은 매우 상이한 미학적 영토에 거주하면서 매우 상이한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다.   금과 가야금의 이야기는 경계를 넘어 이루어지는 문화 구축의 핵심 원동력을 보여준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원래의 것과 각색된 것이 마주치고, 비슷한 철학적 이상을 좇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미학적 목적지에 도달한다. 이런 순간은 지도상의 어떤 선보다도 각 나라의 정체성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조세린 / 클라크 배재대 동양학 교수문화산책 중국 소리 가야금 연주자 전통 현악기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2023.03.12. 17:20

'소리없는 뼈도둑'…칼슘 챙기세요

골다공증은 간단히 말해 뼈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다. 뼈의 양이 줄어들면서 뼈가 얇아지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게 된다. 그러나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뼈도둑'이라고도 하며, 특히 폐경기를 겪은 중년 이후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평소 칼슘 보충제를 챙겨 먹는 가정이 많다. 그런데 일반적인 칼슘 보충제들은 칼슘 컴파운드 형태를 가진다. 즉, 이를 분리해 이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세포로 흡수되지 못하고 화장실로 배출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칼슘 보충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이온화'다. 가장 쉽게 이온화를 확인하는 방법은 제품 1회분을 가루로 만들어 250cc 정도의 물에 녹여보는 것이다. 완전하게 용해되지 않는다면 이온화가 용이한 제품이라 할 수 없다.     '나노웰'의 '이온 칼맥(Dr.G's Amazing Ionized Cal Mag)'은 현존하는 제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생체이용률을 보장하는 제품이다. 물에 완벽히 녹아 섭취 전 이 제품이 얼마나 잘 이온화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칼슘 이온이 안전하게 세포로 흡수될 수 있도록 칼슘과 마그네슘을 2:1로 배합한 것도 장점이다.     이온 칼맥은 최상의 흡수율을 바탕으로 골밀도를 상승시키고 하지불안증을 완화해 준다. 심장을 비롯한 각종 근육의 수축, 인체 내 정보 전달 시스템, 상처 치유를 위한 면역 시스템의 작동에 관여하는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이온 칼맥은 스틱(2.4g)을 250cc 이상의 따뜻하거나 뜨거운 물에 넣고 투명하게 녹을 때까지 저어서 마시면 된다. 성장 발육을 위한 어린이 복용 시에는 체중 15kg마다 600mg를 기준으로 조절하면 된다.     현재 '핫딜'은 미주 한인들의 뼈 건강을 응원하며 이온 칼맥을 35% 세일하고 있다. 행사 기간 동안 216달러 상당의 이온 칼맥 4개월분(60스틱 x 2박스)을 140달러에 특별 할인 판매하며, 구입 시 물병을 추가 선물로 증정한다.     ▶문의: (213)368-2611 ▶상품 알아보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뼈도둑 소리

2023.0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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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거울 소리

헐벗은 공기 알맹이   지직지직 하는 초음파 주파수   내가 못 알아듣는 딴 나라말   鬼神이 내는 목쉰 소리   머나먼 갤럭시 세찬 숨소리 등등   왠지 푹 가라앉는 기분이에요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겨울 냄새가 코끝에 아찔해   헐벗은 공기 알맹이가 나를   실눈으로 흘겨보는 순간 터무니없는   *default 設定 이거 으응 응 흠 흠 서량 / 시인·뉴저지글마당 거울 소리 거울 소리 공기 알맹이 초음파 주파수

2023.02.10. 17:23

[잠망경] 미세한 소리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일이다. 그날 한 인디애나 의과대학 재학생이 임상 교육을 받으러 이 종합병원에 와서 나를 따라다니면서 회진을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때 마침 나는 신생아실에서 한 아기를 진찰하던 중인데 그 아기 심장에서 정상 박동이 아닌 murmurs 소리가 심장박동 사이에서 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주의 깊게 이 소리가 어떤 심장 질환과 연관이 있는 소리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 소리는 마치 조용한 바람 소리 같이 “사~악 사~악” 하는 아주 작은 소리이기에 때로 내 귀에 들리기도 하고 안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거기에 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곁에 서 있는 의과대학생에게 이 신생아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하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설명하도록 했다. 그 학생은 한참 듣고 나서 신생아의 빠른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린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른 소리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다.     나는 이번에는 다시 들어보면서 의사 선생님이 지금 말한 정상이 아닌 심장 소리가 분명히 박동 속에 들어 있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들어보라고 말했다. “아- 선생님. 그 이상한 murmurs 소리가 정말 들려요!” 환호하며 그 학생이 대답했다. “그럼 그렇지. 없다고 생각하고 듣는 것과 거기 분명히 있다고 믿고 시도하면 이렇게 결과가 다르다는 말이야” 하며 나는 그에게 힘주어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귀한 경험을 한 의사 지망생을 생각하면서 나는 구약에 나오는 엘리야 선지자가 경험한 경이로운 체험담을 생각해 보았다.   왕상 19장 11-12 “이제 곧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 너는 나가서, 산 위에, 주 앞에 서 있어라.” 크고 강한 바람이 주님 앞에서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었으나, 그 바람 속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 지진이 일었지만, 그 지진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가고 난 뒤에 불이 났지만, 그 불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불이 지난 뒤에, 부드럽고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필경 엘리야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행여 하나님의 모습을 놓칠세라 온 정신을 집중하여 주님의 모습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때마다 자기 모습을 그에게 보이지 않으셨다. 그때 엘리야는 얼마나 실망했을까? 그러나 그는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라는 주님 말씀을 굳게 믿는 믿음으로 실망하지 않고 산 위에 버티어 서 있었고 그의 긍정적인 믿음이 마침내 미세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이다.     요즈음 우리 세대는 지진도 아니고 바람이나 불도 아닌 계속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그 변이형(Variant)의 발생으로 인하여 끝없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중에 어느 누군가 마치 전에 나를 찾아왔던 인디애나 의과 대학생처럼 아니면 선지자 엘리야처럼 창조주의 미세한 음성을 듣고 이 어려운 때를 살아갈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황진수 / 수필가잠망경 미세 소리 심장 소리 murmurs 소리 아기 심장

2023.01.02. 17:04

[영상] 침실 벽서 소리 나더니..구멍까지 뚫고 나타난 것은?

 영상 침실 소리

2022.12.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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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과 콜라보 9가지 무대 '갈채'... 10년만에 열린 한국문화원 정기공연

한국문화원(이사장 김봉수, 원장 김기욱)의 10년만의 정기공연이 지난 17일 5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둘루스 고등학교 극장에서 진행된 공연에서 한국문화원, 소리누리, 시카고 한국전통예술원(대표 김병석), 장윤경 피아니스트, 장재연 메조 소프라노, 정채빈 바이올리니스트 등의 공연진은 문굿, 영남가락, 웃다리 가락, 판굿 등의 국악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장구 삼중주로 탱고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를 계획하고 직접 공연에 참여하기도 한 고동균 한국문화원 부원장은 정기공연을 마치고 "9가지 무대 모두 정말 좋았다.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특히 마지막 무대 후 큰 박수갈채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고 부원장은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로 학생들과 함께한 웃다리가락을 꼽았다. 그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도 있었다"며 감동적이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또 아쉬운 점으로 타 커뮤니티에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뽑았다. 고 부원장은 "음악은 비언어다. 특히 타악기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익숙한 점도 있고, 이번에 서양 악기와 콜라보를 했을 때 거문고, 해금 등 한국의 소리에 매료되신 분들도 많았다"고 국악의 매력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문화원은 지난 2009년에 창립되어 국악을 포함한 한국 문화를 교육하고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활동을 해온 바 있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소리 한국문화원 소리누리 영남가락 웃다리 고동균 한국문화원

2022.12.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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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서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자존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내면 소리 생활 꽃꽂이 동양 꽃꽂이 노인들 합창단

2022.12.14. 19:50

[삶의 뜨락에서] 내면의 네 소리를 들어라!

엊그제 80 언덕에 올랐다고 자랑, 광고했었습니다. 그 후에도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몇 바퀴나 돌아보았습니다. 다시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앞으로만 가야 하는 나의 나머지 길이지만 제 마음이 주저주저합니다. 어쩌자는 것인지요? 저 희미한 내 앞길인즉 이왕이면 더 힘차게 재미있게 또는 보람차게 가야 한다고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분명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차 자리에 다시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늙으나 젊으나 감정만은 변함이 없는데 무슨 변덕이냐? 예? 열심히 살려고 애는 쓰고 있노라 대답은 했습니다.     실은 제 몸이 돌연 여기저기를 쿡쿡 찌릅니다. 조금은 이미 고장 나 있던 팔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지금은 내가 몸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지 아니면 결심하고 벌려놓은 일들에 항복을 해야 하는지 파스를 더덕더덕 붙이며 팔과 조용히 상의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이기주의가 되라는 가르침이 그럴듯해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무엇인가 서투름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림은 조용히 앉아 골똘할 수 있어 좋습니다. 합창! 솔직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노인들 합창단에 제 목소리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이 자리에 고해 보겠습니다. 이 나이에 전공 공부를 다시 계속해볼까 했습니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자신을 잃게 했습니다. 나이를 생각하라네요! 노래는 합창으로 낙찰이 됐습니다. 기다리던 다음 차례가 꽃놀이였습니다. 이름까지 지어 놓았던 ‘생활 꽃꽂이!’ 저에게는 내 주위에 무엇이든 싹트고 뿌리가 내려 자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랑스럽고 나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꽃밭에서 자라고 있는 꽃 몇 송이를 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꽃꽂이, 즉 자연을 방에서도 예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목소리를 꽃과 맞바꿈 했습니다. ‘이케바나’, 일본어로 Fresh Flower가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제 쫀심으로 ‘동양 꽃꽂이’라 이름을 바꾸고 수업은 ‘생활 꽃꽂이’(Life in Flower)라 지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며 재료 장만에 가르침까지 하려니 힘 부족이 팔에 고장을 불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세월 속에 80이란 숫자가 돌연 제 머리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우선 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따라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너는 봉사를 좋아하는 혹은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지? 아! 예!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습니다. 새삼 내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에 친지들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놀람과 두려움이 속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쉽사리 잊힙니다. 아마도 기억력이 짧아지니 지나간 것은 곧 잊어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안 잊으려 해도 잊힙니다. 대신 차곡차곡 싸인 밑바닥의 잔재 추억거리들이 무게 압력에 숨이 막힌다고 헤집고 올라와 옛 놀이를 하자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적응을 무시하고 꿈꾸던 꽃놀이가 저의 큰 기쁨으로 찾아와 줌에 또 감사했습니다. 힘은 들지만 노인 학생들의 즐거움이 보람과 힘이 됩니다. 저의 팔도 곧 훈련되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날까지 따라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내면 소리 생활 꽃꽂이 동양 꽃꽂이 노인들 합창단

2022.12.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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