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하순이 되면 사이구(4.29) 폭동의 악몽이 검은 연기처럼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타오르는 불길과 시커먼 연기, 약탈자들의 난동, 부자동네만 지키는 경찰, 이른바 지붕 위의 총 든 사나이들, 그리고 평화의 대행진…. 미주 한인 이민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기억이다. 올해는 한층 더 아프게 되살아나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로 이어질 위험이 큰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 때문이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의 화약고인 인종 갈등, 그것이 화산처럼 폭발한 사이구는 이민 예술작품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했다. 폭동을 다룬 많은 글과 연극, 영화 등이 발표되었다. 폭동 30주년이었던 지난 2022년에는 미주한국문인협회와 LA한국문화원이 힘을 모아 사이구 폭동 주제 문학작품을 묶은 〈흉터 위에 핀 꽃〉이라는 제목의 두툼한 책을 낼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문학작품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을 꼽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고원 시인의 시를 꼽고 싶다. 고원 시인의 〈검은 눈물로 거듭나〉, 〈L.A. 애가(哀歌)〉, 〈빛깔이 많은 노래〉와 〈줄넘기〉 등의 작품들은 단연 돋보인다. 사건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헤치는 예리한 시각, 절제되고 울림이 큰 시어(詩語)와 품격이 조화를 이룬 예술성으로 긴 생명력을 갖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폭동의 빌미가 된 두순자 사건을 주제로 한 〈검은 눈물로 거듭나〉는 1992년 2월에 발표된 작품으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아메리카 합중국의 구조적 갈등을 고발한다. 다섯 토막으로 구성된 ‘짧은 서사시’인 이 작품에서 시인은 비극적인 총격 사건을 통해 한국 여인, 이민자의 갈등과 한을 안타깝게 노래하며, ‘눈물로 비는’ 모습으로 화해와 용서를 호소한다. 이 시는 영문으로 L.A.의 한인/흑인 시인 합동 시낭송회에서 시인 자신이 낭독한 바 있다. 폭동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L.A. 애가(哀歌)〉는 1992년 5월, 그러니까 폭동 바로 직후에 쓴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의 아우성이나 생경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절제된 언어로 구원과 희망을 노래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바다와 잿더미 속에서도 ‘서로의 눈을 간절히 보라’고 호소하며, 폭동의 유일한 사망자인 이재성 군을 통해 한인사회의 단결과 희망을 역설하고, 교포들이 자발적으로 펼친 추모의 평화행진에서 희망을 읽는다. 이 작품은 꽤 큰 규모의 서사시로 시극(詩劇)으로 공연해도 전혀 무리가 없고, 장엄한 칸타타의 가사로 쓰여도 좋을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폭동 1주년에 발표한 시 〈빛깔이 많은 노래〉와 〈줄넘기〉는 마치 순수한 동시나 어린이 그림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빛깔의 무지개와 어린이들의 즐거운 놀이인 줄넘기를 통해 상처의 치유와 화합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이 시는 소박하지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다양함의 아름다움과 놀이를 현실 극복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폭동의 원인, 실상, 극복의 지혜를 노래한 이 작품은 미주 한인이민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원 시인은 1925년 12월 8일,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올해 탄신 100주년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여, 남가주 한인문단에서 이런저런 행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는 문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행사가 흔히 열리고 있지만, 미주에서는 처음이라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세기의 세월 동안 시인의 시 세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특히 디아스포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세우고 지켜 왔는지, 긴 세월 꾸준히 뿌려온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이고 폭넓게 고찰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되살핌은 오늘날 우리의 사회에 직접적인 교훈이 될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고원 시인 고원 시인 미주 한인이민사 흑인 시인
2025.04.24. 18:12
뉴욕·뉴저지에서 활동하는 김은자 시인의 네 번째 시집 〈그해 여름까지가 수선화〉(사진)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1부: 소리의 앞 고름을 풀다 ▶2부: 틈에서 소리를 건지다 ▶3부: 불손한 바이링구얼 ▶4부: 여섯 개의 촛불에 불을 댕기며 ▶5부: 화가의 정원으로 구성됐다. 김 시인은 “미국 땅으로 이민 와서 둥지를 튼 사람은 다 자기 나름의 이야기보따리를 갖고 있다. 시집을 통해 친구들, 이웃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하나하나 들려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한 김 시인은 1982년 도미해 현재 뉴저지주 에머슨에 거주 중이다. 2004년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이후 미주중앙일보 〈문학산책〉 칼럼을 연재했다.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윤동주 해외동포문학상, 제1회 해외풀꽃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윤지혜 기자김은자 시인 김은자 시인 미주중앙일보 신춘문예 이후 미주중앙일보
2025.03.09. 17:41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오광운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떠나온 길’(표지 사진)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 ‘고향을 떠나 찾아온 외길’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육군 대위 전역 후 1980년 미국으로 온 그는 2018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뉴욕중앙일보 문학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 대해 “산의 소리와 바람 소리, 강의 물소리, 그리고 바다의 파도 소리가 모두 시의 소리”라며 “떠나온 그날들의 이야기, 참 긴 세월인 듯한 짧은 길들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2019년 첫 번째 시집 ‘끌고 온 바다’, 2021년 두 번째 시집 ‘바람의 끝’을 출간했다. 이후 2년 반 만에 신작을 냈다. 김정기냈다. 김정기 시인은 그에 대해 “오광운 시인의 손이 닿으면 모두 새롭게 눈부신 시가 된다”고 평가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오광운 시인 오광운 시인 김정기 시인 이번 시집
2024.08.18. 17:40
재미시인협회(회장 고광이)가 오는 15일 오후 6~8시 무료 줌 세미나를 개최한다. 초청 강사는 김이듬 시인이다. 2020년 ‘히스테리아’의 영미 번역본이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부산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춘수 시문학상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 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 시집 ‘명랑하라 팜 파탈’, ‘베를린, 달렘의 노래’, ‘투명한 것과 없는 것’, 장편 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연구 서적 ‘한국현대페미니즘 시 연구’와 영역시집 등이 있다. 한양여대 겸임교수를 역임, 웹진시산맥 주간이다. 이번 강좌에서는 자신의 여덟번 째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중심으로 창작 방법론과 시학을 특강한다. 3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1부는 시간의 세 가지 얼굴이라는 개념과 사물의 순간적 파악, 감정을 표현하는 시의 특징을 살펴본다. 2부는 공간과 장소성, 3부는 시공간을 넘어 타자에게 이르는 시 세계를 탐구한다. 줌 강의에 참여하려면 ID: 387 121 2552, Passcode: kpaa를 사용하면 된다. ▶문의: (310)612-9580 이은영 기자시인 개최 시인교실 창작 김춘수 시문학상 창작 방법론
2024.08.04. 19:09
오렌지글사랑(회장 조앤 권)이 내달 1일(목) 오전 10시 가든그로브의 글사랑 교실(9681 Garden Grove Blvd, #203)에서 김동찬(사진) 시인 초청 특강을 연다.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는 김 시인은 산문집 ‘LA에서 온 편지 심심한 당신에게’, 시조집 ‘신문 읽어주는 예수’, 시집 ‘봄날의 텃밭’, 시 해설집 ‘시스토리’ 등을 출간했다. 회비는 15달러다. 음료와 간식이 제공된다. 문의는 전화(714-530-3111)로 하면 된다.김동찬 시인 김동찬 시인 초청 특강 garden grove
2024.04.29. 20:00
“귀한 민족시, 겨레 시를 모아서 시조집에 수록해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초혜(사진) 시인이 첫 시조집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시산맥·사진)’를 출간했다. 첫 시집 ‘창밖엔 치자꽃이’에 이어 11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시간의 바람결’에 이은 세 번째 출간이다. 올해 84세로 팔순이 훌쩍 넘은 이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출간 이후 12~13년 동안의 삶이 담겨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어언 반백 년의 삶과 신앙생활을 시조 문학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리움 뿌리에 보듬고’에는 1부 봄, 2부 여름, 3부 가을, 4부 겨울 등 총 4부에 81편의 시조 작품이 수록됐다. 유심시조아카데미 홍성란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45년, 적지 않은 텍스트에서 시인이 통과한 신고의 시간이 보인다”며 “단독 시조집을 내지 않은 만큼 다작은 아니지만 이초혜 시인 시조의 진폭은 크다”고 평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시절 시조부에서 이태극 교수로부터 시조를 배운 이 작가는 방언, 시조, 향가, 민요, 전설 등을 수집하며 시조를 연구했다. 졸업 후 동아일보 기자를 역임하고 1979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6년 ‘문학세계’로 시등단을 한 후 ‘창밖엔 치자꽃이’, ‘시간의 바람결’ 등 시집을 출간했다. ‘해외동포창작문학상’, ‘미주PEN문학상’, ‘한미문학상’, ‘영매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방외국어대학(D.L.L.) 한국어 교수, 남가주한국학교 교장 등을 역임하며 미주지역에서 2세 한국어 교육과 한국어 알리기에도 평생 힘썼다. 이은영 기자그리움 시인 그리움 뿌리 시인 시조 유심시조아카데미 홍성란
2024.04.07. 16:36
멘토23재단(회장 제임스 김)이 오는 21일(목) 오후 6시 애너하임의 메가시스덴탈랩(1962 W. Corporate Way) 세미나실에서 ‘디카시’ 공개 강좌를 연다. ‘문학세계’ 발행인 겸 편집인인 정찬열(사진) 시인이 강사로 나와 한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 중인 새로운 문학 장르 ‘디카시’에 관해 강연한다. 멘토23재단은 매달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한인 청소년을 위한 사회 각 분야 멘토 초청 강연 행사, 장학 사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문의는 제임스 김 회장(323-707-6060)에게 하면 된다.정찬열 시인 정찬열 시인 디카시 강좌 디카시 공개
2024.03.17. 22:00
오문강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선생님 꽃 속에 드시다’를 가슴으로 읽었다. 말과 글이 터무니없이 짧게 토막 나는 ‘외마디’시대에 온돌방 아랫목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시를 읽으니 마음이 온통 따스해졌다. 신작 시 39편과 1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제28회 ‘미주문학상’ 수상을 자축하는 의미도 담고 있어 각별하다. 오문강 시의 바탕은 진득한 ‘사람사랑’이다. 작품마다 구석구석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진하게 배어 있다. 사랑의 대상은 아버지, 손자 손녀 같은 가족부터 오랜 친구, 국어 선생님, 문단의 어른들, 글 벗 등 다양하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이 아니라, 시인의 삶에 중요한 흔적을 남긴 구체적 인물들이다. 시인은 이들을 거울삼아 자신을 드러내고 옷깃을 여민다. 사실 시의 본질은 그렇게 맺어진 관계를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일의 진솔하고 정직한 기록일지도 모른다. 오문강 시의 또 다른 미덕은 식물성 사유가 빚어내는 담백하고 깊은 맛이다. 아버지께서 “나 본 듯이 보거라”며 심어주신 향나무처럼 질박하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음식의 참맛 같다. 그의 시에 나무나 꽃이 유달리 많이 나오는 것은 그 투명하고 겸손한 생명력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친구에게 말한다, “그 속에 우리들이/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서있구나”라고. 시인은 ‘정직한 나무’로 늘 건강하고 향기롭기를 바라는 것이다. 식물성 사유의 정점은 떨어진 꽃잎을 제자리에 붙이려 애쓰는 손녀의 모습에서 아름답게 드러난다. “허리 굽혀 자세히 살펴보니/ 왼손엔 떨어진 꽃잎이 한장 들려 있고,/ 오른손으로 옮겨 쥔 꽃잎 한장을/ 제 자리에 갖다 붙여주려고 애를 쓰는데 안 붙는다/ 안 붙는다!”-〈안 붙는다〉 부분 이 시집의 마지막 묶음인 3부와 4부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상 떠난 문단 어른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친하게 사귄 글 벗들에 대한 신뢰, 나성(LA) 한인 글동네 사람들의 훈훈한 풍경, ‘미주한국문인협회’ 탄생 무렵의 낭만과 열정 등으로 가득 찬 시들과 산문은 ‘오문강 식 사람사랑’이면서 동시에 소중한 역사 기록이기도 하다. 하나같이 그립고 반가운 이름들이다. 우리 미주한인문학의 기초를 다진 고마운 분들이다. 특히 이미 세상 떠난 분을 그리는 시를 읽노라면 자연스레 눈길이 하늘을 향한다. 결국 이런 글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이 시집은 오문강 시인의 시론(詩論)과 철학을 정리한 책으로도 읽힌다. 시에 등장하는 문단 어른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시 정신을 요약하는데, 하나같이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 오문강 시인의 가장 큰 덕목은 아주 편안하고 쉬운 말로 핵심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힘이다. 잔재주를 부리거나 지나치게 꾸미지 않는다.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교수(서울대 국문과)의 평은 정확하다. “오문강 시인의 작품들은 일견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을 그려놓은 것 같지만 마치 물 한 방울에 세계를 담듯이 삶이라는 문제를 숙고하게 한다. 평이한 듯한 진술 속에 시인의 비범한 성찰적 시선과 태도가 돋보인다.” 오문강의 시는 요새 젊은 시인들의 ‘현대시’처럼 어려운 시어(詩語) 범벅으로 난해한 시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려운 낱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글이라기보다 말에 가깝다. 그래서 편안하다. 그냥 평소에 쓰는 편안한 입말로 툭 툭 던지는 언어 안에 깊은 뜻과 울림이 담겨있다. 마치 씹을수록 맛깔 나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사람사랑 시인 사람사랑 노래 식물성 사유 역사 기록
2023.08.17. 19:24
박종원 기자윤동주 시인 윤동주 시인 추모 공연
2023.02.09. 17:57
흐르는 시! 몸으로 쓰는 시(詩) 몸시(詩)라고 해야 할까? 모션포에트리요가스튜디오(Motion Poetry Yoga Studio)라고 이름을 만들어 작은 클래스의 수업을 진행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평소 SNS 같은 사회적 통로의 교감을 안 하는 나이기에 친구와 친구의 소개로 모인 소규모의 모임이라 더욱 애틋하다. 통통 튀는 발랄함, 이슬처럼 신선한, 사슴의 눈처럼 선한,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기쁨은 정말 크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질책처럼 일주일에 한 번을 뭐 하려 하느냐고 해서 웃기도 했지만 일 년 가운데 52회의 만남이 주는 우리의 교감은 끈적끈적하고 몸으로 정신으로 세우는 우리의 몸시는 튼실한 삶의 근육이 되어 생의 활기를 불러온다. 수업이 시작되면 매번 나는 한 편의 시를 선정하여 읽어주는데 2023년 새해 첫 수업에 어떤 시를 읽어줄까? 고심하다 요가 수업의 첫 명상 자세, 연꽃잎이 떠올랐고 꽃이 피려면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당도하자 아하! 쾌재를 불렀다. 환한 얼굴로 다시 만난 우리는 분주했던 일상, 산란한 마음을 호흡으로 정돈하고 줄기처럼 척추를 곧게 펴고 마룻바닥에 앉아 명상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3’을 낭송해 주는 나의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촉촉하게 내리는 단비가 되기를 소망했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어 피는 꽃, 어둠과 고통을 뚫고 태양에 고개를 내밀어 정수리에 꽃을 피워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는 연꽃, 요가 수행자에게는 연꽃은 씨앗에 담긴 인내와 존재의 가능성, 실현의 상징을 의미한다. 나는 요가의 아름다운 철학은 삶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임을 상기시키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단단하고 유연한 연꽃 씨앗 한 알 심어 꽃 피우기를 소망하였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란, 풀밭 길을 걸어가다 길가에 아름답게 핀 꽃을 쥐어보는 길”이라고 시적인 표현을 해 주신 삼석(三石) 지창보 작가님의 한 줄의 글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씨앗의 세월없이 피워낸 꽃이 어디 있으랴. 천둥과 비바람, 벼락이 통과하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내지 않고 피워낸 꽃이 어디 있으랴. 새해를 맞이하며 정갈하게 심는 마음에 씨앗은 얼마나 신선한 자극인가.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 마음의 꽃 씨앗을 심기는 하지만 물을 주는 것을 게을리하는 건 아닌지? 우리들의 요가 수업은 잠시 가다듬은 호흡으로 내면을 충전하여 시들어가는 몸과 마음에 물을 주는 생명의 몸짓이다. 그날 수업의 정점은 나무 자세. 옥 같은 꽃에 난초의 향기가 피어오른다는 옥란(玉蘭), 나무에 피는 연꽃, 목련을 떠올리며 땅에 깊게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한발로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선다.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손끝에 유연함과 강인한 새 씨앗을 가슴에 심는 학생들의 두 다리는 튼실하고 눈빛은 강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물처럼 흐르는 음악 소리에 수업은 끝나고 환한 웃음으로 일주일 후 만남을 기대하며 학생들은 각자의 길로 총총걸음 헤어졌다. 그날 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꽃 피워 봐/ 참 좋아.” 각자 심은 씨앗에 물을 주기를 당부하며 감사 기도하는 잎 속에 수런거리며 피어오르는 저마다 눈부신 연꽃을 나는 보았다. 곽애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시인 연꽃 씨앗 요가 수업 나태주 시인
2023.01.25. 20:15
정신과 전문의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성내 시인이 첫 시집 ‘바위의 언어(사진)’를 출간했다. 조 시인은 현재 뉴욕중앙일보에 ‘중도’라는 이름으로 시를 게재하고 있다. 조 시인은 “마음 깊숙이 숨어 있었던, 예전에는 몰랐던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하나씩 손으로 잡아다 펼쳐놓았다”고 시집 출간 소감을 밝혔다. 책을 소개한 김정기 시인은 “조 시인은 이국땅의 흙을 밟은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늦지 않다는 열정으로 첫 시집을 상재하게 됐다”며 “피땀어린 노력으로 정신과 의사로 성공하고, 지금은 은퇴 후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 시인은 작품 ‘바위의 언어’에서 이민의 삶과 애환, 언어 소통의 어려움 등을 담았다. 그는 “지난 50여년 기죽은 채로 살아오면서 하고싶은 말 참으며 바위의 언어를 속 깊이 되뇌어 왔지만, 아직도 바위는 못 되었다”며 이민 생활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를 시에 함축적으로 담기도 했다. 조 시인은 전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7년부터 뉴욕에 거주해 왔다. 아동발달학교 라이프라인센터 의료과장,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등을 거쳤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시인 시집 시집 바위 김정기 시인 애환 언어
2022.11.21. 20:07
문학과 미술을 사랑하며 주님을 섬겨온 허금행 시인(고 산부인과 전문의 이종성목사 사모)이 지난 8일 오전, 향년 72세를 일기로 뉴욕 하츠데일 자택에서 별세했다. 환송예배는 오는 13일 오후 4시 유재도 목사 집례로 플러싱 중앙장의사(162-14 샌포드애비뉴)에서 열리며, 조문은 같은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가능하다. 하관예배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파인론묘지(2030 웰우드애비뉴)에서 진행된다. 유가족으로는 장녀 이수잔과 장남 이 데니스, 차녀 이 헤이디, 차남 이 스티븐 등을 뒀다. 연락처: 오빠 허도행(917-685-5277)부고 허금행 시인 허금행 시인 이종성목사 사모 플러싱 중앙장의사
2022.11.10. 17:54
재미시인협회 미주문협 해외문인협회 회원인 전희진(사진) 시인이 3번째 시집 '나는 낯선 풍경 속으로 밀려가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지난 2018년 낸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시집에서는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겪는 이주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디아스포라가 더 주목된다. 시인 전희진은 일반 서정시뿐만 아니라 산문시, 실험시, 메타시 등 다양한 형식의 시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시인으로 13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며 "중학교 때부터 써오던 시를 모아왔으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더 많은 시를 써오게 됐다"고 전했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총 59편이 수록돼 있다.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시인이 언어 구사의 측면에서 환유적, 해사적 언어를 사용한다"며 "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의 감각과 시의 감각, 삶의 감각을 참신하게 해준다. 전통적 서정시가 지배적인 미주 한인사에서 현대시학 및 다양한 감각이 들어간 이 시집은 일련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론했다. 시집은 알라딘 서점, 교보 서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희진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1973년 미국에 이민 왔다. 2011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했으며 재외동포문학상, 시와 정신 시인상, 미주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다.시인 시집 시인 시집 이번 시집 언어 구사
2022.10.19. 18:38
주말 이틀간 한인회관 문학축제 나태주 시인·유성호 평론가 강연 100여명 ‘품격과 재미’ 강연 매료 애틀랜타에 모처럼 인문학의 향기가 넘쳐났다. 한인회관에서 13, 14일 주말 이틀 연속 이어진 나태주 시인과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강연에서다. 애틀랜타문학회(회장 조동안) 주관,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 주최로 마련된 2022년 여름 문학 축제 첫날 한인회관엔 100여명의 한인이 모여 품격과 재미의 강연을 경청했다. 이날 나태주 시인은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시를 통해 각박한 삶의 위안을 얻고 있다”며 시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인이라면 활화산처럼 쉬지 않고 시를 쏟아내는 늘 현역이어야 한다”면서 “시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짧게, 그러면서도 울림이 있도록 쓴다면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유성호 문학평론가도 ‘위안과 치유로서의 문학’이란 제목의 강연으로 청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한양대 국문과 교수이기도 한 유 평론가는 고전 경전과 영화, 신화에서 뽑아낸 3개의 텍스트를 재미있게 풀어가며 인간 욕망의 본질을 분석했다.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의인이나 부처, 군자, 현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런 불가능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이 보다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라며 “인문학을 통해 습득된 돌봄, 마음 씀의 자세로 타인을 대함으로써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문학인의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두 강연 사이에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이뤄진 청소년 연주단 ‘시엘 4중주단’의 연주가 이어져 박수를 받았다. 또 강연 시작에 앞서 박윤주 애틀랜타 총영사의 축사를 송현애동포 담당 영사가 대독했고, 이홍기 한인회장이 격려사를 했다. 김지민 기자 문학회 시인 인문학
2022.08.15. 17:53
오렌지글사랑(회장 조앤 권)이 오는 11일(목) 오후 7시30분 김동찬(사진) 시인 초청 줌 특강을 개최한다. 김 시인은 이날 ‘이야기 시’란 주제로 강연한다. 김 시인은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 줌 아이디는 512 791 3229, 패스 코드는 1234다. 김동찬 시인 김동찬 시인 오렌지글사랑 가입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2022.08.08. 10:51
석정희(사진) 시인이 5번째 시집 ‘내 사랑은’(인타임.사진)을 출간했다. ‘우리에겐 꿈이 있다’, ‘시월의 기도’, ‘한 두름 조기에서’ 등 총 5부로 구성된 ‘내 사랑은’에는 95편의 시가 수록됐다. 석정희 시인은 “짧은 호흡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다시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시를 썼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었을 독자들에게 시가 작은 위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대시인협회 이현수 시인은 “‘내 사랑은' 시집은 문학이 외면받는 시대라는 말이 무관함을 알게 하는 시집"이라며 "세속적 물욕에 대한 저항과 신앙의 힘이 시 행간마다 녹아있다"고 밝혔다. 석 시인은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라는 영시로 미 문단에, 또한 국내에서는 '크리스천 문학'과 '창조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 후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한민국예술문학대상,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독도문화제문학 대상 윤동주 별 문학상, 유관순 문학 대상을 수상했고 재미시인협회 부회장, 미주한국문협 이사, 미주크리스찬문협 사무국장 및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다. 저서에는 시집 '문 앞에서', '나 그리고 너', 영시집 '강(The River)', '엄마 되어 엄마에게',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등이 있다. 이은영 기자시인 사랑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현대시인협회 이현수 재미시인협회 부회장
2022.06.19. 14:29
타냐 고 홍(사진) 시인이 알바니아 코르차시에서 열린 국제 코르차 시인축제에서 시 ‘아직 봄을 믿습니까’로 드리트로 알고리상을 수상했다. 드리트로 알고리상은 알베니아 문학거장인 드리트로 알고리를 추모하며 제정한 상이다. 수상한 시작품은 홍 시인이 2020년에 LA 메트로 프로젝트에 초대되어 팬데믹동안 페어펙스 고등학교 시 워크숍에서 학생들의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전문 심사위원단은 ‘아직 봄을 믿습니까’가 지닌 현대문학의 요소와 얽혀있는 의미 있고 비유적인 시학과 예술적 표현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했다. 홍 시인은 1991년 한국시로 등단, 안디옥대학에서 문예 창작 석사를 마쳤다. 1993년 영한시집 ‘일점 오세(Generation One Point Five)’를 출간한 후 작가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10회 고원문학상, 윤동주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시집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푸른사상)’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선정한 2021년 디아스포라 독후감 대상에 선정됐다. 또한 주류 문단에서 주목하는 영시집 ‘The War Still Within(KYSO Flash)’에 수록된 대표 작품인 ‘Comfort Woman(위인부)’을 주제로 단막극 극본을 집필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시인 국제 시인 축제 고원문학상 윤동주상 전문 심사위원단
2022.06.19. 14:26
뉴욕중앙일보 문화센터 문학교실 회원 출신으로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손정아(사진) 시인이 세 번째, 네 번째 시집 ‘길 위에 길’과 ‘길 안에 길’을 출간했다. 그는 길 위에서 사람을 만나고,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시인의 시선으로 길에서 느낀 점을 시로 표현했다. 특히 미국에 거주하면서 고국이나 고향을 건너다보며 느낀 떠돌이 삶에 대한 성찰, 존재와 근원에 대한 진솔한 고백을 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길 위에 길’에 실린 그의 시 ‘질경이 풀씨’에서 시인은 “누구의 눈길 한 번 없는 돌자갈 틈에서 밟히는 아픔으로 삶을 보는 질경이의 자유는 참이슬의 평화”라고 썼다. 시인 자신이 질경이 풀씨라는 다짐이 ‘길 위에 길’에 작지만 단단하게 심겨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추천한 김정기 시인은 해설에서 “손 시인은 시편 마디마다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듯 우려낸다”며 “그 만의 글맛으로 가슴에 안온한 향수를 더해 떠나온 모국어 숨소리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전남 해남 옥천에서 태어난 손 씨는 90년 미국에 왔다. 뉴욕중앙일보 ‘글마당’에도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그의 발에 운동화 끈이 풀려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등이 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손정아 손정아시인 뉴욕중앙일보 뉴욕 시인
2022.06.13. 17:32
김지하 시인이 세상 떠났다는 기사를 읽고, 명복을 빌며,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책들을 찾아서 다시 읽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황토’ ‘오적’ ‘애린’ 등의 시집은 물론이고, 김지하의 사상이 담긴 ‘남녘땅 뱃노래’ ‘밥’ ‘살림’ 같은 산문집을 주로 챙겨 읽었다. 김지하는 민족정신의 큰 예술가이자 사상가다. 우리 문화 예술에 미친 영향력도 매우 크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말년의 행적으로 인해서 ‘변절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고, 예술가로도 바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참 안타깝다. 소설가 이문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지하는 “한때 헹가래 받았다가 떨어져 냉담한 대접받는 사람”이 되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인은 여러 차례 투옥되며 고초를 겪고 평생 후유증을 앓았으며 최근 수년간 지병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온갖 박해와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예술과 사상세계를 세워간 시인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김지하의 예술과 사상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운동권의 진영논리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일이 너무도 많았고, 그 바람에 많은 정신적 자산을 잃었다. 큰 손실이다. 한국사회의 현대화, 민주화 과정에서 투사도 물론 필요했지만 더 소중한 것은 정신을 바로 세워줄 사상가였다. 그의 사상은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평가되고, 구체적으로 계승 발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지금이야말로 김지하의 사상과 철학을 든든한 도약대로 삼아야야 할 때다. 김지하의 사상 공부는 생명사상, 화엄사상, 율려(律呂), 후천개벽, 풍류, 신바람, 흰 그늘과 시김새의 미학 등 우리 겨레의 마음바탕을 읽어내고, 그것을 오늘의 삶에 구체적으로 접목시키려는 것이었다. 그 정신적 뿌리는 불교, 동학,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와 우리의 예술, 특히 민중들의 삶에서 우러난 전통이었다. 김지하는 여느 사상가들처럼 이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상을 시나 연극, 판소리 사설 등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고, 짙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행동가였다. 또한, 원주의 지학순 주교나 장일순 선생과 함께 생명사상을 실천하는 일에도 힘썼다. 60~70년대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문화패들 사이에서 김지하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문학, 연극, 탈춤이나 판소리 등의 전통예술, 미술 등 넓은 범위에서, 특히 민족민중 예술에서 ‘지하 형’으로 불리는 김지하의 생각과 주장은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 문화 운동을 심은 민족예술 1세대의 대부였다. 이른바 ‘김지하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림의 오윤, 노래의 김민기, 춤 이애주, 창작 판소리 임진택, 탈춤 채희완, 연극의 김석만을 비롯한 ‘연우무대’ 단원들, 국악하는 김영동까지 민족민중 예술 1세대가 김지하의 영향을 받으며 각자 자기 분야에서 80년대 미학과 예술론의 성과를 이루었다. 미술 쪽에서도 80년대 초부터 활발하게 전개된 민중미술의 정신적 주춧돌을 놓은 것이 김지하 시인이었다. 1969년에 쓴 ‘현실동인 선언문’이 그것이다. 이렇게 활기차게 전개되었던 김지하의 사상과 예술의 정신을 오늘날에 되살리는 일이 바로 우리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끝으로 김지하를 이야기하면서 그 뒤에서 헌신한 부인 김영주와 장모 박경리 선생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존재는 늘 숨은 영웅이다. 역사의 굽이마다 그랬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김지하 시인 김지하 시인 김지하 사단 예술과 사상세계
2022.05.26. 19:00
석정희(사진) 시인이 제18회 대한민국통일 예술제 문학 대상을 받았다. 한국신춘문예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제18회 대한민국통일예술제에서 석시인은 시 ‘줄을 끊어야 하나 되는 것-통일을 향한 바람으로’로 문학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석 시인은 “새해에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시인으로서 세상을 보고 나눌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대상 수상작인 ‘줄을 끊어야 하나 되는 것’ 작품은 휴전선 줄을 끊어 하나가 되자는 시인의 통일을 향한 바람이 담겨있다. 석 시인은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라는 영시로 미 문단에, 또한 국내에서는 ‘크리스찬 문학’과 ‘창조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 후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한민국예술문학대상, 한국농촌문학 특별대상,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독도문화제문학 대상. 윤동주 별 문학상, 유관순 문학대상을 수상했고 재미시인협회 부회장, 미주한국문협 이사, 미주크리스찬문협 사무국장 및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다. 저서에는 시집 ‘문 앞에서’, ‘나 그리고 너’, 영시집 ‘강(The River)’, ‘엄마되어 엄마에게’,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등이 있다. 이은영 기자대한민국통일예술제 시인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독도문화제문학 대상 시인 문학
2022.01.16. 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