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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감사의 외교, 그 시작은 기억

‘점령’이란 일반적으로 타국의 영토를 무력으로 장악해 자국의 지배하에 두는 행위, 곧 약탈적 패권국의 전형적 행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시혜적 패권국으로, 일정한 전략적 목적 외에 영토 확장을 추구하지 않는 점에서 기존의 제국주의와는 구분된다.   미국은 이미 광활한 국토와 풍부한 자원, 이민을 통해 유입된 양질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의 경제와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다. 이러한 기반 덕분에, 근본적으로 타국의 영토를 탐하지 않는다. 다만 4년 또는 8년마다 정권이 교체되는 구조 속에서, 외교정책의 기조가 외향적 개입과 내향적 고립 사이를 오가며 혼선을 빚는 경우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 대응도 불사해 왔다. 이는 단순한 확장이 아닌, 국제질서의 균형을 위한 개입으로 봐야 한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뤄졌다. 1945년 8월 8일, 소련군이 만주를 통해 한반도로 남하하자, 윈스턴 처칠의 권고에 따라 미국이 참전하면서 38선이 설정되었고,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미군은 여러 차례 철수를 검토했으나, 한미 양국 군 수뇌부의 반대로 전력 균형 차원에서 주둔이 유지됐다.   해방 직후 극심한 빈곤 속에 있던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았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30년간 총 74억 달러에 달하는 무상원조가 이뤄졌으며, 이후 카터 대통령 시절부터는 차관 형식으로 전환되었다. 6·25 전쟁 당시 미국은 전비 670억 달러를 부담했으며, 잉여 농산물도 무상으로 지원했다. 운송 수단이 부족하자 미국 측은 자국 수송선을 이용해 부산까지 운반해주기도 했다.   베트남전에서는 한국군에 전투수당은 물론 최신 무기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군의 현대화와 국가 재건이 가능했다. 이와 같은 지원은 단순한 군사동맹을 넘어 실질적인 국가 성장의 토대가 되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에 대해 약탈적 패권의 역사적 행태를 보여 왔다. 조선시대부터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해 왔으며, 특히 중국은 6·25 전쟁에 개입해 통일 직전까지 갔던 남진을 가로막았다. 지금도 종주국 행세를 하며 한국에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로마 시대 철학자 세네카는 “신세를 지고도 이를 부정하는 자는 배은망덕이며, 갚지 않는 자도 배은망덕하고, 잊어버리는 자는 가장 배은망덕하다”고 했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비록 작고 사소한 예일 수 있으나, 최근 한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 출신 마리아, 독일 출신 로미나 같은 외국인 가수들이 겪는 어려움은 우리에게 작지 않은 메시지를 준다. 마리아는 6·25 참전용사의 손녀이고, 로미나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독일이 수천 명의 광부와 간호사를 받아들여 외화를 벌 수 있게 도왔던 나라 출신이다. 특히 독일은 노동력을 담보로 1억5900(당시 4000만달러)만 마르크를 추가 지원해 우리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해줬다.   이런 인연을 가진 이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맞이하고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받은 은혜에 대한 소박한 보답이자, 성숙한 국가로서의 예의일 것이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소장열린광장 감사 외교 한반도 주둔 약탈적 패권국 시혜적 패권국

2025.06.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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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교 무대서 ‘을’의 생존 전략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거친 고성이 오간 것은 미.우크라이나 관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는국가 간 외교 전략과 국가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떤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시사한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보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향후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전략적 조건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교적 가치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의 50%를 요구하고, 협정 관할권을 뉴욕 소재 법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협정안에 포함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부당한 요구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안보 보장을 제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를 강화해야 하지만, 광물 협정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조하는 가치 외교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젤렌스키가 말하는 가치 외교란 경제적 이익과 국가 주권을 우선하면서도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의미한다. 그는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핵심 산업과 경제적 주권을 미국의 과도한 개입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외교 무대에서 ‘을’의 입장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이를 관철하기 어려웠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에 미국과의 안보 협력은 우크라이나처럼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외교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그의 강경한 관세 정책, 주한미군 철수 시사, 한국의 대중 경제 협력 축소 요구 등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크라이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자강 안보를 실현해야 한다. 강한 국방력은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미국과의 긴밀한 군사 협력은 유지하되, 한국 자체의 방위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국방비 증액과 첨단 무기 개발을 지속해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 간 협상 테이블에서 더욱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경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도체, 배터리,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AI 및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다자 협력 체제를 활용해 무역 다변화를 추진하고, FTA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출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무역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실용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덕적 명분보다는 전략적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미국과의 협력을 최우선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유럽, 동남아, 남미 등과의 연대를 강화해 다자 외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미국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파행은 국가 이익과 외교 전략이 충돌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주체적인 외교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강한 안보와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을’의 자리는 피할 수 없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외교 무대 외교 전략 외교 무대 우크라이나 대통령

2025.03.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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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4비자<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법안 통과’ 범동포 추진위원회 결성

10년 넘게 번번이 무산됐던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범동포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꾸려졌다.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진 한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이번에는 꼭 E-4비자 신설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법안은 전문 교육을 받고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다른 국가들은 이미 누리고 있는 혜택이지만, 한국 정부는 FTA 체결 당시 E-4비자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1일 ‘E-4비자 법안 통과 추진위’는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4비자 신설법안 등을 담은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을 통과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뉴욕한인회 ▶한미연합회(AKUS) ▶뉴욕한인경제인협회▶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미주한인총연합회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한국무역협회(KITA) 등 8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창무 뉴욕한인경제인협회 이사장은 “ 늦게나마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연방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 미국 내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 기업, 미국 내 한인기업들은 투자는 늘렸지만, 그에 걸맞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이사장은 “수많은 한국 하청업체들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한국인 인력을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각 단체의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청원운동(change.org/PartnerWithKoreaAct)을 펼치고, 지역별 연방의원을 상대로 법안 스폰서로 나서 줄 것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현재 연방하원 30명, 연방상원 2명의 공동 발의자만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펀딩이다. H마트 등에서 참여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정작 한국 대기업 중에선 이와 같은 움직임에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아직 없다. 이 이사장은 “펀딩을 위한 경제위원회도 곧 조직해 10만 달러 가량의 자금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류사회 상공회의소 회장들도 참석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크 재피 뉴욕상공회의소 회장은 “E-4 비자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며, 미국인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은별 기자E4 E-4 E4비자 전문직비자 취업비자 미국 비자 윤석열 외교 한인회 뉴욕한인회

2024.04.0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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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외교의 귀환, 샴페인은 이르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 외교부 청사. 보안검색대를 지나 본 건물로 이어지는 복도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담은 액자들이 빼곡했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꿋꿋이 출근하는 여성,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소녀의 표정은 담담해서 되레 슬펐다. 국민의 삶을 평온히 지키는 것이 외교의 숨은 역할이라는 점을 웅변했다.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의 외교부가, 모든 방문객이 지나가는 이 복도에 이들 액자를 걸어둔 의미는 크다. 미·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외교를 리드하겠다는 포부가 엿보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번에 한국뿐 아니라 인도·일본·호주의 주요 매체 기자들을 초청했다. 외교부와 대통령실 엘리제궁의 고위·실무 관료들, 그리고 관련 학자들은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은 궁금해했다. 한국의 인·태 정책 조직은 어떻게 꾸려졌고,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의미가 컸다. 그러나 샴페인은 여기까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를 듣고 박수를 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횡성 한우 불고기를 두 접시 비웠다고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매듭이 풀리진 않는다. 매듭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만족해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을 위한 외교가 아닌 한국 자신의 국익을 위한 외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제정세의 체스판은 한국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어찌 보면 격동의 구한말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외교 난타전이 펼쳐질 것이다. 최근 찾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일본과 조선의 운명을 가른 씨앗은 이곳에서 움텄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 조슈(長州) 출신 5인, 일명 ‘조슈 파이브’가 밀항을 감행하며 서구 문물을 배우고 일본 경제와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은 곳이다. 한국엔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며, 정한론(征韓論) 등으로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곳이지만,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국익을 위해 돌아볼 점은 분명히 있다. 이곳에서 만난 가이드, 와타나베는 “‘조슈 파이브’는 서구 문물을 밤낮으로 흡수하며 새로운 나라 건설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라고 자부했다.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그고 쇄국의 막다른 길을 택한 조선의 오판이 떠올랐다.   동북아가 들끓고 있다. 윤 정부의 실리 외교 귀환이 반갑다. 하지만 자화자찬은 금물이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계 외교에 동참하려면 더욱 예민한 촉수를 세워야 한다. 국익과 실리, 잠시라도 방심할 틈이 없다. 최소한 100년 전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샴페인 외교 프랑스 외교부 실리 외교 외교 난타전

2023.05.10. 20:08

[중앙칼럼] 외교에 일타쌍피는 없다

고스톱을 칠 때는 누구나 일타쌍피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외교에선 화투패 한 장을 내고 피 두 장을 가져올 수 없다. 외교의 원칙은 ‘기브 앤 테이크’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2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한국이 핵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핵 자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다.   한국 국민 사이에선 한국의 독자 핵무장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민 중 일부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적 고통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나,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외교에서 일타쌍피를 취하겠다는, 매우 비현실적인 희망이다. 당연히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이도 있다. 독자 핵무장보다는 현실적이나, 동북아 정세 급랭을 포함한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5일 한국 순방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약속을 실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은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을 원한다”며 “평화롭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오래된 차이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커비 조정관이 정상회담 하루 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언급했으니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결국 현재로선 한, 미 정상이 회담 이후 어떤 형태든 현재보다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국민 중 상당수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은 여전히 확장억제 강화를 최선책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국무부 산하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22일 ‘워싱턴 톡’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군사 담당 부차관보에게 한국의 핵무장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유튜브로 시청한 대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콜비 전 부차관보의 확장억제에 관한 시각이다. 그는 냉전 시대엔 소련의 위협이 너무 커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해서라도 이익을 지키겠다고 할만했으며,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북한은 미국에 옛 소련이나 현재의 중국처럼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에 국한돼 일어나는 일은 미국인들이 많은 도시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큰 위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 상황은 확장억제를 지탱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압박을 준다. 흔히 말하는 더 많은 확신이나 협의보다 나은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방법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도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전제했지만, 북한을 억제하는 핵심적 역할은 한미 동맹이며 미국의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아인혼은 핵무장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며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또 확장억제 약속을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해법은 핵무장이 아니라 미국의 핵 운영 계획과 의사 결정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확장억제가 한층 강화되면 한국의 핵무장론은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동북아 정책을 펴나가는 데 필수적인 동맹국이다. 양국 정상의 발표가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외교 확장억제 강화 확장억제 의지 확장억제 방안

2023.04.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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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경제…새벽 0시부터 바쁜 일정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 10일 0시(이하 한국시간)부터 그야말로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법적인 권한과 역할인 통치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게 되는 윤 대통령은 이날 0시에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집무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첫 업무로 합참 보고를 받는 것은 국내외 국군의 근무상황과 군사대비태세를 국가지휘통신망을 통해 가장 먼저 보고받음으로써 군 통수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후 서초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재개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참배 일정부터 동행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오전에 자택을 나서며 지역 주민들과 별도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 내외는 참배 후 곧장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쯤부터 취임식 본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내빈 환송까지 약 1시간가량 머물렀다.   취임식이 끝나는 정오를 즈음해 용산 집무실로 이동해 외빈접견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주요국 공식 외교사절단과 면담이 이어졌다. 새 집무실에서 열리는 첫 행사였다.   윤 대통령은 이후 여의도로 되돌아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리는 경축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개최된 외빈초청 만찬까지 끊임없이 ‘취임식 외교’에 집중했다. 만찬에는 각국 외교사절단과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   용산벙커서 군통수권 인수     O...윤석열 대통령은 10일 0시를 기해 제20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지하에 자리한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상황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공식 집무에 돌입했다.   군 통수권 인수는 국가원수로서 법적인 권한과 역할을 넘겨받는 핵심 절차다.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취임일에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합참 보고를 유선상으로 받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이와 달리 이른바 ‘용산벙커’ 보고를 택한 것은 정권교체기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하고 북한의 무력 시위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열리는 곳으로 원래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었으나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 청사에 새롭게 설치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의전·경호 수준도 이날 0시부터 국가 원수로 격상됐다.       ━   만찬주로 전통주 선보여       O...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장에는 국내에서 제조된 전통주 6종이 선보였다. 그동안 청와대 만찬장에는 해외 와인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국내 증류주가 주로 쓰였다. 이번 만찬에는 도수가 약하면서도 전국 각지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한국 와인이 주로 선택됐다.   1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릴 만찬에는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외국 사절단 대표, 5대 그룹 총수 등이 귀빈으로 참석한다.     공개된 만찬주는 ▶강원 홍천의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와인 ▶경기 양평의 ‘허니문’ 와인 ▶제주의 ‘니모메’ ▶전북 무주의 ‘붉은진주 머루’ 와인 ▶충북 영동의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와인 ▶경남 사천의 ‘3004’ 와인 등 모두 6종이다. 알코올 도수는 8~12도 사이다. 홍천의 사과와 양평의 꽃꿀, 사천의 키위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이다. 6종 모두 전통주산업법에 따라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1998년부터 전통주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를 점차 완화해왔기 때문에 일반 온라인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   보신각 타종과 함께 ‘첫 발’     O...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개시를 알리는 타종 행사가 10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조수빈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타종 행사는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전날 밤 11시30분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의 인터뷰 끝에 10부터 0까지 표시하는 카운트다운 영상이 상영됐고 지지자들의 환호성 속에 첫 번째 종이 울렸다.   이날 타종에는 국민대표 20명이 참여했다. 지역, 세대, 직능을 비롯해 다문화, 탈북민, 귀화 국민 등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대표성을 고려해 선발한 대표들이었다.   이들은 5명씩 4개 조로 총 33회에 걸쳐 보신각 종을 쳤다. 33회 타종으로 도성 8문을 열었던 ‘파루(罷漏)'의 전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외교 안보 용산 대통령실 대통령 내외 참배로 일정

2022.05.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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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의 ‘수읽기’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랑이는 예상과는 달리 200kg의 육중한 몸을 날려, 순식간에 목표를 제압한다. 이 정글의 법칙은 국제사회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초강대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국제 정세를 살펴보자. 미국과 중국은 차세대 글로벌 패권을 두고 다툼이 치열하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 격차는 2020년 기준 두 배 정도.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은 미국이 절대 우위다. 이밖에 하드 및 소프트 파워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호랑이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고는 결코 중국과의 전쟁에 쉽게 승리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무대의 핫 이슈다. 외견상 일촉즉발 양상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국방 전력 면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전선을 확대할 경우 미국이 감당해야할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     손자는 ‘모공편’에서 적을 공격할 때는 적어도 군사력이 5배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법칙은 군병의 숫자보다 무기의 첨단화가 지배하는 현대전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않는 이상 공격의 피해도 크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불리하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동아시아에 이어 동유럽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 초점을 맞춰도 다소 힘든 상황이다. 바둑 격언에도 ‘곤마를 만들지 말고, 빨리 안정시켜라’는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 주류언론에선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여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후 외교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그가 왜 삼척동자도 아는 실수를 범하고 있을까? 트럼프 전대통령과 가까웠던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을 사실상 사면하려는 속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단순히 미국민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한 국내 정치용 제스처라는 일각에서의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부터 시작해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 당국은 이번 올림픽을 ‘굴기(Rising)’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 만일 바이든 전략이 중국의 승천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얘기다. 바이든은 일찌감치 베이징에 공식 방문단을 파병하지 않기로 선언, 김 빼기에 들어간 바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부추겨 올림픽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 속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중국의 굴기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 같은 유추로 어쩌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퍼즐도 풀 수 있다. 북한은 올 들어 연이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발사된 화성12호는 최대 사거리 5000km정도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분명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었는데도 미국은 그다지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효도 없는 제재조치와 힘없는(?) 유엔결의만 남발할 뿐이다.   이 상황은 올림픽의 관심을 주변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설명이 가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예전처럼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관여정책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 방치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도 있다. 과연 중국을 잡기 위한 묘수일까, 아니면 군사적, 외교적 해결이 힘에 부쳐 나온 고육지책일까. 바이든의 수읽기가 궁금하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행정부 외교 외교 사회 대북정책 퍼즐 우크라이나 위기

2022.02.09. 19:11

NC 한인들, '민간 외교 앞장'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한인회(회장 방경률)는 지난 21일 애쉬빌 중심지 타운 스퀘어 불러바드에 있는 로이터 패밀리 브랜치 YMCA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이번 태극기 게양은 지난달 한 한인 은퇴 목사로부터 YMCA 체육관 내 만국기 대열에 태극기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방경률 회장이 YMCA와의 협조 끝에 성사시켰다.   이 YMCA는 수영장, 농구장, 헬스클럽장, 클래스룸 등이 구축된 대형 시설로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방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장기(일본 국기)도 걸려 있는데 태극기가 없다는 사실에 서운했다"면서 "정작 YMCA 측은 태극기가 빠져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애쉬빌에는 한인 약 10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 회장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와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지만 인구의 60%가 은퇴한 시니어 세대인 애쉬빌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관심도 적고 한국과 한인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방 회장은 곧바로 조 왓슨 헬시 리빙 코디네이터에게 정중하게 항의했다. 또 한국과 한인 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태극기 게양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단 생각에 이달 초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손수 태극기를 준비해 YMCA에 태극기를 직접 기부했다. 방 회장은 "이번 일을 겪으며 여기말고도 3곳에 태극기가 빠져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이참에 태극기와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YMCA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태극기를 게양했다. 한 직원은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다며 좋아하는 깃발 중 하나가 태극기라고 말해 분위기가 훈훈했다고 방 회장은 전했다.   애쉬빌 한인회는 미국 사회에서 한인 사회를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2012년 출범했다. 방 회장은 "어찌 보면 작은 일일 수 있는데 지나치지 않고 알려준 우리 지역 한인들 덕분에 태극기도 함께 펄럭이게 됐다"면서 "이런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비일비재할텐데 이번 기회에 많이 알려져서 각 지역 한인들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한국을 알리는 데 동참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은나 기자민간 외교 지역 한인들 한인 사회 한인 은퇴

2021.10.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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