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자유의 여신 마마, 그동안 기체후일양만강하옵신지요? 불초소생 엎드려 문안드리옵나이다. 이처럼 직접 만나 뵈옵다니 가문의 큰 영광이올시다. 소생, 이 나라에 산 지 그럭저럭 50년이 넘었는데도 문안 여쭙지 못하고 이제야 이렇게…. 황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워낙 멀리 떨어져 계신지라…. 아이고, 실물을 뵈니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그런데, 많이 피곤해보이시네요. 그 팔 좀 내리고 쉬시면 안 되나요? 그렇게 줄곧 무거운 횃불을 들고 계시니 팔이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벌 서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안 보는 한밤중에는 좀 내리고 쉬세요. 포도주라도 한잔 하시면서 푹 쉬세요. 그나저나, 무척 바쁘시죠? 독립기념일 무렵이라 정신이 한 개도 없으시겠어요. 네? 그런 것보다 세상이 워낙 어지럽고 요란하게 돌아가는 통에 많이 피곤하시다고요? 정말 그러시겠어요. 그건 그렇고, 소생이 좀 조사를 해봤더니, 자유의 여신 마마께서는 1876년 미국 독립기념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오셨더군요. 그렇죠? 아니 뭐 대단한 뒷조사는 아니고요, 그냥 인공지능에 물어본 거예요. 요즘은 컴퓨터 몇 번 두드리거나 AI 시키면 좌르르 다 나옵니다. 그러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반상식입죠. 정보랄 것도 없어요. 에, 그러니까, 키가 93.5m, 무게는 204톤이고, 머리에는 7개의 대륙을 나타내는 뿔 달린 왕관을 쓰고 있고, 오른손은 횃불을 치켜들고, 왼손으로는 독립선언서를 안고 있고, 발로는 끊어진 사슬과 족쇄를 밟고 있으시죠? 그러니까, 우파는 횃불을 휘두르고, 좌파는 책을 들고 공부하고 뭐 그런 겁니까? 에이,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알겠습니다. 바쁘실 테니, 간단하게 3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딱 3가지만! 먼저 여신 마마께서는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오셨으니, 이민인 셈이죠? 그래요, 안 그래요? 그런데, 이민자들을 마구잡이로 쫓아내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법이민자 잡겠다고 총 든 군대를 동원하는 이 현실을? 이민의 나라가 이민을 내치다니, 이것이야말로 백인우월주의요 인종차별이라는 항변의 목소리가 높은데, 여신 마마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또, 이 나라는 신(神)의 나라지요? 그래서 지폐을 비롯해 사방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선명하고 크게 써놓았지요. 그런데 그것이 지금은 ‘우리는 돈을 믿는다(In Money We Trust)’로 바뀌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500만 달러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신청한 사람이 7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게 말하자면 돈 받고 방 빌려주는 여인숙 주인과 뭐가 다릅니까? 안 그래요? 돈이면 단가요, 뭐! 어찌 생각하시는지? 말 좀 해보세요. 끝으로, 여신 마마께서는 왕조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자기 생일날에 군대 동원해서 열병식 벌이고, 국민들이 아무리 항의해도 들은 척도 않고…. 아, 물론 압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니라는 건 잘 알아요. 부를 미덕으로 여기고, 쇼를 진실로 아는 세상이 문제라는 거…. 그러니, 이런 세상을 바로잡을 지혜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빌며 사정하는 거 아닙니까! 아, 말씀 좀 해주세요! 뭐라고요? 좀 크게 말하세요, 크게! 뭐요? 저 강물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잠시만 견디라? 에이, 여보시오! 그런 소리 누가 못해! 알고 보니 이 양반 순 엉터리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제발 손 좀 써주세요, 이렇게 빌겠습니다. 여신 마마는 신이니까 왕보다 높으시잖아요. 그러니 한 말씀만 해주세요, 한 말씀만!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자유 여신 여신 마마 독립기념일 무렵 독립기념 100주년
2025.07.03. 18:42
그대여, 묻노니 무명의 별 아래 잠든 그 소년의 이름을 아는가 그는 먼 땅, 지도에도 낯선 나라 그 이름 ‘코리아’를 듣고서 조용히 부츠 끈을 당겼다 “어머니, 기도는 나를 위해 하지 마세요. 제 옆에 선 참전 용사들 그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지미, 너는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지…. 전장의 흙을 안은 편지 한 장 눈물로 번진 글씨 속 그대의 사랑이, 피 흘린 자유가 이 땅에 뿌리 내려 민주의 꽃으로 피어났다 아이젠하워의 아들 워커 장군의 아들 그 많은 참전 용사들이 하늘로 난 길 위에서 그들은 더 이상 ‘누구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유의 형제’였다 한 송이 십자가 아래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아들의 군복을 끌어안는다 그 입술이 속삭이는 건 한 마디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 싶다 그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우리가 오늘 이 봄 햇살 아래 웃을 수 있었겠느냐 그들의 참전, 자유의 승리를 부정하는 자 그 피를 잊는 사람이여! 너는 결코 평화를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울린다 태평양을 넘어 자유를 위해 울던 어머니의 기도 그 기도는 들판을 적시고 산천을 감싸안아 이 나라를 지켜낸다 오, 자유여 그대는 피로 쓰인 시 그대는 어머니의 눈물과 기도로 피어난 꽃 우리 후세는 맹세하노니 그대를 영원히 잊지 않으리 조성우 / 시인문예마당 어머니 자유 어머니 기도 참전 자유 참전 용사들
2025.06.26. 20:59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와 버지니아 한인회(회장 김덕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5년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가 13일 워싱턴DC 인근 르네상스 알링턴 캐피탈 뷰 호텔 메인룸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이날 오후 열린 행사에는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 전사자와 실종자의 가족, 새에덴교회 박형욱 목사와 김종대 장로, 버지니아 한인회 김덕만회장과 정종웅 사무총장,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 김인철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동부지회장, 6.25참전 유공자회 회원, 최태은 미주한미동맹 회장, 그리고 한.류사회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보은행사에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건강상 이유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 인사를 통해 “6.25전쟁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모시고 보은행사를 매년 할 수 있게 된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당시 참혹한 전쟁의 비극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대한민국을 지켜주셨고, 참전용사들은 동방의 작은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주셨다”며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으로는 유일한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도 영상 축사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기중 총영사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보낸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다. 기념식에 이어진 문화행사에서는 JUB한국문화예술원(원장 변재은)의 대북 난파연주와 사물놀이, 그리고 한국에서 특별 초청된 박지원 무용수의 소고춤 공연이 있었는데, 참석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새에덴교회는 올해로 열하홉번 째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이어가며 한미동맹을 돈독하게 다지고 있다. 한편, 김덕만 버지니아 한인회장은 “이번 행사에 관심과 참여를 해주신 한인들께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가 한미 간의 우호가 증진되고, 한반도 진정한 평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한 기자 [email protected]참전용사 자유 25전쟁 참전용사 참전용사 초청 한인회 김덕만회장
2025.06.15. 11:40
지난 3월5일 컬럼비아대 21살 정윤서 학생이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미국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가 되는 일은 흔하다. 경찰과 미리 약속하고 이른바 ‘시민불복종’ 행동을 하며 자리를 지키다 체포된다. 그리고 경찰서로 가면 바로 풀려난다. 체포 기록은 남지만 전과는 아니다. 시민 의사 표현의 한 방법으로 간주해 검찰 기소도 없고 법원에 가서 판결을 받지도 않는다. 그리고 유학생, 영주권자, 시민권자 등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다. 그런데 미국 역사상 없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3월9일과 13일 이민단속국 요원들이 정윤서 학생의 컬럼비아대 기숙사와 버지니아주 부모의 집에 들이닥쳐 수색하며 체포에 나섰다. 정 씨가 시민권자가 아니라 영주권자인 까닭이다. 다행히 정 씨는 잡히지 않았다. 이민단속국은 그의 영주권을 박탈하고 추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 씨의 변호를 맡은 법률팀은 3월24일 이민단속국의 불법 구금 시도를 막기 위해 법원에 인신보호영장 청구를 제기했다. 인신보호영장은 불법 구금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인데 현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 추방과 관련해서는 이 제도를 없애려고 시도하다가 최근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민자를 추방할 때는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이다. 3월 25일 뉴욕 남부 연방지법은 더이상 이민단속국이 정 씨를 추적하지 말고, 체포도 하지 말라고 임시 억류 금지 명령을 내렸다. 4월4일 정 씨의 법률팀은 이민단속국의 수색 영장에 허위 사실이 적혔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정오 맨해튼 법원에서 2차 심리가 열렸다. 법원은 이날 소송 심리에서 추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씨에 대한 구금금지 임시 명령을 연장했다. 정 씨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지지하는 정치적 표현과 자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대상이 됐다. 정 씨는 7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며, 영주권을 가진 합법 거주자다.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인권, 외교 정책에 대한 의견은 갈라진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나 이민자, 영주권자의 권리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법으로 정해진 권리이기 때문이며 법을 차별적으로 어이없게 바꾸지 않는 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단속은 서류미비자를 넘어 합법 신분자에게도 위협이다. 정부는 지난 4월 9일 영주권 신청자와 유학생의 소셜미디어 기록을 뒤져 기준이 모호한 이른바 ‘테러 활동’을 조장한다고 판단하면 이민 신청과 입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인권 활동은 이미 테러 조장 활동으로 낙인 찍었다. 많은 한인 2세들이 심리 당일인 지난 29일 정오 법정을 채우고, 법원 앞 공원 ‘포일리 스퀘어(Foley Square)’에서 정 씨 구명 집회에 참여했다. 일부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또 이민자 권리를, 또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 서로 조금은 다른 뜻을 가졌지만 정 씨 구명을 위해서만은 한목소리로 뭉쳤다. 요즘 어떻게 미국이 갑자기 이런 나라가 되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나라가 되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 김갑송 /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 국장발언대 표현 자유 유학생 영주권자 이민자 추방과 이민단속국 요원들
2025.06.04. 19:46
LA 다저스가 백악관을 방문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 현직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유만으로, 이 전통적인 행사는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일부 팬은 “라틴계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분노했고, 지난달 25일 백악관 청원홈페이지 Change.org에는 “방문을 철회하라”는 청원이 개설됐다. 내용은 “우리 연고팀이 포용과 다양성을 버리고 정치적 세력과 손잡았다”는 주장이다. 또 “다저스는 단순한 야구팀이 아니다. 이 도시에 뿌리내린 역사와 커뮤니티의 상징”이라는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청원에는 8일 기준 2000명이 넘게 서명했고, 서명자는 실명으로 “(다저스가)부끄럽다”, “이것은 LA의 가치가 아니다”라며 항의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다저스가 가진 상징성, 지역성과 관련이 깊다. LA 대표 스포츠팀인 다저스의 팬층 상당수는 라틴계와 유색인종이다. 이들은 다저스를 ‘우리 팀’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이번 백악관 방문이 ‘단순한 일정’이 아닌 ‘정치적 행위’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스포츠팀은 연고지의 팬심을 외면할 순 없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나 보면, 고개가 갸웃 거려진다. 백악관 방문이 언제부터 특정 정권에 대한 ‘지지 선언’이 됐는가. 백악관 초청은 우승 팀의 상징적 순간으로 여겨졌다. 오바마 시절에도, 바이든 시절에도, 대부분의 챔피언 팀은 초청을 수락했고, 선수들은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번에는 달랐다. ‘트럼프’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맥락이 삭제되고 정치적 선과 악의 프레임이 씌워진다. 팀이 한 명의 선수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발표하자, “모두가 공모자”라는 식의 낙인이 등장했다. 무키 베츠 선수는 “정치적 이유가 아닌, 팀에 대한 연대”라며 해명했지만, 그조차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떤 선택이든 정치적 의미로만 해석하고, 다른 해석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건강하지 않다. 모든 행동에 정치적 상징성을 덧씌우는 건, 표현의 자유라기보다 정치적 해석의 독점에 가깝다. 특히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비난의 주체들이 평소 ‘다양성’과 ‘포용’을 가장 강하게 외치는 진영이라는 사실이다. 다양성을 말하면서도, 자신이 정의한 정치적 올바름에서 벗어난 선택은 인정하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다. 이런 흐름은 스포츠를 넘어 기업과 개인 소비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다. 전기차의 상징으로 불리던 테슬라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행보를 이어가는 일론 머스크 CEO의 발언 이후, 일부 극좌 진영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 여파로 지난달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테슬라 매장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 17일 샌디에이고의 한 매장 외벽에는 나치 문양의 낙서가 그려지고 유리창이 파손됐으며 18일 라스베이거스 서비스 센터에서는 차량 5대가 방화로 전소됐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테슬라 자체가 정치적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정치적 해석이, 폭력의 정당화 논리로 작용한다. 불매운동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단지 테슬라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차량에 불을 지르고 총을 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자 위협이다. 이 때문에 FBI는 “정치적 테러의 초기 단계”라며 특별 수사에 착수했다. 우리 모두 자문해야 할 질문이 있다. 모든 행동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그 해석이 언제나 정당한가. 우리가 말하는 ‘다양성’이란 과연, 서로 다른 선택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를 말하는가. 다저스가 백악관을 방문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승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사랑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성능과 기술력 때문이다. 누구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해석은 자유다. 그러나 해석의 자유가 누군가의 선택을 억압하고, 비난하며, 공격까지 정당화한다면 그건 더 이상 다양성이 아니다.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다양성은 말뿐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자유 강요 정치적 상징성 백악관 청원홈페이지 백악관 방문
2025.04.10. 18:42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1775년 3월 23일,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패트릭 헨리는 버지니아 의사당에서 이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그는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유를 위한 싸움을 피할 수 없음을 역설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동료들은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헨리는 이렇게 묻는다. “Is life so dear, or peace so sweet, as to be purchased at the price of chains and slavery?(속박과 노예의 대가로 얻은 생명과 평화가 중요한가?)” 이 연설은 미국 독립운동의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헨리의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 논란도 적지 않았다. 자유를 향한 투쟁이 반드시 무력 충돌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그 시대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는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도전과 대응을 기록해 왔다. 2023년 12월 3일,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위기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이는 실행되지 못했고, 결국 공수처에 체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표현은 노자의 철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노자는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대한 경계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계엄이 실제로 실행되었는지 여부와 별개로, 이에 대한 법적·정치적 판단은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계엄이란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국가적 비상사태 시 군이 행정권과 사법권을 행사하며 치안을 유지하는 조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은 기존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그 법적 정당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수처의 대응이 과했으며, 법적 절차와 권한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역사는 늘 도전과 논쟁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싸움은 승리로, 어떤 싸움은 좌절로 끝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패트릭 헨리의 말처럼,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무너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는 교훈은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결정은 국민의 신뢰와 민주적 절차 속에서 이루어질 때 더욱 의미를 가질 것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발언대 자유 투쟁 패트릭 헨리 윤석열 대통령 정치적 위기
2025.03.17. 18:47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까요? 무슨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냐고 나무랄 수도 있겠습니다. 자유가 좋은 것이고, 구속은 나쁜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이미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는 표현이 흉기의 시대에 삽니다. 표현의 가치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섭기까지 합니다. 압제의 시대에 표현의 자유는 소리 높여 외치는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는 갇힌 마음을 대변하였습니다.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민주주의라고 말하지 못하고, 자유를 말하지 못하고, 독재 타도를 말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찾아야 할 고귀한 인권이었습니다. 그 시절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는 노래로도 만들어져 곳곳에서 불렀습니다. 물론 조심해서 말입니다. 금지곡과 금서가 속출하던 시대, 제멋대로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김민기의 주옥같은 노래가 줄줄이 금지되고, 신중현의 도전적인 음악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되었습니다. 머리가 길다고 걸리고, 치마가 짧다고 벌을 주었습니다. 통행마저 금지되어 밤 12시가 되면 거리를 다닐 수조차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묶여있는 시대에는 마음도, 생각도, 몸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간절하고 귀했습니다. 그만큼 소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나 억압의 세월을 지나고, 표현의 자유가 확대된 지금은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냅니다. 도대체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할까요?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지극히 폭력적입니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거칠음이 필요하기도 했겠으나 지금은 그저 분노의 배설입니다. 신뢰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믿으라고 하고, 이를 온갖 더러운 말로 뱉어냅니다. 말이 오염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이 검게 물들어 갑니다. 상처를 후벼 파는 것이 돈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게 설령 사실이어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데, 사실인지조차 확신이 없으면서도 일단 내뱉고 봅니다. 자극적인 과장을 덧붙여서 말입니다. 이유는 ‘돈이 되니까’입니다. 자본주의에 표현의 자유가 거칠게 들러붙은 형국입니다. 상처를 파헤치면 돈이 되는 세상에서는 그런 표현을 실어 나르는 매체도 특별히 단속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역시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일 기분 나쁜 선언이 바로 표현의 자유인 겁니다. 사실은 표현의 자유가 목적인 아니라 돈이 목적이면서 알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마치 본인만이 정의인 듯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는 사이 혐오의 돈은 차곡차곡, 아니 급속도로 쌓여갑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혐오 비즈니스의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엉뚱한 피해자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됩니다. 알다시피 한국에서 사상의 자유는 여전히 두려운 영역입니다. 아직도 이 세상에서는 함부로 글 쓰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글을 쓰면서 자기검열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구속되었던 과거의 관성일 수도 있습니다만, 법적인 처벌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표현 자유 혐오 비즈니스 김지하 시인 독재 타도
2025.03.09. 17:21
필자는 중학교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1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그 영화 주제곡을 듣고 어떤 무상함이 강하게 일어났고, 내가 누구이며 과연 마음의 실체가 무엇일까 하는 답답함과 강한 의심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 무상한 경계를 대할 때마다 그런 의심과 답답함이 일어났는데, 당시 필자의 심경은 마치 좁은 통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의심이 해결되기 전까지 그 좁은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외적 구속이건, 내적 구속이건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해도 결코 내 ‘마음’으로 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필자가 원불교로 출가하고 난 후에야 그 좁은 통이 바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고, 마음의 실체를 깨달아야만 그 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고요해지고 번뇌가 사라지면 이런저런 의심이 생깁니다. 이는 마치 호수의 물결이 잠잠해지면 호수 밑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의심은 진리가 우리를 참 고향으로 오라는 부름이자 손짓입니다. 다음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님의 말씀입니다. “수도하는 이가 큰 발심이 나 가지고 공부가 어느 정도 깊어지면 자연 큰 의심 하나가 생겨나서 일체 의심이 그 의심 아래 잠을 자고, 자나 깨나 보나 들으나 어묵동정이 다 의심으로 화하여 온 천지가 그 의심 안에 들어 있다가 홀연히 한 생각을 얻어 그 의심을 부수고 나면 일체의 의심이 다 풀어지고 그로 좇아 참 지혜가 발하나니, 지금 그대들 가운데 보고 듣고 생각해서 아는 지혜는 참 지혜를 얻어 들어가는 첫 문에 첫걸음이 되나니 그것으로써 만족하지 말라.” 수도인에게이런저런 의심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그 의심들이 하나의 큰 의심으로 귀결된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모든 강물이 결국 하나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불교 수행인들에게 궁극의 의심은 주로 ‘이뭣고’가 됩니다. 내가 말하고 보고 생각하는 그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심입니다. 우리는 이를 마음, 의식, 성품 등이라 말하지만 이는 단지 하나의 개념일 뿐 우리는 그 실체를 정확히 모릅니다. 큰 의심이 걸리면 그 의심을 통해 큰 입정에 드는 것입니다. 큰 의심이 있고 난 뒤에 큰 깨달음이 있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큰 의심이 있는 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으며, 깨달아 아는 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통 만통이 있나니라.”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선진포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다 저절로 입정에 들어 온종일 그대로 서 계신 적이 있습니다. 큰 의심이 걸려 대정(大定)에 든 것입니다. 만공 스님께서도 스승님으로부터 “만법이 하나로 돌아갔다 하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받고 처음에는 이를 그냥 개념적으로 되뇌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이가 참으로 깊은 의심이 되었고, 그 의심 속에 먹고 자고 걸어가는 것을 거의 잊을 정도의 동정 간 입정이 몇 달 지속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부엌에서 밥을 하다가 불붙은 나무가 ‘딱’ 하며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고 홀연히 일체의 의심이 해결되고 깨달음을 얻었다 합니다. 큰 의심을 통해 큰 정(定)에 들고 이가 깨달음의 경로입니다. 그러나 보통 수도인에게는 이런 의심이 깊게 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 불교 선종(禪宗)에서는 많은 선지식은 제자들에게 어떤 진리적인 의심거리를 주었는데 이를 ‘화두(話頭)’라고 합니다. 화두를 때때로 공안(公案)이라고도 하는데, 공안은 글자 그대로 ‘관공서의 공식문서’라는 뜻입니다. 관공서의 법적 문서처럼 공안이 공부의 기준, 깨달음의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선가의 대표적 화두 혹은 공안입니다. 한 수행자가 중국 조주 선사에게 “인도의 달마대사가 서쪽 즉 중국으로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물었습니다. 마침 뜰앞에서 있었던 조주 선사는 “뜰앞의 잣나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한 학인이 조주 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살아있다고 하셨는데 개에게도 과연 불성이 있을까 그 학인은 의심이 되었나 봅니다. 조주 선사는 “무(無), 즉 없다.”고 답했습니다. 학인들의 어떤 물음에 대해 선지식들이 진리를 직관적으로 바로 학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해 왔습니다. 선지식들의 이러한 답은 엉뚱한 답, 비논리적인 답변으로 보이는데, 이는 생각 논리로서 알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많은 화두가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화두는 근본적으로 수수께끼와 다릅니다. 수수께끼의 답은 생각으로서 논리적 사고로서 얻을 수 있지만, 화두의 해결은 생각이 끊이진 자리에 들어가야 그 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화두(話頭)라는 말이 화(話), 즉 말과 글과 생각 이전의 자리(머리 頭)라는 뜻입니다. 말과 생각 등 모든 관념 이전의 세계로 들어가야 성품을 본다는 것입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마음 자유 의심 하나 의심 아래 마음 의식
2024.12.19. 17:35
맥클린 한국학교(교장 이은애)는 지난 2일, 3.1절 105주년을 맞아 3.1운동 정신을 되살리고 기리기 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당시 생생한 현장 사진들과 동영상을 시청하며 선조들의 옛모습과 일제강점기 동안의 생활상, 독립정신과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우리말과 글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지닌 것에 대한 소중함을 나누었다. 이날 특별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린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조선의 독립운동을 기념했다. 이은애 교장은 "우리는 자유로운 땅에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선조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떠한 피와 땀을 흘렸는지를 차세대가 깨닫고 이 정신을 본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오늘날 자유 생활상 독립정신 맥클린 한국학교 이은애 교장
2024.03.13. 8:04
맥클린 한국학교(교장 이은애)는 지난 2일, 3.1절 105주년을 맞아 3.1운동 정신을 되살리고 기리기 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당시 생생한 현장 사진들과 동영상을 시청하며 선조들의 옛모습과 일제강점기 동안의 생활상, 독립정신과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우리말과 글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한국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지닌 것에 대한 소중함을 나누었다. 이날 특별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린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조선의 독립운동을 기념했다. 이은애 교장은 "우리는 자유로운 땅에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우리선조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떠한 피와 땀을 흘렸는지를 차세대가 깨닫고 이 정신을 본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오늘날 자유 생활상 독립정신 맥클린 한국학교 이은애 교장
2024.03.05. 15:10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앤디라는 주인공이 교도소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을 트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의 길이는 3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전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편지의 이중창’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음악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죄수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앤디의 감방 동료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여기서 모차르트 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앤디의 육체는 가둘 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감옥에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머리 속으로 되뇌며 앤디는 탈출을 꿈꾸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앤디의 자유로운 영혼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저 먼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자유 모차르트 음악 쇼생크 탈출 교도소 전역
2024.02.12. 19:36
중국 국무원(정부) 산하 발전연구중심(DRC)은 대표적인 정부 싱크탱크다. 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제시한다. DRC가 세계은행과 함께 ‘차이나 2030’ 보고서를 낸 건 2012년 2월이었다. 중국 경제의 장기 발전 방향을 담았다. 보고서 작성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27일 고인(故人)이 된 당시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李克强)이었다. 핵심 키워드는 두 개, ‘시장’과 ‘글로벌’이었다. 보고서는 모든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장을 중심에 두고, 세계 경제와의 동반 성장 체제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권력층의 주류 사조였던 자유주의, 국제주의가 반영됐다. 리커창이 꿈꾸던 2030년 중국의 미래 모습이기도 했다. 리커창은 보고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려 애썼다. ‘대중창업 시대를 열자, 모든 사람을 혁신에 뛰어들게 하라!’ 그는 총리 2년 차였던 2014년 9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외쳤다. IT분야 청년들이 환호했다.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은 금방 경제 현장으로 퍼져나갔다. 창업, 혁신 붐이 일었다. 중국은 어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인터넷 쇼핑을 정착시켰고, ‘인터넷 택시’를 도입했다. ‘베이징에서는 거지도 위챗으로 구걸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 마윈(馬云)이 당시 세계 최고가로 알리바바를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도 2014년 9월의 일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시장은 활력이 돋고, 기업은 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리커창 경제’는 바로 그 시간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도전받고 있었다. 그해 6월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 관련 최고 협의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가 열렸다. 소식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에 뭔가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다. 관행적으로 총리가 맡아오던 소조 조장에 ‘시진핑(習近平)’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경제 권력은 빠르게 시진핑 일인(一人)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세상’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리커창의 ‘대중 혁신’ 대신 국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동원하는 신형 거국체제가 강조된다. 민영기업보다 국유기업에 돈이 몰리고, 글로벌 협력보다 자력갱생이 중시된다. 당(黨)을 앞세운 시진핑의 10년 통치에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 정계에 자리 잡았던 자유, 국제주의 사조는 명맥이 끊길 처지다. 대신 ‘중화 권위주의’가 그 자리를 채운다. 리커창의 죽음은 그렇게 자유, 국제주의의 사망과 맥을 같이한다. 명복을 빈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국제주의 자유 자유주의 국제주의 리커창 경제 경제 정책
2023.10.30. 21:55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지구 내 본격적인 지상전을 선언한 가운데 LA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팔레스타인 청소년 운동(Palestinian Youth Movement) 등 민간 시민단체가 LA다운타운 퍼싱 스퀘어에서 개최한 집회에 1만여 명이 모여 반이스라엘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유혈 사태가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한 것에 항의했다. 이날 집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중단을 촉구하는 연설에 이어 참가자들이 다운타운에서 6가를 따라 목소리를 높이며 행진을 이어갔다. 행사에 참여한 풋볼 선수 살라 오데는 “가자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은 군사적 지원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LA 거주하는 네가르 미자니는 남편과 3살짜리 딸과 시위에 나섰다. 미자니는 “전쟁이 종식되고 당장 휴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현재 양측의 시위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일주일 전에는 수천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LA 퍼싱 스퀘어에 모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범으로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힐 거리를 행진했다. 2주 전에는 수천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LA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 모여 가자지구 폭격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선언 한 후 가자 지구 북부 터널 입구에서 하마스와 본격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관계기사 본국지〉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하면서 확전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가운데 지난 28일 팔레스타인은 이번 전쟁으로 숨진 674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하마스도 현재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 인질 등 230명을 억류하고 있다.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향해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27일 채택했다. 한편, 지난 29일 네팔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해 인도주의적 목적의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이은영 기자팔레스타인 자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팔레스타인 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2023.10.29. 19:22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인신매매로 악당들에게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Operation Underground Railroad)의 작전’을 다룬 ‘자유의 소리’ 라는 영화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말은 원래 미국 남북전쟁 (1861-1865)을 전후해서 남부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헤리엇 터브맨 이 갖은 학대를 받는 노예들을 남부에서 탈출시키는 작전 이름인데 실제 땅을 파서 지하철로를 만들어서 피신시킨 것이 아니고 미국의 비밀통로와 은신처의 네트워크를 일컬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 불렀다. 헤리엇 터브맨은 남북전쟁 전부터 노예들을 탈출시켜 거의 700여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자유의 소리’ 에서도 성노예로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라고 부르게 된다. 이 영화는 전 국토안보부 요원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처음부터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언약서와 같다. 감독 알렉한드로 몬테버드는 스크린에서 가슴을 휘어잡는 엄청난 연기력과 세심한 주의력을 집중시켜 관람객의 심금을 사로잡는다. 인신매매의 쇠사슬에 얽매 함정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는 팀 발라드가 카비젤의 역활을 하면서 구출 작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정의와 깊은 연민의 정으로 역활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그가 맡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조연 배우로 활약하는 미라 소비노는 리타라는 인물로 활약하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감성의 중심부에 예외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영화의 깊이와 진정성을 고조시킨다. 이 영화는 죄 없는 아이들의 생명을 단순히 구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신매매의 어두운 비밀 조직을 탐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구 위의 무서운 현실을 파헤치고 용감한 팀 발라드가 주동이 되어 오퍼레이션 언드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앞장서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촬영과 제작 디자인은 흠 잡을 데가 없고 한 세팅에서 다른 세팅으로 옮길 때도 완벽한 경험을 창조해 낸다. ‘자유의 소리’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것은 가장 암흑의 세계에서 희망감을 주입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개인이 비범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찬사를 받을 만한 이 영화 ‘자유의 소리’ 는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함께 하게 만드는 불꽃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 어린 자녀들을 정말 잘 보호해야 하고 인신매매와 싸우고 있는 단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매매로 악당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약 2,700만 명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600 만 명이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영화 처음 장면에 허술한 집에서 어린 소녀가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먼저 큰 집이 나오고 차차 클로즈업 되어 어린 소녀가 손으로 북 치는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북 치는 아이가 먼저 나오고 집 전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구출 받은 어린 여자아이가 ‘자유의 소리’를 손으로 북을 치며 부르는 장면은 노랫소리와 함께 깊은 감명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근 글자자막이 나온다. “God's Children are not for sale” 이라고 나온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구호이다. 성경에도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존귀한 존재란 것이다. 이 지구 위에서 어린이 인신매매의 악덕을 뿌리 뽑기 위해 우리도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자유 소리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어린이 인신매매 구출 작전
2023.08.24. 19:34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조셉 콤로스키 교수(마운트 샌안토니오 칼리지)를 향해 날 선 트윗을 날렸다. ‘우리의 아이들은 배울 자유가 있다. (Our kids have the freedom to learn)’. 그러면서 학자에게 “무식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5월이었다. 리버사이드카운티 테미큘라교육구가 하비 밀크의 생애가 담긴 교과서를 교과 과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밀크는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무원이 된 인물이다. 콤로스키는 테미큘라교육구 위원장이다. 그는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밀크를 ‘소아성애자(pedophile)’로 지칭했다. 이 용어가 뉴섬을 자극했다. 뉴섬의 트윗을 필두로 주류언론 등은 성 소수자를 무시하는 차별적 결정이라며 교육구에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콤로스키에게는 살해 협박이 이어졌다. 콤로스키는 위원장으로서 교육구의 입장을 슬쩍 틀어 여론을 오도하는 그들에게 곧바로 맞받아쳤다. 그는 ‘412 교회’ 목사 팀 톰슨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밀크에 대한 발언은 그가 ‘동성애자’ 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적 관계를 가졌던 성인이라는 점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려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이 학생에게 적합한지 등을 검토했고, 우려되는 요소가 있어 채택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구 측은 역사 자료와 학부모 의견 등을 수렴해 밀크의 일부 행적을 우려했을 뿐이다. 교육구 결정에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1964년이었다. 30대 성인이었던 밀크는 가출 소년 잭 매킨리(당시 16세)와 뉴욕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성 소수자 운동가인 랜디 쉴츠는 밀크의 친구다. 쉴츠는 밀크의 삶을 다룬 전기(하비 밀크의 삶과 시대ㆍ2008년 출판)에서 ‘하비는 항상 약물 문제가 있는 어리고 마른 사람을 선호했다(Harvey always had a penchant for young waifs with substance-abuse problems)’고 적은 바 있다. 물론 밀크를 옹호하는 측은 당시 뉴욕에서 성관계 등이 가능한 ’동의 연령(age of consent)‘이 14세(현재 18세)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러니하다. 과거의 인종, 문화, 사회적 개념 등이 조금이라도 잘못됐다면 즉각 수정 또는 ‘취소(cancel)’ 해버리면서 밀크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교육구와 뉴섬의 갈등은 곧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정부가 학부모의 권리를 배제하고 특정 교육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정부는 테미큘라교육구를 본보기로 작심하고 타지역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뉴섬은 교육구에 150만 달러 벌금 부과, 민권부 조사 실시 등과 함께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학생들 손에 책을 전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가주의 FAIR 교육법(2012년 제정)도 내세웠다. 이 법은 성 소수자, 소수 인종 등의 사회적 기여를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교과 과정에 담아낼 것을 요구한다. 주 정부가 교육 지침을 발표하면 각 교육구는 이 법에 따라 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적합한 교과 과정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뉴섬이 교육구를 강제하면서 이를 법적 근거로 사용했다는 점 역시 논란이 됐다.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UCLA의 리오하니안 교수는 “주 정부가 특정 교과 내용을 의무화 또는 강요할 수 있다는 내용은 FAIR 법 어디에도 없다”며 “오히려 이 법은 지역 교육구가 합법적으로 FAIR 법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나갈 수 있도록 자율권을 허용하는 게 요지”라고 전했다. 이후 지역 학부모들은 뉴섬을 ‘폭군(tyrant)’으로 지칭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테미큘라교육구는 학생 수가 2만8000명에 불과하다. 주 정부로부터 운영 기금을 받아야 하는 교육구 입장에서 거액의 벌금과 법적 대응 등은 부담이다. 결국, 교육구가 한발 물러섰다. 해당 커리큘럼을 보충 수업과 교사 자료 등에 포함하기로 했다. 배울 자유는 있어도, 선택할 자유는 없는가. 이런 식의 강제가 다른 영역에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교과서 논란은 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자유 선택 교육구 결정 교육구 측은 하비 밀크
2023.08.06. 19:00
확신은 교만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이 틀어질 지 모른다. 세상에 마음 먹은대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길을 잘못 들었다가 탄탄대로로 직행하는 일이 생긴다. 뜻밖의 일로 횡재를 만나고 골 때리며 죽자사자 기획한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참사를 당한다. 나는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가 ‘야호’를 외친다. 사실은 뒷마당으로 향한 데크로 나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감격의 하루를 맞는다. 반나절도 못돼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절망과 부질없는 힘 겨루기를 하지만 물러서지 않기 위해서다. 시집 가기 전까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속을 뒹구는 늦잠꾸러기로 어머니 등골을 쑤시게 했다. 새벽형 인간으로 개과천선 한 건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 글 쓰는 일이 두뇌와 영혼의 노동이라면, 그림 그리기는 강인한 정신력과 육체노동, 체력과의 전쟁이다. 잡사로 힘이 빠지기 전,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일어나 작업을 시작한다. 마음이 백지처럼 욕심 부리지 않아야 정화된 시간에 신선한 작품을 그릴 수 있다. 마음은 요지부동이 아니라 헝클어진 실타래 같아서 아무리 풀어도 처음 시작한 매듭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작품이 잘 되면, 혹시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처럼 되는 게 아닌가 나 홀로 감격하며 교만 떨다가 그림을 망쳐 금새 천상에서 추락한다.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여자로 살던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1600점의 작품을 그린 미국 국민화가다. 모지스는 살면서 체험한 모든 기억을 마법처럼 화폭에 담아낸다. 빨래하는 날, 한겨울 단풍나무 시럽 끓이기, 칠면조 잡는 추수감사절, 평범한 시골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축제와 마을 풍경을 어린아이 그림처럼 단순하게 화폭에 담는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라고 그랜마 모지스는 말한다. 시작을 꿈꾸는 삶은 늘 아름다운 소풍이다. ‘희망사항’은 높고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도 괜찮다. 하고 싶은 일, 꿈꾸던 작은 무엇을 시작하는 용기가 행복이다. 뉴저지에 사는 둘째 딸이 어린 손주 둘 데리고 다니러 왔다. 집 떠난 자식은 내 새끼가 아니다. 달력에 동그라미 쳐놓고 오는 날을 기다리고 체크 마크 하며 가는 날을 셋다. 할머니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생활 방식, 먹는 것, 입는 것, 모든 것이 다른 두 집이 한솥밥 먹으며 달그락 소리 안 내고 버티는 것은 기적 같은 사랑이다. 4월에 왔다 갔는데 두 달 만에 또(?) 왔다. “자주 올게요. 어머니 외롭지 않게”라는 말에 “난 정말 안 외로워. 자주 안 와도 돼”라고 소리칠 뻔 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매달려 얼마나 부대꼈는지 몸살 기운이 돈다. 행복 지수는 순전히 개인 몫이다. 가정, 가족, 단체, 국가별로 통계 낼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 돈 벌 궁리, 사업 확장할 계획은 지나간 옛 이야기, 자식들에게 줄려고 근검절약 하는 건 가난한 바보행진, 착한 척, 잘 사는 척, 잘난 척, 이쁜 척, ‘척의 가면’ 벗고, 텃밭에서 싱싱한 채소 뽑아 건강식 해먹고, 사회적인 허울 좋은 올가미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사는 소소한 즐거움. 행복은 소리 소문 없이 자유란 이름으로 새벽을 연다. 자유는 이슬에 젖어 상큼한 향기로 다가온다. 떠나는 딸의 차를 향해 ‘자유’란 이름으로 손을 흔든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유 이름 모지스 할머니 행복 지수 육체노동 체력
2023.07.18. 14:37
그들은 팬데믹 동안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다. 정부와 빅테크가 벌인 짓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그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정보는 대중의 판단력을 흩트렸다. 메타(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토했다. 그는 최근 렉스 프리드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인 프리드먼은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딥러닝 과학자다. 저커버그는 방송에서 팬데믹때 정부와 과학계 등이 페이스북에 코로나와 관련, 특정 정보에 대한 검열 및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를 압박한 사실도 폭로했다. 당시 백악관 디지털 전략 책임자였던 롭 플래허티는 어젠다에 반하는 정보, 백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콘텐트에 대한 검열 대책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개입했다. 그들은 검열 목록까지 작성해 전달했다. 저커버그는 “안타깝지만 우리가 검열한 콘텐트 중에는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 것도 많았다”며 “그들은 우리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뒤따를 것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검열로 삭제된 콘텐트는 페이스북에서만 무려 1800만 개였다. 그들은 의료적 전문성이 일절 없는 기업에 권한을 쥐여줬고, 빅테크는 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팩트’는 그렇게 통제됐고 가려졌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제이 바타차리아 박사는 팬데믹때 봉쇄 정책을 반대하고 백신 부작용 사례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당했다. 바타차리아 박사는 저커버그를 향해 “이제야 겸손해진 것인가. 검열에 협조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에런 케리아티 박사는 UC어바인 의료윤리학 교수였다. 학교 측의 백신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가 해고당했다. 현재 그는 의학자, 법조인들과 함께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케리아티 박사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헌법상 판례를 보면 권리는 말하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며 “미국인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양쪽 의견을 들을 권리가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검열로 대중이 확증편향에 갇히자 실생활에서는 블랙 코미디가 연출됐다. 과학이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안전거리(6피트)가 처음으로 설정됐다. 그것도 모자라 플라스틱 가림막이 생겼다. 사방이 트여 있고 공기가 순환되는 곳인데 가림막 하나가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를 막아줄 거라 여겼다. 식당에 들어갈 땐 마스크를 써도, 음식이 나오면 벗었다. 백신도 처음에는 딱 두 번만 맞으면 된다고 했다. 감염도, 전파도 막을 거라 했다. 군말 않고 팔만 걷어붙이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사상 초유의 교차 접종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말에 서로 다른 백신 두 개를 섞어 맞는 일도 있었다. 그들은 손바닥 뒤집듯 계속 말을 바꿨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에게는 ‘플립-플롭(flip-flop)’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그래도 보호가 안 되자 책임을 비접종자에게 돌렸다.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몰아갔다. 일상을 제약했고, 일자리를 위협했다. 비접종 학생을 수업에서 제외해버렸다. 그들은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하려 했다. 장기 부작용 데이터도 확보되지 않은 백신을 갓난아이에게 허용했다. 백신 접종은 공적 영역인데, 부작용은 사적 영역에서 다뤘다. 코로나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연방 정부의 백신상해보상프로그램(VICP)에 포함되지 못했다. 피해는 각자의 몫이었다. 팬데믹 사태가 진정 심각했던 건 공중 보건 위기 이면에 언론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자 대중의 인식에서 코로나는 점점 잊히고 있다. 과도한 공포가 자아낸 정책들은 이제 실체를 찾기 힘들다. 가짜뉴스로 치부했던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서서히 연기가 걷히는 게 두려운가 보다. 저커버그도 마찬가지다. 숨길 수 없으니 이제야 슬며시 털어놓는다. 장열ㆍ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언론 자유 백신 부작용 검열로 대중 정보 백신
2023.07.04. 18:11
1947년의 일이다. 해방 2년 후였기 때문에 북녘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공산정권 밑에서는 교육다운 교육이 불가능했기에 내가 추진해온 중고등교육을 단념하고 월남하기로 했다. 그해 여름방학이 되었다. 7월 10일이었다. 집 뒷산에 올라가 소나무를 등지고 생각에 잠겼다가 꿈을 꾸었다. 제복을 입은 보안서원이 나타나 장총을 내게 겨누며 “왜 김일성대학에 교수로 오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미안하다. 더 좋은 사람을 추천하기로 했으니까 좀 기다려 달라고 약속했다” 했더니, 그가 그렇게 됐느냐는 표정으로 하늘로 향해 발포했다. 아내와 함께 탈북자 수용소 갇혀 그 총소리에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산 아래 동네를 내려보았다. 내 동생이 헐떡이면서 뛰어오더니 “형님, 빨리 산속으로 도망치세요. 저 아래 자동차에 김현석 장로가 잡혀가는데 형님도 잡으러 올라올 것 같아요”라고 했다. 차 한 대가 우리 집으로 오는 길목에 서 있고, 두 사람이 우리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망설이고 있는데 차가 다시 떠났다. 김 장로는 내가 교장으로 있는 학교 이사장이었는데, 그날 체포되었다가 6·25 때 피살되었다. 나는 탈북을 서두르기로 했다. 8월 16일 아침, 아내는 10개월 된 아들을 업고, 나는 아무 짐도 갖지 않기로 했다. 평양에 들렀다가 다음 날 아침에 기차를 타고 사리원에서 해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탔다. 늦은 오후에 간신히 해주역에 도착했다. 가까이 있는 한 여관을 찾았다. 여관주인이 우리를 깊숙한 안방으로 안내했다. “안심해도 됩니다.” 탈북인으로 직감한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 용강 바닷가로 가다가 검문을 받고 탈북자 수용소로 인계되었다. 초등학교 비슷한 두 채의 건물이었는데 앞 건물은 취조실과 남자수용소, 뒷 건물은 여자수용소였다. 나를 인계받은 계장이 조사를 시작했다. 그때였다. 벽에 걸린 전화통이 요란히 울렸다. 계장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 이상하게도 통화 내용이 내게까지 들려왔다. “○○계장입니다.” “오늘도 월남하다가 잡혀 온 놈들이 많아요?” “예, 어제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막 평양에서 지시가 왔는데, 지금부터 잡히는 놈들은 책임지고 무조건 북송하라는 명령입니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온 계장이 약간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딴방에 대기 중이던 아내에게 나오라고 했다. 부하 한 명을 불러 “이 가족을 버스 정거장에서 떠나는 것까지 보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가 나간 후에 갑자기 쪽지 생각이 났다. 나와 함께 교사로 있던 조 선생이 “혹시 도움이 될까 알려 드리는데 제 누님이 해주에 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데 제가 전화번호를 드리겠습니다”라며 건넨 메모였다.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묻더니 두 사람이 찾아왔다. 한 여자는 내 아내를, 남자는 나를 이끌고 나섰다. 안내를 받아 들어갔더니, 조 선생 누님이 인사를 하면서 “죄송하지만, 불편하시더라도 선생님은 다락방에서 쉬시고 사모님만 거실에 머물러 달라”고 했다. 검문관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언제 떠나겠느냐고 물었다. 빠를수록 좋다고 했더니, 오늘 밤이나 새벽에 떠나도록 해보자고 했다. 자정이 넘었을 때였다. 안내원을 따라나섰다. 수수밭 안으로 들어서더니 바다 쪽을 향해 숨을 죽이고 걸었다. 다행히 아들애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경비원들이 200~300m씩 왕복하면서 바닷가를 순시하고 있었다. 그 중간시간에 작은 나룻배가 와 닿았다. 탈북자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옆 숲속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뛰쳐나오면서 배는 순식간에 만원이 되었다. 나는 아내를 태우고 더 올라탈 수가 없어 다음 배를 기다렸다. 10여 분 후에 또 한 척이 왔다. 남자 다섯이 곧바로 승선했다. 우리 배를 본 경비원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나 배는 이미 바다에 들어선 뒤였다. 마치 작은 배들의 전쟁터 같았다. 경비원이 탄 배가 나룻배를 쫓아가고 나룻배들은 큰 어선 사이로 숨어가곤 했다. 사공이 “위급하게 되면 수영을 하는 손님은 바다로 뛰어들어 어선들 뒤에 숨어라”고 했다. 아내가 탄 배는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들애가 울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 하느님께 돌보아달라고 기도하였다. 하느님께 기도, “자유 만세” 외쳐 얼마 후 사공이 “이제는 안심해도 된다”라고 했다. 한 사람이 “자유 만세!”를 선창했다. 나도 눈물을 닦았다. 새벽 시간이었다. 바다 남쪽 해안에는 여기저기 모닥불이 피어있었다. 서북청년단원들이 월남한 사람들을 위해 새벽 한기를 피하도록 준비한 것이다. 사공이 “선생님들이, 우리도 자유로운 새 나라에서 살게 도와 달라”던 음성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서북청년단원에게 아내 이름을 적어 주면서 내 가족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모닥불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날 밤 탈북자가 50~60명, 또는 그 이상일 것 같기도 했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아내가 청년의 안내를 받아 찾아왔다. 우리는 말 없이 쳐다보았다. 이렇게 될 줄 믿고 있었다는 표정이다. 아내는 나를 위해, 나는 아내를 위해 기도드린 것에 대한 감사의 모습이었다. 아내가 말했다. 경비정에 끌려가는 나룻배를 셋이나 보았다는 것이다. 아들애는 그제야 눈을 뜨면서 엄마 품에 안겼다. 나는 마음속으로 울음을 참고 참았다. 자유는 목숨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탈북자 자유 탈북자 수용소 아내 이름 자유 만세
2023.06.09. 19:04
요즘 허리 통증 때문에 헬스클럽에 열심히 다닌다. 그곳에 가면 젊은이들은 물론 나처럼 나이가 든 사람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체격이 좋은 흑인이나 백인, 라티노,아시아계 등 정말 다양한 인종이 각양각색의 트레이닝 복장으로 운동한다. 더러는 몸에 여러 가지 문신을 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정말 자유분방한 미국인답게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제각각의 운동을 즐긴다. 길거리에 나가도 미국인들은 복장이나 행동에서 남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미국은 정말 자유가 넘쳐나는 국가이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외출할 때에는 그래도 격식을 갖추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서다. 외출 복장에 신경을 쓰는 것은 유럽인들도 비슷한 것 같다. 영국이나 독일, 그리고 패션의 중심지라는 파리에 가보면 외출복은 깔끔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미국인들만큼 자유롭게 하고 다니는 나라는 많지가 않은 것 같다. 미국인들이 유독 자유스러운 것은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 미국을 건국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미국에 이민을 왔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 선물로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자유의 허용으로 인한 폐단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총기 소유의 자유다. 미국은 자유와 개척정신, 그리고 무한 자유경쟁을 기본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로 군림하고 있다. 자유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고 인간 행복의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인간은 자유가 없으면 죽은 목숨이다. 김영훈독자 마당 자유 가치 무한 자유경쟁 아시아권 국가 외출 복장
2023.03.19. 17:27
“참 오래 애썼다. 너에게 진 빚, 어떻게 다 갚아?” “우리가 모르고 산 것 아니냐, 다 알아. 이제부터는 너희도 오붓하게 우리도 오붓하게 살아보는 거야.” 이어 “한마디만 더할게요” 한 뒤 며느리를 향해 90도 머리 숙여 울먹이며 “감사합니다.” 그리고 현관을 향해 걸으며 하는 말 “앞으로 신세 질 일 전혀 없지는않겠지만, 그동안 정말 하늘만큼, 땅만큼 고마웠다.” 요즘 아침나절에 재방송 중인 ‘그래 그런 거야’ 라는 드라마 44회에 나오는 대사 일부다. 노부부가 수십 년 함께 살았던 셋째 아들 집에서 분가키로 작정한 뒤 이사하는 날 아침, 시어머니 강부자가 그동안 모시고 고생하며 산, 막내며느리 김해숙에게 하는 감사의 표현이다. 말솜씨의 달인 작가, 김수현이 썼다는 것을 고려해도 너무 감동적이다. 도저히 한국사회의 고부지간에 있을법한 장면과 대화가 아니라 귀를 의심하며 몇 번이고 유튜브를 돌려가며 받아적어 소개한다. 앞으로 우리 가정의 말문화가 이처럼은 아니라도 조금씩의 변화를 기대하는 소망과 함께 말이다. 말의 사전적 뜻은 사람의 생각과 뜻을 담아 내놓는 그릇인 동시 뜻과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맛있게 요리한 음식을 어울리는 그릇에 제대로 담아 정성스럽게 치장하는 것을 플레이팅이라 하여 훌륭한 셰프는 요리실력만큼 이 분야의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같은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때와 장소 분위기는 물론 누가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말도 플레이팅이 필요하지 않을까? 빛깔 좋게 담긴 음식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유리해 보이듯이 말 또한 곱게 다듬고 향취를 더할 때 더 맛깔나고 진정성 있게 전해지며 때로는 감정선까지 자극하기도 한다. 그 좋은 예가 강부자의 대사다. 그녀가 짧은 감사의 말을 울음과 함께 허리 굽힌 최상의 겸손이란 그릇에 담아 전달하므로 며느리는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보통 하루에 20만 단어나 되는 말을 한다고 한다. 책 한 권의 원고량이 대략 18만 단어라고 한다니 우리는 매일 책 한 권, 일 년에 400여권, 한평생 3만여권의 자서전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말이 많다고 다 좋거나 쓸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악한 생각과 음란과 도둑질, 살인과 간음, 탐욕과 속임수, 질투와 비방, 교만, 우매함’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부처님 또한 ‘생각은 말로, 말은 행동을,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으로 굳어진다’라며 생각과 말의 무서움을 경고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말의 순기능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배우고 익힌 진리를 표현하며, 변화된 문명을 전달하라는 뜻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베푸신 특별한 은혜다. 그런데 인간은 말을 통해 좋았던 인과 관계를 깨고 참된 진리를 왜곡시키며, 길이 전해야 할 문명을 훼손시키는 등 말의 순기능을 ‘필요악’으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성경이 말하는 답이다. 우리 모두 세상의 거짓 선동에 현혹되지 말고 참진리 곧 하나님의 말씀(로고스)에 귀 기울이므로 참자유를 누리길 소망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진리 자유 막내며느리 김해숙 음란과 도둑질 재방송 중인
2022.10.28.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