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처음이 있다. ‘첫’자가 들어가는 말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첫사랑, 첫걸음, 첫눈 등… 11월 끝자락, LA로 돌아오기 이틀 전 한국에는 첫눈이 내렸다.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이 새하얀 눈꽃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야말로 설국이다. 야외 원탁 위에는 50cm가량의 눈이 쌓였다. 눈 구경하기 힘든 LA에 살다 보니 신기 했다. 너무 예뻐서 보고 또 보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했다. “난 아침부터 창밖만 보고 있어. 넌 떠나기 전에 흰 눈을 선물 받은 것 같구나. 실컷 보고 가라.” 나도 흥분해서 대꾸했다. “너무 환상적이야. 이렇게 많은 눈을 보기는 생전 처음이야.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사진 찍느라고 난리가 났어.” 낮에 아파트 바로 앞 세브란스 병원에 정규 검진을 받으려 가는데 보니 마침 점심시간인지라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눈 위에서 포즈를 취하며 셀카를 찍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첫눈이 11월에 내린 117년 만의 폭설이라 하니 한국에 사는 사람들조차 신기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눈은 그날 하루 종일 내렸다. 떠나기 하루 전 날 아침 친정 언니네 집에 가려고 밖에 나오니 눈이 무릎까지 쌓였다. 길도 나지 않았다. 셔틀버스도 안 다녔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남편은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라고 극구 말렸지만 구순에 가까운 언니를 이번에 못 보면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꼭 보러 가야했다. 다른 출입구로 가보니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있어서 겨우 그 발자국을 따라 엉금엉금 기다시피 해서 동백역까지 갔다. 역사 안은 사람들로 꽉 차서 오도 가도 못할 지경이었다. 지하철을 연결해 주는 경전철을 잠깐 타야 하는데 눈으로 인해 지연돼서 2시간씩이나 기다린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언니를 만나고 집에 오는 길도 험난했다. 이번 눈은 축축하고 무거운 습설(濕雪)이라 눈이 쌓인 곳은 괜찮지만 사람들이 다닌 길은 녹은 후 얼어서 외줄타기 하듯 힘들었다. 집에 거의 다 와서 긴장이 풀어져 방심했는지 꽈당 넘어졌다. 다행히 수북이 쌓인 눈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집에서 걱정스레 기다리던 남편에게 말했다. “나 살아서 돌아왔어요.” 일본 교토로 놀러간 사촌 동생이 눈 때문에 예정보다 이틀 후에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내일 비행기가 뜨려나?” 밤에 잠이 안 왔다.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들이 뜨지 못한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히 눈은 그쳤지만 안심이 안 되어 오전 내내 항공사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를 못했다. 문의 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점심때쯤 항공사로부터 예정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휴~ 한숨 놓았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너 출국날짜 기막히게 잡은 것 같다. 내 동생은 어제 싱가폴 간다고 비행기 탄 후에 이륙을 못해서 15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해.” 쌓인 눈의 하중을 견디다 못하고 결국 나무들이 꺾이고. 전신주가 쓰러지며, 지붕이 내려앉아 사람이 죽는 이변까지 속출했다. 첫눈의 설렘과 낭만이 폭설로 인해 악몽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가 설경을 즐긴 대가가 너무 컸다. 한국으로 간 때는 지난해 5월이었다. 한국의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명성답게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찬란한 봄빛을 내뿜었다. 온 천지가 생명 에너지로 충만했다. 그러나 잠깐 눈 호강을 했을 뿐이다. 6월인데 전국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였다. 174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고 한다. 7, 8월엔 더위가 무서워서 외출도 못했다. 어쩌다 나가면 지하철이나 대중교통 안은 지나칠 만큼 시원하지만 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5분여가 헉헉 숨이 막혔다. 사람들이 아예 약속을 잡지 않았다. 9월이 되니 좀 살만 했다. 그렇다고 폭염이 가신 것은 아니었다. 추석 때도 한여름처럼 더웠다. 가을 늦더위로 예쁜 단풍구경을 못하고 LA로 돌아가나 싶었다. 계절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는지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11월 하순쯤 뒤늦게 반짝 단풍의 절정기를 맞았는가 싶었는데 첫눈 폭탄을 맞은 것이다. 비행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아! 드디어 LA 공항에 도착했구나. 일단 LA 공항에 도착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화창한 날씨가 나를 반겨주기 때문이다. 다음날 낮에 밖에 나가보니 햇볕은 쨍쨍,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다. 반팔에 민소매 옷을 입은 사람도 가끔 눈에 띄었다. 불과 이삼 일전만 해도 추워서 두꺼운 코트를 입고, 흰 눈을 보며 감탄하고,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는 세상에 있다가 LA에 오니 생판 딴 세상이었다. LA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맑은 공기와 햇볕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리라. LA에 도착한 지 3일 만에 한국에선 계엄령이 선포되어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국민은 경악했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사정상 LA와 한국을 비교적 자주 오가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서 ‘LA와 한국 중 어디가 더 살기 좋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차이점이라면 우선 춥고 눈 오는 겨울이 있는 한국 날씨와 사시사철 화창하고 따뜻한 LA 날씨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LA에는 지진, 폭염, 강풍, 산불과 같은 재앙이 있고 한국에는 태풍, 홍수와 폭설, 한파 등의 자연 재해가 있다. 한국에 가면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발달해서 나 같은 노인들이 살기 편리해서 좋긴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니 땅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LA 와서 화창한 날씨에 사방이 툭 터진 프리웨이를 달리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한국서 LA로 떠나기 바로 전에 내린 폭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던 한국은 이제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이라고 말들 한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은 스치듯 지나간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이다. 재해와 사고를 예측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처한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나, 방치한다면 훗날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에서 말한 기상 이변들은 지구의 경고가 아닐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데 없다’는 속담이 있다.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있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망가뜨린 지구를 회복시킨다면 그 어느 곳이나 살기 좋은 곳이 아니겠는가.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첫눈 수필 첫눈 폭탄 이번 첫눈 비행기 창문
2025.01.02. 20:11
온타리오 남부에 첫눈이 곧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월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온타리오에 첫눈이 언제 내릴지 궁금해하고 있다. 특히 온타리오 남부는 11월 말까지 눈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날씨 예보에 따르면 이번 가을 동안 온화했던 기온이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12월 첫 주가 온타리오 남부에서 첫 큰 눈이 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로 예상된다. 날씨 예보에 따르면,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지고 강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온타리오 주의 주요 지역에 눈이 덮일 수 있다. 기상 네트워크(The Weather Network)에 따르면, 여러 저기압 시스템이 다가오고 있어 일요일 밤과 월요일에 동부 온타리오와 오두막 지역 일부에서 비와 눈이 섞여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욱 큰 눈은 다음 주에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 네트워크의 예보에 따르면, 12월 첫 주에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패턴이 정확히 맞으면, 온타리오 남부 일부 지역에서 첫 큰 눈이 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21일(목) 예보에 따르면, 11월 30일(토) 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할 수 있으며, 12월 5일(목)까지 매일 눈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 이후에도 눈이 계속 내릴 수 있으며, 유럽 기상 모델은 그레이터 토론토 지역에서 눈이 예보된다고 보도했다. 기상 예측의 차이로 인해, 유럽 기상 모델은 이번 주 큰 눈을 예보했으나, 북미 모델인 기상 네트워크와 캐나다 환경부(ECCC)는 눈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트루디 키드 환경부 기상학자는 이러한 차이가 여러 요소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델 해상도의 차이와 특정 조건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가 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키드는 "겨울 날씨 예보에서 특히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이 가까워지면 예보 모델들이 점차 일치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이번 11월 말과 12월 초의 예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곧 첫눈이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겨울을 준비할 때가 다가왔다. 임영택 기자 [email protected]온타리오 첫눈 온타리오 첫눈 온타리오 남부 주가 온타리오
2024.11.26. 13:45
어설프게 이리저리 흩날리는 폼새 그마저 내리다 말았다 만남도 이별도 아니었던 첫사랑의 기억처럼 약속도 미래도 갖지 않고 오는 듯 마는 듯 지나쳐 버린 첫사랑의 그것처럼 그렇게 눈은 내려왔는데 아무 이유 없이 첫눈 앞에서 긴장하고 말았다 김경희 / 플러싱글마당 첫눈
2022.12.16. 17:36
밖에는 첫눈이 살짝 내려와 앉았습니다 가벼운 울림이 천지를 잔잔히 흔듭니다 어찌 그리 조용히 찾아 왔는지 하얀 종이를 사방에 펼쳐 놓은 듯 겨울의 전초병인 듯 눈이란 이런 거야 이렇게 가느랗게 말하고 있습니다 햇빛 대신 눈빛이 흐느낌이 묻힌 고요가 그리움의 자락을 깔고 뜨겁게 새벽을 깨우고 있습니다 이강민 / 뉴저지글마당 첫눈 새벽 햇빛 대신
2021.12.10. 17:12
뜻을 생각한다. 첫눈. 설렌다. 스무 살 적 서울 거리가 가물거린다. 유난히 광화문 사거리가 그럴싸하게 다가온다. 실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장소다. 펑펑 쏟아지는 큼지막한 눈송이들. 나는 왜 그곳에서 첫눈을 반기고 얼굴 가득 웃음을 뿜어내고 있는가. 비숍 패스. 남편 고교 산우회의 3박 4일 캠핑 일정과 산행이 있는 캠핑장이다. 8500피트 정도의 고도이니 도시와는 다른 날씨다. 텐트 생활이 수월치 않고 바람까지 수선을 떨던 요란한 첫 밤을 지내고 산꾼들이 떠난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 예정인 2진 후배들과의 해후가 기대되지만 기다림도 맛깔스럽다. 일찍 찾아 온 추위로 단풍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간 모양이다. 화려하게 갈아 입고 고운 옷차림일 줄 알았는데 낙엽이 되어버린 몰골이 서늘하다. 아쉽다. 예쁜 모습 보기를 기대했는데. 대부분의 캠핑장은 9월 말이면 입장 금지다. 그나마 오픈한 캠핑장을 찾아 10여 가정, 열아홉 명이 함께하는 훈훈한 선후배들의 가족 모임이다. 어쩌다 보니 우리 남편이 첫째 꼰대가 됐다. 보통 주말 산행 때는 그래도 둘째나 셋째 꼰대더니 이번 캠핑엔 양보할 수 없이 첫째다. 남편 덕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왕언니 신세다. 10년 내지는 띠동갑 수준의 후배들과의 생활이다. 10여 년 산행을 함께 하지 않던 난, 모든 면에서 그들보다 부족하다. 갑자기 동행을 결정한 관계로 준비성도 산행 체력도 캠핑 적응력도 말이 아니다. 그들에게 미안하다. 산에서 1박 예정으로 산행을 떠나는 1진 산꾼들은 2진 후배들이 올 때까지 혼자 외로워서 어쩌냐는 걱정들을 건네며 산으로 갔다. 혼자가 더 행복한 나는 펑퍼짐하게 긴장 풀린 마음으로 캠핑장 산책을 한다. 듬성듬성 크고 작은 텐트가 보이지만 사람은 그림자도 없다. 언덕진 차도를 따라 가파르게 오르며 150 캠프 사이트 구경을 끝낼 즈음, 시커멓게 변하는 하늘이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덮칠 기세다. 산통이 시작됐나? 양수가 터진 듯 세찬 빗줄기를 퍼붓더니 이어 큼직큼직한 눈송이를 튀겨낸다. 우 하하하하핫, 첫눈이다. 미국 이민생활에서 거의 사라진 단어가 아닐까? 첫눈. LA에 뿌리내린 48년 삶 속에선 만난 적이 없다. 스키장에서 스쳐간, 쌓인 눈 위에 내리던 눈은 첫눈이 아니었기에 느낌이 없었다. 산길을 걷는다. 차마 내 품으로 돌진하지 못하는 수줍음을 앞세운 첫눈을 내가 먼저 품었다. 알게 모르게 쌓여버린, 세상을 향한 불평불만 위를 아낌없이 덮어준다. 누군가를 향한 미움의 층이 제법 높아졌다. 그래. 아가 주먹만한 크기의 눈송이들로 그 미움을 죽이자. 뜻하진 않았다던, 마구잡이 찔림 공격에 남겨진, 내 깊은 상처들이 힐링되길 바란다. 가해자는 인지하지 못하는 내 가슴속 찢김의 흔적들이 풍요로운 첫눈에 모두 아물기를 뜨겁게 빌어 본다. 다시 스무 살 내 모습으로 광화문 사거리에서 온몸에 첫눈을 입고 서 있다. 함박 웃음도 보인다. 노기제 / 통관사이 아침에 첫눈 캠핑장 산책 광화문 사거리 산행 체력
2021.11.11. 12:42
지난주 천둥·번개와 함께 내린 폭우로 남가주 일대의 평균 기온이 내려간 가운데 남가주에 첫눈이 내렸다. 스키리조트로 유명한 매머드 마운틴에도 지난주 첫눈이 내렸다. 스키장 측은 예년보다 이른 첫눈이 내렸다며 다음 달 13일 2021-22 공식개장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13일 오후 4시에 찍힌 눈 덮인 매머드 스키장 모습이다. [사진 매머드 스키장 웹캠] 김상진 기자
2021.10.13.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