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의 분주한 채소 시장은 새벽부터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이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아침에 장사를 시작하려면 그날 필요한 채소를 도매시장에서 사와야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 채소를 사 올 목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 아침 평균 1000루피를 사채업자에게 빌린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1050루피를 갚는다. 하루 이자만 50루피다. 엄청난 고이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손에 쥐는 순이익이 대략 200루피 정도 된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 50루피를 이자로 지불하고, 남은 150루피로 식비, 집세, 병원비 같이 당장 필요한 생활비를 충당하며 빠듯하게 살아간다. 이렇게 팍팍한 일상 속에서, 만일 이들이 하루 10루피씩이라도 저축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열흘만 모아도 100루피가 된다. 그러면 이제 사채업자에게 900루피만 빌리면 되고, 이자 또한 매일 5루피씩 아낄 수 있다. 하루 10루피씩 100일을 모으면 1000루피가 되어 사채업자의 도움 없이 자기 자본으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매일 내던 50루피의 이자를 고스란히 절약해 하루 생활비를 200루피로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사채업자에게 1000루피를 다시 빌린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이들이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터널링(tunneling) 효과’라고 부른다. 터널링은 결핍을 느끼는 사람이 눈앞의 급한 문제만을 보고, 당장 해결해야 할 일만 처리하게 되는 현상이다. 자신이 처한 전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대충 버티며 살아왔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의 한 유명 여성 코미디언이 유방암에 걸려 항암 치료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늘 바쁘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잠깐 시간이 나면 여행 가방을 싸서 곧장 여행을 떠났단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고, 또 다른 바쁜 여행 일정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으며 더 큰 스트레스를 쌓아왔던 삶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픽업해 올 때가 있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더 하겠다며 늦게 끝내고 늘 서둘러 커피를 픽업하곤 했는데, 어느 날은 운동을 일찍 마치고 조금 여유 있게 나왔다. 그날따라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먼저 양보하고, 천천히 여유있게 운전을 하는 나 자신을 보며 깨달았다. 천성이 못된 탓도 있지만, 늘 돈과 시간이 모자라다는 ‘결핍’의 마음가짐이 그동안 나를 조급하고 예민하게 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결핍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판단을 흐리며, 내일을 위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터널을 만든다. 결핍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단한 의지가 아니다.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여유다. 약속시간에 조금 일찍 출발하고,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면 게임을 하거나 유트브를 보는 대신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있으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넓게 보고,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다. 아무리 돈과 시간이 많아도 누구나 결핍의 터널에 갇힐 수 있다. ‘Stay Hungry’라고 평생 외치다 간 스티브 잡스는 살아 있는 동안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일상에서 작은 여유를 만들고, 그 여유를 지키려는 노력이 우리를 터널 밖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결핍 터널 심리적 터널 채소 시장 여행 일정
2025.12.03. 19:23
28일 오후 LA 다운타운 2번가 터널 벽면 모습. LA시가 벽을 흰색 페인트로 칠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낙서로 뒤덮였다. 피게로아가와 힐가 사이의 이 터널은 1920년대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해 지어졌으며, 영화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리썰 웨폰 2'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김상진 기자터널 낙서 2번가 터널 터널 하루 영화 터미네이터
2025.07.28. 20:01
시미밸리의 가족 운영 보석상이 영화 같은 수법의 절도범에 털렸다. 범인은 보석상 옆 커피숍의 화장실 지붕을 뚫고 침입한 뒤, 뒷문을 통과하고 감시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바닥을 기어 이동했다. 이후 커피숍과 보석상을 연결하는 벽(두께 약 8인치)을 파워툴로 터널처럼 뚫어 보석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게 5000파운드짜리 대형 금고를 열어 현금과 보석 등을 모두 훔쳐갔다. 피해 규모는 25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5일 자정 쯤 코크란 스트리트 2800블록에 위치한 ‘파이브스타 주얼리 앤 워치 리페어’에서 발생했다. 피해 업소 업주인 조너선 유셰프는 “아버지와 함께 25년간 일궈온 모든 것이 사라졌다”며 “고객들이 맡긴 유품까지 도난당한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금고 안에는 금괴, 은괴, 백금, 다이아몬드 반지, 고가의 시계(롤렉스·태그호이어·오메가) 등이 보관돼 있었다. 이 업소는 도난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업주의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셰프는 “아버지의 은퇴도 무산됐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미밸리 경찰국은 현재 용의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한편, 지난달에는 LA 다운타운에서도 유사한 수법의 보석상절도 사건이 있었다.〈본지 4월 16일자 A-1면〉 당시 절도범들은 보석상 옆 영화관에 먼저 침입, 벽을 뚫고 보석상에 들어가 2000만달러 상당의 금품을 털어 도주했다. 강한길 기자보석상 영화 보석상절도 사건 보석상 절도 당시 절도범들 다운타운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유품 터널
2025.05.29. 19:40
낙서쟁이들이 터널을 점령했다. LA다운타운에는 벙커힐 밑으로 힐 스트리트와 피게로아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2가 터널(2nd Street tunnel)과 힐 스트리트와 플라워 스트리트를 연결하는 3가 터널(3rd Street tunnel)이 있다. 2가 터널은 1020년, 3가 터널은 1901년 건설됐다. 영화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유서 깊은 두 터널은 지금 불법낙서로 도배됐다. '그래피티'라고도 하는 불법낙서는 락카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주로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 및 기타 흔적을 남기는 행위이다. 기본적으론 범죄로 취급되지만, 예술적 특성상 묵인하거나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목적으로 사업자나 지자체에서 일부러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드물게 본인 소유의 건물에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중립적인 정의는 ‘무단으로, 벽에, 글자를 적는 예술성을 지닌 행동양식’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LA시는 매년 7백만 달러를 길거리의 불법 낙서를 지우는 데 사용한다. 지난 2022년 재개통한 ‘6가 다리’에 칠해진 불법 낙서를 지우는데 13만 달러를 썼다. 예산은 LA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김상진 사진부장 [email protected]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낙서쟁이 터널 플라워 스트리트 street tunnel 불법 낙서
2023.11.10. 17:00
MTA 교량 및 터널 통행료가 6일부터 인상된다. 뉴욕주 주요 고속도로인 ▶베라자노-내로스브리지 ▶브롱스-화잇스톤브리지 ▶스록스넥브리지 ▶RFK브리지와 ▶퀸즈-미드타운터널 ▶브루클린-배터리터널의 이지패스(E-ZPass) 통행료는 현재 6달러55센트에서 약 6% 상승한 6달러94센트로 오른다. 우편으로 통행료를 청구할 경우 기존 10달러17센트에서 10% 인상된 11달러19센트를 지불해야 한다. ‘장착 오류(improper mounting)’로 인해 이지패스 보유자의 태그를 읽을 수 없어 차량 번호 조회를 통해 통행료가 청구될 경우 이지패스 요금보다는 높고, 이지패스 미부착 차량보다는 낮은 요금인 ‘미드-티어(Mid-Tier)’ 요금이 적용되는데, 이는 8달러36센트에서 9달러 11센트로 인상된다. 주요 고속도로 외의 교차로에서도 통행료가 인상된다. 헨리허드슨브리지의 이지패스 통행료는 6% 상승한 3달러18센트, 우편 통행료는 10% 상승한 8달러25센트, 미드티어 통행료는 9% 상승한 5달러4센트가 된다. 크로스베이와 마린파크웨이브리지의 이지패스 통행료는 6% 상승한 2달러60센트, 우편 통행료는 10% 상승한 5달러60센트, 미드티어 통행료는 19% 감소한 4달러11센트가 된다. MTA는 오는 20일부터 현재 2달러75센트인 전철·버스 기본요금도 2달러90센트로 인상한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교량 터널 터널 통행료 미드티어 통행료 버스 기본요금
2023.08.03. 21:23
LA다운타운 벙커힐 지역 땅속을 가로지르는 3가 터널이 명소로 거듭났다. LA시는 네온아트 설치작가 디피에트로의 작품 'The Light at the End of the Tunnel'을 3가 터널 서쪽 방향 출구 입구에 설치하고 2일 공개했다. 터널 출구 상단에는 빨간 하트표시에 알루미늄으로 Los Angeles라고 쓰여있다 자동차들은 터널 출구의 긍정과 희망의 염원을 담은 빛의 터널(Rainbow of light)을 통과하게 된다. 김상진 기자 김상진 기자사설 터널 터널 la다운타운 터널 출구 터널 서쪽
2022.03.03. 22:26
벌써 2년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각국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가을쯤이면 다시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가을이 지나고 또 한번의 가을이 지나고 있는데 아직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와의 2년이 물리적으로는 긴 세월이 아니지만 느껴지는 무게에 있어서는 한없이 엄중한 시간이었다. 이쯤에서 한번 복기해 보는 것도 앞으로의 현명한 대처를 위해 좋을 듯하다. 코로나가 인간 세상에 침투하면서 처음 발생한 중국에서 엄격한 통제가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초기 감염자의 동선이 모두 추적, 발표돼 사생활까지 노출되는 것을 보면서 국가가 이렇게까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권리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국가가 그렇게 통제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방역에 협조해 곧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이성을 믿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가 만든 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또 백신이 나온 후 1년간의 대처 과정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 상황이 코로나를 엄격히 통제하는 나라보다 못한 것 같다고 자조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마음이 간다.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알래스카주 주민 수보다 더 많은 인구가 사라졌다. 코로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비즈니스는 아직도 많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출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고 있다. 이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마스크에 갇혀 마음껏 숨을 쉬지도 못한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안, 혼란 등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의 1일 확진자가 다시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유럽과 한국도 확진자, 중증 입원자, 사망자 모두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델타 변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변이 오미크론은 남아공에 이어 캐나다, 유럽 각국에서 발견됐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세계가 긴장하고 서로의 왕래를 통제하며 다시 빗장을 걸고 있다. 이런 것들은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온 지 거의 1년이 지난 후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 수는 발생 첫 해보다 백신이 나온 후 1년이 더 많다고 한다. 지금은 늦은 것 같지만 8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으면 집단 면역이 생겨 코로나로 인한 혼란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 2차 접종을 마치고 다시 시작한 영어 수업에서 수강생들의 3차 부스터샷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접종을 망설이는 이유는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계속적인 주장에 영향을 받아 생긴 불신과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1, 2차 접종으로 항체가 충분이 생겼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바른 사고를 하기 위한 우리의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새로운 변이가 수퍼 파워를 가지고 계속 등장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주와 단체들도 있다. 지금은 개인의 자유가 먼저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현실이 엄혹하다. 방역당국의 조치에 적극 협조하는 것만이 이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최선의 방법이다. 최성규 / 베스트영어훈련원장열린 광장 코로나 터널 코로나 터널 코로나 확진자 코로나 때문
2021.12.03.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