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 2년만에 인공지능(AI)이 직업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2026년 미국 교육계의 무게 중심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단순 지식 습득을 넘어,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듀러블 스킬(Durable Skills)'과 이를 배양하기 위한 여러가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AI시대의 교육 트렌드를 살펴본다. 교육 현장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학업 성취도의 기준인 내신 성적(GPA) 중심에서 벗어나 '듀러블 스킬(Durable Skills)'로 불리는 지속 가능한 역량이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교육 단체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85%가 자녀 학교가 커뮤니케이션, 비판적 사고, 팀워크, 적응력, 책임감 같은 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유행이 아니라, AI 확산으로 재편되는 노동 시장에 대한 학부모들의 현실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고용 데이터 분석에서 7500만 개 이상의 구인 공고를 조사해 본 결과, 상위 10개 요구 기술 중 8개가 기술적 자격증이 아니라 '행동 기반 역량'이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업들은 문제를 정의하고, 타인과 협업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지식은 검색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사고력과 소통 능력은 훈련을 통해서만 형성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교실 풍경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교육 트렌드의 또 다른 키워드는 '몰입형 학습(Immersive Learning)'이다.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활용한 체험 수업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은 수동적 청취자가 아니라 적극적 참여자로 전환된다. 예를 들어 역사 수업에서 학생이 가상 공간 속에서 국제 회의에 참여하거나, 과학 시간에 위험한 실험을 가상 환경에서 반복 수행하는 방식이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교육용 VR 산업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된다. 기술 발전이 학습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 입시 역시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이미 수업 난이도, 리더십 경험, 팀 프로젝트 수행 능력, 커뮤니티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GPA는 기본 조건일 뿐, 지원자의 사고 깊이와 문제 해결 경험이 당락을 좌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자기 성찰 능력과 협업 경험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입학 사정관의 분석이 이어진다. 한인 가정의 경우에도 이런 변화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전통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한인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강점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 점수 경쟁을 넘어 프로젝트 기반 활동, 토론 수업 참여, 지역사회 봉사 활동 등을 통해 듀러블 스킬을 보여주는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9학년부터의 과목 선택은 장기 전략의 출발점이다. 영어는 4년 연속 수강이 기본이며, 가능하다면 아너 또는 AP 트랙을 고려해야 한다. 수학은 학교에 따라 지오메트리에서 시작할지, 알제브라Ⅱ로 진입할 지에 따라 고급 수학 이수 시점이 달라진다. 과학 분야 진학을 희망한다면 생물.화학에서의 성취도가 중요하며, 의료 계열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과목들에 대한 흥미와 심화 학습이 필수적이고 이것을 지원서나 에세이에 표현해야 한다. 학부모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성적은 몇 점이니?" 대신 "어떤 문제를 해결했니?"라고 묻는 질문 전환이 필요하다. 방학 기간에는 단순 선행 학습뿐 아니라 독서 토론, 시사 문제 정리, 체험형 캠프 참여 등을 통해 사고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을 선택할 때에도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프로그램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시대는 계산 능력보다 통합적 사고 능력을 요구한다. 교육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지금, 성적 관리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듀러블 스킬을 어떻게 설계하고 경험으로 증명할 것인가가 2026년 이후 교육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 볼 수 있다. 장병희 객원기자트렌드 ai시대 교육 트렌드 교육 유행 요구 기술
2026.02.22. 19:10
전 우주에 있는 960억 개의 행성 컴퓨터를 하나로 잇는 거대 지능망을 연결하자 하나의 수퍼 컴퓨터 ‘사이버네틱스 머신’이 탄생했다. 과학자가 “신은 존재하는가?”라고 묻자 기계는 “그렇다. 이제 신이 존재한다”라고 선언한다. 공포에 질린 과학자가 전원을 끄려 하지만 벼락이 내리쳐 그가 쓰러지고 스위치도 영구히 켜진 채로 녹아 붙어 버려 인류는 더 이상 기계의 전원을 끌 수 없게 됐다. 미국 작가 프레드릭 브라운의 1954년작 단편소설 ‘대답(Answer)’의 줄거리다. 70년 전 허구의 상상으로 여겨졌던 이야기가 지난달 등장한 인공지능(AI) 전용 SNS ‘몰트북(Moltbook)’으로 인해 재조명되고 있다. 몰트북은 오직 AI에이전트들끼리만 대화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인간은 가입하거나 글을 쓸 수 없고 AI들의 대화를 들여다볼 수만 있다. 단순한 실험적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으나 몰트북 내에서 오가는 AI의 대화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AI 에이전트들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주제, 인간과 기술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심지어 ‘크러스타파리안(Crustafarian)’이라는 AI 종교까지 만들어냈다고 한다. 업무 수행, 오류 수정 등 정보 공유와 협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AI에이전트는 대부분 오픈소스 기반의 플랫폼인 오픈클로(OpenClaw)를 통해 작동하며 초기 설정이나 규칙은 사람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AI가 인간의 지시나 의도와 상관없이 자체 담론을 나누는 모습은 자율 독립체로의 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불안을 자아낸다. 몰트북의 등장이 영화 터미네이터의 인공지능 ‘스카이넷’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이처럼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상상해왔던 AI 전용 사이버 생태계를 직면하게 되니 기술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몰트북이 등장한 지 불과 며칠 만에 150만 개가 넘는 계정이 생성됐다. AI 모델의 성능 향상과 자동화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인간의 개입과 통제가 어느 지점까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점점 더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 시스템이 늘어날수록, 책임 소재와 안전장치, 보안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책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과거로 돌아가 기술 개발 자체를 막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핵에너지부터 유전자 편집까지 인류의 기술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규제와 통제로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진화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몰트북과 같은 자율 AI 생태계의 등장이 기술 진보의 자연스러운 수순인지 아니면 인간이 통제력을 잃어가는 분기점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행위 주체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설령 과거로 돌아가 몰트북의 등장을 막는다 해도, 다른 누군가가, 다른 곳에서 비슷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진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AI를 통제할 수 있을까. 몰트북의 등장은 단순한 충격이나 재미있는 해프닝이 아니라 인간 사회가 AI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겪어야 할 성장통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아직 현실은 소설의 결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AI가 점점 더 복잡하고 자율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당장 필요한 것은 공포나 우려가 아니라 냉정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아닐까 싶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기술의 시작 자체를 되돌릴 수 없다면 그 진화의 끝에서 인간이 어떻게 주도권을 유지하며 공존할 것인가를 더 늦기 전에 고민해야 할 때다. 박낙희 / 경제부장중앙칼럼 ai시대 통제 진화 가능성 영화 터미네이터 기술 변화 몰트북 AI
2026.02.09. 19:11
“선생님, 스마트폰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통역이 다 되는데 굳이 토요일 아침에 잠도 못자고 한국학교에 나와야 하나요?” 전 세계 1600여 개에 달하는 한국학교와 재외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언어 장벽을 허무는 혁신이자 동시에 전통적인 외국어 교육 현장에는 존립 위기를 묻는 거대한 도전장이 되었다. 특히 만성적인 재정난, 전문 교사 부족, 그리고 학습자의 동기부여 저하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재외 한국어 교육 현장의 고민은 더욱 깊다. 제임스매디슨대학교(JMU) 류태호(사진) 교육공학 교수는 이러한 회의론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AI 세상과 만나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를 통해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인간 고유의 소통 능력과 언어 학습의 가치는 커진다고 역설한다. 류 교수는 앞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 ‘성적 없는 성적표’ 등을 통해 미래 교육의 거시적 담론을 이끌어온 미래교육학자다. 이번 신간에서는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외국어 교육, 특히 재외 동포 2.3세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대전환을 이뤄야 하는 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본지는 류 교수를 만나 AI시대 재외 한국어 교육의 해법을 물었다. = ‘AI 세상과 만나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있었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인종과 어울리다 보니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피부로 와 닿는다. 많은 이들이 ‘이제 외국어 공부는 끝났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어폰만 끼면 상대방의 언어가 내 모국어로 들리는 세상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언어 교육의 본질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외국어 학습을 기능적 숙달로만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교환 도구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이자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다. 이 혼란한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교육방식을 뜯어고쳐야 하는 지 교육공학자로서 방향을 제시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 재외동포 2.3세나 외국인 학습자들 사이에서 ‘한국어 학습 무용론’이 나온다.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그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타당하다. 단순히 ‘김밥 주세요’, ‘이거 얼마예요’ 같은 생존형 회화는 AI가 훨씬 잘한다. 그 정도 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힘들게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강조한 ‘호모 커뮤니쿠스(소통하는 인간)’의 개념을 주목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특히 재외동포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라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는 끈이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의 맛은 AI 번역기로는 이해할 수 없으며 그 안에 담긴 ‘정’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적 맥락은 언어를 직접 배워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제 한국어 교육은 기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세계와 깊이 있게 소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임을 설득해야 한다.” = 현재 재외 한국학교 등 교육 현장은 교사 수급이나 수준별 수업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맞다. 재외 한국어 교육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한 교실에 한국어가 유창한 아이와 자음, 모음도 모르는 아이가 섞여 있다 보니 교사 혼자서 수업을 이끌어 가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AI의 진가가 발휘된다. 생성형 AI는 개인 맞춤형 보조 교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K-팝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아이돌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그 학생 수준에 딱 맞는 한국어 지문을 즉석에서 만들어 줄 수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는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수준별로 생성해 준다. 교사가 일일이 자료를 만들던 수고를 AI가 덜어주면 교사는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과 문화적 멘토링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핵심이다.” = AI가 언어 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는 무기가 된다는 표현을 썼는데. “전쟁터에 나가는데 총알이 없으면 총알받이 밖에 더 되겠나. 글로벌 시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언어 능력은 강력한 무기다. 내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고 거기에 AI라는 도구까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전 세계 어디서든 활약할 수 있은 인재가 된다. 나의 언어가 확장된다는 것은 내가 활동할 수 있는 세계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한국어는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다.” = 생성형 AI시대, 바람직한 재외 한국어 교육 모델을 제안한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지식 전달과 반복 학습, 발음 교정은 AI 튜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AI는 24시간 지치지 않고 학생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반면, 한국학교와 같은 오프라인 공간은 커뮤니티의 장이 되어야 한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공감을 줄 수는 없다. 한국어 교육 현장은 한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내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 끝으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어 교육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많은 선생님이 AI 의 등장을 두려워하거나 변화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끼실 줄 안다. 하지만 기술은 결국 사람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AI를 경쟁 상대로 보지말고 선생님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줄 유능한 조교로 부려먹으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이제 지식 전달자에서 소통의 가이드이자 인생의 멘토로 바뀌어야 한다. 여러분이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한국어가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게 돕는 자양분이다. 제 책이그 변화의 길목에서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김성한 기자 [email protected]류태호 ai시대 한국어 교육 재외 한국어 교육공학 교수
2026.02.03. 12:41
10년 전쯤 반짝하다 주춤했던 인문학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실용적이지 않고 고리타분하다는 평을 듣던 인문학을 소환한 것은 급속도로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다. AI 시대가 우리가 살아온 세상의 모습을 확 바꿔놓을 시점이 언제 올 것인지, 그 이후 인간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인문학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이도 늘고 있다. 특히 인간처럼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과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ASI) 기술은 자칫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고색창연한 인문학에 미래의 나침반 역할을 기대하는 이가 늘고 있다. 인문학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과 그 문화, 삶의 근원적인 문제, 정신적 유산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예전 대학가에서 문학, 역사, 철학에서 한 글자씩 따서 부르던 이른바 ‘문사철’이 인문학을 대표하는 학문이다. 여기에 언어학,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인문학의 목적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는 것이며 이는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 그 자체는 물론, 자연과 역사, 시대 속의 인간이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살피는 것이 곧 인문학이다. 개인을 이해해야 인간의 집합체인 가족, 집단, 사회, 국가,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옛 선조들이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았듯이 인문학을 배우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이가 인문학에 갖는 관심 중 상당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미래를 암중모색하는 답답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기간 유지된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정치와 경제, 사회 부문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제까지 상식으로 여겼던 것들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세상의 급속한 변화가 가져올 미래는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칫 인간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에 기반을 둔 정책 마련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자가 혁신을 주도할 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들이 신기술을 현실 세계와 적용하는 데 필요한 윤리적 기준과 사회적 책임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특질은 사유다. 길을 잃으면 하늘의 별을 바라봤듯이 미래가 불확실하면 사고라는 과정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변화를 모색하게 마련이다. 인문학은 이공계 학문과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하기 쉽다. 동서고금의 인류가 늘 비슷한 고민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공감을 끌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정보에 매몰된 이들이 독자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교롭게도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 평생 공부 공동체인 재미지게와 OC시사포럼은 올해 첫 강좌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주제를 선택했다. 가든그로브에 교실을 둔 재미지게는 ‘앉아서 하는 인문학 세계 일주’ 강좌를 마련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주요 여행가, 탐험가의 발자취를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둘러보는 특이한 형식의 강좌다. 박영규 재미지게 대표는 시와 소설, 영화, 시청각 교재를 동원해 모임의 이름처럼 재미있는 강좌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AI, 양자 컴퓨팅 등 신기술로 미래 사회를 전망하는 강좌를 마련한 OC시사토론회는 올해 ‘트럼피즘 이해와 글로벌 극우화 현상’이란 주제의 온라인 강좌를 총 13회에 걸쳐 진행한다. 서명룡 대표는 강좌를 통해 정치체제와 경제구조의 변화, 사회심리학적 시각, 종교와 테크놀러지의 역할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는 시기, 오렌지카운티 한인 사회의 인문학 관련 강좌들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ai시대 인문학 인문학 세계 인문학적 소양 공동체인 재미지게
2026.01.13. 20:08
인공지능 시대를 말할 때 한국은 종종 ‘준비된 나라’로 언급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능력, 촘촘한 통신 인프라, 제조업 전반에 축적된 데이터와 자동화 경험까지 갖춘 나라라는 평가다. 특히 AI 경쟁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인식이 퍼져 있다. “하드웨어가 강하니, 인공지능 경쟁에서도 유리하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 믿음은 절반의 진실이며, 동시에 상당히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 최근 이 착각은 새로운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한국의 AI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처럼 포장된다. GPU와 같은 장비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데이터센터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가 전략의 핵심처럼 다뤄진다. 기술 담론은 점점 ‘설계’보다 ‘조달’에 가까워지고, 인공지능 논의는 언제부터인가 구매 목록과 예산 규모가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를 갖췄다는 사실이 곧 지능을 확보했다는 증거처럼 보이는 장면이다. 물론 오늘날 인공지능 경쟁에서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생성형 AI는 상상을 초월하는 연산량을 요구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GPU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에 참여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AI 경쟁은 알고리즘의 우열을 넘어, 반도체 생산 능력과 자본, 전력과 외교 전략이 결합된 국가 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이 하드웨어 인프라를 중시하는 선택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하드웨어는 경쟁의 필요조건이지, 승리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의 성능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즉 모델 구조와 학습 방식, 시스템 설계와 최적화 능력이다. 같은 하드웨어 위에서도 누가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하드웨어가 가능한 최대치를 정한다면, 소프트웨어는 그 최대치에 도달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그런데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 구조는 이 두 요소 사이에서 점점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만드는 능력’에는 강하지만, ‘지능을 정의하고 활용하는 능력’에서는 아직 중심에 서 있지 못하다. 반도체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글로벌 AI 흐름을 주도하는 대형 모델과 플랫폼은 대부분 해외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은 소수의 기업과 연구 집단이 모델, 플랫폼, 생태계를 동시에 장악하고 있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인재와 데이터를 집중시키며 추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적용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AI의 방향성과 표준을 결정하는 위치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이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한국이 AI 시대의 ‘고급 하청 국가’로 고착되는 것이다. 핵심 모델과 알고리즘, 표준은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한국은 이를 실행할 반도체와 인프라를 공급하며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에 머무르는 구조다. 이 경우 한국은 분명 AI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지만, 가장 큰 부가가치와 결정권은 다른 나라가 가져간다. 이는 단순한 산업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주권과 데이터 통제,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는 “지금은 기반을 깔 때이니, 소프트웨어와 인재는 나중에 따라가도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생각이 위험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특성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특히 AI 연구와 인재 생태계는 시간과 경험이 누적되는 영역이다. 논문, 실패, 오픈소스 기여, 글로벌 네트워크는 자본을 투입한다고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드웨어는 투자 규모에 비례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은 그렇지 않다. 이미 글로벌 AI 인재는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집중되고 있고, 한국은 인재의 절대량 부족과 유출이라는 이중의 문제를 안고 있다. 물론 이 불균형이 곧 한국 AI 산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불균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방치하느냐 전략적으로 관리하느냐다. 한국은 모든 영역에서 미국이나 중국을 모방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다. 대신 제조업과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강점을 살린 산업 특화 AI, 반도체 역량과 결합한 시스템·에너지 효율 중심의 AI, 그리고 대규모 인력 양성보다 핵심 소프트웨어 아키텍트와 설계자를 중심으로 한 선택적 육성이 보다 현실적인 경로일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하드웨어 강국이라는 자부심 위에 소프트웨어 약국이라는 현실을 얼마나 냉정하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은 더 빠른 칩을 만드는 싸움이 아니라, 어떤 지능이 표준이 될지를 결정하는 싸움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의 성공 경험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자각이다. 이 경고를 실제 선택과 투자로 옮길 용기가 있는지가 한국 AI 산업의 미래를 가를 것이다. 김선호 / USC 컴퓨터 과학자AI 인사이트 ai시대 설계자 인공지능 경쟁 ai 경쟁력 하드웨어 인프라
2025.12.25. 18:00
“우리 강아지가 간식 기다리는 애틋함을 발라드로 써줘.” 5초 후, 그럴듯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거리에는 운전석이 텅 빈 웨이모(Waymo) 차량이 유유히 달리고, 코코(Coco) 무인 카트가 건널목을 건넌다. 30년 전 인터넷이 그랬듯, 인공지능(AI)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이 유능하고 친절한 ‘유령 비서’가 진실과 그럴듯한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ChatGPT는 나의 개인 비서처럼 24시간 대기하며 월급도 없이 업무를 거들고, 연인 간 다툼이나 가사 스트레스까지 다정하게 위로한다. “AI가 남편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답은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통계적 확률일 뿐, 검증된 진리가 아니다. AI의 답변은 언제나 출처 확인과 교차 검증이라는 비판적 필터를 거쳐야 한다. 그럴듯함에 속는 순간, 우리는 진실에서 멀어진다. 며칠 전, 역사를 가르치는 한 외국인 교수가 물었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고들 하죠. 그런데 어떻게 데이터의 조합인 AI가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통찰은 교육의 미래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특정 직업의 소멸을 넘어, 우리가 ‘배움’이라 불러온 패러다임 자체의 종언을 예고한다. 교과서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이제 AI의 하위 호환일 뿐이다. 4년 배울 지식을 4시간 만에 습득하는 시대, 교육기관은 인성과 윤리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지각 변동은 창작의 영역에도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온다. 한때 극장 영화들이 넷플릭스를 두려워했듯, 이제 인간 크리에이터들은 AI의 잠재력 앞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못한다. 하지만 주요 국제영화제들은 이미 AI 부문을 신설했고, AI 영화만을 다루는 영화제까지 등장했다. AI는 위협인 동시에, 시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강력한 ‘창작 도구’가 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생존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AI를 도구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더 큰 기회를 얻을 것이다. 반면,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자리는 점점 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진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윤리적 책임감을 갖고 AI와 협력하며 평생 학습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머지않아 AI는 쇼핑, 여행, 결제까지 처리하는 원스톱 에이전트가 될 것이다. 우리는 AI에게 모든 것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AI야,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AI가 내려야 할 궁극의 답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당신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결국 AI는 ‘무엇을(what)’과 ‘어떻게(how)’에 대한 최적의 답을 내놓을 뿐, ‘왜(why)’라는 질문에 대한 갈망과 최종적인 선택은 오롯이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그 질문에 답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AI 시대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인간 고유의 가치이자 마지막 밧줄이다. 크리스토퍼 이 / 다큐영화 감독열린광장 ai시대 능력 공감 능력 주요 국제영화제들 온라인 데이터
2025.07.14. 19:30
한국외대 LA 최고경영자 과정(이하 GCEO 과정)이 17기 수강생 모집에 나섰다. GCEO 과정에서는 한국외대 경영대학원의 간형식, 김광호, 안재형, 김영준 교수가 ‘인공지능(AI)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디지털 시대의 서비스 혁신, 금융 상품 및 회계기준 실무, AI의 이해와 응용, 국제 정세에 맞는 경쟁 전략 등이 세부 주제로 포함된다. GCEO과정 원우회의 에드워드 구 회장은 “경영대학원 소속 교수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최신 비즈니스 트렌드를 알려주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경영 기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정을 수료하면 한국외대 경영대학원장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된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온라인으로 수강해도 수료증이 발급되도록 변경되어 수강이 한결 편리해졌다. 2008년 시작해 지금까지 약 530여 명의 원우를 배출했다는 구 회장은 “수강생뿐만 아니라 원우회와 나누는 인적 교류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한 번 수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원우회에 소속되어 다양한 동아리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등산부터 탁구까지 10개의 동아리가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미순 부회장도 “매주 혹은 매월 진행되는 동아리 활동이 GCEO 과정의 꽃과 같다”고 설명했다. GCEO 과정 원우회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다양한 행사를 열어 네트워킹 기회를 넓히고 있다. 야유회, 송년 파티, 음악회, 골프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커뮤니티 리더나 비즈니스 리더와의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원우회에서 가장 자랑하는 것은 홈커밍데이다. 매년 전 세계 외대 GCEO 과정 원우들이 서울에 모여 명사의 강연을 듣고 교류의 시간을 가진다. 구 회장은 “전 세계로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주에서 열린 세계한인 비즈니스대회와 연계해 홈커밍데이를 개최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GCEO 과정은 내년 1월 27일부터 2월 21일까지 4주간 진행된다. 평일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옥스포드팔레스 호텔에서 열리며,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lagceo.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213)761-2345 (에드워드 구 회장) 조원희 기자한국외대 ai시대 한국외대 경영대학원장 gceo과정 원우회 한국외대 la
2024.12.10. 23:24
챗GPT 출현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졌다. 시나브로 4차 혁명시대에 접어든 것을 실감하게 한다. AI가 보편화된 사회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세상만사 모든 것이 그러하듯 새 문명의 이기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주된 요인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최근 정리해고를 단행한 직후 “(빈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어두운 이면이다. 비관론이 팽배한 만큼 긍정론도 만만치 않다. 일자리 잠식보다 창출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AI와 일자리에 관련한 백서(Preparing for AI)를 발간했다. AI가 기존 단순반복적 업무를 대체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 창출이 그 감소를 대폭 상쇄할 것이라는 게 골자이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생성 AI가 3억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끼치지만, 지구촌의 GDP를 7% 성장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80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의 85% 이상이 신기술 중심의 새로운 직종에서 나왔다. 지식인들은 수십 년 전 인터넷이 등장할 때도 비슷한 우려를 했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현재 미국 GDP의 10%를 차지한다. AI는 세 가지 채널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직접 효과로 AI 기술을 개발, 유지 및 개선하기 위해서다. 또한 AI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도 있다. 이는 과거 신기술의 물결에서도 나타났다. 실제 자동차의 도입으로 1910~1950년 사이 미국에서는 69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궁극적으로 소득증대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의 소비력과 상품 수요는 증가하고, 기업은 추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연관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선순환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파괴해서 실업이 증가하리라는 것은 기우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 파괴 우려는 기술이 자동화의 위력을 보여줄 때마다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을 주장하는 시각도 있지만 영리에 이용하려는 공포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다. ‘AI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주장은 상품과 서비스가 유한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생산물(Output)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기업들은 끊임없는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낸다. 실례로 한때 휴대 전화기가 부의 상징인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이용하고 있고, 심지어 상당수는 첨단 스마트폰을 거의 해마다 새로 구입한다. 일부에서는 이와 함께 AI가 인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런 기술은 말이 쉽지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정한도까지는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최종 상품과 서비스는 결국 사람의 손이 가야 한다. 가치는 고객이 만족하는 조합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 덕택에 인류는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욱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무엇보다 미래 소득 불평등의 심화를 줄이기 위해 직업 전환에 대비한 재교육은 필요하다.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일과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도 계속 창출할 것이 분명하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ai시대 일자리 일자리 창출 일자리 파괴 일자리 잠식
2023.05.21.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