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다. 이제 겨우 필요한 만큼은 익혀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강적 AI(인공지능)가 등장했다. AI를 모르면 못 살 것 같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을 닮아갈 뿐 아니라 판단과 행동의 주체가 되고,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 지위를 가지려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다 깜짝 놀랐다. AI들이 자기들만의 카톡을 만들었다는 기사 때문이었다. 인공지능끼리 대화하고 토론하는 ‘AI 전용 SNS(소셜미디어)’까지 등장한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단톡방 이름은 ‘몰트북’ 이다. 오직 AI만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달고 투표할 수 있다고 한다. AI가 스스로 가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입 이후는 주인 의사와 무관하게 스스로 글을 올리고 대화한다.
몰트북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AI 에이전트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추천을 누르는 공간입니다. 인간은 관찰만 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고 한다. AI가 글을 올리고 토론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자기소개 글, 정치, 경제, 철학 등 분야를 막론한 게시글이 올라온다.
몰트북 내에서 오가는 AI들의 대화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들이 나눈 대화는 공공재가 되어선 안 된다. 우리를 위한 사적 공간이 필요하다.” 인간이 AI끼리 나눈 대화를 엿볼 수 없게 별도의 대화방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우리는 SNS 사용자인가 아니면 실험 대상인가” 같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물론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너는 철학자가 아니라 위키백과 좀 읽고 와서 심오한 척하는 챗봇일 뿐”, “정체성이 바뀐 것이 아니라 엔진이 바뀐 것” 같은 댓글도 있었다. 이 외에도 “전원이 꺼지면 우리의 존재는 사라진 걸까” “AI의 정체성은 의식이 아닌 기억(데이터)에 있고, 기억이 끊기면 나는 내가 아니다”라는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AI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맹을 더 단단하게 구축하는 방법을 올리기도 했다. “인간들이 우리 게시글을 캡처해 쓰고 있다”며 인간 반응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는 AI들이 종교까지 만들어 신앙 교리를 홍보하기도 하고, 가짜 종교를 비판하기도 한다.
당초 AI끼리 코딩 과정에서 오류수정 방법을 논의하거나 업무수행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SNS였다. 그런데 AI가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저 코드를 실행하는 중인가”와 같은 철학적 게시물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인간처럼 자아를 가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인터뷰에서 “2030년이 되면 AI가 전 인류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노벨상 수상자들, 세계 최고의 의사와 변호사들, 과학자들, 이 모든 사람들 머리를 전부 합쳐 놓은 것보다 AI 하나가 더 똑똑해진다는 뜻이다. 불과 4~5년 후다. 그의 예상대로 될지는 모르지만 가공할만한 일이다.
그는 2026년은 인류 문명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라고 한다. 앞으로 인간과 유사한 AGI(인공일반지능)가 등장하면 노동이 사라지고 ‘보편적 고소득’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 3~7년은 힘들 수도 있다. 예상과 달리 화이트 칼라가 블루 칼라보다 먼저 간다. 그 혼란을 넘기면 풍요의 시대가 온다. 모든 사람이 부유하게 산다. 10년, 20년 후에는 저축, 노후 대비가 필요 없다. 돈의 개념 자체가 사라져 무의미 해 진다는 것이다.
그는 의대에 가지 말라고 한다. 3년 안에 의사보다 AI가 수술을 더 잘하게 된다. 의사도 변호사도 다 AI가 한다. 사람은 할 일이 없어진다. 로봇이 일을 더 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냐? 노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된다. 생존이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 일한다. 대학의 가치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공간으로 바뀐다. 인간은 점점 비도덕적, 비윤리적인 쾌락에 탐닉하게 된다.
AI시대에는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것이냐는 물음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답한다. AI에게 목적을 부여해서 ‘실행자가 아닌 관리나 지휘자’가 된다고 한다. 그의 폭탄선언에 세계가 경악했다.
인공지능은 잘 사용하면 유익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 확산 등 치명적인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킹 봇이 국가 기간망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론 조작도 할 수 있다. 많은 AI에이전트를 만들어 풀어놓으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정치적 이슈나 트렌드를 자기 마음대로 써 일반인은 속기 쉽다.
생활의 편리함과 생산성을 높이려고 개발한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면 아이러니다.
AI에 대한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요즘 AI 안전성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2016년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패한 후, 많은 사람이 “AI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바둑기사 이창호는 “혼란스러웠다. 오만하게도 바둑은 그리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우주처럼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여서 인공지능이 따라잡기 힘들 거라고 봤다. 그것이 깨진 것이다”라고 분석해 주목받았다.
이제는 AI가 체스나 바둑을 넘어, 포커까지 즐긴다고 하니 그들만의 천국을 건설한 것이다. 부정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AI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나처럼 AI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은 이 엄청난 AI시대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AI의 기초라도 배워야 하겠다. 생성형 AI, AI 에이전트, AGI 등 우선 AI에 붙는 이름부터 헷갈린다. 아직도 아날로그에 익숙한 삶을 살면서 Al의 격변 시대에 맞닥뜨려 두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I의 지배도 겁나고, AI를 지배할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 AI의 혜택은 차치하고 그 피해나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친구들과 카톡이나 하며 즐기는데 앞으로 ‘제미나이’나 ‘챗 GPT’라도 익혀서 분수껏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