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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머니의 방문

Los Angeles

2023.04.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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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몰려드는 베란다 난간 위에
 
초코렛 색
 
커피 한 잔 내려 놓고 섰다
 
 
 
아주 오래 전 들었던
 
고요로운 어머니의 목소리
 
들려온다
 
 
 
‘끔찍이도 말을 안 듣는구나’
 
밖으로 나돌던 내게 하시던 말씀이다
 
그토록 말리시던 한숨 섞인 목소리
 
 
 
식어가던 잔에 입을 대고
 
찔끔찔끔 마신다
 
추억 속에 빠진 멈춤 없이 흐르는
 
찝질한 눈물이 뺨의 얼룩을 그린다
 
 
 
커피잔을 쓰다듬던 바람이
 
담 모퉁이, 장명등, 등 뒤로 꼬브라져 사라진다
 
또 다시 들려올 것 같은 어머니의 목소리
 

 
기울여 본다.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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