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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 인생의 황혼기

Los Angeles

2023.05.11 20:24 2023.05.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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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내일을 위하여 걷는 길이었는데
 
즐거운 발길을 멈추게 한, 저것
 
 
 
지퍼 백에 담겨 있는 저것은 돈이다
 
사등분으로 접혀 있고 가운데는 둥근 도장도 있다
 
왼쪽엔 20이란 숫자도 보인다
 
흐릿한 내 눈이 발견한 것
 
링컨 대통령이 없으면 일전 앞에 절하지 말라 했는데
 
이건 이십불이다. 누가 흘렸을까
 
와우~ 망설이지도 않고 집어 들었다
 
 
 
지퍼 백을 열었다
 
착착 접힌 ‘독도 관광’ 광고지
 
돈의 환상, 씁쓸한 내 인생의 황혼기 흐릿한 눈
 
늙음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뽀얀 하늘 저 붉은 노을 바라보며, 괜찮아 위로하면서
 
오늘도 난 씩씩하게 걷고 있다
 
힘이 빠질 땐
 
터벅터벅 걸었지.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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