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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체자 단속, 정조준이 필요하다

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났다. 그의 정책 중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단연 이민정책이다. 이전 1기 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 내 불법체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단속 양상을 보면, 과연 정책이 실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민서비스국(USCIS)이 최근 H-1B 취업비자 소지자와 취업이민 청원(I-140)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생체정보와 거주지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서류 절차를 넘어, 장기 체류 외국인 중 추방 대상자를 확대 선별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유학생이나 영주권자까지도 경미한 법 위반 전력만으로 추방이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단속 대상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정책의 실적을 쌓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응이 어려운 범죄조직보다는, 법적 지위가 명확하고 사회적 기여도도 높은 이민자들을 손쉬운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정책의 정당성과 설득력을 훼손시킨다. 이민정책의 본질은 미국 내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데 있다.  
 
따라서 진정한 성과를 원한다면, 총구의 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로 불리는 LA는 불법 이민자들의 집중적인 단속과 대책이 시급한 대표적 사례다. LA는 밀입국한 남미계 갱단들과 마약 밀매 카르텔의 주요 활동 무대로 지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또 늘어난 불체자들로 인해 공공 서비스는 과부하 상태이며,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LA시 당국은 연방정부의 불체자 단속 협조 요청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시민 안전과 충돌하는 모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피난처 도시’들에 단순한 법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LA경찰국(LAPD) 등 지역 경찰이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단속기관의 경찰력을 대폭 강화해 보다 실효성 있는 단속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입장 발표가 아니라, 단속의 실질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집중적 대응이다.
 
불법체류자 네트워크와 범죄 조직처럼 실제 위협이 되는 집단에 경찰력을 집중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민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공포만 조성하는 접근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단속은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원칙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반발이나 ‘정치적 올바름(PC)’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국민 다수는 무분별한 이민 보호가 아니라,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사회를 원한다. 잘못된 관용이 오히려 이민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합법 이민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AP-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 지지율은 46%로 전월 대비 3% 하락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다. 표적이 불분명하고 일관성 없는 단속 방식이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부가 실질적인 결과를 원한다면, ‘누구를 위한 단속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성공하려면, 진짜 위협에 집중해야 한다. 피난처 도시에는 단순한 법적 조치가 아니라 경찰력 강화, 범죄조직 타격 등 강경한 행동이 필요하다. 숫자 맞추기식 단속으로는 국민의 신뢰도, 정책의 정당성도 얻을 수 없다. 핵심을 겨눠야 결과가 따라온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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