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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도덕적 해이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정윤재 사회부 기자

정윤재 사회부 기자

LA시소방국 소방관 노조(UFLAC)를 둘러싼 초과근무 수당과 재정 비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노조의 도덕적 책임과 LA시의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UFLAC 지도부의 초과근무 구조는 많은 의문을 낳는다. 노조 임원들은 평일에는 노조 업무를 수행하며 정규 급여를 받고, 주말과 휴일 등에는 초과근무를 병행해 시 예산에서 추가 수당을 받아왔다.  
 
법적으로 허용된 구조라 해도,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특성상 이중 혜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노조는 수년간 인력 부족과 예산 삭감을 강하게 비판해왔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초과근무 구조를 활용해 수당을 최대화해온 점에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레디 에스코바 노조위원장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에스코바는 지난 2022년 시에서 기본급과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해 총 42만4500달러를 받았고, 노조 수당으로 11만5962달러를 추가로 수령해 연간 약 54만 달러에 달했다. 그는 주당 평균 48시간을 노조 업무에 투입했다고 보고했지만, 시 기록에는 주당 약 30시간의 초과근무도 포함돼 있었다.
 
UFLAC의 재정 운영 역시 도마에 올랐다. 전국 소방관 노조 연맹(IAFF)이 진행 중인 감사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복지재단 계좌 이체 등 재정 전반이 조사 대상이다.  
 
전직 임원 아담 워커는 복지재단 명의 계좌에서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개인 계좌로 7만5000달러 이상을 이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워커는 “장애 소방관을 위한 골프대회 비용 환급”이라고 해명했지만, IAFF는 복지재단 계좌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판단해 워커를 노조와 재단에서 모두 해임했다. 또 다른 전직 임원 도밍고 알바란 주니어는 노조 차량을 개인적으로 구입하면서 거래 금액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해 세금을 회피한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이번 논란을 노조의 책임만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초과근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LA소방국 전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지난 2022년 LA소방국은 초과근무 수당으로만 2억250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직원 수가 세 배 많은 LA경찰국(LAPD)의 초과근무 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소방국은 연간 약 50만 건의 출동을 소화하는데 이 중 81%가 의료 응급 상황이다. 24시간 3개 교대조가 돌아가지만, 병가나 휴가 발생 시 초과근무로 공백을 메우는 구조다. 초과근무가 없으면 소방차나 앰뷸런스 일부가 운행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 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캐런 배스 시장은 올해에만 신입 소방관 양성을 위해 136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고, 화재 진압 장비 구입과 신규 인력 충원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인력 충원은 더디게 진행됐고, 초과근무 부담은 해마다 반복돼 왔다.  
 
지난 2019년 회계감사에서도 초과근무 비용 증가에 대한 경고가 나왔지만, 구조적 해법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크 배숄 전 프린스조지카운티 소방국장은 “인력 공백은 또 다른 공백을 부른다”며 “지친 소방관들이 병가로 빠지면 남은 인력이 더 많은 초과근무를 떠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과근무 논란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노조 내부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LA소방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허점과 노조의 도덕적 해이를 동시에 드러낸다. 노조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시 당국의 책임 있는 인력 운영 및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정윤재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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