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위기 처한 어바인 한국문화축제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OC한인문화재단(이사장 윤주원, 이하 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금난이다. 재단은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기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팬더믹 이전까지 축제를 후원한 굵직한 대기업들이 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지갑을 닫는 사례도 이어졌다.
윤주원 이사장은 “축제에 약 12만 달러가 든다. 줄어든 후원금으로 발생한 적자를 재단 기금으로 메워왔는데, 이젠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재단 보유 기금은 약 8만5000달러다. 윤 이사장은 “지금의 후원금 규모라면 축제를 한두 번 치르면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의 적자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적자 폭은 크지 않았다. 윤 이사장은 2019년 제10회 축제를 성대히 치르며 반전을 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축제 기금 확보가 어려워진 이유에 관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라고 본다. 매년 비슷한 포맷과 프로그램이 반복돼 관객 수가 줄고 있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전과 달리 다양한 인종 커뮤니티의 축제, 행사가 생겨 기업 입장에서 후원 대상이 는 것도 문제다. 다양한 나라 출신 주민이 많다 보니 시 정부가 주도하는 축제가 계속 생기고, 기업들의 후원이 시 주최 행사를 포함해 일부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바인 시는 매년 10월 다문화 축제인 글로벌 빌리지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5년 전부터는 매년 추석을 맞아 아시아계 주민을 위한 중추절 축제를 연다. 후원금도 큰 규모 행사에 몰린다.
윤 이사장은 한인 커뮤니티 정치력이 전에 비해 약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강석희, 최석호씨가 잇따라 8년 동안 시장을 지내던 시기엔 한인이 소수계 커뮤니티의 정치적 대변자 역할을 했고, 축제도 자연스럽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현재 어바인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 가보면 한인 사회의 참여는 기업, 단체, 개인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중국계의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어바인 전체 주민 중 44%는 아시아계다. 중국계는 전체 주민 중 약 17%이며, 한인은 7.3%를 차지한다. 정치에 관한 한, 한인이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지만 이젠 뒤늦게 각성한 중국계가 많은 인구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열린 시의원 선거 결과, 중국계는 직선 시장을 제외하고 시의원 6명 중 절반을 차지했다.
재단 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문화축제를 열지 않는 대신 시 주최 축제에 부스를 마련하고 참여해 한국 문화를 알릴 예정이다. 동시에 연말까지 향후 활동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당초 재단의 설립 목표는 어바인에 한국문화센터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센터 건립 기금을 모으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릴 것으로 본 재단 측은 기금을 모으는 동안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축제를 시작했다. 축제를 통해 센터 건립 기금도 모으자는 취지였다. 재단은 2015년 센터 건립을 위해 모은 돈 10만 달러를 OC한인회관 건립 기금을 모금하던 OC한인회에 기부했다. 이상원 당시 재단 이사장은 자체 센터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며, 한인사회를 위해 꼭 OC한인종합회관을 건립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재단은 사실상 한국문화축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활동해왔다. 윤 이사장은 “한인들에게 축제 후원, 이사 영입, 출연진과 자원봉사자 확보를 위해 도움을 요청해왔지만, 관심을 보이는 이가 드물다. 이사들과 상의해 축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한국문화축제 관객 수는 약 7000명이었다. 1만 명이 넘었던 시기에 비해 줄었지만,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가능하면 축제를 살려야 한다. 어바인은 OC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다. 재단만의 노력으로 축제를 둘러싼 외부 환경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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