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외톨이 오리처럼

sooim lee, Hudson river, 2025, ipad drawing.
강가를 따라 콜롬비아 대학 쪽으로 올라갔다. 조지 워싱턴 브릿지가 안개에 묻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많이 사는 강 건너 뉴저지는 안개 속에 둥실 떠 있는 섬 같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루트 9A를 따라 다운타운으로 내려가는 차가 움푹 파인 도로를 지날 때 튀기는 물살을 피해 강가 쪽에 바짝 붙어 걸었다.
12마리 오리들이 조지 워싱턴 다리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가고 있다. 오리들도 나처럼 안개로 덮여 없어진 다리를 찾으려고 부지런히 가는 듯하다. 춥던 날에는 볼 수 없었던 오리들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왔는지?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간다. 저 멀리 앞쪽에 또 한 무리의 동료들이 다리를 향해 가고 있다. 나도 강물을 보며 그들을 따랐다. 그중 한 마리가 짝없이 혼자 강 한가운데서 헤맨다. 짝을 잃었나? 아니면 고독을 즐기는 건가?
예전에 우리 부부는 아침에 함께 공원을 산책했다. 남편은 나이 들수록 더 바빠져서 나와 함께 걸을 일이 없어졌다. 그는 새벽에 7 전철을 타고 Vernon Blvd-Jackson Av에서 내린다. 퀸즈와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Pulaski bridge를 걸어 그린포인트 스튜디오로 출근한다. 함께 가야 할 곳이 있으면 모를까 우리는 각자 걷는다. 혼자 떠도는 오리처럼 나 홀로 걸어도 전혀 외롭지 않다. 오히려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짝 잃은 오리를 보면서 ‘외롭겠구나!’ 생각하다가 아마 오리도 질서 정연하게 함께 물 위를 떠도는 것보다는 자유를 즐기고 싶어서 혼자 있기를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으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잊기가 어렵다. 멀리 있으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 할 수 없어 잊힌다.’ 언젠가 헤어질 우리 부부 사이 헤어지는 연습이라도 하는 양 걷는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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