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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일원 한국전 사망자 3500여명

New York

2025.06.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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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5주년 특별기획]
뉴욕 출신 전사자 2373명
뉴저지 836명·커네티컷 326명
기념비마다 다른 숫자는 오점
생존 참전용사 매년 빠르게 줄어
퀸즈 키세나파크에 설치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기념비. 172명의 퀸즈 출신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퀸즈 키세나파크에 설치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 기념비. 172명의 퀸즈 출신 전사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뉴저지 저지시티에 위치한 허드슨카운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한국전쟁 중 전사한 허드슨카운티 출신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뉴저지 저지시티에 위치한 허드슨카운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한국전쟁 중 전사한 허드슨카운티 출신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1950년 6월 25일.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아버지였고, 남편이었던 이들이 머나먼 한국의 전쟁터로 뛰어들었다.  
 
6·25 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 불리는 이 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뉴욕 일원 기념물들에 있는 전사자 기록들을 찾아봤다.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뉴욕
 
미 국방부 기록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진행됐던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반도에 투입된 미군 수는 약 178만9000명이다. 그리고 이중 3만 명 넘는 병사들이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내셔널 아카이브’에 공개된 2008년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출신 전사자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에서 2611명의 전사자가 나왔고, 펜실베이니아에서 2401명, 뉴욕에서는 237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씨티필드 경기장 한 섹션을 가득 메울 수 있을 만큼 많은 뉴욕 청년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외에도 ▶오하이오(1823명) ▶일리노이(1789명) ▶텍사스(1779명) ▶미시간(1492명) ▶미주리(944명) ▶인디애나(921명) 등에서 수많은 전사자가 나왔다. 뉴저지주를 떠나 전쟁터로 향한 836명, 커네티컷 출신 326명 역시 전쟁터에서 사망했다.  
 
워싱턴DC와 전국 50개주 가운데 25개주에서 500명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고, 이중 7개주에서는 1000명 넘는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뉴욕시 내 보로별로 살펴보면, 브루클린에서 360여명의 전사자가 발생했고, 맨해튼 350여명, 퀸즈 170여명, 브롱스 120여명, 스태튼아일랜드 출신 병사 20여명이 사망했다.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1992년 세워진 브루클린 한국전 참전용사 광장에는 브루클린 출신 전사자 321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07년 퀸즈 키세나파크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는 퀸즈 출신 전사자 172명의 이름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 이름들은 희미해져, 알아보기조차 쉽지 않았다. 마치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6·25전쟁처럼.  
 
숫자가 갈라놓은 기억: 미국의 한국전 기념비들
 
임신한 아내와 세 아들을 둔 남편, 홀어머니를 둔 아들. 그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전쟁 기록은 각기 다른 숫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중 3만6574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UN)은 미군 전사자를 3만694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반면 미 국방부 데이터의 주별 전사자 수를 모두 합하면, 총 3만3913명이다.  
 
1991년 미국 내 최초로 세워진 한국전쟁 기념비인 맨해튼 배터리파크 기념비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16개 국가별 사망·실종·부상자 수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에 기록된 미군 전사자 수는 5만4246명이다. 유엔에 기록된 사망자 수보다 2만 명 가까이 많은 숫자다.  
 
2021년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공원 기념비에는 한국전에서 숨진 미군 3만6591명의 이름이 새겨졌고, 2022년 워싱턴DC에는 미군 전사자 3만6595명의 이름이 담긴 참전용사 추모의 벽이 생겼다. 어쩌면 누군가는 기록되고, 누군가는 기록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기억
 
“그러니 제발, 우리를 기억해달라”
 
뉴저지 저지시티에 세워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는 작자 미상의 추모시가 새겨져 있다.
 
 마치 전사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 시는 참전용사들이 몸으로 겪어낸 전쟁의 참혹함과 ‘잊혀진 전쟁’이라 불린 한국전쟁의 비극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절박한 외침과는 달리, 전쟁의 실상을 전해줄 수 있는 생존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센서스국의 아메리카커뮤니티서베이(ACS)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생존자 수는 54만7743명. 불과 1년 전인 2022년에는 66만4177명이었지만, 1년 사이 11만 명 넘는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뉴욕주 역시 같은 기간 참전용사 수가 3만6991명에서 2만6832명으로 1만 명 이상 줄었다.
 
통역병으로 전투에 참여했던 뉴욕주한국전참전용사회(KWVA) 하세종 수석부회장은 “현재 뉴욕주 참전용사 생존자의 평균 나이는 95세인데, 대부분 병원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에 거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회의를 열어도 올 사람이 없다”며 “KWVA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접게 될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뉴욕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전쟁 상황을 증언했던 살바토르 스칼라토 KWVA  롱아일랜드 지회장 역시 몇 달 전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 부회장은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자유를 얻게 됐는지 젊은 한인들에게 직접 알려줄 수 없는 현실이 가장 씁쓸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참전용사들은 전국의 중.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한국전에 대해 교육하는 ‘텔 아메리카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남은 참전 용사들이 얼마 없어 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길을 걷다가 한국전 참전용사 모자를 보고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낀다는 하 부회장. 그는 “이제는 한국이 나서서 ‘텔 코리아 프로그램’을 진행해 한국전의 의미를 널리 알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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