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요원들이 탑승한 장갑차가 7일 오전 LA한인타운 인근 맥아더 공원에 등장해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단속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국경수비대(BP) 등의 요원들이 나섰다. 김상진 기자
약 1시간. LA한인타운 인근 맥아더 공원이 순식간에 공포로 휩싸인 시간이었다.
LA 지역에서 대낮에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단속이 이루어져 논란이다. 도심 한복판에 장갑차가 등장하고, 100여 명의 중무장한 연방 요원이 공원을 샅샅이 수색하듯 헤집었다.
7일 오전 10시30분, 마스크를 쓴 연방 요원들이 갑자기 공원에 들이닥쳤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국경수비대(BP) 등이 장갑차, 군용 험비, 기마대 등을 이끌고 공원 내로 대거 진입했다.
맥아더 공원은 평소 노숙자, 마약 중독자들이 머무는 곳이지만 엘살바도르인 등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이기도 하다.
연방 요원들은 미리 준비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중무장한 요원들이 일렬로 진영을 갖춰 공원 전체를 수색했다. 10여 명의 기마 요원들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공원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인근 업주들은 서둘러 상점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중단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원을 지나가던 애디 씨는 “산책하다가 상황을 보고 놀라서 멈춰 섰다”며 “너무나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그 모습을 전부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날 동원된 군용 험비는 총 17대다. 장갑차는 4대가 출동했다. 국토안보부(DHS) 소속 헬기 한 대는 맥아더 공원 상공을 빙빙 돌며 작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주변 지역 교통도 일부 통제됐다. 급습 작전과 별개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구급차 2대, 주방위군 90여 명, LA경찰국(LAPD) 소속 헬기 한 대도 동원돼 상황을 살폈다.
맥아더 공원 주변이 공포 분위기로 뒤바뀐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1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ICE Out Of LA’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위대는 확성기를 들고 “LA에서 당장 꺼져라”라며 소리쳤고, 일부는 중무장한 요원들을 향해 도발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시위대들에게 검은색 마스크를 나눠 주기도 했다.
맥아더공원 불체자 검거 숫자 안 밝혀
7일 오전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출동한 국경수비대와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이 알바라도 스트리트와 윌셔 불러바드 코너의 맥아더 공원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현장을 지켜보던 마테오 루비오(54) 씨는 “이러한 급습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라며 “이번 연방 요원들의 작전은 히스패닉계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이날 단속이 진행되고 있던 공원을 긴급히 찾았다.
배스 시장은 현장에서 연방 정부 관계자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지금 당장 떠나라.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배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포와 테러를 조장하고 있으며, LA 시민들은 이러한 방식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급습 작전은 약 1시간만에 종료됐다. 이날 작전으로 몇 명이 체포 또는 구금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도 분개했다. 마크 곤잘레스(54지구) 가주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연방 요원들이 이민자 밀집 지역을 급습해 거리의 노점상들을 위협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공포를 퍼뜨렸다”며 “이건 법 집행이 아닌 협박”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