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수입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가전제품과 전기차, 건축 자재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서 이번 조치는 8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국내 산업 보호와 국방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구리는 국방부가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재라고 강조하면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구리는 우수한 전기 전도성과 내구성으로 반도체와 항공기, 군수 무기뿐만 아니라 전력망, 냉난방 시스템 등 현대 산업 전반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일상 속에서도 전선과 배관, 가전제품, 자동차 부품은 물론 태양광 패널과 자동차 배터리에도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기업연구소의 라이언 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특히 전기, 냉난방, 주택 개보수 등 생활 필수 영역에서 비용 상승이 뚜렷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냉장고와 에어컨, 스마트폰, 심지어 전기차까지 반도체 및 전자 기술이 탑재된 제품들을 포함, 주택 인프라 공사비와 전력 유지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파이프 및 배관, 주방 싱크, 가구 등 일상생활 속 수많은 제품도 가격 인상의 영향권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요의 53%가 수입 구리로 충당됐다. 특히 미국은 현재 칠레와 캐나다로부터 전체 구리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조달하고 있다.
이번 조처는 미국이 자력으로 구리 생산 및 공급한다는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신규 광산 개발이나 생산 설비 확대에 최소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조달 비용이 급격히 늘고 이 부담은 높은 소비자 제품 가격으로 즉각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가 정치적 협상 수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지메이슨대학교의 경제학자 베로니크 드 루지는 “중남미 주요 수출국과의 무역 조건 재협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20개 국가에 대해 새로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