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사상 최고치 근접…과열 심리 주의 하락장 리스크 대비해 포트폴리오 변화 고려 빅테크 등 가치 높은 주식, 수익 실현·현금화 중요 달러 강세 활용해 글로벌 분산 전략 재정비해야
2025년 여름 국내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근방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 심리는 극단적으로 낙관적이며 주식 외에도 다양한 고위험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양상이다. 그러나 시장이 열광할수록 그 이면에 잠재한 리스크는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시장이 모두 한쪽으로 쏠릴 때 자산 재조정, 즉 리밸런싱의 기회는 반대로 열린다. 지금은 그럴 시점일 수 있다.
▶과열된 심리와 얕아진 유동성
변동성 지수(VIX)와 나스닥 변동성 지수(VXN)은 지난 주말 기준 각각 15.78과 18.71로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 리스크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CNN의 ‘공포와 욕망 지수’ 역시 과열된 투자심리를 가리키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하락 종목의 거래량 비중이 전체의 42%에 불과하다는 블룸버그 보도는 그야말로 ‘매도자가 없는 시장’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요즘의 투자 자금은 모두 레버리지 ETF,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옵션 등 고위험 고수익 구조로 몰리고 있으며 외국인 자금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국내 주식에 들어와 있다.
이러한 환경은 상승장의 끝자락에서 종종 나타나는 공통된 징후다. 시장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그 상승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자산 재평가의 방아쇠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7월 초 4.18%에서 4.43%까지 단기간에 상승했다. 이는 연초 3.85% 수준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특히 현재는 금리가 다시 5%대를 넘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18년간 볼 수 없었던 수준이다.
금리 상승은 단순히 채권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주식과 대체자산의 밸류에이션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낮은 금리 환경에서는 미래 현금흐름이 높은 성장주나 장기 테마주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면 할인율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해당 자산의 현재가치는 하락한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나 S&P500 내 소수 대형 성장주의 비중이 높은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금리 상승이 시장 전반의 조정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는 점은 이 충격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강달러 전환
금리 상승과 함께 주목해야 할 두 번째 요인은 달러 반등이다. 7월 1일, 달러 인덱스(DXY)는 96.377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저점은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지점이었고 반등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 자금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강달러는 다음과 같은 경로를 통해 리밸런싱을 유도할 수 있다. 먼저 해외 자산의 상대 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 점을 생각해야 한다.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면 환차손 위험 때문에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유인이 생긴다. 반대로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자산에서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상대 수익률도 하락하게 된다.
강달러는 또 원자재 및 신흥국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강달러는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을 압박하고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신흥국에는 자금 유출과 통화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원자재 관련 자산이나 이머징마켓 펀드는 그동안 약달러 흐름에서 수혜를 받아왔기 때문에 달러 반등은 이들 자산에 부정적 신호가 된다.
이외 금과 같은 대체자산 투자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금 가격은 보통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금 가격은 고점을 찍고 조정 중인데 달러 반등이 확실시 될 경우 금은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상승구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하방 리스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리밸런싱의 방향
이러한 금리와 달러의 움직임은 단순한 마켓 이벤트가 아니라 자산 간 상대가치를 재조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고밸류 자산 수익실현 및 현금화다. 특히 빅테크 중심의 나스닥이나 AI, 클라우드, EV 등 미래지향형 고성장 섹터에서 수익을 실현하고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리 환경이 바뀌면 이들 자산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사라질 수 있다.
두번째로 단기 채권 또는 고정수익 자산 재편이다. 금리 상승 초기 국면에서는 장기채보다 단기물의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높은 유동성과 낮은 가격 변동성을 가진 단기채 ETF나 단기 회사채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달러 강세를 활용한 글로벌 분산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ETF나 수출 중심의 산업재, 항공, 방산 등 국내 달러 수혜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체자산 노출 재검토 역시 중요한 체크 사항이다. 원자재, 금, 암호화폐 등 대체자산의 비중이 높았다면 일정 부분 축소하거나 헤지 전략을 병행할 시점이다.
▶포지션 점검
지금의 시장은 겉으로는 평온하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긴장이 쌓이고 있다. 시장은 늘 낙관 속에서 정점을 찍고 긴장 속에서 바닥을 다진다. 금리와 달러의 변화는 단기 이슈가 아니라 자산 가격의 가치평가 프레임을 바꾸는 신호다.
지금이 꼭 시장의 고점이라고 할 수는 없고 아무도 분명히 알 수도 없다. 하지만 포지션을 다시 돌아보고 리스크를 줄이며 ‘준비된 상태로 다음 국면을 맞이할 시간’임은 분명하다. 리밸런싱은 타이밍이 아닌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 원칙을 되새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