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뉴욕의 번화가, 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러 빵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문득 눈길이 닿은 도로 바닥에 구리빛 페니(1센트 동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요즘 세상에 길에 떨어진 동전은 그저 하찮거나 더럽게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에 나는 그 페니를 주워 들었다. 놀랍게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페니가 반짝였고, 그 옆에는 오래되어 검게 변한 페니도 보였다. 그렇게 하나둘 줍다 보니 어느새 손 안에는 총 일곱 개의 페니가 들려 있었다. 말 그대로 ‘럭키 세븐’이 아닌가! 나는 직감했다.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설렜다.
인간은 감성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존재다. 그래서 때로는, 아니 자주, ‘소소한 행복’이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연히 찾아오는 작은 행운들이 모여 큰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나는 그 순간 ‘자기 충족적 예언’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아마도 내게 좋은 일들이 생길 거야!” 자기 충족적 예언이란 간단히 말해 “긍정적인 기대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심리 작용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빚은 조각상을 진정으로 사랑하자,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물론 우리가 바라고 기도하는 모든 것이 기적처럼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희망과 꾸준한 노력이 삶에 보람과 가치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듯하다.
뜻밖의 행운은 그렇게 찾아왔다. 어느 날 저녁 어스름이 질 무렵, 타임스스퀘어 근처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걷고 있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전광판들을 올려다보며 잠시 멈춰 섰을 때, 옆에 서 있던 한 여성과 우연히 몇 마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갑자기 내게 뮤지컬 표를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얼떨결에 “그렇다”고 답하자, 그녀는 자신에게 남는 표가 있다며 한 장을 건네주었다. 대학교수인 그녀가 학생들과 함께 보려고 여러 장의 표를 구입했는데, 갑자기 오지 못하게 된 학생이 있어 표가 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공짜 표’를 받았고, 그날 기대치 않았던 뮤지컬 ‘아웃사이더(The Outsiders)’를 감동적이고 흐뭇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참으로 감사하고 행운이 넘친 하루였다.
또 다른 날, 뉴욕의 한 공원 근처 편안한 카페에서는 감기 기운이 있던 내게 웨이터가 요청하지도 않은 따뜻한 레몬차에 레몬을 듬뿍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유명 백화점 향수 코너에서는 직원이 향수를 사지도 않은 내게 뉴욕시 내 가볼 만한 쇼핑몰들의 위치와 주소까지 상세히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이처럼 나의 뉴욕 여행은 공짜 뮤지컬 티켓을 비롯해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려 깊은 친절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즐거웠다. 어쩌면 길에서 주운 ‘일곱 개의 페니’와 그 순간 스스로에게 했던 ‘자기 충족적 예언’이 아주 조금이라도 효과를 발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짧은 여행 중 경험했던 몇 가지 행운들을 요약해 보았다. 나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항상’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 깊게 찾아보면 이 세상에는 작지만 즐거운 일들이 의외로 많고, 그것들이 때로는 우리에게 크나큰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그러니 오늘도 즐겁게, 미소 지으며, 우리 모두 긍정적인 자기 충족적 예언을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