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서머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듣는 미술 클래스는 없다. 긴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그동안 벼르고 있던 마작을 배워 보기로 했다. 2년 전 일을 접고 난 후, 집 근처 시니어 센터의 메일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았더니 매달 뉴스레터가 온다. 시니어 센터에서는 이런저런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데 마작도 있다.
마작 그룹이 모이는 수요일, 처음으로 시니어 센터를 찾았다. 정오에는 초보자들에게 마작의 기본 룰을 알려주고, 오후 1~3시 사이에는 마작을 한다. 정오에는 3명이 마작그룹의 리더 격인 메리에게서 설명을 들었는데, 오후 1시가 되어 마작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홀로 자리를 옮기니 20명가량이 모였다. 같이 설명을 들었던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마작을 시작했다. ‘초보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 하지 않았던가. 얼떨결에 첫판에 ‘마작’을 불러 한 판을 이기며 단박에 메리의 눈에 들었다. 그 후, 메리의 소개로 셔면옥스 시니어 센터에 있는 또 다른 마작 모임에 합류하게 되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마작이 아니고 시니어 센터다.
여기저기 시니어 센터가 우후죽순처럼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밸리에만도 ‘원 제너레이션’이 운영하는 꽤 큰 규모의 시니어 센터가 두 개, LA공원국의 시니어 센터 (LA시에 29개가 있다), VIC에서 운영하는 센터, 그리고 유대인 시니어 센터도 여럿이 있다.
시니어 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양이나 맛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노인에게 필요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균형 있게 담은 식사다. 접시에 단백질 (고기나 생선), 탄수화물 (빵/밥), 야채와 과일, 그리고 우유가 제공된다. 식사는 무료로 제공되며, 3달러 도네이션을 받는다. 접수하는 테이블에 도네이션 박스가 있긴 하지만 돈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시니어 센터의 재원은 정부 보조금이다. 우리가 평생 일하며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센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미술, 줌바, 라인댄스, 사교댄스, 에어로빅, 요가, 뜨개질, 외국어 강좌, 당구, 게임, 영화상영, 그리고 매달 몇 차례 소풍을 나가기도 한다. 소풍 갈 때는 센터에서 별도의 도시락을 준비해 준다.
요일에 따라 전문가들이 나와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DWP를 비롯 공공요금 할인, 푸드 스탬프 신청, 법률 상담, 소득세 신고, 정신건강/카운슬링, 교통편의 등이 있다.
지난주에는 시니어 센터에서 점심시간에 한인 부부를 만났다. 일찌감치 은퇴를 했다는 그 부부는 이곳저곳 시니어 센터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그날 점심에는 보리쌀 필라프와 오븐 구이 생선이 나왔다. 먹을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