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재집권 이후에도 대화 재개 의지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취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북 정책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 편에 서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며 북러 밀착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세 속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다시 성사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만난 외교안보 전문가 4명 중 3명은 회담 성사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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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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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정부 출범 이후 김 위원장과의 만남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회담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현재로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심 변수다. 종전 공약을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북한은 러시아 측에 병력을 보내고 있다. 양측이 서로 다른 진영에 선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쉽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전쟁이 종식되거나 북한이 대러시아 지원을 중단해야만 두 정상이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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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슈토 CNN 수석 안보 분석가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적대국 정상들과 만남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김정은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주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 자체는 충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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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생거 뉴욕타임스 외교·안보 전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두 정상 간 회담을 설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유엔 채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대미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도 북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전력은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강화된 상태다. 핵탄두만 60기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향후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실패에 민감한 성향을 갖고 있는 만큼, 북한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상, 이번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김 위원장을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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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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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마누엘 애스펀전략그룹 총괄국장
“정상 간 만남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 절차이자 긍정적인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가 없다면 의미는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세 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실질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결국 세 번 모두 ‘성과 없는 만남’에 그친 셈이다. 이번 2기 정부에서 양측 회담이 성사되려면, 먼저 실무 협상 단계에서 명확한 합의가 나와야 한다. 만약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이라면, 그 전까지는 김 위원장과 만나지 말라고 조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