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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사이트] AI 시대, 승부처는 전력 확보

Los Angeles

2025.07.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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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USC 컴퓨터 과학자

김선호 USC 컴퓨터 과학자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에 90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관련 투자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강조된 핵심은 AI 기술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과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이었다.
 
AI 산업은 기초 모델 개발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응용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 확산 속도는 가파르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GPU를 중심으로 한 학습 및 운영 인프라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전력 소비는 새로운 사회적·정책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차, 정밀 농업, 맞춤형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가 AI를 핵심 기술로 채택하는 가운데, 이 막대한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는 국가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다.
 
AI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데이터센터를 신속히 건설하고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단기간에 이뤄져야 하며, 이는 막대한 투자와 행정 속도를 함께 요구한다. GPU를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운용할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마련할 수 있는지가 국가 간 AI 경쟁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은 이러한 점에서 구조적 이점을 갖고 있다. 넓은 사막 지대를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비교적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고, 태양광 발전 단가는 세계 최저 수준으로 저렴하다. 발전소를 데이터센터 인근에 직접 설치해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는 송전 손실을 줄이고 전력망 부담도 완화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반면, 한국은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토가 좁고 고밀도 도시 구조로 인해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조차 쉽지 않으며, 안정적인 전력 생산 수단도 제한적이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발전원 구성은 원자력 31.7%, 석탄과 LNG 각각 28.1%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는 10.6%에 불과하다. 이 구조로는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AI 모델 하나를 학습하는 데 수십만 kWh의 전기가 소요되며, 데이터센터 한 곳에는 수백 메가와트(MW)의 전력이 필요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AI 산업의 전력 수요는 2023년 1.3TWh에서 2030년 17TWh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약 100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이처럼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면 발전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 한 기를 새로 건설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며, 소형모듈원자로(SMR)조차도 실용화까지는 5~7년이 필요하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설치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리적·정치적 제약으로 인해 한국은 인접국과의 전력망 연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발전소 1기 건설에는 수조 원이 들며, 공기를 단축할수록 비용은 더 늘어난다. 한국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해 100조 원을 투자해 GPU 5만개를 구입하고, 한국형 대용량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현실에서의 AI 산업을 위해서는 이 중 상당 부분이 결국 전력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17TWh를 추가로 확보하려면 최소 10GW 이상의 발전 용량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약 40조~60조 원의 투자가 요구된다는 분석도 있다.
 
AI 경쟁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모델 경쟁이 아니다. 전기, 땅, 인프라, 정책, 그리고 속도까지 모두가 경쟁 요소다. AI 기술을 수입해 AI 산업을 구축할 수는 있다고 해도, 충분한 전력이 없이는 어떤 AI 산업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  한국이 전력 문제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서두르지 못한다면, AI 산업의 성장은커녕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빠른 결단, 과감한 투자, 그리고 에너지와 산업정책의 통합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선호 / USC 컴퓨터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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