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랑하는 이를 지병으로 떠나보내며, 자연스레 ‘죽음 너머의 세상’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됐다. 과연 사후 세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져왔다. 대체로 세 가지 관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허무론적 시각이다. 둘째, 사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삶이 이어진다는 믿음이다. 셋째,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불가지론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인류의 역사 속에는 사후 세계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의 영혼이 머물 궁전으로서 거대한 피라미드를 축조했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영혼 불멸설을 중요한 사상으로 여겼다. 또한, 수많은 종교에서 영생과 관련된 개념을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기독교는 천국, 지옥, 그리고 일부 교단의 연옥 개념과 부활 신앙을 통해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구현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저세상’ 또는 ‘영의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그중에서도 18세기의 이마누엘 스베덴보리 (1688~1772) 박사와 현시대의 이븐 알렉산더 박사는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천재적인 스베덴보리는 11세에 유서 깊은 웁살라 대학교에 입학하여 22세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철학, 자연과학, 기계공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120여 권의 저서를 남긴 학자다. 50대 후반부터 약 30년간 ‘영의 세계’를 오가며 수많은 경험을 했고, 심지어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그는 이 영계에서의 체험들을 약 30권의 책으로 기록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하버드 대학교에서 15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이븐 알렉산더 박사의 사례가 주목받는다. 현재 72세인 그는 2009년 희귀한 뇌 손상으로 인해 7일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천사의 인도를 받아 천국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며, 『천국의 증명: 한 신경외과 의사의 사후 경험담』(Proof of Heaven: A Neurosurgeon’s Journey into Afterlife)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비롯한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으며, 2012년 10월에는 『뉴스위크』지가 ‘천국은 실재한다(Heaven is Real)’는 제목으로 그의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스베덴보리와 알렉산더 박사 모두 최고 수준의 지성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저세상’ 이야기는 매우 심오하고 수준 높은 통찰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인 펄시 콜 목사의 이야기나 책을 보면 표현이 물질적이고 상당히 저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이들의 저세상 경험담이란 것은 그들 자신의 영(spirit)의 ‘영적 순례’에 불과한 것일까?
이 모든 논의를 종합하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저세상, 혹은 영의 세계는 초월적인 세계라는 점이다. 그곳은 시간 대신 영원(eternity), 공간 대신 무한(infinity)의 세계이며, 완전히 다른 차원의 존재다. 따라서 현재 시공간에 갇혀 사는 우리로서는 ‘그곳’에 대하여 ‘잘 알 수 없다는 것을 알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