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 사는 모습은 각양각색 천태만상이다. 최근 86세 동갑내기 두 명과 84세, 81세 독거 노인 친구들의 집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깜짝 놀랐다.
첫 번째 동갑내기 친구는 부산의 큰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부모 밑에서 부유하게 잘 살아서인지 집안이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가구도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품격이 있었다. 부친이 물려준 큰 사업체를 경영하던 친구인데 불행하게도 아내의 외도로 이혼하고 사업도 실패해 미국에 혼자 왔다. 예전에 카지노에서 한번 수십만 불을 땄던 기억 때문인지 요즘에도 가끔 카지노를 찾는 게 취미다.
정반대로 어렵게 부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두 번째 동갑내기 친구는 두뇌는 명석한데 집안은 온갖 고물로 가득한 엉망친장이었다.
젊어서 입던 옷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죽 허리띠도 끊어지면 스테이플러나 테이프로 이어서 쓴다. 속옷 역시 해지고 걸레가 될 때까지 입는다. 다행히 연방공무원으로 20년 근무해 연금이 나와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생활비를 아껴서 저축한 돈으로 해외여행 가는 게 취미다. 글 친구로 만나서 가끔 이 친구가 챙겨온 럼주도 한잔 같이 마신다.
세 번째 친구는 나처럼 무역업을 대구에서 크게 하던 친구인데 지금도 사업 재기를 꿈꾸고 있어 그 용기가 가상하다. 이 친구는 외출시 항상 정장을 입고 집안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어있어 놀랐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네 번째 친구는 사실 내 동생과 동갑인 다섯 살 아래이지만 ‘객지 벗 10년’이라는 말처럼 허물없이 지낸다. 우체국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정년퇴직 해서 연금으로 산다.
서울에서도 구청 공무원이었다고 하는데 아내와 이혼하고 이곳에 와서 혼자 산다. 한때 술을 즐겼는데 지금은 당뇨가 심해서 술을 입에도 못 댄다고 한다. 이 친구가 최근에 15년 만에 새 TV를 샀는데 조작법을 몰라 도움을 요청해 집에 가봤더니 집안이 어지럽다. 어쩔 수 없이 내친김에 아내와 함께 집 정리를 도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