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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친구에게

세월에 긁히고   아픔에 찔리고   슬픔에 털리고   기쁨에 말렸다       젖은 가슴   쥐어짜며   머리카락   쥐어뜯고       못 본 척     모른 척   그렇게   살았다네       지나보니   그렇더군   인생살이   별거 아녀       그냥   그러고 살어 이강민 / 시인문예마당 친구

2025.05.29. 18:15

[글마당] 친구에게

세월에 긁히고   아픔에 찔리고       슬픔에 털리고   기쁨에 말렸다       젖은 가슴   쥐어짜며       머리카락   쥐어뜯고       못 본 척   모른 척       그렇게   살았다네       지나보니   그렇더군       인생살이   별거 아녀       그냥   그러고 살어 이강민 / 시인글마당 친구

2025.05.15. 17:55

“친구 만나러 간다더니”…귀가 않던 13세 소년, 숨진 채 발견

주말 동안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던 13세 소년 오스카 오마르 에르난데스(Oscar Omar Hernandez)가 캘리포니아 벤투라 카운티의 외진 숲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가족이 확인했다.   오스카는 샌퍼낸도 밸리(San Fernando Valley) 출신으로, 지난 3월 30일 랭캐스터 지역의 지인을 방문한 뒤 귀가하지 않아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수사는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 강력강도 수사팀이 맡았다.   수사팀은 다양한 단서를 바탕으로 옥스나드(Oxnard)의 하버 블러버드(Harbor Blvd) 인근 울창한 삼림 지역을 수색했고, 현장에서 소년의 시신으로 보이는 유해를 발견했다.   시신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벤투라 카운티 검시소가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해당 시신이 오스카 에르난데스임을 사실상 확인했다.   현장에는 연방수사요원과 경찰, 범죄 현장 감식반이 투입돼 도로 일대 통행이 통제됐으며, 증거 수집과 현장 감식이 진행됐다.   LAPD는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유력한 용의자 또는 참고인과의 접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I 생성 기사친구 소년 소년 오스카 오스카 에르난데스 벤투라 카운티

2025.04.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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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친구 S를 그리며

계절로 치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스무 살에서 몇 번의 봄이 지난 시절이었다. 고래 한 마리 정도는 너끈히 잡을 것 같던 그때, 만만해 보인 인생 위에 설계된 나의 완벽한 계획에는 실패란 없었다. 하지만, 고난이 계속되자, 앞으로 살아갈 새털처럼 많은 나날이 오히려 저주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을 같이 보낸 S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편이 시리다. LA한인타운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다. 지금은 생각조차 나지 않은 하찮은 일에 상처받고 축 처져 있는 내게, “왜 그래”라고 묻기에 요즘 사는 것이 버겁다고 하자, 대뜸 자기는 가시나무로 이리저리 후리게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언제나 주어진 환경에 당당하게 맞서서 사는 그녀였다.   어느 날, 일도 가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눈을 떠보니 해는 저문 지 오래였고, 7시면 퇴근해 들어오는 S는 아직 안 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파트가 무섭고 배가 고팠지만,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한참 후, S가 조심히 방문을 열며 “아파?”라고 묻길래, 고개만 끄떡였다. 이까짓 몸살이 뭔 대수라고 되뇌며, 불 꺼진 방에서 혼자 훌쩍였다. 잠시 후, 그녀가 나지막하게 “나와서 밥 먹어”라고 했다.   느릿느릿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방금 지은 밥 냄새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일이 늦게 끝나서 지금 들어왔다는 이야기까지 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왠지 모를 설움에 꾹꾹 눌렀는데도 굵은 눈물방울이 뜨거운 김칫국에 떨어졌다. 때로는 울음을 참는 것이 우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웠다. 온종일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위는 그제야 만족했는지 포만감이 몰려왔다.   궁둥이를 바닥에 제대로 붙이고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친구 대신 다 식은 S의 밥과 국만 보였다. 야근하고 와서 배가 고플 텐데. 미안한 마음에 S의 방문을 두드리고, 나와서 밥 먹으라고 했지만, 끝내 말을 다 잇지는 못했다.   다시 국 데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서 고맙다고 맛있게 먹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퉁퉁 부은 눈으로 대하기가 민망했다. 처량히 비가 오길 바랐지만, 창밖으로 네온사인만 빛났다.   순자의 성악설이 피부에 와닿는 날에 우린 공평하지 않은 삶을, 불완전한 세상을, 카르마가 어떻게 그들에게 임할까를 두 번째 커피가 식을 때까지 토론했다. 그렇게 이십 대가 흘러갔다.우린 살다가 풀썩 주저앉고 싶을 때 만났으니, 서로의 삶이 순탄해지면 다시 만날 것이다. 불현듯 S가 떠오르니, 아마 어딘가에서 나를 생각하나 보다. 평안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오늘 밤은 유난히 짧다. 이리나 / 수필가이아침에 친구 친구 대신 친구 s 마음 한편

2025.03.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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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우리에게 필요한 친구와 동지

얼마 전 한국 출장 중에 1.5세인 한인 교수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방학을 이용해서 서울에 연구차 나와 있는데, 혹시 한국에 있다면 청계천 산책로에서 만나 ‘치맥’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와는 몇 년 전 한국에 대한 어떤 연구 과제를 계기로 알게 되었다. 그는 의학계나 한인 단체에 속한 사람은 아니다. 진지하고 겸손한 성품의 학자다. 내가 그의 부모님과 연령대가 비슷한 것 같아  편히 대화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내 딸들과 비슷한 또래다. 이민 1세대와 그 자녀 사이의 견해차로 쉽게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소재로 즐겁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 출장 일정은 청계천 치맥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빡빡해 섭섭했다.     출장 일정을 마친 후 간신히 하루를 비워서 어릴 적 친구들과 전라남도 땅끝마을을 다녀왔다. 한국에 3000개가 넘는 섬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사수했던 남해이다. 수려한 곳이었다.     흔히 한국을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표현한다. ‘리’는 과거 거리의 단위로 마을과 마을 사이 약 400미터, 360보 정도라고 태종신록에 기록되어 있다. 땅끝마을에서 서울까지 1000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가 2000리여서 삼천리라고 한다.   한 나라의 영토에는 바다도 포함된다. 육지를 둘러싼 바다에서 여러 국가적 활동이 있을 수 있고, 이 영역 안에서 개발권, 무역권, 교통로, 국가 안보를 행사한다. 섬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는 대륙 밖의 바다에 있는 땅인 섬들을 연결하는 선이 국가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섬들을 연결해서 그은 선(線) 안쪽의 12해리((海里: neutical mile)에서는 관세, 출입국 관리, 보건, 위생 등 국내법이 적용되어, 이를 접속수역으로 보면 된다. 그곳에서부터 200해리는 유엔이 규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으로 국가가 지원 탐사, 개발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에 한국 정부는 동해에서 원유 자원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그곳이 한국 영토라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몇 년 전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을 때, 어떤 네티즌이 ‘그까짓 조그만 섬 갖고, 왜?’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영토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친구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삼천리 금수강산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고 노력했다. 휴전선 인근 통일전망대에서는 오두산 너머,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 땅을 함께 바라보았다. 한 친구는 전쟁기념관 동판에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삼촌의 이름을 열심히 찾았다. 내가 6·25전쟁 때 전사한 큰오빠 이름을 찾았듯이…. 우리의 우정은  때때로 서로를 응원하는 문자로, 전자우편으로, 전화로 배달될 것이다.     여행을 함께 했던 이들은 10대 초반에 만난 친구들이다. 하지만 나는 치맥을 하자던 젊은 교수도, 이번에 한국에서 함께 활동한 젊은이들도 친구로 생각한다. 내가 영역 없이 넘나들며 쓰는 ‘친구’라는 말에는 ‘동지’와 ‘벗’이라는 뜻이 함께한다. 어려서 썼던 ‘동무’라는 따뜻한 말이 쓰이지 않는지 꽤 오래되었고 ‘동지’ 또한 이념의 색이 칠해진 단어가 됐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 이런 점에서는 편하다. 친구라면 ‘프랜드’ 또는 ‘베스트 프랜드’ 정도로 표현하니 말이다.   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과반수는 한 명에서 네 명 정도의 친구가 있다고 한다. 친구가 한 명도 없는 비율도 8%나 된다. 성별에 따라, 인종과 민족성에 따라 친구의 분포도(分布圖)도 다르게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 삶의 정서적 안전지대는 동족, 동성, 동향, 동문 등 ‘같은 어떤 것’에 있는 것 같다. 같은 인종끼리의 만남이 더 편한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주변의 누구도 친구 없는 8%에 속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이민 사회인 한인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일이다. 류 모니카 / 종양 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 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친구 동지 한국 출장 전라남도 땅끝마을 한국 정부

2024.08.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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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 직원, 어린 시절 친구에게 14발 총격 당해 사망

지난주 OC 어바인 거리에서 배달차량을 주차하고 쉬고 있던 UPS 직원은 직장 동료이자 어린 시절 친구에게 14발의 총탄을 맞고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친구에게 총을 쏜 동기와 두 남성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오렌지 카운티 검찰은 21일 리안 잘리파 폰타노자(46)를 총격과 매복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총격 사건은 16일 오후 3시쯤 알리소 비에호 출신 익스페디토 쿠에스타 데 레온(50)이 패키지를 배달한 후 배달차량에 앉아서 쉬고 있던 중 발생했다. 가면을 쓴 총격범이 배달차량에 접근해 데 레온에게 19초 만에 14번 총격을 가했다. 어바인 경찰은 어바인의 크라이슬러 스트리트와 벤딕스 스트리트 근처로 출동했으며, 데 레온은 배달차량 안에서 여러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그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용의자 리안 잘리파 폰타노자(46)는 총격 후 현장에서 도주했으나, 약 한 시간 후에 SWAT 팀과 대치 끝에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두 남성은 UPS 직원으로 서로 알고 지냈으며 어린 시절 친구였다. 그들은 또한 같은 알리소 비에호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이웃이었다.  LA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직원 친구 ups 직원 총격 사건 시절 친구

2024.05.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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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가슴에 묻은 친구

솔솔 부는 바람, 친구와 알라모아나 비치로 산책하러 나갔다. 초저녁부터 동쪽 하늘의 구름 사이를 비집고 커다란 금 쟁반이 떠오르고 있다. 서쪽 마루에 걸려 있는 석양빛에 곁들여 하늘과 땅 사이에 바닷물은 황혼빛으로 물들고 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 위에선 은과 금 자락의 댄스파티가 한창이다. 마주 보고 있는 와이키키 비치에 즐비하게 늘어선 빌딩들은 빛의 반사로 황금빛을 띠며 반짝이고 있다. 잠시 후면 사라질 휘황찬란한 풍경이다.     이 아름다운 저녁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처음 하와이에 와 지상천국이라고 느껴져 이곳으로 초청하고 싶었던 사랑하는 친구이다. 5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잊을 만도 하건만, 좋을 때나, 슬플 때나 생각나는 그리운 친구이다. 같이 웃고 울던 단짝이었던 친구의 얼굴이 달과 해 사이를 넘나들며, 어른거리는 파도를 타고 다가오고 있다. 항상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손을 내밀면 잡힐 듯이 느껴지는, 어디에선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듯하여 하늘을 쳐다보기도 한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그녀는 늘 나를 ‘꼬마야’라고 불렀다. 찬 바람이 불던 부산 기차역에서 홀로 나를 배웅하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 눈앞이 흐려진다.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그 자체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친구는 시외에 살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 친구가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사람이 버스에 오르기도 전에 버스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버스 바퀴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친구는 석 달 동안 누워 있으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천주교를 믿는 그녀는 청순한 마음으로 성스러운 수녀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수녀원에 들어갔다. 몹시도 추운 겨울이었다. 숙대 근처에 있는 수녀원이었다. 훈련받는 동안 방한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뜨거운 핫팩을 안고 자다가 다쳤던 다리에 화상을 입어 고생하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자색 저고리에 검은색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몹시도 추워 보였다. 그런데 몇 달 동안 훈련을 다 받고 수녀원을 나온 후 그녀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수녀원에서의 생활이 바깥세상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수녀원을 나온 후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그 후 결혼을 하고 귀여운 두 왕자를 낳았다. 첫아들을 안고 찍은 사진을 보내온 것이 마지막 사진이었다. 그녀는 ‘임신성 고혈압’으로 고생하였다고 한다. 둘째를 낳으면서 고혈압이 극도로 악화해 반신 마비까지 와서 친정에서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했지만 한쪽 손의 마비는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육체적으로도 괴로웠고, 기대에 어긋난 남편에 대한 불만족 등으로 힘들어했다. 그래도 버티고 견디어야 하지 않았을까, 고물거리는 어린 것들 때문에라도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나의 생각이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 감싸주고 안아주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나 지성보다도 더 귀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은 우정이다’라는 말이 내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친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자책해 보지만 곁에 있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핑계일 뿐이다. 그 당시 나도 미국생활에 적응하느라 무척이나 힘든 기간이었다.     가버린 친구를 잊어버리려, 지워버리려 노력하기보다는 그를 기억하고 그와 같이 지냈던 일들을 가슴에 담고 그리워하련다.   손녀가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는데 유독 내 귀에 남는 가사가 있다. ‘When my time is up, have I done enough?/Will they tell my story?/Will they tell your story?/Who tells your story?(내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나는 충분히 이뤄낸 걸까?/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할까?/사람들이 너의 이야기를 할까?/누가 당신의 이야기를 전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웃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람들은 미소를 잃고, 에너지를 소진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를 사랑했던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아름답게 기억되고 회자될 가치가 있는 삶이 되기를 바라는 작은 소원이다.   김평화 / 수필가문예 마당 가슴 친구 버스 바퀴 임신성 고혈압 your story

2024.05.16. 18:42

[문예 마당] 친구

쓰레기 박스 안에 멈춘 눈 길   버림받은 화초 한 포기       냉큼 주워다 화분에 심었다   부들부들 떨며 죽어가던 것       무섭고 아파하며 울었을 순간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예쁘게 앉아있다       꽃도 피워줄게 말하려는 듯 잎이 춤을 추며   꿀떡꿀떡 물 먹는 소리       자꾸자꾸 커지겠지 잘 살아 줄 거야   매일 매일 바라보는 친구가 생겼다 엄경춘 / 시인문예 마당 친구 쓰레기 박스

2024.05.02. 19:50

[열린광장] “사랑해, 내친구 게일”

“게일!, 게일!”     부르짖는 내 목소리에 그녀는 눈을 떠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결국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그녀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내 일생에서 가장 귀한 친구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게일을 선택할 것이다. 게일은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와의 만남은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셨던 특별한 것이었다. 그녀와 나는 신앙이 같다는 이유로 대화가 통해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게일은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걱정하는 나의 말을 들어주었고, 함께 기도하며 위로해 주던 친구였다.     병세가 위중해진 아버지를 뵙기 위해 한국 방문을 계획할 때였다. 그녀는 기도 중에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한국에 가라고 했다면서, 동행을 제안했다. 물론 본인의 여행 경비는 본인이 부담하겠다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흑인인 그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에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너의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러 가는 것”이라는 게일의 말에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버지께 연락을 했더니 “나야 와주면 고맙지”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그렇게 우리는 함께 한국에 갔다. 그녀는 폐암으로 고생하던 아버지가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아파할 때마다 아버지 방으로 가 환부에 손을 얹고 정성으로 기도했다. 아버지도 게일을 무척 좋아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녀가 신은 양말에 구멍이 난 것을 보셨는지 새 양말도 꺼내 주시고 손도 잡아주시며 무척 예뻐하셨다. 그녀의 사랑에 감동하신 아버지는 그녀를 통해 주님을 영접하셨다.   하지만 한 달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게일과 나는 함께 한국을 다녀온 후 더 가까워져 그녀가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는 등 가족처럼 가깝게 지냈다.   어느 날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 게일의 이름을 대면서 빨리 병원으로 와 달라는 전화였다. 나는 남편과 함께 그녀가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갔다. 게일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이었다.     그녀는 혼수상태였음에도 내 목소리를 듣고는 눈을 떠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마지막 인사 한마디 나눠보지 못하고 게일은 삼 일 만에 하늘나라로 이사를 했다. 그녀가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는 것을 알고 알았지만 심장병까지 앓고 있는 것은 몰랐다. 그녀가 떠난 후 그녀의 아들과 병원 동료들 몇 명이 함께 그녀의 유품 정리를 도와주다 발견한 병원 진료 카드를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다. 그녀가 사용했던 침대는 누가 버린 낡은 소파 쿠션 3개를 붙여놓은 것이었다. 옷장에도 내가 선물로 준 옷 몇 벌과 유니폼 몇 개가 전부였다.  그녀는 번 돈을 본인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대신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과 홈리스들을 위해 모두 사용했다.  홈리스들에게 음식도 만들어 주고 재봉도 가르쳐 주는 등 본인이 소유한 물질과 시간을 모두 어려운 이웃들과 나눴다. 그녀는 봉사하는 삶을 직접 실천으로 보여준 성경에 나오는 ‘도르가’와 같은 귀한 여인이었다.   아들 외에는 유가족이 없는 그녀를 위해 근무하던 병원에서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동료들과 함께 그녀를 추모했다. 게일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려 추모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소중한 가족 한 사람을 잃은 것 같은 슬픔과,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며 선행과 나눔을 실천했던 그녀의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했다. 그녀가 베풀었던 선행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성경 다니엘서 12:3 절을 천천히 읽어주었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 그녀에게 전해 주고 싶었던 마지막 인사였고 소원이었다.   그녀는 하나님께서 내게 보내 주셨던 천사였다. 나는 그녀가 천국에서 나의 아버지와 반가운 재회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때때로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지날 때, 또 마음이 힘들고 울적할 때면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그녀를 불러본다. 그녀가 언제나 그랬듯이 다정하게 웃으며, 또다시 나에게 말한다. “앨리스, 너는 참 바보 같아(Alice, you are so silly….)”     사랑해, 그리고 보고 싶다, 잊지 못할 나의 영원한 친구 게일.    ━       앨리스 박은 정신과 병원 은퇴 간호사로 은퇴했다. LA폭동 당시 한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통역 등 봉사 활동을 했으며, 아태가정상담소에서도 활동했다. LA폭동 42주년을 맞아 절친한 흑인 친구였던 게일을 추모하며 쓴 글이다.    앨리스 박 / 은퇴 간호사열린광장 사랑 친구 내친구 게일 게일 생각 정신과 병원

2024.04.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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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59% “친구와 함께 집 구입 고려”

Z세대(1997~2010년생) 중 절반 이상이 친구와 함께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개인재정 전문 업체 ‘크레딧카르마’의 설문조사에서 Z세대 응답자 중 59%가 친구와 함께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높은 주택 가격과 제한된 주택 공급으로 인해 혼자서는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새로운 트렌드라는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또한, Z세대는 다른 세대와 비교해서 주택 구입에 있어 부모의 지원에 더 큰 의존도를 보였다. Z세대 응답자 중 약 44%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첫 주택 구입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16%)와 X세대(1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게다가 이미 집을 구매한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 중 각각 38%와 27%는 내 집 장만 시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Z세대는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비필수 지출 축소(35%) ▶추가로 더 일하기(28%) ▶필수 지출 연기(27%) ▶가족과 함께 살기(16%)등의 방법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딧카르마의 코트니 알레브 소비자 금융 전문가는 “단독으로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주택을 사려는 노력은 좋은 시도”라며 “공동 투자에 따른 위험성을 알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집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친구 구입 구입 고려 부모 지원 주택 구입

2024.04.01. 20:13

친구 발을 핥은 게 자선 모금 행사?…학부모들 "생각이 있는 거냐" 분노

 학부모 친구 학부모들 생각 자선 모금

2024.03.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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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그리운 공원 친구들

매일 새벽이면 아무 부담감 없이 서둘러 동네 공원으로 향하곤 했다. 그곳에서 느끼는 신선한 공기도 좋았지만 공원 친구들을 만난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한인이 없어 아쉽긴 했지만 공원에서 만나는 친구들 대부분은 현직에서 물러나 은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다 행복한 은퇴 생활을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그중에는 군 장성 출신도 있었고, 미술가, 음악가 등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공원에서 만나면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항상 필요한 예의는 지키는 모습이었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기본 소양이 몸에 밴 듯했다.     어느 날 조금 늦게 공원엘 갔더니 다들 돌아가고 켄과 엘렌 부부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웠고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엘렌이 공원을 떠나며 우리에게 “See you tomorrow(내일 만나요)” 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옆에 있던 그녀의 남편 켄은 곧장 “If  the Lord will (주님의 뜻이라면)”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크리스천 다운 말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켄의 말대로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     공원에서의 이런 인사말이 오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켄의 말은 현실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고 만 것이다. “금방 괜찮아지겠지”하며 기다렸지만 팬데믹은 우리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원엘 가지 못했고, 이제 팬데믹은 끝났지만 새벽 공원 산책은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공원에서 헤어지면서 켄이 “If the Lord will”이라고 했던 말이 요즘도 종종 떠오르곤 한다.   이제는 그들과 만났던 행복한 기억이 머릿속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있다.   이영순·샌타클라리타독자 마당 공원 친구 공원 친구들 시간 공원 새벽 공원

2024.02.13. 19:12

[글마당] 남자 사람 친구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만나며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도 내가 싫지 않은지 개인적으로 연락하곤 했다.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날,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에게 물었다.     “우리는 어떤 사인 가요?”   “친구 사이지.”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에 데이트하다가 헤어진 여자가 다시 잘해보자고 연락해 온 적이 있었어. 나는 사귀다가 끝난 여자에게는 다시 연락하지 않아. 하지만 친구와는 헤어짐이 없는 거야.”   “혹시 우리가 친구로 지내다가 헤어지더라도 꼴사납게 끝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와 어두워지는 길을 걸으며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하지 않고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는구나!’ 왠지 모를 곤혹스러움에 구두코만 쳐다보며 조용히 걸었다. 뭔가 머릿속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흔들고 그와 기약 없이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진 그가 30여 년 만에 뉴욕을 방문해서 나에게 전화했다.     “나 기억해”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아~ 기억나요.”     “어떻게 내 목소리를 금방 알았어?”     “낮으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서. 하하. 반가워요. 어디예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전화로 더 이야기할 수는 없나요?” 나는 그와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럴 일이 있어서. 만나서 이야기해 줄게.”   ‘한때 좋아했던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그도 나를 잊지 못하고 살다가 연락했을까?’ 여름 안개 저편 먼 곳에서 아른거리던 그리운 사람이 갑자기 곁에 다가와 속삭이는 듯 기분이 들떴다.   카페에 들어서는 그가 싱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물기 빠지기 시작하는 사과처럼 조금은 쪼그라든 모습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도 색이 바래고 비틀어지기 시작하는 사과 꼭지 같다. 그의 뒤로 여자가 주춤거리며 다소곳이 따랐다.     “내 와이프야.” 그가 와이프와 함께 오리라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참한 인상의 여자가 다소곳이 인사했다. ‘이런 현모양처를 찾으시느라 나에게 ‘친구’를 강조했구나.     나는 그동안 뉴욕을 방문했던 그와 내가 알던 친구들 소식을 신이 나서 들려줬다. 그런데 그의 부인이 내가 한 이야기를 통역하듯이 간간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게 아닌가!  이상해서 물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전화상으로 이야기할 수 없었어.”   나는 그의 얼굴 가까이 몸을 들이밀며 높은 톤으로 또박또박 잘 들으라고 지껄여 댔다. 그는 고개만 끄덕일 뿐 말이 없다. 나는 저절로 맥이 풀리며 조용해졌다.     만나기 전 희망이 잠시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슬금슬금 빠져나가며 시계추가 멈춘 듯 그와의 시간이 뚝 멈췄다. 그는 나의 수다가 끊긴 분위기에 눌렸던지 시계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더니 싱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일어났다. ‘남녀 간의 친구 사이란 애인을 만나는 동안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애인과 헤어지면 들춰 보는 별 볼 일 없는 사이? 오랜 세월 구석에 처박혀둔 내가 잘 있나 확인하고 싶어 만나자고 했나?’ 만남과 헤어짐처럼 분홍빛으로 타오르던 노을이 어둠 속으로 차갑게 사라지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씁쓸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남자 친구 친구들 소식 남자 사람 세월 구석

2023.12.15. 18:06

[독자 마당] 친구

내겐 소중한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한 명 있다. 8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지만 그녀는 아직  현역이다. 부와 명예를 위한 현역이 아니라 봉사에 앞장서는 현역이다.     70여년 전인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본다.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충청남도 지역에서 가장 무용을 잘하는 아주 예쁜 선생님이었다. 수업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에게 무용의 기초인 스텝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셨다.     어린 우리는 모두 무용에 심취했지만 세월과 함께 잊혀 갔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가 된 친구는 본인의 제자들과 무용을 계속했다.      친구는 교직을 그만두고 미국에 정착한 후에는 찬양 율동을 시작했다. 나이도 많고 몸도 굳었지만 찬양 율동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배운 것을 몸에 익히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고 어느 날은 새벽까지 연습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편이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그 후 친구는 찬양 율동 학교를 시작해 많은 후학을 가르쳤고, 양로원, 교회 등 어느 곳이든 부르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공연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교회에서 한 본인의 찬양 율동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내주었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몸으로 찬양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나는 눈물까지 흘렸다.   입으로 드리는 찬양도 중요하지만, 정성을 다해 몸으로 드리는 찬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친구는 지금도 본인을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봉사하고 있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인생 이모작 시대이기도 하다. 친구를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찾아가 봉사로 헌신하는 것은 몸과 영혼을 윤택하게 하는 행복한 삶의 모습이다.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친구 찬양 율동 초등학교 동창 초등학교 교사

2023.11.14. 19:24

[열린광장] 고맙다, 친구야!

딸이 이사한 집을 보기 위해 남편과 뉴욕에 갔다. 딸 아이의 좁은 아파트가 갑갑해 우리는 매일 맨해튼으로 나가곤 했다. 뉴욕에서 더 볼 것도 없던 차에 버지니아에 사는 친구가 우리를 초대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은 교정에서 지내며 추억을 공유한 친구다. 미국 온 후 소식이 끊겼다가 페이스북으로 기적처럼 연결됐다.     몇 달 전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구 딸 결혼식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가 우연히 남편끼리 초등학교 동창인 것도 알게 됐다. 그리고 서로 사는 곳을 방문하자고 약속했는데, 그 기회가 빨리 온 것이다.  뉴욕 펜스테이션에서 워싱턴 D.C.의 유니언 스테이션까지 4시간 걸리는 버스를 탔다.   직장인에게 휴가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귀한 것인데 친구 부부는 나란히 휴가를 내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신방을 꾸미듯 새 이부자리까지 준비한 친구의 마음 씀에 감동했다. 아늑함과 편안함으로 마치 내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다(Life is better with friends)’는 글귀가 생각나며 5박 6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도착한 첫날 친구는 “우리 먹는 식탁에 숟가락만 더 올릴 거야‘라고 하더니 온갖 솜씨를 다 부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음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현지인만 알 수 있는 맛집과 명소를 골라 우리를 안내하는 특급 서비스를 받았다. 친구는 우리가 안 가본 곳, 가보았어도 나이 탓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곳으로 여정을 짰다. 여행사 관광처럼 꼭두새벽에 일어나 비몽사몽 하지 않아도 되니 아침잠 많은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늦은 나이에 타국에서 자리 잡기까지 고생한 공통점이 많아서일까, 우리 넷은 얘기도 잘 통했다.   하루도 허비하지 않는 알찬 시간이었다. 권사인 친구가 추천한 성서박물관은 '나일론신자'인 내게도 깊은 감흥을 줬다. 성경이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유럽의 화려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의사당 도서실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몇 시간씩 책을 읽으면서 머물고 싶었다.   영국 식민지시대 버지니아주의 주도였다는 윌리엄스버그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흥미진진했다.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직원들이 18세기 미국의 모습을 꼼꼼하게 재현하며 시간여행을 시켜준다. 마을 전체가 민속촌이자 역사박물관이다. 돌아오는 길에  과속티켓을 받은 것이 ’옥에 티‘지만, 이제는 그것도 추억이 되었다.   셰넌도어 캠핑장에서 바비큐를 구워 먹고 고즈넉한 숲속을 산책했다. 내가 사는 남가주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푸르름이 멋졌다. 인디언 처녀 포카혼타스가 셰넌도어 강 저편에서 카약을 저어 올 듯싶었다.    화려하고 경이로운 석회암 동굴인 룰레이 동굴 구경을 끝으로 아쉬운 관광을 마쳤다. 포토맥 강변에 벚꽃이 만발할 때 또 오라는 친구의 말이 고맙다. 남가주를 아직 안 와봤다니 조만간 얼른 집을 청소해 두고 불러야겠다. 이번 여행으로 더 깊고 단단해진 우정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고맙다, 친구야!! 최숙희 / 수필가열린광장 친구 권사인 친구 친구 부부 첫날 친구

2023.11.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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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밤의 친구

어둠이 짙게 물들면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친구들   세상을 밝히는 불빛이 있어 좋다   자신을 태우는 촛불의 외침도 좋은       밤길의 숨은 꽃   고속도로의 밤을 가르며   항구의 바램 불빛을 찾으면   캄캄하지만 별들이 강을 건너   은하수에 꽃을 피운다         밤이 잠들 때까지   파도는 춤추며   일상이 꺼진 물결 위에   떠 있는 시인 밤잠 설치고   마음의 강물은 가지치기를 따라   보이지 않는 끝   밤을 지새며 말했다   행복한 셈을 세며   아직 멀고 먼 곳에   칠흑의 바다 밤이 좋은걸 오광운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친구 시인 밤잠

2023.11.03. 18:0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친구의 강

1 : 70년의 강물이 흘렀다 / 70년의 해가 뜨고 / 70년의 밤이 지나갔다 / 어제도 걸었고 오늘도 걷고 있고, 내일도 걸어야 할 길 / 7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던 길이 있었다 // 깃털이 비슷한 새가 모여 살 듯 / 멀리 시카고까지 날아와 같은 둥지를 틀었다 / “잘 지냈어?” “응 늘 그렇지 뭐” / 여전한 대답에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믿었다 /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었고 /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었다 / 돌짝 밭을 힘겹게 걸을 때도 있었고 / 양팔을 펼치고 하늘을 나는 듯 세상을 다 가질 때도 있었다 // “뭐 사는 게 별거 있냐? 근대 요즘 좀 힘이 빠진다” / 가을엔 가까운 곳에 몇 일 여행 가자던 친구 / Emergency로 실려간 그가 위암 4기란다 / 치료를 안 하면 한달, 안 받으면 1년이란다 / 날은 어두워지고 머리 속은 온통 까만 카오스 // 70년의 강물이 흐르고 / 70년의 해가 뜨고 / 70년의 밤이 지나가는데 / 친구야, 병상의 하루를 잘라 나누어 살자 / 먼저이고 나중인 듯 함께 기대어 걷자 / 시카고 가을 들녘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며 / 널 위해 걸음 걸음 환한 꽃등 밝혀 놓으마     2: 단풍이 아름다운 숲길을 친구와 걷고 있다 / 바람이 불고 낙엽이 구른다 / 저 산도 옷을 벗는다 / 그저 풍경 일 뿐이다 / 나의 풍경은 사람 이었으면 한다 / 그 마음 이었으면 한다 / 알 것 같은 마음이 내 안에 담겨지는 /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이 되고 / 지는 노을에 눈시울 붉힐 줄 아는 / 별빛처럼 오랜 기다림의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은 / 한 사람 이었으면 좋겠다 / 한 방울의 피도, 살도 섞이지 않아도 / 내가 너 이고 / 네가 나 이듯 / 절절한 풍경이고 싶다.      오늘 그대의 나라가 불행합니까? 곳곳에 피어나는 들꽃. 부드러운 들판의 축제가 가슴에 사무치게 아름답습니다. 마침표를 찍은 풍경이 아니라 지어져가는 풍경입니다. 내내 곱게 내려 앉는 사랑입니다. 이어져가는 생명입니다. 꽃처럼 환한 미소입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자유입니다. 오늘 그대의 나라가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길을 걸으며 저 마다 허락된 시간 속에 살아갑니다. 결국 한 사람입니다. 사람이 되어 가는 일입니다.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지어져 가는 사람입니다. 나무의 모양만으로는 나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열매로 나무를 압니다. 열매가 나무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나무의 결국은 열매입니다.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삶은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사람의 무기는 근본이 되어질 때 비로소 힘이 납니다. 오늘 그대의 나라가 깊은 평안 속에 거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세상이 사라진다 하여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꿀어 나머지 시간들을 가꾸기를 바랍니다. 친구의 강은 오늘 아침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흐른 만큼 짧아지기는 했어도 의연하게 사람이 되어가는 모습은 먼동처럼 황홀하고 노을처럼 아름답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B에게 〉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친구 시카고 가을 걸음 걸음 시인 화가

2023.10.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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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두 친구

늙은 여우는 고향 언덕을   바라보고 싶다   비록 상전이 벽해되어 있다 해도       늙은 친구는 늙은 친구를   만나 보고 싶다   비록 마음이 세월에 젖어 있다 해도       내 고향은 은빛 바다   솔 향기 맡고 싶다   비록 향내 사라졌다 해도       내 친구는 동해 바다   그 눈동자 내 가슴에 있다   비록 그 파란 물   석양에 젖어 있다 해도       먼 곳에서   미각의 편지를 기다리며   창회형을그리워한다   비록 미간에 주름이 깊다 해도       이 새벽   인상여와옆파의 고사를 본다   채찍을 맨 등에 진 염파   박수갈채를 보낸다   비록 삼천년 전 사람이라 해도 이강민 / 뉴저지글마당 친구 은빛 바다 동해 바다 고향 언덕

2023.09.29. 21:37

[열린광장] ‘메구장단’이 된 친구들

한국에서 절친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아름다운 빛으로 투명하다.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고향 산천의 빼어난 경치를 둘러보았으며, 까마득한 후배들이 공부하는 모교에 들려 발소리와 말소리를 낮추며 돌아다녔다. 흰 블라우스 교복을 입고 속닥거리던 교실 건물들은 재건축되어 우리를 몰라보았고, 체육복 입고 쉬던 플라타너스 그늘은 간 곳이 없었다.     지난날 쉰을 넘기며 삶의 진창길에서 벗어나 우리는 가끔씩 주안상을 차려놓고 노래를 부르다 하나둘 쓰러지던 밤도 있지 않았던가. 이번 귀국길에는 친구들이 새로운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제 동동거리며 살던 날들도 가고, 어떤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우리는 자유로운 일상을 즐길 뿐이다.   ‘메구장단’이란 말이 있는데, 메구는 농악 마당 꽹과리의 방언이다. 연주자가 신명대로 치는 가락으로 ‘자유자재’ 라는 의미와 통하는 것 같다. 오늘날 우리들의 근황이 ‘메구장단’이란 말과 딱 어울린다고나 할까?     우리는 경기도 여주 남한강가의 파크골프장으로 갔는데, 잠깐 배우고 나도 같이 칠 수 있었다. 한나절 햇볕 속을 거닐며 네 명이 함께 운동하기에는 매우 적합했다. 파크골프장은 주로 하천부지나 공원에 조성되어 있는데,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활용 인구도 많아져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우리는 강물을 바라보며 흰구름처럼 여유롭게 떠돌다가 맛집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가 고향 도시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평소 소식을 하는 한 친구가 유별나게 음식을 깨작거렸다. 우리가 보다 못해 입이 그렇게 고급화됐느냐고 핀찬을 주었다. 친구는  어릴 때 하도 굶어서 위가 자라지 못해 양이 적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서로 알기에 픽 웃었지만 그녀는 가슴 밑바닥에 붙은 얘기를 끄집어냈다.     과수원 하는 부모님이 밥과 채소가 담긴 비빔밥 한 양푼에 숟가락 일곱 개를 넣어서 밥상에 올려놓으시면 동생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그녀는 늘 뒷전에 물러나 있어야 했단다.  그 시절 찔레 여린 순을 따서 산소 옆에 앉아 다 먹고는 집으로 간 적이 많았다고 한다. 버스가 안 들어가는 이십리 길을 쌀자루를 이고 오는데, 해 질 무렵 무서워서 늘 울면서 걸어왔다고 했다. 여중 시절 그녀의 단촐했던 자취방이 짠하게 떠올랐다.     또 한 친구는 딸 다섯에 이어 남동생을 얻었는데, 남동생을 업고 마루에서 놀다 발을 헛디뎌 떨어진 적이 있었다. 자기 몸은 상관없지만 남동생이 잘못될세라 울었고 동생의 이마에 난 생채기 때문에 부모님이 오실 때는 숨어있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여섯 동생 공부 뒷바라지를 해 왔다.     늘 논밭에서 농작물 사이에 계시던 부모님들을 뒤로하고 열심히 공부한 맏딸들. 앞길을 스스로 열어가는 딸들을 위해 헌신하며 마음 바탕을 튼튼하게 해 주신 부모님들. 그분들 일생을 돌아보며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다.     학교장으로 만년 평교사로, 또 간부급 국가공무원으로 산림을 관리하며 칼날 길을 걸어온 친구들. 이제는 신명나는 대로 살아가게나. 그래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체력단련을 통해 생기와 활력으로 실버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오늘의 모습들이 보기 좋구나.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던 사람들. 이젠 쓸모있는 땅이 된 하천부지에서 파크골프 클럽을 즐겨 잡는구나. 권정순 / 전직교사열린광장 친구 동생 공부 파크 클럽 체육복 입고

2023.07.20. 18:43

[이 아침에] 새 친구 ‘샤키라’

바닥에 앉아 생활하던 온돌방 시절, 다들 매일 방 청소를 하고 지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치우고 방을 쓸고 닦은 후 그 자리에서 아침밥을 먹었고, 저녁이면 다시 바닥을 물걸레로 닦은 후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미국에 와서 침대 생활을 하니 청소를 매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나무나 타일로 바닥을 바꾼 집들이 많아졌지만, 80년대에는 대부분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말에 한번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며 지냈다.     9년 전, 조카들이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하며 용돈을 주고 바닥 청소를 그놈들에게 시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번갈아 가며 한 사람은 진공청소기를 다른 한 사람은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했다. 이제 가을이면 작은놈이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게 된다. 청소부가 그만두기 전에 대체 인력을 구해야 했다.     신문에 보니 아마존 프라임데이에 로봇 청소기를 세일한다고 하기에 기다렸다 첫날 주문을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들어온 청소부가 ‘샤키라’다. 청소기를 전화기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리스트에 있는 이름 중 하나가 샤키라였다.     처음 써보는 로봇 청소기인데, 첫날부터 아내의 눈에 쏙 들어갔다. 4인치 이상의 공간이면 어디고 마다치 않고 들어가 청소를 한다. 서랍장, 침대 밑까지 골고루 청소한다. 청소 중간에 배터리가 소진이 되면 스스로 충전기로 돌아간다. 충전되면 다시 나와 끝내지 못한 청소를 마저 하고 들어간다.     첫날, 1시간 남짓 샤키라가 청소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청소를 지켜보았다. 전화기에 연결이 되어 있어 밖에 나가서도 청소를 시킬 수 있고, 예약을 해 두면 그 시간에 청소를 시작한다.     내게는 샤키라 외에도 가상의 친구가 여러 명 더 있다. 방과 거실에는 ‘알렉사’가 있다. 음악 감상은 물론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녀에게 묻는다. 7080 노래까지 찾아서 틀어 준다. 전화기를 열면 ‘시리’와 ‘구글’이 있다. 시리는 이름만 대면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주고, 불러주는 메시지도 전송을 해 준다.     밖에 나가서 자주 사용하는 앱은 네비게이션 (네비)이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제는 네비를 전적으로 신임하게 되었다. 시행착오는 순전히 나의 자만심 때문에 생긴 일이다. 내가 대충은 아는 길인데, 네비가 다른 길로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 오류가 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길로 계속 가니 잠시 후 그 넓은 프리웨이가 주차장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사고가 난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후, 이제는 네비의 안내를 충실히 따른다.     좋은 세상이다. 장애를 가진 나는 인공지능과 로봇 발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 늙고 병들어 일상생활이 힘들어졌을 때,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이런 로봇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샤키라 친구 바닥 청소 청소 중간 침대 생활

2023.07.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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