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앙칼럼] 시험대 오른 캘리포니아 드림

Los Angeles

2025.08.05 19:4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은영 경제부 부장

이은영 경제부 부장

1960년대 더 마마스 앤 더 파파스의 히트곡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은 캘리포니아를 자유와 번영, 기회의 땅으로 노래했다.
 
추운 겨울 회색빛 도시에서 캘리포니아의 햇빛과 온화한 기후를 그리워하는 가사 속에는 현실을 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한 보편적 열망이 담겨 있다.
 
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서부 버전으로서 캘리포니아가 가진 상징성을 보여준다.
 
19세기 골드러시와 20세기 서부로 이주는 종종 문학에서 유토피아를 향한 끝없는 이동으로 묘사된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도 캘리포니아 드림의 연장선에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공황 속에서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그려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캘리포니아 드림은 새로운 시험대에 서 있다. 최근 몇 년간 테슬라, 오라클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이 텍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으로 본사와 생산시설을 이전하고 있다. 8.84%의 높은 법인세, 전국 최고 수준인 13.3%의 소득세, 복잡한 환경·노동 규제가 기업 운영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영향이다.
 
가주민의 탈 캘리포니아도 심화하고 있다. 2023년 7월~2024년 7월 기준 인구 손실은 약 23만9600명이다. 높은 주택 비용 및 생활비, 세금 부담, 복잡한 규제, 원격 근무 확산 등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이유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 가격과 생활비는 인재 유입을 제한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는 투자 위축, 고용 감소, 세수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디스인베스트먼트(disinvestment)’로 규정하며 캘리포니아의 장기적 경쟁력 약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올해 캘리포니아는 자본 이득세, 법인세, 소득세 등 예산 수입 감소로 최소 100억~160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으로 다가온 2026년 월드컵과 2028년 LA 올림픽은 캘리포니아 경제에 새로운 모멘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개최만으로도 12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 LA카운티에서만 5억9400만 달러의 부가가치, 3억 달러 이상의 임금 증가와 세수 5000만 달러를 예상한다.
 
올림픽은 11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 7만~8만 개의 일자리 창출, 대규모 인프라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하철 확장, 도심 재개발 등은 장기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단기 소비 중심으로 예산 초과, 일부 산업에 혜택 집중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또한 호텔노동자 임금 인상 조례와 같은 정책은 고용의 질은 보장하지만 숙박업체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월드컵과 올림픽이 일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기술·제조업 등 캘리포니아 핵심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대형 이벤트의 효과가 지속해서 지역경제에 기여하려면 ‘스포츠 레거시’ 전략이 필요하다.
 
대형 스포츠 행사 이후에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해 혜택이 특정 대기업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설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기업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및 규제 완화나 인력 유입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생활비 안정화가 필수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 드림이 희망과 낙관의 상징이었다면, 2025년의 캘리포니아는 이 꿈을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시험대에 서 있다. 기업 친화적 환경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없이는 ‘골든 스테이트’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