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립부 탄(Lip-Bu Tan, 65세) 인텔 CEO를 향해 사퇴를 촉구했다. 현재 미국 시민권자인 탄 CEO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싱가폴에서 교육받은 중국화교 출신으로, 최근 중국과 유착됐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은 심각한 이해 관계 충돌을 빚고 있어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기업 CEO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톰 코튼(공화, 아칸소) 연방상원의원은 탄 CEO가 과거에 경영했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가 중국 국방 대학에 제품을 납품한 혐의로 연방정부로부터 1억4000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탄 CEO가 운영하는 한 벤처 캐피탈 펀드가 수백 여개의 중국 기업에 투자했으며, 심지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루된 기업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 CEO가 중국기업과 연계를 갖던 2012년부터 2024년 사이 중국은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반도체 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탄 CEO는 “미국에서 40년 이상 살았던 나는 미국을 고향으로 여기고 있으며, 항상 법을 엄격하게 지켜왔다”면서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는 인텔이 오하이오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준공을 연기하고 대규모 감원에 착수하는 등 현 행정부 정책에 역행하자 이같은 의혹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음에도 현 행정부에 협조하지 않자 이같은 태도를 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은 2022년 반도체 지원법률은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으로 인해 8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아갔다. 중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나 중국계 엔지니어 등이 실제로 중국에 각종 특허자산을 빼돌리거나 중국 공산당에 협력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3월에도 연방정부 등을 해킹한 혐의로 중국인 12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연방당국은 이들이 중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중국에 민감한 정보를 넘겼다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