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취득 후에도 한국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한인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 입국시 한국 여권과 미국 여권을 번갈아 사용하다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LA총영사관과 법무부 측은 시민권 취득 후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고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할 경우 ‘여권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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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국적상실 신고자는 매년 2만1000~2만5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표 참조〉 이중 LA총영사관을 통한 국적상실 신고자는 연간 3700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민권을 취득한 이모(38·여)씨는 두 달 전 한국 인천국제공항 입국 심사장에서 한국 여권을 사용했다. 시스템상 해외 출국자였던 이씨는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해 수월하게 입국했다. 그런데 이씨는 한 달 뒤 미국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문제가 발생했다.
이씨는 “미국 여권으로 입국한 기록이 없다며 조사를 받았다”면서 “출입국 관리소 측은 시민권자가 되면 한국 국적은 자동상실된다며 국적상실 신고를 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국 국적법 제15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법 제13조도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여권의 효력을 잃는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당사자가 자발적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는 한 한국 정부는 관련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진 신고 전까지는 한국 부동산, 은행계좌, 가족관계등록부 등 서류에도 한국 국적자로 취급된다.
이씨가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도 한국에 부동산 등을 소유하고 있어서다. 국적상실 신고를 할 경우 60일 이내 외국인 토지취득 및 보유 신고 등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한국 국적자가 받는 1주택자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2년 전 시민권을 취득한 김모(47)씨도 한국 출입국시스템상 ‘해외 장기출국자’다. 김씨가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도 주민등록 말소 등을 우려해서다.
김씨는 “한국에 은행계좌와 부동산이 있는데 국적상실 신고를 하는 순간 모든 게 복잡해질 것 같아 미루고 있다”며 “한국 출입국은 미국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A총영사관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출발 항공 여권 정보와 입국심사 여권 정보가 다를 경우 해당 사실을 인지한다. 다만 시민권자가 한국 여권을 사용해도 곧바로 ‘여권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고 국적상실 신고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를 반복할 경우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1회 당 50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국적상실 신고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자발적 국적상실 신고를 유도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국 법무부는 국적상실 신고가 재외동포로서의 권리와 혜택을 누리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법적 불안정성과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적상실 신고를 하면 한국 장기체류에 필요한 재외동포비자(F-4), 65세 이후 국적회복도 수월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한편 미국은 시민권자의 다른 나라 국적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시민권자가 미국 영토 밖으로 나가거나 다시 들어올 때는 반드시 미국 여권을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