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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불완전한 인간의 정치학

Los Angeles

2025.08.2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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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

박종식 예비역 육군 소장

연예인을 얕잡아 ‘딴따라’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호칭이 무색할 만큼, 많은 연예인이 대중문화의 첨병 역할을 넘어 사회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후 나훈아가 부른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399년)를 소환해 “세상이 왜 이래”라고 묻는다.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물음으로, 삶의 본질과 시대를 관통하는 고민을 대중에게 던져 큰 공감을 얻었다.
 
아테네 출생인 소크라테스는 30세에 보병으로 페르시아 전쟁에 참전하여 승리를 맛봤다. 그후 아테네의 국운이 상승하여 인생을 풍미할 수 있었으나 스파르타 전쟁에서 패망함으로써 소크라테스의 소망은 땅에 떨어졌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아폴로 신전을 찾아가 3 가지를 물었다. 첫째,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둘째, 나의 앞길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셋째, 생의 목적은 무엇이며, 인생은 죽으면 그만인가. 심각하게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돌아 나오다가 출입문 상단에 적힌 “너 자신을 알라!”라는 글귀를 보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독일의 고전학자 니체(1844~1900년)는 “인간은 아직도 확정되지 못한 동물이다” 라는 말을 했다. 잉카문명의 신화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신은 인간을 3번씩이나 창조했다고 한다. 첫 번째, 진흙으로 만들었더니 아주 둔하고 미련하여 폐기했다. 두 번째로 나무로 만들었지만 거칠고 심술 궂어 폐기해버렸다. 세 번째로 붓대를 만드는 반죽으로 창조하였는데 너무 영리하고 교활했다. 신은 고민하다가 두뇌활동을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불투명하게 하여 오류에 빠지도록 하고 세상의 최종 비밀을 탐구 못 하게 하고 잘못을 범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오류 가능성을 시사한다.
 
니체의 말과 잉카 신화처럼,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그리고 이러한 미완성의 인간들이 모여 정치와 사회를 운영하고 있으니, 민주주의가 완벽하게 순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1901~1970년)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여러 정당의 난립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변비형 민주정치’를 겪은 후, 일당제를 선택해 모든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국가의 영양실조를 초래하는 ‘설사형 민주정치’로 이어져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처럼 인간의 불완전성은 정치와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혼란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인사가 만사”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다. 불완전한 인간이 운영하는 시스템일지라도, 적재적소에 올바른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종식 / 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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