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학들이 9월 개강을 앞둔 가운데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단순한 수업 준비를 넘어 사회적•경제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생활비 상승, 정치적 긴장, 인공지능(AI) 확산, 교통 문제 등이 학생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벤 카펜터는 미국에서 건너와 오타와의 칼튼대학교에 다니는 4학년 학생이다. 그는 미국보다 캐나다의 학비가 더 저렴하다고 판단해 유학을 선택했지만, 미•캐나다 간 무역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 등으로 정치적 긴장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바로 밝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그는 성소수자로서 미국에서의 안전 문제를 우려하며, 졸업 후 캐나다에 남고 싶어 하지만 불안정한 이민 정책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언젠가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하루하루를 그냥 잘 보내려고 노력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SNS와 AI가 만든 또 다른 부담
학생 라이랜드 호르스먼은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5분만 보자”던 것이 30분이 되고, 동기들이 올리는 화려한 일상 사진을 보며 자기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의 애비 누넌은 과제에서 AI 사용이 늘어난 점을 문제 삼았다. “열심히 시간을 들여 과제를 해도 어떤 학생은 AI로 몇 초 만에 글을 만들어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걸 보면 허탈하다”고 말했다.
교통난과 생활 리듬의 무너짐 오타와 교외 스티츠빌에 사는 메이브 빌뇌브-엘슨은 매일 2시간이 넘는 통학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버스 노선 변경과 주차 제한이 겹치면서 지각과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교수와 고용주들이 이런 현실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지각이 많다는 꼬리표가 붙지만 사실은 교통 체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가•학비 부담, 가장 큰 현실적 걱정 트렌트대학교의 이욜라 알란데는 물가 상승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물가가 곧 안정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꾸준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졌다”며 재정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했다. 특히 국제학생들은 학기 중 주당 24시간만 일할 수 있어 생활비 충당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을 게으르다고 하지만, 지금 세대가 직면한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며 “학비, 집세, 장바구니 물가까지 모두 학생들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