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라부부 열풍

Chicago

2025.08.27 12:3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박춘호

박춘호

라부부(Labubu)라는 인형이 있다. 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티브로 해서 탄생되었으며 날카로운 이빨을 내보이고 있는 귀여운 몬스터라고 소개된다. 이 캐릭터는 언제부터인가 몬스터 인형과 티셔츠, 각종 악세사리 등으로 생산돼 시카고를 포함한 국내 전지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 여성들도 핸드백이나 책가방, 옷에 고리를 걸어 달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반짝이는 스톤이 박힌 티셔츠를 입은 행인들도 시카고 번화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인형은 홍콩 출신의 디자이너 카싱 렁이 2015년에 디자인했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2019년부터 중국의 장난감 제조업체 팝 마트가 라이센스를 획득해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미국으로도 건너와 샴버그의 우드필드 쇼핑몰에도 팝 마트 스토어가 있는데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기의 비결은 한개에 30달러 가량하는 인형을 사지만 정작 어떤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구입해야 하는 독특한 판매 전략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일명 블라인드 포장이라고 해서 내가 구입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를 모른채 살 수밖에 없다. 구입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일종의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아울러 간혹 들어가 있는 희귀템을 득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이 희귀템은 72개 중에서 하나만 들어가 있는 확률인데 얼굴과 발바닥이 무지개 색깔로 되어 있는 인형의 경우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0달러 이상을 받고 거래되고 있을 만큼 라부부의 인기는 뜨겁다. 실제로 팝 마트 스토어나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자 마자 수초만에 관련 상품이 매진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구입한 물품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몸싸움에 폭행이 개입하기도 하는 영상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일반 소비자들은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라부부를 사고 팔고 있다.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나 이베이, 스탁엑스 등에서 라부부 거래는 이제 흔한 일이 됐다.  
 
라부부의 열풍이 확산된 것에는 한국 걸그룹도 한 몫을 했다.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리사가 작년 자신도 라부부에 푹 빠졌다는 사실을 배니티 페어 인터뷰를 통해 밝히면서 블랙핑크를 추종하는 미국 팬들도 라부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라부부는 파리 패션쇼 위크에 등장했고 리한나와 레이디 가가와 같은 유명 연예인들의 핸드백에 등장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 하물며 시카고의 35지구 시의원도 라부부 인형을 걸고 다니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시카고에서는 최근 라부부 인형을 테마로 한 라부부 팔루자가 열리기도 했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캐릭터 인형을 특별 제작한 옷에 부착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드필드 몰의 팝 마트 스토어에서는 사람 크기의 라부부 마스코트가 팬들에게 소개됐다.    
 
이렇게 라부부의 인기가 올라가자 짝퉁 제품도 거래되고 있다. 이런 제품은 라부부가 아니라 라푸푸(Lafufu)라고 불린다. 라부부와 라푸푸를 구별하는 법도 나올 정도다. 정품 라부부 인형은 치아가 9개인데 반해 라푸푸는 8개 혹은 10개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품은 QR 코드가 있는 태그가 있으며 이 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팝 마트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일부 라푸푸 제품은 질식 위험이 있거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검출되기도 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라부부가 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에 부모들도 관심이 필요하다.  
 
라부부의 인기로 시카고 차이나타운에서는 관련 상품이 즐비하게 진열돼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까지 라부부의 열풍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비니 베이비와 같이 세대를 이어 사랑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부부의 인기를 희귀성과 이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설명한다. 이런 점에서 라부부의 블라인드 포장과 희귀템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로욜라대 마케팅학과 제나 드렌텐 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어른들에게는 이런 인형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문화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에서 회피하고자 하는 선택이 이런 놀이 문화로 반영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열풍으로 인해 팝 마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6억698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기가 식지 않자 팝 마트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라부부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으며 향후 휴대전화에 걸 수 있는 미니 라부부를 론칭할 것이라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드폴대 미디어 팝 문화학과의 폴 부스 교수는 “라부부와 같은 수집용 장난감의 역사는 매우 길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비니 베이비도 수집용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블라인드 박스와 같은 전략 역시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며 “희귀성에 이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해지면 제품이 가치는 더욱 올라가곤 한다”고 지적했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