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29일 위법 판결 상호관세 정책 운명 연방대법원 손에 트럼프, “관세 사라지면 국가 완전히 파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상호관세 정책의 운명은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가려지게 됐다.
지난달 29일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즉 IEEPA에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음을 들어 대부분의 관세 조치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경제적 제재를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연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정책의 근거로 이를 활용했다.
다만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상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 이번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법원이 상호관세 발효를 중단하면 한국과 일본 등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방 정부의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결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정치편향적"이라며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관세가 없었다면 미국은 완전히 파괴되고 군사력은 즉시 소멸됐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대법원의 도움 아래 관세가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밝힌 국제무역법원(USCIT)의 판결에 정부가 항소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자동차와 차 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는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발동됐기 때문에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 이번 위법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펜타닐 유입 차단' 명목으로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 부과한 상호관세와 지난 4월 전 세계를 상대로 추가 부과한 상호관세에 적용된다.
이번 판결에 따라 글로벌 무역 혼란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교역 파트너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서화된 내용 없이 구두로만 합의한 한국과 일본의 경우 법적 확실성이 뚜렷해질 때까지 자동차 관세를 더 낮추려 시도하며 협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