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LA상의 방만 지출, 개혁해야

Los Angeles

2025.09.03 18:3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LA 한인상공회의소(이하 LA상의)가 전임 회장단의 재정 결산 문제로 시끄럽다. 2024~2025 회계연도 수입 78만달러를 거의 다 쓰고 고작 2860달러만 남겼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의 이사들의 불만은 커졌다. 연간 지출액이 통상 60여만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무려 10여만 달러를 더 쓴 셈이다. 이들이 “낭비”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그 낭비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연례 갈라 행사를 베벌리힐스 힐튼 호텔에서 열면서 행사비가 19만 달러를 넘겼다. 예년보다 5만여 달러가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또, 회장단이 비즈니스 미팅 명목으로 쓴 경비는 거의 3만 달러에 달했다. 외부 손님 접대 한 번에 수천 달러씩 드는 다운타운 회원제 클럽을 찾았기 때문이란다. 회장의 골프 경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예년엔 없던 지출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 쌓였다. 특정 언론에 선심 쓰듯 준 기부금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일보 주최한 ‘코리안 퍼레이드’에 ‘꽃차’ 명목으로 2000달러를 냈다. 통상 이사들이 배너를 들고 퍼레이드에서 걷기만 했지 돈을 낸 적은 없단다. 미주조선일보가 주최한 콘서트 티켓도 2500달러를 주고 샀다.  
 
방만한 씀씀이보다 더 반발을 산 건 졸속 처리다. 이사회에 제출한 지출 내역은 부실해서 설득력이 없었다. 일부 이사들이 다음 이사회에서 좀 더 자세히 심의하자고 연기를 제안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결산안 통과를 강행했다.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심이 커진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전임 회장은 “행사가 많았고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지 재정 유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유용했다고 믿는 이사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사들이 화를 쉽게 삭히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당초 상의 이사 대부분은 48대 회장단이 재정 운영만큼은 확실히 할 것이라고 믿었다. 전임 회장은 15년 국세청(IRS) 감사관 경력을 가진 22년차 공인회계사다.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고 입출 내역에 1센트의 오차도 없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내 시간 들여 기부금 걷고 봉사까지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아마도 “죄송하다. 좀 더 보충해서 다시 설명하겠다”가 이사들이 바랬던 답변이었을 터다.
 
이번 논란의 본질적 문제는 상의의 구조적 결함이다.  
 
LA상의 정관에는 재정 건전성을 위한 견제 장치들이 명시되어 있다. 이사 중에서 선출된 2인의 감사가 회계 감사를 최소 연 2회 이사회에 보고하고(제10조 3항), 전직 회장이 이끄는 재정위원회도 예산 집행과 결산을 심의하여 이사회에 보고하도록(제19조) 규정하고 있다.
 
‘운영 규정’에는 더 촘촘한 지침들이 적혀있다. 예를 들어 2000달러 이상 지출시 체크 서명은 회장·이사장·재정담당부회장 3명 중 2명이 해야 한다거나, 회장의 ‘접대비’를 포함한 공적 경비는 매 3개월마다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이사들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부실 운영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 감시 시스템이 사실상 유명무실했음을 뜻한다.
 
이미 적신호는 여러 차례 있었다. 상의 관계자에 따르면 48대는 회계연도 예산안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출범했다고 한다. 짜임새 있는 지출을 미리 계획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껴쓰지 못하는 바람에 팬데믹 같은 큰 위기 때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특별 기금’을 꺼내쓰기도 했다. 회계 연도 막바지에 다울정 보수비용으로 1만여 달러를 썼으니 사실상 48대 회장단 재정은 2806달러를 남긴 게 아니라 적자가 된 셈이다.
 
상의 이사들은 이제라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첫걸음은 외부 회계감사 도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사를 감사로 선출하는 현 시스템은 온정주의나 개인적 친분 때문에 감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회의 직전에 안건을 제출해 심의를 요식행위로 만드는 절차적 허점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상의는 54년 역사를 가진 명실상부한 한인 대표 단체다. 재정의 투명성은 그 존재의 본질이며, 신뢰의 기반이다.  
 
이번 논란을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LA상의에게 급선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