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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해력·집중력 저하 심각… 스마트폰·SNS 사용 제한 바람직

Los Angeles

2025.09.07 19:00 2025.09.0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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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 포스팅]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된 시점은 2012년 전후라고 한다. 그 이후 성장기를 보낸 세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 집중력 저하와 정신 건강의 악화다.
 
사회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그의 저서 ‘불안한 세대(Generation Anxious)’에서 이 문제를 정신 질환의 ‘전염병(epidemic)’으로 규정한다. 특히 10대 초반, 즉 10세~14세 여학생들의 자살률이 2012년 이후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충격적인 통계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개인적 취향이나 세대 차이로만 치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SNS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구조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며, 외부 자극에 의해 신경 회로가 쉽게 재편성된다. 이 시기에 스마트폰과 SNS의 끊임없는 알림과 짧은 영상, 그리고 비교와 경쟁의 구조 속에 노출되면, 뇌는 깊은 사고보다는 즉각적 자극과 피드백에만 반응하도록 길러진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한 문단의 글을 읽고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한 가지 과제에 몰입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현장에서 목격하는 독해력의 붕괴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는 독해력의 저하이다. 영어 수업에서 한 단락을 읽고 핵심을 요약하라고 하면, 상당수 학생들이 몇 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시선을 잃어버린다. 수학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끝까지 읽기 전에 포기하거나, 중요한 조건을 놓치고 계산에만 매달린다. 이는 단순히 공부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 읽고 사고하는 뇌의 회로가 약화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 교육 평가 기관인 NAEP(전국 학업 성취도 평가)의 2023년 자료를 보면, 고등학교 12학년 학생 중 본 수준의 독해 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비율이 29%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의 영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근본적 원인을 스마트폰과 SNS 환경에서 찾는다.
 
▶청소년 정신 건강의 위기
 
집중력 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것은 불안·우울 증상의 폭발적 증가다.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21년 보고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42%가 지속적인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특히 여학생의 비율은 절반에 가깝다.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데, 중·고등학생 35% 이상이 ‘우울이나 불안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실에서도 이런 현상은 자주 목격된다. 시험 전날 밤새 SNS를 하느라 잠을 못 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 ‘좋아요’ 개수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는 학생, 친구의 화려한 게시물을 보고 극심한 열등감에 빠지는 학생이 많다. 실제로 상담실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자기 비하, “죽고 싶다”는 극단적 표현을 하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언어 습득이 특정 시기에만 가능하듯, 집중력과 자기 조절력 역시 청소년기라는 ‘결정적 시기’에 형성된다. 만약 이 시기에 집중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집중 근육을 키우기 어렵다.
 
대학 교수들 사이에서 흔히 나오는 푸념이 있다. “예전 같으면 기본 독해력은 당연한 전제였는데, 이제는 대학생들에게 조차 한 문장을 붙잡고 생각하는 법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
 
이 현상은 단순히 성적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집중력은 직장 생활, 대인 관계,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이다. 만약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에 뇌가 길들여져 집중의 힘을 잃어버린다면, 이들은 평생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소비하며 끌려 다니는 인지적 ‘프롤레타리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부 아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 받고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키우면서, 사회의 ‘인지 엘리트’로 자라난다. 결국 스마트폰 사용 여부가 계층 격차를 확대하는 새로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교장으로서 지난 30년간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요즘처럼 청소년의 독해력 저하와 정신적 불안을 뼈저리게 느낀 적은 없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대신, SNS 속 비교와 조급함에 사로잡혀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스마트폰과 SNS는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성장기의 아이들이 깊이 사고하고, 집중하며,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은 반드시 지켜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 사회는 소수의 인지 엘리트와 다수의 인지 프롤레타리아로 양극화될 것이다.  
 
어른들의 책무는 분명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갇힌 불안한 세대가 아니라, 책을 읽고 생각하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세대가 되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문의:(323) 938-0300
 
www.GLS.school

교장 세라 박 /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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