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가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주 표준 학력 평가 시험(State of Texas Assessments of Academic Readiness/STAAR)을 대체하는 새 제도를 도입한다. 지난 주 주의회를 통과한 관련 법안은 주지사 서명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다.
텍사스 트리뷴 등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레그 애벗(Greg Abbott) 주지사가 주하원법안 8(HB 8)에 서명하면, 텍사스는 기존 STAAR 시험을 대체해 학년 초·중·말 세 차례 짧은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학생들은 2027~28학년도부터 새로운 시험을 보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의 브래드 버클리(Brad Buckley) 주하원의원은 “HB 8은 ‘하루, 한 번의 시험’이 가져오는 고위험·고스트레스 체제를 끝낸다. 의회가 학력평가와 책무성 시스템에 전례 없는 수준의 감독권을 행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은 STAAR 시험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시험 준비 때문에 수업 시간이 잠식된다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비판을 반영한 결과다.
사실 STAAR 폐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정기 회기에서 두 차례나 추진됐지만, 주하원과 상원이 새 시험 체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여름 동안 양측이 이견을 조율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선거구 재조정에 반대하며 주를 떠났다가 8월에 복귀하면서 다시 논의가 재개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새로운 표준화 시험 체제를 환영했다. 학년 초·중·말에 시험을 치르면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교사들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부 주하원의원들은 상원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학생 부담 경감 효과가 반감됐다고 지적했다. 지나 히노호사(Gina Hinojosa) 주하원의원(민주당/오스틴)은 “이 법안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법안이 여기까지 온 게 믿기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 제도에서는 기존의 학년말 STAAR 시험 대신 세 차례 짧은 시험이 도입된다. 목적은 한 번의 시험에 집중되던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학업 성장을 더 정밀하게 추적하는 것이다. 이미 전국 단위 평가를 실시하는 학교라면, 학년 초·중 시험을 해당 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시험이 인정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학년말 시험은 텍사스주 교육청(Texas Education Agency/TEA)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게 된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STAAR 문제로 불신을 받아온 TEA가 새 시험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반대했지만, 버클리 의원은 교사 40명으로 구성된 검토위원회가 문제의 난이도와 타당성을 검증해 균형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적 발표는 이틀내로 이뤄질 예정이다. 지금처럼 몇 주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성적은 백분위로 제시돼 학생이 동급생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년말 시험에서는 기존 STAAR처럼 ‘학년 수준 접근·도달·숙달’ 여부도 판정된다.
교사들은 주 표준화 시험을 앞두고 모의고사(practice exams)를 치를 수 없게 된다. 마이크 모라스(Mike Morath) TEA 커미셔너는 모의고사가 학생 성취도 향상에 뚜렷한 효과가 없고, 오히려 수업 시간을 수주 단위로 빼앗는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오스만(David Osman) 표준화 평가 감사관은 이번 조치로 학생 1인당 연간 15~30시간의 수업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한 새 제도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요건이 일부 완화된다. 학생들은 더 이상 영어 II 시험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졸업 시험 요건을 줄인 것이다. 대신 영어 I, 대수학, 생물학 시험은 여전히 졸업 필수 조건이다.
주하원은 영어 II뿐 아니라 사회과 시험도 없애려 했으나 주상원은 이를 되살렸다. 폴 베튼코트(Paul Bettencourt) 주상원의원(공화당/휴스턴)은 “학생들이 시민 참여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사회과 시험을 유지시켰다. 이에 따라 중학교 8학년은 사회과목, 고등학생은 미국사 시험을 계속 치른다.
텍사스는 현재 표준화 시험 성적을 활용해 학교별 성적표(A~F)를 매긴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세 차례 시험을 통해 학생의 ‘성장 지표’를 산출해 학교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교육 비영리단체 에드트러스트(EdTrust)에 따르면, 이런 방식은 아직 어느 주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다. 특히 학년 초·중간 시험에 어떤 시험이 쓰일지 학교마다 달라질 수 있어 일관성 있는 평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법안은 또 TEA의 권한 범위도 규정했다. 학교 평가 기준을 5년마다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매년 7월 15일까지 변경 사항을 공지하도록 했다. 이는 최근 학교와 교육청간 소송으로 불거진 갈등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학교 평가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성적이 낮게 나오면 주정부가 해당 학교를 폐쇄하거나 선출된 교육위원회를 해임하는 제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밥안은 이밖에도 학생 성취도를 시험 성적 외 요소로도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유치원(Pre-K) 참여율, 방과후 활동, 중학교 직업훈련 참여 등을 추적하도록 했다. 다만 이 지표들은 학교 등급 산정에는 반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