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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참새와 관세, 보이지 않는 대가

Chicago

2025.09.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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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손헌수

1958년, 중국의 지도자 모택동은 ‘대약진 운동’이라는 거대한 실험을 밀어붙였다. 당시 그는 참새가 곡식을 쪼아먹어 농업 생산량을 줄인다고 판단하고, “참새는 인민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전국에 동원령이 내려지고,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나무를 두드리고 냄비와 꽹과리를 쳐대며 참새를 쉬지 못하게 했다. 몇일 동안 쉴 곳을 찾지 못해 공중에서 계속 날기만 하던 참새들이 지쳐 땅에 떨어졌고, 불과 몇 달 만에 수억 마리의 참새가 사라졌다.
 
초기에는 성과처럼 보였지만 참새는 해충의 천적이기도 했다. 참새가 사라지자 메뚜기와 해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중국 전역의 벼농사가 초토화됐다. 1959년부터 1961년까지, 3년동안 이어진 대기근으로 중국에서는 최소 2,000만 명, 많게는 4,5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우둔한 지도자의 단 한 번의 잘못된 정책이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유럽, 한국 등 세계 각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이 수백억 달러 늘어나고, 철강•자동차 공장의 고용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마치 참새를 없앴을 때 처음 나타난 ‘곡식의 증가’와 같다. 관세증가는 곧장 수입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피터슨 국제 경제연구소(PIIE)는 이번 조치만으로도 미국의 ‘중위 가구’ 연간 부담이 1,200달러를 웃돌 것이라 추정했다.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해외 기업들은 미국을 우회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창궐했던 것처럼, 눈앞의 관세 수입은 결국 미국 경제에 거대한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조지아 주 사바나 인근 현대차 배터리 공장부지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단속과 한국인 노동자 체포사건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 인권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관광비자나 무비자로 들어와 건설 현장과 항만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쇠사슬에 묶여 체포되었고, 더럽고 열악한 수용시설에 격리되었다. 단속의 명분은 불법 노동자 정리라지만, 국제 언론은 이를 “21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인권의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런 일들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국토안보부가 실적을 위해서 무리한 체포를 감행한 것이든, 한국과의 관세와 투자협정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 계산된 고도의 전략이든, 이번 사태로 미국의 인권 이미지는 크게 추락했고, 교역 파트너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커졌고, 특히 미국을 그동안 영원한 우방이라고 여겨왔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책 결정자는 언제나 ‘보이는 것’에 유혹된다. 관세수입은 즉시 집계되고, 미국노동자들의 고용증가는 즉각 표로 나타난다.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사람들은 당장 경제가 좋아지는 것같은 착각을 한다. 하지만 전세계 국가들의 미국을 제외한 ‘우회교역증가’, 전세계 공급망의 탈 미국화, 세계적인 인재들의 미국시장 회피로 인한 미국 시장의 감소와 미국의 국제적인 영향력 축소는 우리 눈에 숫자로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당장의 환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균형과 신뢰 위에 정책을 세워야 한다. 지지자들의 환호속에 어리석은 지도자가 벌이는 무리한 정책의 부작용은 그가 사라진 후 우리 모두가 운명처럼 짊어져야할 짐이 되어 찾아 올 것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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