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같은 심리적 요인도 크고, 위식도역류, 통증, 수면무호흡증 같은 신체 질환도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면서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것도 한몫한다. 멜라토닌은 뇌 속 송과선에서 만들어지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 기관이 석회화되거나 기능이 떨어져 분비가 줄어든다.
한방에서는 불면증을 단순히 잠이 안 오는 문제로 보지 않고, 오장육부와 관련된 원인으로 본다.
심(心)은 마음과 정신을 주관하는 장기로, 마음이 불안하고 가슴 두근거림이 지속되면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깬다. 간(肝)은 감정과 기운의 흐름을 조절하며, 간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새벽에 깨기 쉽다. 비위(脾胃)는 소화와 에너지 공급을 담당한다. 소화불량이나 피로가 있으면 잠이 얕고 자주 뒤척이게 된다.
특히 갱년기 여성에게 불면증은 흔하다. 몸을 식혀주는 음(陰)의 기운이 줄어들면서 마치 자동차의 냉각수가 부족한 것처럼 몸이 달아오른다. 그 결과 가슴 두근거림, 얼굴 홍조, 야간 발한과 함께 깊은 잠을 못 자게 된다.
한방에서는 불면증을 체질과 상태에 따라 맞춤 치료한다. 마음이 불안해 잠들기 어려운 경우에는 산조인, 원지, 백자인을, 스트레스로 가슴이 답답할 때는 시호, 향부자를, 소화가 잘 안돼 편히 못 잘 때는 인삼, 백출을 처방한다.
신장이 허약해 새벽에 깨는 경우 숙지황, 구기자를, 갱년기 이후 음허로 열이 올라 밤에 자주 깰 때는 맥문동, 천문동으로 진액을 보충해 몸을 차분히 만든다.
이와 함께 침 치료는 체질과 원인에 맞는 혈자리를 자극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불안감을 완화하며 숙면을 돕는다. 뜸은 차고 습한 기운을 제거하고 기혈을 보충해 체질 개선에 효과적이며, 부항은 피부와 근육 사이의 울체된 열과 독소를 배출해 긴장을 풀고 편안한 수면을 유도한다.
또한 귀의 혈자리(이침)를 작은 침이나 씨앗으로 자극하면 신경이 안정되고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 취침 전 스마트폰이나 TV는 꺼두고, 침실은 오직 잠자는 공간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늦은 카페인 섭취와 야식은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기본이다. 아침 햇볕을 30분쯤 쬐면 세로토닌이 활성화되고, 밤에는 멜라토닌으로 전환돼 자연스럽게 숙면을 돕는다. 낮잠은 오후 3시 이전, 30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면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증상이지만 방치하면 만성화되어 일상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생활습관을 다스리고 한방 치료로 몸의 균형을 회복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숙면은 약이자 최고의 회복이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돌보는 것이 바로 깊은 잠으로 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