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지난 5일 3대 지수가 같은 날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4일 이후 무려 9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동안 3대 지수가 수차례 번갈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같은 날 동시에 기록한 적은 9개월간 없었다. 이후 11일에도 한 차례 더 3대 지수가 동반 최고치를 돌파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했던 이른바 ‘Liberation Day Tariffs’라 불린 대규모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으로 초토화됐던 장은 5개월 반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다. 3대 지수는 일찌감치 V자 모양의 회복세를 완성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사상 최고치 달성에도 성공했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4만6000 포인트를 돌파했고, 나스닥과 S&P 500도 각각 2만2000 포인트와 6600 포인트 선을 넘어섰다. 특히 나스닥과 S&P 500은 16일까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기술주의 상승 모멘텀을 재확인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관세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항소법원 판결까지 나오며 혼동이 이어졌지만 투자심리는 팔자보다 사자 쪽으로 기울며 장을 지탱했다. 이제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둔 가운데 관심은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로 옮겨갔다.
지난 9일 발표된 고용 데이터 재조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개월 동안 무려 91만1000건이 줄었다. 일반적으로 재조정 수치가 10만~30만 건 수준임을 고려하면 역대급 감소였다.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 폭이었다.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지난주 3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용 둔화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반면 8월 생산자 물가지수와 소비자 물가지수는 대체로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하락하며 물가 안정세를 보였다. 물가는 잡히는 반면 고용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며 연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매그니피선트 7의 희비는 여전히 엇갈린 상태다. 아마존, 애플, 테슬라를 제외한 4종목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애플과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아마존은 올해 2월 기록한 최고치를 아직 깨지 못했다. 반면 알파벳은 5주 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연이어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 15일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11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의 쾌거다.
다만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까지 불과 1년 10개월이 걸린 것과 달리, 이번 1조 달러 증가는 세 배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이미 몇 달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장이 상승세를 지속하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주식이 과대평가됐고, 기대감도 상당 부분 이미 반영됐음을 인정한다. 관세 협상과 연준 이사 물갈이 등 이미 알려진 변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장이 버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을 경계하는 회의론이 확산하며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우려가 별다른 반향 없이 묻히고 장의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