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이민 단속으로 인해 뉴욕시 이민자들이 병원 방문과 공공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열린 뉴욕시의회 공청회에서 이민 단체들은 “이민자들이 이민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예약을 취소하고, 가정폭력 신고를 하지 않으며 푸드스탬프 등 공적 혜택을 받지 않고 지내고 있다”며 “강화된 이민 단속이 이민자들의 일상 생활을 망가뜨리고 있으며, 필수적인 서비스를 기피하도록 만들어 정신건강 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민권센터 김갑송 국장은 “민권센터에서 푸드스탬프 및 건강보험 신청 등을 지원하는데, 트럼프 취임 이후 한동안 신청자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뉴욕시에서 불법체류자도 가입 가능한 의료 서비스 신청의 경우, 신분 정보를 밝혀야 해 단속 우려 때문에 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뉴욕가정상담소 이지혜 소장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신분 때문에 가해자들에게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찰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고했다가 이민 단속 대상이 돼 자녀와 떨어지고 추방될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전했다.
가정폭력방지법(VAWA·Vilolence Against Women Act)에 따른 권리 보호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VAWA는 1994년 제정된 연방법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는 이민 신분에 관계 없이, 또 가해자의 협조 없이 독립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민 단속에 대한 공포가 고조된 상황 속 이 소장은 “VAWA에 따른 영주권 신청 과정 중 법원에 출석할 일이 많은데, 요즘 법원에서도 단속이 강화됐고 신청했다가 만에 하나 거절이 될 경우 이민 당국에서 신청 정보를 바탕으로 단속에 나설까봐 시도조차 안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 폭력에서 벗어나려는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면, 이제는 단속 공포 때문에 실질적 조치는 포기한 채 신세한탄만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저희도 보장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학교 개학 이후 신분이 불안정한 한인 학부모들도 자녀 학교 생활에 대한 걱정을 호소하고 있다. 이 소장은 “어디 물어볼 곳이 없으니 가정상담소에 연락해 ‘아이 학교 보내기 무섭다’며 상황을 문의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 일부 뉴욕시의원들은 “시정부 차원에서의 대책과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