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말하는 '세대 전환' - 교계의 미래] 이상명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
공감·소통, 건강한 공동체 출발점 수직적 구조 수평적으로 바꿔야 다민족·다문화 공동체 전환 필요 확고한 리더십으로 실행 나서야
한인 교계는 이민 1세대의 신앙 공동체에서 출발해 이제는 세대와 문화가 교차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주일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이 찬양하며 기도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상명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
최근 들어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전쟁’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세대 간 갈등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세대 차이나 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금처럼 첨예했던 적은 없었다.
미주 한인 사회는 지금 ‘세대 갈등’에서 ‘세대 단절’로 넘어가는 초입에 있다. 세대는 장기간 형성된 문화의 틀 속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기억 공동체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생물학적 연령, 역사적 경험, 사회적 관계와 시대적 배경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된다. 팬데믹과 디지털 혁명은 세대 격차를 깊게 했으며, 세계적 고령화와 맞물리며 해결이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센서스국 통계(2024년 12월)에 따르면 미국 출생 한인의 비율이 한국 출생 한인과 거의 같아졌다. 이는 세대 교체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로 120주년을 맞는 미주 한인 교회는 ‘세대 갈등’에서 ‘세대 단절’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는 위기 공동체가 되었다. 세대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진다면 교회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탈종교화 사회 속에서 미주 한인 교회가 세대 교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신앙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세대 교체’라는 말은 자칫 갈등과 단절만 부각시키고 소통과 통합 문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시니어와 젊은 세대가 함께 교류하고 협력하며 문화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목회자의 세대 교체가 이뤄져도 교회의 존속과 신앙 전수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어·문화적 괴리를 극복하고 세대를 아우를 목회 철학과 소통 리더십, 구체적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세대 차이를 우열로 판단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와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주 한인 사회는 이미 2세, 3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4세대까지 등장했지만, 교회는 여전히 1세대 중심 문화에 머물며 젊은 세대를 끌어안지 못해 급격히 고령화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공감과 경청이다. 소통 없는 공동체는 신뢰를 잃고 고통을 낳는다.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건강하게 다루는 공동체가 중요하다. 미주 한인 교회는 세대 단절을 경험하기 전에 ‘세대 교체(generation change)’와 함께 ‘교차 세대(cross generation)’를 현안으로 삼아야 한다. 교차 세대란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연결되고 배우며 협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 신앙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 세대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 모색이다.
1994년 LA타임스 1면 커버스토리 “Trying to Halt ‘Silent Exodus’(조용한 탈출을 막으려 노력하다)” 이후, ‘Silent Exodus’는 차세대 청소년의 교회 이탈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30여 년이 흘렀지만 실질적 대책 없이 현재에 이르렀고, 한인 교회는 자녀 세대가 떠난 초고령 공동체로 변모했다. Z세대와 알파세대, 이른바 ‘잘파 세대(Zalpha)’는 교회의 전통적 수직적·위계적 조직 문화와 맞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 소셜 미디어, 다원화된 가치관은 이들의 사고방식을 규정했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알파세대는 AI 네이티브로, 첨단 기술 환경 속에서 자란 초개인화 세대다. 그들은 수평적 소통, 자율, 공정한 보상을 선호하며 권위적 문화와 갈등하다 이탈한다.
따라서 전통교회는 다음 세대를 품기 어렵다. 잘파 세대는 신앙 자체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기존 예배 형식과 권위적 문화가 영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소통하고 주체로 설 수 있는 수평적·네트워크형 교회를 원한다. 목회자가 지시하고 성도가 따르는 탑다운 구조를 넘어, 모든 세대가 자발적으로 교제하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초대 교회는 은사 중심의 수평 공동체였으나, 점차 관료화되면서 영적 동력을 상실한 역사가 있다. 오늘날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큰 ‘뷰카(VUCA) 시대’다. 다양한 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집단 지성으로 모으고, 영적 권위는 존중하되 조직은 수평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현대 가정은 ‘플랫폼 하우스’로 변해 부모와 자녀 간 영적 친밀감이 약화되었다. 신앙 교육의 1차적 책임은 교회가 아닌 가정에 있지만, 가정의 역할이 부재하면서 단절이 심화되었다. 교회는 가정 신앙교육을 지원하고, 전 세대가 함께 드리는 통합예배 등을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미주 한인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교세 위축과 고령화, 갈등과 분쟁은 신뢰를 떨어뜨렸다. 젊은 세대는 사회 정의와 윤리적 책임에 민감하다. 교회가 공적 책임을 외면하면 그들은 교회를 떠난다. 경제적 불평등, 인권, 성평등, 환경 등 공공 문제 해결에 교회가 적극 참여할 때만 신뢰와 존립 기반을 회복할 수 있다.
120주년을 맞은 한인 교회는 다민족·다문화 공동체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며 이민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교회의 정체성을 ‘한인’이라는 범주를 넘어 확장할 기회다.
지금 미주 한인 교회는 개척·생존, 정착·안정을 지나 이제 동화·변혁으로 나아갈지, 침체·쇠락으로 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교회는 세대 교체와 함께 미래 존립 가능성을 스스로 묻고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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